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피고인은 피해자와 용역 계약을 체결하여 용역을 제공받을 당시 대금 지급이 충분히 가능하였고, 달리 피해자에 대하여 피고인의 변제 의사 및 능력에 관하여 기망한 사실도 없으며,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피고인은 당시 대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믿었으므로 사기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
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징역 6개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공소사실의 요지<1>
피고인은 서울 강남구 B, C호에서 엔지니어링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의 대표이사인 사람이고, E는 용인시 기흥구 F, G호에서 토목 설계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피해자 주식회사 H(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의 대표인 사람으로, D은 2014. 4. 1.경 서울시 I와 서울 동대문구 J 구간 개선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 실시 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인은 2014. 4.경 불상지에서 V<2>을 통해 E에게 "우리 회사가 서울시 I로부터 수주한 J 구간 개선 공사의 고가차도에 관한 구조기술검토를 해주면 그 용역이 완료되는 대로 대금을 지급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하여 마치 정상적으로 용역대금을 지급해줄 수 있을 것처럼 행세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당시 직원 급여 약 55,000,000원이 밀려 있는 상태였고, 회사소유 부동산에는 거래가액을 넘는 근저당권과 가등기가 설정되어 있었던 상태였으며 다른 거래처에 대한 대금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피해자 회사로부터 이 사건 용역을 제공받더라도 정상적으로 그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E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회사로부터 2014. 5.경부터 2014. 11.경까지 총 34,600,000원 상당의 구조기술 검토 용역을 제공받아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피고인이 2012년경부터 일부 직원들의 임금,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였고 미지급액은 2014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피고인은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으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점, ② D 소유 부동산에는 거래 가액을 넘는 근저당권, 가압류 등이 등기되어 있었던 점, ③ 피고인은 2015. 1.경I로부터 용역 대금 1억 2,215만 원을 모두 지급받고도 피해자 회사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위 대금을 직원들 급여 및 기존 공사 대금 등 변제에 사용한 점 등의 사정을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에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등 참조).
사업의 수행과정에서 이루어진 거래에 있어서 그 채무불이행이 예측된 결과라고 하여 그 기업경영자에 대한 사기죄의 성부가 문제된 경우, 그 거래시점에 그 사업체가 경영부진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사정에 따라 파산에 이를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사기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발생한 결과에 따라 범죄의 성부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설사 기업경영자가 파산에 의한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믿었고, 계약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을 때에는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1. 3. 27. 선고 2001도202 판결, 대법원 2016. 6. 9. 선고 2015도18555 판결, 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6도18432 판결 등 참조).
판단
기록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와 구조기술 검토 용역 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할 당시 피해자 회사로부터 용역을 제공받더라도 그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피고인이 2012년경부터 2014년경까지 여러 차례 근로자들의 임금,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으로 여러 차례 벌금형의 처벌을 받은 사실은 인정된다. 다만 공소사실에 기재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의 규모약 5,500만 원은 2012년경부터 이 사건 용역 계약 체결일 무렵까지 피고인이 처벌받은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사건에서 인정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단순 누적하여 합산한 금액으로 보일 뿐<3>, D이 이 사건 용역 계약 체결일 무렵에 지급의무를 여전히 부담하고 있던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의 규모가 그와 같은 정도에 이른다고 볼 증거는 없다(피고인은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이후에는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해당 근로자들에게 대부분 지급해주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D이 소유하고 있던 서울 강남구 B 제2층 C~W호(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는 이 사건 용역 계약 체결일 무렵을 기준으로 채권최고액이 합계 16억 원에 이르는 근저당권(위 부동산 매수를 위한 대출 관련 채무로 보인다)이 설정되어 있었던것 외에, 청구금액 합계 730만 원 상당의 가압류가 등기되어 있었을 뿐이고, 검사가 작성한 수사보고서<4>에 기재되어 있는 약 17억 원에 이르는 가압류는 대부분 이 사건 용역 계약 체결 이후에 등기된 것이거나, 이 사건 용역 계약 체결 이전에 등기되었다가 해제된 것이다. 피고인과 당심 증인 O는 위 부동산이 2016년경 23억 원에 낙찰되었다고 진술한 바 있고, D의 2014년도 재무상태표에 의하면 위 부동산 가치는 1,781,410,033원으로 평가되었는바,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용역 계약 체결일 무렵에 D 소유 부동산에 거래 가액을 넘는 근저당권, 가압류 등이 설정되어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피고인은 2015. 1.경 I로부터 용역 대금 1억 2,215만 원(다만 D이 직접 지급받은 대금은 약 8,100만 원이고, 나머지는 기록상 명확히 확인되지는 않으나 하도급업체들에 직불된 것으로 보인다)을 지급받았으나, 피해자 회사와는 이 사건 용역 계약을 구두로 체결하여 계약서가 구비되어 있지 않아 피해자 회사에 대한 대금 지급이 누락되었고, 피해자 측으로부터 2015. 7.경 대금 지급 촉구를 받아 누락 사실을 알게 되었
을 때에는 이미 D의 경영 상태가 극도로 악화되어 결국 피해자 회사에 위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 주장한다. 피해자 측 E도 V(피고인 회사 소속 직원도 아니다)의 소개 내지 중개로 이 사건 용역 계약을 구두로 체결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피해자 회사가 D에 대하여 이 사건 용역 계약에 따른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시점이 2015. 7.경인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변소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D의 2014년도 손익계산서에 의하면, D의 2013년도 기준 매출액은 약 25억 원, 당기순이익은 약 1억 1,400만 원, 2014년도 기준 매출액은 약 20억 원, 당기순이익은 약 8,100만 원에 이르는바, 이 사건 용역 계약의 규모(약 3,400만 원)를 고려할 때 이 사건 용역 계약 체결 당시 피고인과 D이 피해자 회사에 위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한편 D은 2015년도 매출액이 약 15억 원으로 감소하고, 당기순손실이 발생하여 그 규모가 약 6억 3,000만 원에 이르렀는데, 이는 2015년경 자회사 주식회사 P 관련 문제로 D의 경영이 급격히 악화되었다는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한다.
D 명의 Q은행 계좌의 거래내역(항소이유서 첨부)에 의하면 이 사건 용역 계약 체결 무렵부터 2014. 6.경까지 수천만 원에 이르는 용역 대금이 여러 차례 입금되거나 매월 수천만 원에 이르는 직원 급여가 출금되는 등의 사실이 확인되는바, 이 사건 용역 계약 체결 무렵 D이 피고인이 인정하는 바와 같이 다소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 회사에 심각한 유동성 위기 내지 재정 상태 악화가 이미 발생하였다거나 현실화되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시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공사를 포함하여 각종 공사를 수주하여 용역을 수행함으로써 경영 위기를 타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 이 사건 공사가 준공되어 D 및 다른 하도급업체등에 대금이 지급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이 사건 용역 계약의 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고, 이 사건 공사 관련 대금 중 일부가 직원 급여, 기존 채무의 변제에 쓰였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공소사실의 요지
위 2.의 가.항 기재와 같다.
판단
앞서 2.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김한성(재판장) 김은집 홍인
각주1) 검사가 당심에서 피해자를 E에서 주식회사 H로 변경하는 취지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하였으므로, 위 변경된 공소사실을 기준으로 본다.
각주2) 공소장 기재 'K'은 오기로 보이므로 직권으로 정정한다.
각주3) 수사보고(직원 급여 및 퇴직금 등 미지급 내역 확인) 참조.
각주4) 수사보고(피의자 및 D 소유 부동산 현황 파악) 참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