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5. 11. 14. 선고 2025나21213 판결

임금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피고는 골프용품 도소매업을 운영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2020. 8. 10.부터 2024. 2. 29.까지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람이다.

나.

피고는 원고에게 위 기간 동안의 임금 중 24,254,927원 및 퇴직금 5,078,113원 합계 29,333,040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다.

피고의 법인등기부상 지배인이자 실질적 경영자인 C은 원고에게 위 임금 및 퇴직금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는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범죄사실로 기소되어(서울동부지방법원 2024고정540호) 2024. 9. 26. 벌금 700만 원의 판결을 선고받았다(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1>.

라.

한편, 피고는 2024. 3.경 원고에게 위 미지급금원 중 100만 원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2>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중 변제되고 남은 28,333,04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퇴사한 날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24. 3.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주장 등에 대한 판단

가.

피고 주장의 요지

1)

원고와 피고는,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이 사건 임금 및 퇴직금채권28,333,040원과 변상금 내지 대여금채권 2,000만 원 합계 48,333,040원에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가지는 업무상 배임 및 자동차불법사용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32,180,830원을 상계처리하고 남은 약 1,600만 원을 피고가 원고에게 분할지급하기로 합의하면서, 그에 따라 원고와 피고 사이의 모든 민·형사상 청구를 포기하기로 한 바 있다.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러한 부제소합의에 위배되어 부적법하다.

2)

설령 부제소합의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피고는 원고에 대한 위 손해배상채권으로 이 사건 임금 및 퇴직금채권과 그 대등액에서 상계를 구한다.<3>

나.

부제소합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 합의의 존부 판단에 따라 당사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는 소송행위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할 때는 표시된 문언의 내용이 불분명하여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주장이 대립할 소지가 있고 나아가 당사자의 의사를 참작한 객관적·합리적 의사해석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조차도 불분명하다면, 가급적 소극적 입장에서 그

러한 합의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 참조). 한편 근로자의 임금채권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강력한 보호를 받으므로 임금채권에 관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의사표시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4다235027, 235034 판결 참조).

2)

판단

원·피고 사이에 2024. 3. 4.경 원고의 퇴사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1,600만 원을 변제하기로 하면서, 이를 분할하여 8회에 걸쳐 매월 200만 원씩 분할변제하기로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러나 한편, 위 각 증거 및 을 제1, 2,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합의는 당사자 사이의 단순한 변제방법에 관한 합의에 불과하거나, 적어도 피고가 원고에게 분할변제 약정에 따른 이행을 모두 완료하면 쌍방이 그에 상응하는 민사상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조건부 합의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피고가 원고에 대한 분할변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 사건 합의는 조건미성취로 실효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이 사건 합의는 구두로 이루어졌고, 그에 대해 정산대상인 채권의 범위와 내용 및 부제소합의의 취지가 담긴 별도의 합의서 등 처분문서는 작성되지 아니하였다.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쌍방의 구체적 합의 경위 및 내용까지 확인되지 않는 이상, 당사자 사이의 변제방법에 관한 합의를 넘어 부제소합의의 존재까지 쉽사리 인정할 수는 없다.

②

나아가 설령 이 사건 합의 속에 위와 같은 취지가 담겨 있다고 보더라도, 이는 피고의 원고에 대한 분할변제가 무사히 완료될 경우 서로간의 법률적 분쟁을 종결시킨다는 취지로 보일 뿐, 채무에 대한 현실지급 없이 단순한 분할변제 약속만으로 원고가 근로기준법에 따라 보호되는 임금채권에 대한 재판청구권까지 무조건적으로 포기하는 취지라고 볼 수는 없다.

③

그런데 이 사건 합의 후 피고는 첫 분할변제분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4>, 이에 원고가 2024. 4.경 관련 형사사건의 고소를 함과 아울러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에 이른 점, 피고의 실질적 경영자인 C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동부지청의 사업주 조사 과정에서 원고에 대한 임금체불의 사실을 전부 인정하여 그와 같은 취지로 '체불 임금등 사업주 확인서(갑 제1호증)'가 작성되었고, 결국 관련 형사사건에서도 임금체불이 해소되지 않고 원고가 사용자인 C의 처벌을 원하는 의사가 존재함을 전제로 C에 대한 유죄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분할변제의무 불이행에 따라 이 사건 합의는 조건미성취로 실효되었다고 할 것이다.

다.

상계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는 원고가 근무하는 동안 저지른 업무상 배임과 자동차 불법사용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할 뿐만 아니라<5>, 설령 피고에게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에 대한 임금은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초과 지급된 임금의 반환채권을 제외하고는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하지 못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도218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의 상계항변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훈(재판장) 김형작 하헌우

1위 판결은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다.

2원고의 소장 등 기재에 명확한 언급은 없으나, 앞서 본 인정사실에 비추어 원고는 위 변제된 100만 원을 원금에서 공제한 후 나머지 금원의 지급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피고의 주장을 위와 같이 선해하여 판단한다.

4앞서 본 인정사실과 같이 피고는 2024. 3.경 제1차 분할변제분(200만 원) 중 100만 원만을 지급하였다.

5피고가 원고를 업무상 배임 및 자동차 불법사용으로 형사고소한 사건에서, 경찰은 모두 혐의 없음 취지의 불송치결정을 한 바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