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327,563,036원 및 이에 대한 2013. 1.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액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10%는 원고가, 9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 회사는 의약품, 화공약품 등의 제조, 수출 및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고, 데이비스제약 주식회사는 그 주식 100%를 피고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피고 회사의 계열사로서 1994. 12. 31. 동아바이오테크 주식회사에 흡수 합병되었으며, 동아바이오테크 주식회사(1995. 1. 1. 상호변경 전 동명산업 주식회사)는 그 주식 100%를 피고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피고 회사의 계열사로서 2002. 12. 26. 해산하였다.
원고는 1975. 11. 28. 피고 회사에 입사하였다가 1978. 7. 5. 군 복무를 위해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직하였고(이하 '1차 퇴직'이라 한다), 1981. 4. 23. 전역 후 1981. 8. 6. 재입사하였다. 원고는 1차 퇴직 시 피고 회사로부터 퇴직금 명목으로 300,000원을 지급받았다.
그 후 데이비스제약 주식회사가 경리 부문 인력이 필요하게 되자, 원고는 1993. 8. 31. 피고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1993. 9. 1. 데이비스제약 주식회사로 전출되었다(이하 '2차 퇴직'이라 한다). 원고는 2차 퇴직 시 피고 회사로부터 퇴직금 명목으로 19,000,000원을 지급받았다.
데이비스제약 주식회사는 동아바이오테크 주식회사에 흡수 합병되었는데, 피고 회사가 동아바이오테크 주식회사를 구조 조정하는 과정에서 원고도 1998. 11. 29. 동아바이오테크 주식회사를 퇴사(이하 '3차 퇴직'이라 한다)하고 다음날인 1998. 11. 30. 피고 회사에 입사하였다. 원고는 3차 퇴직 시 동아바이오테크 주식회사로부터 퇴직금 명목으로 13,517,854원을 지급받았다.
원고는 2012. 12. 31. 피고 회사를 퇴직하였는데(이하 '최종 퇴직'이라 한다), 그 근속기간을 1998. 11. 30.부터 계산하여 산정한 퇴직금 96,020,698원을 지급받았다.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이하 '변경 전 취업규칙'이라 한다)은 제63조에서 근속기간이 22년 이상인 경우 처음 근속년수 8년에 대하여는 매 1년마다 퇴직 당시 평균임금의 30일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그 다음 근속년수 7년에 대하여는 매 1년마다 퇴직 당시 평균 임금의 60일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그 다음 근속년수 7년에 대하여는 매 1년마다 퇴직 당시 평균 임금의 90일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근속년수 22년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매 1년마다 퇴직 당시 평균 임금의 60일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각 합산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다만, 근속기간 1년 이상인 자로서 1년을 초과한 기간 중 6월 이상은 1년으로 인상하여 계산)하도록 규정하여 누진제를 채택하였다가, 1979. 7. 1. 위 취업규칙의 퇴직금 규정이 개정되어 근속기간 1년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30일분의 평균 임금을 지급하는 단수제로 변경되었고, 다만 위 개정일인 1979. 7. 1. 이전에 입사한 직원들에 대하여는 종전의 퇴직금 규정에 의하도록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19, 24호증, 갑 제3호증의 1, 2, 3, 을 제1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퇴직금 청구에 관한 판단
1차 퇴직의 효력
헌법 제39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제1항),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제2항)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구 병역법(1983. 12. 31. 법률 제369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9조는 국가 또는 공공단체와 공공기업체 및 공·사 단체의 장에게 공무원 또는 임·직원이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입영할 경우에 휴직하게 하였다가 그 복무를 마친 후에 다시 복직시킬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한편, 구 병역법(1962. 10. 1. 법률 제1163호) 제76조 제2항은 군인이 실역 복무를 마치고 종전에 근무하던 직장에 복직한 경우에는 실역에 복무한 기간을 실무에 종사한 기간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개정된 구 병역법(1970. 12. 31. 법률 제2259호) 제69조 제2항, 제3항에는 현역 또는 실역에 복무하게 되어 휴직된 자는 복무 후 그 직장에의 복직을 보장하고, 군 복무로 인하여 휴직된 때에는 승진에 있어서는 복무기간을 실무의 종사기간으로 보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개정된 병역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군 복무로 인한 휴직기간을 승진 이외에 퇴직금의 지급기간에까지 가산할 수는 없다(대법원 1984. 6. 12. 선고 84다카374 판결, 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다41986 판결 참조).
