주문
원고(반소피고)의 본소청구와 피고(반소원고)의 반소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본소로 인하여 생긴 부분은 원고(반소피고)가, 반소로 인하여 생긴 부분은 피고(반소원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본소와 반소를 함께 본다.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소프트웨어 자문·개발·도소매업, 온라인정보제공업, 전자상거래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피고는 2022. 9. 1.부터 2023. 7. 3.까지 원고에서 업무를 수행한 자이다.
이 사건 임원계약의 체결
원고와 피고는 2022. 9. 1. '임원계약서'라는 제목으로 피고가 원고에서 CTO 업무를 수행하는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임원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임원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 사건 사이닝보너스계약의 체결
원고와 피고는 2022. 9. 1. 이 사건 임원계약 체결과 함께 사이닝보너스계약(이하 '이 사건 사이닝보너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위 사이닝보너스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요지
원고
원고는 2022. 9. 1. 피고와 사이에 원고가 피고에게 사이닝보너스 50,000,000원을 지급하고 피고가 계약 효력 발생일을 기준으로 2년 내에 '퇴사'하는 경우 원고에게 위 사이닝보너스 전액을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사이닝보너스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사이닝보너스 50,000,000원을 지급하였는데, 피고는 위 2022. 9. 1.로부터 2년 내인 2023. 7. 3. 해임되었다. 해임과 같은 비자발적 퇴사 역시 사이닝보너스 반환의무가 발생하는 '퇴사'에 포함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사이닝보너스 5,000,000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피고는 원고와 임원계약을 체결한 임원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원고가 피고의 귀책사유를 이유로 피고와의 위임계약을 해지한 것은 정당하다.
피고
피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원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원고는 2023. 7. 3. 정당한 해고 사유 없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피고를 해고하였는바 이는 무효이므로, 피고는 해고무효의 확인을 구하고, 원고는 피고에게 2023. 7. 4.부터 피고의 복직시까지 매월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으로 20,833,334원씩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의 피고에 대한 해고는 무효이므로 피고의 퇴사 사실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피고를 임원으로 보더라도 상법 제385조 제1항 및 정관 제22조 제3항 제5호에 따르면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의하여만 이사를 해임할 수 있으므로 주주총회 특별결의 없이 피고를 해임한 것은 위법하고, 피고의 해임이 적법하더라도 피고는 자의에 의하여 퇴사한 것이 아니어서 사이닝보너스를 반환할 의무가 없다.
피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본소와 반소의 공통되는 쟁점이므로 이를 먼저 판단한다.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이 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한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이 적용되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 시간·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를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도록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해 스스로 이윤을 창출하거나 손실 등 위험을 부담하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 인정되는지 등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그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참조). 그러나 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그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을 제17 내지 20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의 근로소득세가 원천징수된 사실, 피고가 2022. 9. 1.부터 2023. 7. 4.까지 고용보험 및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던 사실, 피고는 2023. 8. 4. 근로복지공단 서울동부지사장으로부터 '근로자의 귀책사유에 의한 징계해고·권고사직'을 상실사유로 하는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사실 통지서를 받은 사실이 각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위 기초사실, 앞서 든 증거와 갑 제13, 14, 16 내지 18, 20, 21, 24 내지31, 33 내지 40, 42 내지 45, 47, 50, 52, 60, 61호증, 을 제3 내지 16, 21 내지 25, 4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증인 C, D의 일부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실과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원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의 채용 과정
원고는 소프트웨어 개발업 등을 영위하면서 내부 조직으로 기술 개발팀을 두고 있다. 기술 개발팀의 CTO(Chief Technical Officer, 최고기술책임자, 이하 'CTO'라고 한다)였던 E이 2023. 8.경 퇴사하자 원고는 CTO 직책을 담당할 후임자를 채용하고자 하였다.
