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정권의 변혁기로서 비상계엄하에 위 신군부세력이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하여 언론계에 대한 숙정작업을 시행함에 있어 각 언론사로 하여금 그 직원들로부터 일괄하여 사표를 제출받아 그 중 위 신군부세력의 기준에 따라 일부 직원들의 사표만을 수리하게 하여 왔고 원고들이 그와 같은 사정을 잘 알면서 피고회사에 사직원을 제출하였다면 비록 위 숙정작업이 그 방법에 있어서 온당치 못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무렵까지 12년 내지 21년간 피고회사에서 성실하게 근무하여 온 원고들이 당시의 억압된 정치ㆍ사회적인 분위기하에서 사직원을 제출하지 아니할 경우에 위 신군부세력으로부터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을 피하기 위하여 위 신군부세력의 숙정작업에 응하여 어쩔 수 없이 사직원을 제출하였고 또 해당 부서의 전직원이 일괄하여 사직원을 제출하였다 하여도 그 사직원이 반드시 반려될 것을 조건으로 하여 형식적으로 제출되었다는 등의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사직원에 피고회사로부터의 사직의 의사 자체는 담겨있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 박×근, 원고 여×섭, 원고 이×구는 위 사직원이 반드시 수리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아니하고 단지 혹시 위 신군부세력이나 피고회사의 기준에 어긋나는 것으로 인정이 되어 수리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이를 피고회사에 제출하였을 것이라고 추정되나 위 사직원제출의 제반경위에 비추어 단지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사직원을 제출할 당시에 의원해임처리의 원인이 될 사직의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 각 의원해임처리의 원인이 된 원고들의 사직의사표시가 진의없는 의사표시로서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없다(원고들은 나아가 원고들의 사직의사표시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이를 이미 취소하였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취소권을 행사한 바 없다고 다투고 있으므로 살피건대, 원고들이 위 각 기간내에 취소권을 행사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없다).
또 원고 김×진은 위 사직원은 위와 같이 기사와 관련하여 보안사에 연행되어 곤욕을 치른 후 바로 피고회사가 사표제출을 요구하여 만약 이에 응하지 아니하면 다시 끌려가 곤욕을 치를 것을 염려하여 어쩔 수 없이 제출한 것이므로, 위 원고의 사직의사표시는 위 보안사 등에 의한 강박의 정도가 극심하여 이른바 강요된 행위로서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강요 또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가 당연무효로 되기 위하여는 그 강요, 강박의 정도가 의사결정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할 정도에까지 이르러 그 의사표시의 효과의사에 대응하는 내심의 의사가 결여되어 있을 것을 요하고 강요, 강박이 의사결정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는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고 이를 제한하는 정도에 그친 경우에는 그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음에 그치고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인 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당시의 변혁기에 국가기관인 위 보안사에 의하여 상당기간동안 불법감금을 당한 후 근로자인 위 원고에 대하여 우월적인 지위에 있는 사용자인 피고로부터 사표제출을 요구받은 위 원고로서는 사직원을 제출하지 아니하면 보안사에 의한 감금 또는 고문을 피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한 나머지 어쩔 수 없이 사직원을 제출한 사실은 넉넉히 추인되나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당시 위 원고에게 사직원 제출 거부의 자유가 완전히 박탈되었던 상태이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어 위 원고의 주장도 이유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