그런데 갑 제1호증, 을 제1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의 1차 퇴직 당시 피고 회사는 그 직원이 현역병으로 입대하는 경우 사직으로 처리하였다가 제대 후 다시 신규 입사시키는 형식을 취하여 왔고, 원고도 마찬가지로 군에 입대하면서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가 전역 후 재입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현역에 복무하기 위해 입영하는 직원을 휴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하여 퇴직 처리하였다가 복무를 마친 후 재입사시키는 경우 그 퇴직은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한 불이익 처우의 금지를 규정한 헌법 제39조 제2항 및 구 병역법 제69조 제1항, 제2항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더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회사의 퇴직금 지급규정이 원고가 최초 입사할 당시에는 누진제였다가 군복무를 마치고 재입사할 때에는 단수제로 변경된 이상, 만약 원고의 1차 퇴직을 유효한 것으로 보게 되면 퇴직금 산정 시 퇴직금 지급률의 적용에 있어 큰 불이익을 받게 되어 매우 불합리하다.
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퇴직할 의사가 전혀 없이 사직서를 제출한다는 사정을 사용자가 충분히 알면서도 사직서를 제출받아 퇴직 처리하였다가 군 복무를 마친 후 재입사시키는 형식을 취하였다면 위 사직서 제출에 따른 퇴직의 의사표시는 비진의 의사표시 또는 통정 허위표시로서 무효라 할 것이다.
따라서 1차 퇴직은 무효이고, 원고의 군 복무를 전후한 근로관계는 동일성을 갖고 계속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군 복무로 인한 휴직기간은 병역법 개정 취지에 따라 퇴직금 산정을 위한 근속년수에는 합산하지 않는다.
2차 퇴직의 효력
근로자를 그가 고용된 기업으로부터 별개의 기업체인 다른 기업으로 적(籍)을 옮겨 그 다른 기업의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전적(轉籍)은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효력이 생기는 것이고, 다양한 업종과 업태를 가진 계열 기업들이 자본, 임원의 구성, 영업활동 등에 있어서 어느 정도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경제활동을 전개하는 기업 그룹 내의 계열 기업 사이의 전적에 있어서는, 근로자가 종전의 계열 기업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직금을 지급받은 후 다른 계열 기업에 다시 입사하는 형식을 취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근로자의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업 그룹이나 계열 기업의 경영방침에 의한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퇴직과 재입사의 형식을 거친 것에 불과한 것이고, 그 실질이 동일 기업 내의 전출·입 내지 배치전환과 유사하거나 계열 기업 사이의 소속 변경에 불과한 경우에는 이러한 형식을 거쳐서 퇴직금을 지급받았더라도 근로자가 자의(自意)로 계속 근로의 단절에 동의하였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계속근로관계도 단절되지 않는다(대법원 2004. 12. 10. 선고 2004다2123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갑 제1, 5,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1990. 3. 9.부터 피고 회사의 경리부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피고 회사의 계열사인 데이비스제약 주식회사가 경리 부문 인력이 필요하게 되자, 원고가 1993. 8. 31. 피고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다음날인 1993. 9. 1. 데이비스제약 주식회사에 다시 입사하는 절차를 거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여기에 앞서 나온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2차 퇴직으로 원고의 소속이 바뀐 것은 원고 스스로 소속 회사를 바꾸어 새로 취업할 의사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피고 회사와 같은 그룹 내 계열사인 데이비스제약 주식회사의 인력 수급상의 필요와 기업 그룹의 경영방침에 의한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퇴직과 재입사의 형식을 거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점, 근로관계가 단절될 경우 원고는 1979. 7. 1. 개정된 취업규칙을 적용받게 되어 퇴직금 수령 시 종전의 누진제가 아닌 단수제의 적용을 받을 수밖에 없어 매우 불리하게 되는 점, 피고 회사 퇴직 후 바로 다음날 데이비스제약 주식회사에의 재입사 조치가 취해졌고, 데이비스제약 주식회사도 피고 회사에서의 앞선 근로관계가 동일하게 계속됨을 전제로 근속연차를 승계하기도 하였던 점 등을 보태어 보면, 비록 원고가 피고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법인격이 다른 계열사인 데이비스제약 주식회사에 다시 입사하는 형식을 취하였더라도 그 실질은 동일 기업 내의 전출·입 내지 배치전환과 유사하거나 계열 기업 사이의 소속 변경에 불과하고, 이러한 형식을 거쳐 퇴직금을 지급받았더라도 원고가 별다른 이의를 하지 아니한 정도이지, 전적에 대한 원고의 자발적 요구나 선택 등과 같은 사정이 없음은 물론, 계속근로의 단절에 동의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위 사직서의 제출에 따른 퇴직의 의사표시는 사용자로서도 진의 아님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비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라 할 것이고, 2차 퇴직으로 인해 계속근로관계가 단절되지는 않는다.