한편, 피고는 서버, 검색 엔진, AI 관련 기술 등을 습득한 20년 경력의 프로그래머이다. 피고는 2008. 10.경부터 2011. 5.경까지 F회사 검색센터 검색연구실 검색모델링팀 과장으로, 2011. 5.경부터 2017. 3.경까지 G회사 데이터플랫폼팀 팀장으로, 2017.6.경부터 2018. 9.경까지 H회사 데이터서비스팀 책임연구원으로, 2018. 10.경부터 2019. 9.경까지 I회사 전사 데이터 총괄 책임자로, 2019. 9.경부터 2022. 8.경까지 J회사에서 상무이사 및 CTO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피고의 경력을 토대로 기술 개발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고 회사 전략의 수립 및 운영 업무를 담당할 CTO 직위를 피고에게 제안하였고, 원고와 피고는 '원고가 피고에게 CTO 업무를 위임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임원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피고는 대·내외적으로 원고의 CTO라는 직함을 사용하며 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원고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았는지 여부
증인 C는 피고가 원고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자신 또는 CFO(ChiefFinancial Officer, 최고재무책임자, 이하 'CFO'라고 한다) D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그러나 우선 증인 C가 원고에서 재직할 당시 기술 개발 분야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기술 개발 분야에 관한전문가인 피고에 대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① 피고가 원고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전에도 기술 개발팀의 책임자인 CTO가 분명히 존재하였음에도 증인 C는 이 법정에서 피고가 업무를 수행하기 전에는 원고에 별도의 CTO 직책이 없었다고 증언한 점, ② 원고 내부 시스템상 피고에 대한 별도의 휴가 승인 결재 절차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증인 C는 피고가 증인 C에게 휴가 결재를 올리고 사전 승인을 받았다고 증언한 점, ③ 원고가 외근과 외부미팅이 많은 피고 등 임원들에 대하여는 일괄적으로 근태를 10시부터 7시까지로 등록한다는 공지를 하였음에도 증인 C는 피고가 근무 장소와 출퇴근 시간에 관하여 증인 C 또는 대표이사 K에게 사전에 구두 또는 전자적인 문서를 통해 보고하였다고 증언한 점 등 증인 C의 증언은 상당 부분 객관적 증거와 배치된다. 이에 더하여 증인 C가 2024. 6. 27. 원고로부터 이사로 재선임하지 않을 것임을 통지받고 원고를 퇴사하여 원고에 대하여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증인 C의 위 증언을 그대로 신빙하기는 어렵다.
원고의 CFO D은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일단 기술조직에 관련돼서는 전적으로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요. 기술조직 안에 팀들을 어떤 팀 편재를 어떻게 할 것인지, 팀 리드를 누구를 세울 것인지 이런 부분도 전부 피고 CTO가 결정을 했고, ··· (피고가) '둘러본 결과 개발자들이 동요가 있는 것 같으니 나에게 1억의 버짓을 달라.' 그래서 1억 범위 내에서 본인이 자유롭게 옥석을 가려서 잡아야 되는 개발자들은 연봉을 좀 조정해 주겠다고 해서 ··· 1억 범위 내에서 본인이 연봉 조정을 이례적으로 다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증언하였다. 나아가 증인 D은 피고가 기술 개발 업무에 관하여 "전적으로 자율권을 가지고 있었고", "사실 피고 CTO 외에 다른 임원들 같은 경우에는 그만한 기술 이해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개발자들을 리딩한다는 게 사실 불가능한 그런 상황이었습니다."라고 증언하였다.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의 CTO로서 기술 개발팀의 편재와 기술 개발 업무의 주요 사항들을 직접 결정하며 상당한 자율성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CFO D은 2023. 2.경 'L'와 관련하여 피고와 M, C를 참조로 "M님 퇴사 전에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인수인계가 이루어져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해주십시오."라고 연락하였다. 그러나 'L'는 원고의 사업상 필요에 인하여 CFO D 산하에 별도의 '엔진오일 TF(Task Force)' 조직을 신설하여 진행되었고, 이에 따라 엔진오일 TF장인 D은 TF팀에 발령된 개발자들에게 직접 업무를 지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피고는 엔진오일 TF팀에 발령된 개발자에 해당되지 않고, D은 엔진오일 TF팀에 발령된 개발자이자 기술 개발팀 직원이었던 M의 퇴사로 인하여 인수인계에 관한 협조를 구하고자기술 개발팀의 책임자인 피고에게 연락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 연락만으로는 피고가 D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
임원의 경우에도 새로운 회사에 영입되는 경우 그 회사의 상황이나 주요 진행 사업 분야, 사업 진행 현황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고, 특히 전임자의 퇴사로 인하여 해당 직책을 수행하게 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전임 CTO E이 2022. 8. 24. 피고에게 원고의 제품, 인증 방법, 배포 과정, 현재 사업 진행 현황 등에 관하여 설명하는 이메일을 보낸 것 역시 그러한 정보 제공의 일환으로 보일 뿐이고, 이를 두고 피고가 원고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
