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법원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19. 10. 22. 선고 2018나38377 판결

주문

1.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을 초과하는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9,510,704원 및 그중 6,199,739원에 대하여는 2017. 7. 5.부터, 13,310,965원에 대하여는 2019. 9. 25.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는 신문인쇄업 및 발행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원고는 2015. 4. 1.경 피고에게 고용되어 피고의 편집부 편집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7. 6. 20.경 퇴직하였다.

다.

원고의 퇴직일인 2017. 6. 20.을 기준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① 임금 13,310,965원(2016. 3.부터 2016. 6.까지 임금 5,396,480원 + 2016. 7.분 임금 2,756,280원 + 2016. 10.분 임금 중 50만 원 + 2016. 12.분 임금 중 1,294,230원 + 2017. 1.분 임금 중 1,147,115원 + 2017. 2.분 임금 중 1,322,630원 + 2017. 3.분 임금 중 894,230원), ② 야근수당 72만 원, ③ 퇴직금 5,479,739원의 합계 19,510,704원(13,310,965원 + 72만 원 + 5,479,739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라.

원고는 2017. 4. 21.경 '임금 13,331,055원에 대하여 2017. 4. 21. 이후부터 피고의 경영이 정상화되어 흑자 전환시(연말결산기준) 순차적으로 분할하여 지급받을 것을 확약하고, 이로 인한 어떠한 민, 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미수령 급여에 대한 이행 확약서'(이하 '이 사건 확약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교부하였다.

마.

한편, 피고의 대표이사는 2017. 4. 28.경 C에서 D으로 변경되었고, 이후 이 사건 소송 계속 중인 2019. 1. 31.경 D에서 E으로 변경되었다.

2.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이 사건 확약서는 부제소합의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소 중 임금 13,310,965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은 위 부제소합의에 위반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 합의의 존부 판단에 따라 당사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는 소송행위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할 때는 표시된 문언의 내용이 불분명하여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주장이 대립할 소지가 있고 나아가 당사자의 의사를 참작한 객관적·합리적 의사해석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조차도 불분명하다면, 가급적 소극적 입장에서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사건 확약서에 '임금 13,331,055원에 대하여 피고의 경영이 정상화되어 흑자 전환시까지 민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위 문구는 피고의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미지급 임금이 지체되더라도 이를 양해한다는 의미로 보일 뿐 위 미지급 임금에 대한 재판상 청구까지 제한하는 의미라고 보기는 어려운바,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위 미지급 임금에 대하여 부제소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의 위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3.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등 합계 19,510,704원(임금 13,310,965원 + 야근수당 72만 원 + 퇴직금 5,479,739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임금(13,310,965원)청구 부분에 대한 피고의 항변에 관한 판단

1)

피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가사 이 사건 확약서가 부제소합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미지급 임금에 대한 정지조건 내지 변제기 유예의 합의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확약서에서 정한 '피고의 경영정상화로 인한 흑자 전환'이라는 정지조건이 성취되지 아니하였거나 위 변제기가 도래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임금 13,310,965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2)

