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법원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17. 2. 10. 선고 2015가단23090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인정 사실

가.

피고는 철물 및 냉·난방장치 도매업을 하는 회사이고, 원고 A은 2014. 2. 3.부터 피고의 근로자로 에어컨 서비스 업무를 담당하였다. 원고 B는 원고 A의 어머니이다.

나.

원고 A은 2014. 5. 24. 8:00부터 대전 신한은행 육군사령부 출장소에서 에어컨배관작업을 하고 16:00경 작업을 마친 후 서울에 있는 사무실로 이동하였다가 퇴근하였는데, 퇴근 후 경련이 일어나고 의식을 잃어 2014. 5. 25.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상세불명의 지주막하출혈, 대뇌동맥류 등의 진단을 받았다.

다.

이후 원고 A은 서울아산병원에서 파열된 뇌동맥류에 대한 코일색전술, 뇌실 배액술 등을 받았고, 현재 뇌손상 후유증에 대한 보존적 치료를 받고 있다.

라.

원고 A은 2016. 6. 13. 업무상 과로로 '전교통동맥류파열, 지주막하출혈, 뇌실질 내출혈'(이하 '이 사건 질병'이라고 한다)을 입게 되었다는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2016. 9. 1. '이 사건 질병은 개인 소인에 의한 자연경과적인 악화가능성이 업무관련성보다 커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 A의 신청을 불승인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3, 15, 23호증, 을 3,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 A 이 이 사건 소와 별도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신청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송은 중복소송으로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 A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신청을 한 것만으로는 소송의 제기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소는 피고의 피용자에 대한 보호의무 등 근로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으로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요양급여신청과는 별개의 소송이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 A의 사용자인 피고는 근로기준법 등이 정한 근로조건에 따라 근로시간과 휴식 등에 관한 규정을 준수하여 근로자가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한 장해를 입지 않도록 사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보호의무가 있다. 그러나 원고 A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 1일 9시간을 근무함으로써 연장근로가 허용되는 주당 52시간을 초과 근무하여 만성적인 과로에 시달렸고, 장시간 작업차량을 운전하고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였으며, 고혈압이 있는 상태에서 피고와 근로계약 체결하였음에도 피고는 원고 A에 대한 건강검진을 실시하지 아니한 채 뇌의 혈압을 상승시킬 수 있는 작업에 지속적으로 근무하게 하였다. 피고의 위와 같은 보호의무 위반으로 원고 A이 이 사건 질병을 갖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판단

1)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5. 16. 선고 99다47129 판결 등 참조).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참조).

2)

갑 6, 10, 내지 16호증, 을 2호증의 2, 3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원고 A의 근무환경과 작업내용, 기왕병력 및 이 사건 질병의 원인 등과 관련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 A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 휴식 부족 등으로 이 사건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뇌는 밖에서부터 안쪽으로 경막, 지주막, 연막으로 싸여져 있고, 지주막과 연막 사이에는 뇌척수액(뇌에 혈액을 공급하고 충격에 대한 완충역할을 하는 액체)이 교통하는 지주막하 공간이 있는데, 어떤 원인에 의해 지주막하 공간에 출혈이 일어나는 질환을 '뇌지주막하 출혈'이라고 한다. 뇌동맥류는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 혈관의 일부가 풍선처럼 부풀어져 있는 혈관질환이다. 자발성 뇌지주막하출혈의 80-90%는 뇌동맥류 파열에 기한 것이다.

②

이 법원의 서울성모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원고 A에게 기왕증으로 뇌동맥류(전교통동맥)가 있었고, 현 상태의 주원인은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것이어서 기왕증의 기여도가 75%로 추정되는 것으로 감정되었다.

③

원고 A은 2008. 4.경 혈압 최저 86, 최고 138로 고혈압 상태에 있었는데, 그 이후부터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질병이 발생할 때까지 이와 관련된 별도의 진료나 치료는 받지 아니하였다.

④

원고 A은 2014. 2. 3.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수습직원으로 냉난방기 설치와 A/S 등과 관련된 단순작업과 차량운전을 주로 하였다. 피고의 현장직 직원은 8:30부터 19:00까지(점심시간 12:00부터 13:00까지, 오후 휴식 시간 30분) 1일 9시간 근로를 한다. 원고 A은 2014. 3.경 23일, 같은 해 4.경 26일, 같은 해 5.경 18일 동안 다른 직원들과 동반으로 강원도, 대전 등 지방출장을 다니면서 작업차량 운전을 주로 담당하였다. 원고 A은 2014. 5. 22. 8:30부터 9:00까지 서울 사무실에서 회의를 한 후 3시간 동안 동승한 직원과 교대로 운전하여 12:00경 대전에 도착하여 14:30부터 17:00까지 대전 하나은행 관저동지점에서 에어컨 배관작업을 하였고, 다음날인 2014. 5. 23. 9:00부터 19:00까지 같은 장소에서 에어컨 배관작업을 하였으며, 2014. 5. 24. 대전 신한은행 육군사령부 현장에서 8:00부터 16:00까지 배관작업 후 2시간 동안 운전하여 서울 사무실에 들렀다가 퇴근한 이후에 의식을 잃었다.

⑤

원고 A은 이 사건 질병이 발병한 기간에 근접해서 기존의 근무에 비하여 특별히 업무량이나 업무기간이 과도하게 증가하거나 업무환경이 변화하지 아니하였고, 발병 전 4주 동안의 1주 평균 근무시간은 49시간 45분, 발병 전 1주 동안의 1주 평균 근무시간은 52시간 5분으로 만성과로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

⑥

원고 A은 동료 직원들과 함께 지방으로 출장다니면서 주로 단순한 서비스 업무를 처리하였고, 냉난방기 설치시 발생하는 에어컨 냉매나 가스 등 유해물질이나 신경계질환인 두통이나 뇌병증, 뇌동맥류 파열 등을 유발할 소인에 노출되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

⑦

원고 A은 출장기간 중 장시간 운전을 하면서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나, 동반한 직원과 교대로 운전하기도 하였으며, 운전업무나 원고 A의 작업내용이 뇌의 혈압을 상승시킬 수 있는 소인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원고 A은 2008년경부터 고혈압이 있음에도 별다른 진료나 치료를 받지 않는 등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흡연과 음주 전력이 있어 건강 악화의 한 요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남선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