민법 제683조에 따르면 위임계약관계의 경우에도 수임인은 위임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위임사무의 처리상황을 보고할 수 있고, 위임인이 수임인에게 위임사무의 처리 방향을 제시하고 수임인이 그 위임사무의 처리 결과를 보고하는 형태의 업무 수행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는 임원위임계약에 따라 선임된 임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임원은 위임받은 업무의 집행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대표이사 또는 사업총괄 부사장(EVP, Executive Vice President)에게 보고할 필요성이 있고, 대표이사 등위임인은 수임인인 임원에게 위임사무 처리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따라서 대표이사K 또는 EVP C가 업무보고를 요청였다거나 특정 사무의 처리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담당한 업무 전체의 실질이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것으로 변한다고 볼 수 없다<1>. 나아가 임원이 회사의 업무에 관한 책임자로서의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경영을 위한 중요한 의사결정에 관하여는 대표이사 등의 승인을 얻는 것이 업무수행 절차상 당연한 것이므로, 피고가 그 주장과 같이 연봉 인상 등 예산의 집행과 관련하여 원고 대표이사 K에게 보고하며 승인을 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피고는 기술 개발팀 책임자의 지위에서 기술 개발팀 직원 채용에 직접 관여하였고, 직원들의 자리를 배치하였으며, 직원들의 휴가를 승인·결재하기도 하였다. 또한 피고는 기술 개발팀 조직을 구상하였고, 관리자로서 업무목표 설정, 주간회의 주관, 팀 직원들에 대한 출퇴근시간 관리 및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처럼 피고는 CTO로서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기술 개발팀을 운영하고 개발에 관한 업무를 총괄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근무시간·장소를 지정하고 피고가 이에 구속되었는지 여부
원고 대표이사 K은 2022. 8. 22. 피고에게 "매일 아침 10시 임원 티타임&스크럼 미팅이 있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었다. 그러나 이는 임원미팅 시간을 안내한 것에 불과하므로 위 문자메시지만으로는 피고의 출근시간이 지정되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피고의 임원미팅 참석을 강제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제출되지 않았다.
피고는 2023. 3. 17. 지문인식을 위한 출입 동의서에 서명하였는데, 지문인식을 통한 출입 시스템은 회사의 보안 목적으로 설치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이를 이유로 원고가 피고의 출퇴근시간을 통제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를 비롯한 모든 임원들의 자리가 일반 직원과 동일하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에게 근무장소를 지정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달리 원고가 피고의 근무장소를 지정하였다거나 피고의 근태를 관리·감독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증거도 제출되지 않았다.
오히려 앞서 본 것과 같이 원고는 임원들의 출퇴근시간을 일괄적으로 10시부터 7시로 등록하면서 피고를 포함하여 임원들의 경우 "외근도 많고 외부미팅도 많으 셔서 실제 근무시간을 관리하는건 아님을 이해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공지하였으므로, 원고가 피고의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를 지정하였다거나 피고가 이에 구속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에게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이 적용되었는지 여부
원고의 취업규칙은 직원들의 인격을 존중하고 직원 각자의 성실한 근무 성과에 따라 정당한 대우를 보장하는 근로조건과 권리 및 의무를 명확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고(제1조), 그 적용대상을 '직원'으로 한정하고 있다(제2조 및 제3조). 원고의 취업규칙 제8조 제1항에 의하면 신규직원은 3개월 간 수습기간을 거친 후에 정규직원으로 임용되는 반면, 피고는 별도의 수습기간을 거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임원계약을 체결하고서 곧바로 CTO로서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또한 원고의 취업규칙 제25조 제1항에 의하면 직원은 휴가신청서를 회사에 제출한 후 관련 감독간부직원의 사전승인을 얻어야 하는 반면, 피고는 휴가 사용 시 별도의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에게는 원고 취업규칙이 적용되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는 원고의 예산 관련 규정과 임원 법인카드 사용 기준을 적용받았고 C의 승인을 얻어 법인카드를 사용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의 예산 관련 규정 제6조에 의하면 법인카드(신용카드)는 접대비, 복리후생비 항목에 한정하여 사용하고 기타 항목에 해당하는 지출은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제1항), 임원의 경우 별도 편성된 예산을 따르며 지출에 있어서도 승인을 요하지 않는다(제3항). 