3차 퇴직의 효력
갑 제1, 7 내지 22, 24 내지 27호증, 갑 제23호증의 1, 2, 을 제1 내지 13, 15, 16호증, 을 제14호증의 1, 2, 3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동아바이오테크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던 1998년경 이른바 IMF 외환위기를 맞아 피고 회사는 계열사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동아바이오테크 주식회사 사업 부문 중 일부를 미국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비엠에스) 계열 회사에 매각하였고(동아바이오테크 주식회사는 1999. 8. 26. 그 상호를 주식회사 한국비엠에스제약으로 변경한 다음, 2002. 12. 26. 유한회사 한국비엠에스제약을 설립하고 해산하였다), 나머지 사업 부문을 피고 회사가 승계한 사실, 3차 퇴직은 퇴직 및 재입사라는 형식을 거치기는 하였으나 원고 자신의 필요나 희망에 의해서가 아니라 외환위기 상황에서 피고 회사 기업 그룹의 경영방침에 따라 위 매각에서 제외된 기업의 인적·물적 조직이 집단적으로 이전·승계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사실, 원고는 3차 퇴직 시 부동 문자가 인쇄된 전적 동의서에 서명한 후 이를 회사 측에 제출한 사실, 당시 배치전환 내지 소속 변경대상자 26명 중 5명은 전적을 포기하였으나 원고 등 나머지 21명은 모두 퇴사 다음날 전적하여 피고 회사에 남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여기에 앞서 나온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사용종속 관계 하의 임금 근로자인 원고가 우월적 지위의 사용자가 동의의 형식을 갖추기 위해 제시한 위와 같은 전적 동의서에 서명하여 제출하였다 하여 이를 완전히 자유로운 동의라고 보기 어려운 점, 당시 잔류 인력이 따로 선발된 상태였기 때문에 전적에 동의하지 않는 한 원고로서는 원 회사에 잔류하는 것이 아니라 퇴직위로금만 수령하고 직장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던 점, 배치전환 내지 소속 변경 대상자 26명 중 일부가 자격시험 응시나 타사 취직 등을 위해 전적을 포기하였다 하더라도 나머지 대상자들도 그러한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데다가 실제로 원고를 포함한 21명은 전적하여 피고 회사에 남는 선택을 하였는바, 이들에게는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되는 점, 당시의 사회분위기나 회사 형편을 고려하면 원고로서는 전적 후 직급 하향과 급여 삭감의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룹 차원의 경영판단에 따른 구조조정에 협력하여 실직만은 면하려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전적 과정에서 원고가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를 새로이 제출하였고 회사 측과 면담도 하였지만, 그 대상이 동아바이오테크 주식회사에의 잔류 대상에서 제외된 인력으로 국한되어 있었고, 서류 심사나 면담 과정에서 탈락한 직원도 없었던 점, 피고 회사는 소속을 변경한 위 21명에 대하여 당장 부여할 보직과 업무가 마땅치 않았음에도 구조조정의 상황에서 이들을 전원 고용하였다는 것이어서 이를 신규 입사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보태어 보면, 3차 퇴직 시 원고가 재차 사직서를 제출하고 재입사하는 형식을 취하였더라도 경영 주체의 변경이 있었던 것에 불과할 뿐 실질적으로는 동일한 근로관계가 계속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위 사직서 제출에 따른 퇴직의 의사표시는 사용자로서도 진의 아님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비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이고, 3차 퇴직으로 인해 계속근로관계가 단절되지 않는다.
퇴직금 액수의 산정
앞서 본 바와 같이 1·2·3차 퇴직은 모두 무효이므로, 원고가 피고 회사에 최초 입사한 때로부터 최종 퇴직할 때까지의 기간 동안 근로관계는 동일성을 유지한 채 계속되었다. 원고의 근속년수는 전체 근무기간(1975. 11. 28.부터 2012. 12. 31.까지 37년 1개월)에서 군 복무로 인한 휴직기간(1978. 7. 5.부터 1981. 8. 6.까지 3년 1개월)을 제외한 34년이고, 최종 퇴직 당시 원고의 평균 임금의 30일분에 해당하는 금액은 6,811,964원이다(갑 제4호증).
따라서 피고 회사의 변경 전 취업규칙 제63조에 따라 산정한 원고의 총 퇴직금은 456,401,588원[={8+(7×2)+(7×3)+(2×12)}×6,811,964원]이고, 여기에서 이미 수령한 위 각 퇴직금을 공제하면, 미지급 퇴직금은 327,563,036원(=456,401,588원-300,000원-19,000,000원-13,517,854원-96,020,698원)이 된다.
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퇴직금 327,563,036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최종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다음날인 2013. 1.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에서 정한 연 20%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사 박대준(재판장) 권보원 김노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