또한 임원 법인카드 사용 기준은 그 자체로 임원들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위 사용 기준에 의하면 임원은 업무 관련 항목들에 관하여는 매월 1,000,000원~2,000,000원 선에서 자유롭게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원고가 진행하던 금호 건 사업이 무산된 상황에서 C에게 법인카드 사용을 문의한 사실이 있기는 하나, 이를 두고 피고가 상시적으로 상급자의 승인을 거쳐 법인카드를 사용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피고는 2022. 9.경부터 2023. 6.경까지 매월 평균 1,599,577원 상당액을 법인카드로 사용하였고 그중에는 월 2,000,000원이 넘는 지출을 한 경우도 있으므로, 피고는 임원의 지위에서 자유롭게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여부
민법 제686조 제2항 단서에 의하면 위임계약의 경우에도 기간으로 보수를 정할 수 있고,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위임인과 수임인은 그 보수를 정기적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할 수도 있다.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임원계약을 체결하면서 보수는 별도의 연봉계약에 따라 지급하기로 하였고(제3조), 이 사건 임원계약과 함께 체결한 연봉계약에서 피고의 연봉은 250,000,000원으로 정하되 "매월 임원에게 연봉 금액의 12분의 1(중도 계약 체결 및 종료 시 일할 계산)을 지급한다."고 정하였다. 그렇다면 피고가 매월 고정된 형태로 보수를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로부터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서 보수를 지급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는 또한, 피고가 공식 입사일인 2022. 9. 1. 이전인 2022. 8. 22.부터 원고에 출근하였고 해당 기간의 근로 제공에 대한 대가로 2022년 9월 급여명세서에 '전월 미정산 급여'라는 항목으로 6,720,430원을 지급받았으므로 피고가 지급받은 보수는 근로 자체의 대가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피고가 이 사건 임원계약 체결일인 2022. 9. 1. 전에 일부 업무를 수행하게 되자 원고가 그에 대한 보상으로 일부 금액을 지급한 결과로 보이고,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가 이 사건 임원계약 체결 이후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보수 전부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의 원고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
피고는 이 사건 사이닝보너스계약에 따라 2년 내 이직하는 경우 원고에게 사이닝보너스 50,000,000원을 전액 반환하여야 하므로 원고에 대한 전속성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사이닝보너스계약이 반드시 근로계약에 부수하는 것은 아니고, 위임계약을 체결하면서도 당사자 사이의 의사의 합치로 사이닝보너스를 지급받되 일정한 업무 수행 기간을 정하고 그 기간 내 이직하는 경우에는 사이닝보너스를 반환하기로 정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사이닝보너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근로자로서의 전속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판단할 수 없다.
기타 사정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임원계약은 제목이 '임원계약서'로 작성되어 있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목적, 업무범위, 직위와 보수, 업무수행 등으로 구성되어 원고의 일반 직원들이 작성하는 근로계약서와는 차이가 있다. 특히 이 사건 임원계약 제1조 제2항에서는 "양 당사자는 본 계약이 회사의 업무 집행을 위임계약에 해당하고, 근로계약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원고는 이 사건 임원계약 체결 전 변호사에게 이 사건 임원계약의 내용 중 피고가 궁금해하는 부분에 관하여 피고에게 설명할 것을 부탁하기도 하였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임원계약의 내용과 그에 따라 피고가 수행하는 업무의 성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의 연봉은 250,000,000원이고 매월 이를 12분의 1로 분할한 20,733,334원을 기본급으로 수령하였는데, 이는 원고의 일반 직원들에 비하여 매우 높은 수준으로, 증인 D은 당시 피고의 연봉이 원고의 창업 이래 가장 큰 연봉이었고 당시 CEO의 연봉보다 훨씬 큰 금액이었다고 증언하였다. 또한 원고는 피고와 같은 C-Level(CTO, CFO 등 책임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임원들에 대하여만 대리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피고는 원고로부터 수차례 대리비를 지원받은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가 원고의 일반 직원들과 같은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는 원고가 피고의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건강보험을 납부하였으므로 피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주장하나, 관계 법령상 임원의 경우에도 근로소득세를 납부하고 건강보험에 가입하여야 하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가 근로기준법상에 근로자에 해당된다고 볼 수는 없다.
수임인이 위임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필요비를 지출한 때에는 위임인에 대하여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고(민법 제688조), 통상의 위임계약에서 위임인이 수임인에게 업무에 필요한 비품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업무 수행과 관련한 비용 지급을 요청하였다거나 원고가 피고에게 업무 수행을 위한 기초 비품을 지급하였다는 사정이 피고의 근로자성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도 없다.
피고는 또한, 상법 제382조 제1항은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고 정하고 있고 원고의 정관 제25조 제2항 역시 이사와 감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피고는 주주총회 결의로 선임되지 않았으므로 피고를 원고의 임원(이사)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는 이사나 감사에 해당하지 않고, 원고의 정관에서는 미등기임원에 대하여 별도로 주주총회 결의 등 절차적 요건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원고의 정관 제25조 제2항이 미등기임원에까지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회사는 경영 목적상 필요에 의하여, 상법상 등기를 요하는 이사 및 감사와 별도로 미등기임원을 둘 수 있으므로, 피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주주총회 결의로 선임되지 않은 미등기임원이라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본소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러한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0065 판결,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6다15816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이 사건 사이닝보너스계약 제4조에서 "임원이 임원계약 효력 발생일을 기준으로 2년 내에 퇴사하는 경우 전조의 금액 전액을 회사에 반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사실은 기초사실에서 본 것과 같고, 을 제1호증 기재에 의하면 원고의 EVP C와 CFOD이 2023. 7. 3. 피고에게 구두로 해임을 통보한 사실이 인정된다.
판단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피고가 해임된 경우 이 사건 사이닝보너스계약 제4조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사이닝보너스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사이닝보너스계약은 제4조에서 규정한 '퇴사'의 의미에 관하여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그 의미는 단어 자체의 정의와 이 사건 사이닝보너스계약의 다른 조문들을 전체적·유기적으로 고려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퇴사'란 단어는 '회사를 그만두고 물러나는 것'을 의미하고, 이 사건 사이닝보너스계약 제2조는 사이닝보너스를 "임원이 일정 기간 동안 이직을 하지 않고 임원계약에 따라 전속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로 한 약속의 대가를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사이닝보너스계약 제4조에 따라 피고에게 사이닝보너스 반환의무가 발생하는 '퇴사'는 피고가 자의에 의하여 회사를 옮기는 것을 의미하는 '이직'에 준하여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 사건 사이닝보너스계약은 경력 있는 전문 인력인 피고가 일정 기간(2년) 동안 다른 회사로 이직하지 않고 원고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체결된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원고는 피고에게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원고가 그 기간 내에 피고를 해임하는 경우에도 피고가 원고에게 사이닝보너스 전액 반환해야 한다고 본다면, 원고 측에서는 언제든 피고를 해임하여 피고로부터 사이닝보너스 전액을 반환받을 수 있는 반면, 피고는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을 보장받지 못하였음에도 원고에게 사이닝보너스 전액 반환하여야 하므로, 피고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
이 사건 사이닝보너스계약 제4조는 피고에게 사이닝보너스 반환의무가 발생하는 경우에 관하여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원고의 위임계약 해지'를 특별히 명시하고 있지 않은바, 같은 조에서 정한 '퇴사'의 의미에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원고가 위임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유추·확장하여 해석할 수는 없다. 만약 원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원고가 피고를 해임하였다면, 원고는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 피고를 상대로 별도의 손해배상 등 청구할 수 있으므로, 그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반소에 관한 판단
앞서 제3항에서 살핀 것과 같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피고의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 상당 손해배상청구는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본소청구와 피고의 반소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현진(재판장) 성현창 송지언
1피고가 EVP C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일부 대화내용의 경우 근로자인 개발자에 대하여 지시를 하며 피고를 참조로 하였을 뿐 피고에 대한 직접적인 지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