판단

부관이 붙은 법률행위에 있어서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면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도 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한 경우에는 조건으로 보아야 하고, 표시된 사실이 발생한 때에는 물론이고 반대로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이 확정된 때에도 그 채무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한 경우에는 표시된 사실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는 것을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미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변제에 관하여 일정한 사실이 부관으로 붙여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것은 변제기를 유예한 것으로서 그 사실이 발생한 때 또는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된 때에 기한이 도래한다(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3다24215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 및 을 제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확약서는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이미 부담하고 있는 2016. 3.경부터 2017. 3.경까지의 미지급 임금채무에 대하여 '피고의 경영정상화로 인한 흑자 전환시'라는 부관이 붙은 것인 점, ② 원고가 '피고의 경영정상화로 인한 흑자 전환'이라는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임금채권을 포기하려는 의사로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도 원고에게 임금지급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다만 그 지급시기만을 불확정한 것으로 생각하고 이 사건 확약서를 교부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와 피고는 '피고의 경영정상화로 인한 흑자 전환시'라는 불확정기한을 이행기로 약정함으로써 위 미지급 임금에 대한 변제기를 유예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원고의 재항변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확약서가 무효라는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는, 이 사건 확약서는 근로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내지 민법 제103조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 및 갑 제3, 4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확약서는 미지급 임금채무에 대한 변제기를 유예하는 내용으로서, 피고의 임금지급채무 자체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점, ② 위와 같은 미지급 임금에 대한 변제기유예의 합의가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조건에 미달하는 약정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근로기준법 제36조는 임금 등에 관하여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가 가능함을 전제로 사용자의 금품청산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점, ③ 그 밖에 이 사건 확약서에 사회질서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원고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에서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정황이 엿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확약서가 근로기준법 내지 민법 제103조 위반하여 무효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이 사건 확약서의 효력을 배제하는 별도의 약정을 하였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확약서의 효력을 배제하는 별도의 합의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확약서는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의 전 대표이사인 C이 2017. 4. 21. 원고에게 '상기 본인은 2017. 4. 21. 매수인 F(주식회사 G)과의 인수과정에 즈음하여 이 사건 확약서에 2017. 4. 21. 이전 직원(원고)이 서명한 것과 상관없이 원고의 미지급 급여 13,331,055원에 대한 책임을 지기로 약속합니다'라는 내용의 지불각서(이하 '이 사건 지불각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교부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갑 제3 내지 5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의 대표이사였던 D은 2017. 4. 21.경 무렵 종전 대표이사인 C으로부터 피고의 경영권을 인수하여 2017. 4. 28.경 피고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고, 같은 날 C은 피고의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위와 같은 경영권 양수도 과정에서 D은 C과 사이에 근로자들에 대한 미지급 임금채무를 승계하되, 향후 피고의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그 지급시기를 연기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에 C은 원고 등 피고의 근로자들로부터 이 사건 확약서를 교부받았고, 원고 등 피고의 근로자들은 C으로부터 '이 사건 확약서와 상관없이 C이 원고 등 피고의 근로자들에 대하여 미지급 임금에 대한 지급의무를 계속 부담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지불각서를 교부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과 같은 이 사건 지불각서의 작성 경위, 그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지불각서가 이 사건 확약서의 효력을 배제하는 약정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변제기 도래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는, 가사 이 사건 확약서가 유효하더라도, 이 사건 확약서는 피고의 경영정상화로 인한 흑자 전환시까지 변제기를 유예하는 것인데, 원고가 2017. 6. 20.경 퇴직함으로써, 이 사건 확약서에서 정한 불확정기한인 '피고의 경영정상화로 인한 흑자전환'이라는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되었으므로, 그 무렵 변제기가 도래하였다고 주장한다.

채무의 변제에 관하여 일정한 사실이 부관으로 붙여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이 발생한 때뿐만 아니라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하게 된 때에도 이행기한은 도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아가 부관으로 정한 사실의 실현이 주로 채무를 변제하는 사람의 성의나 노력에 따라 좌우되고, 채권자가 사실의 실현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경우에는 사실이 발생하는 때는 물론이고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더라도 합리적인 기간 내에 사실이 발생하지 않는 때에도 채무의 이행기한은 도래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 4. 24. 선고 2017다205127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 및 을 제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확약서에서 정한 부관인 '피고의 경영정상화로 인한 흑자 전환'은 채무자인 피고의 성의나 노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고, 채권자인 원고는 위 사실의 실현에 영향을 줄 수 없는 지위에 있는 점, ② 이 사건 확약서에서 변제기를 유예한 원고의 채권은 미지급 임금으로서 근로자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적시에 우선 지급되어야 할 필요가 있고, 피고의 입장에서도 기업거래의 안전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하여는 임금지급채무를 장기간 불확정한 상태에 두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의 경영 정상화로 인한 흑자 전환'이라는 사실이 발생하거나 그러한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더라도,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한 2017. 4. 21.부터 합리적인 기간 내에 위와 같은 사실이 발생하지 않음으로써 적어도 당심 변론종결일 무렵에는 이 사건 확약서에서 정한 이행기한이 도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결국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고,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라.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등 합계 19,510,704원(임금 13,310,965원 + 야근수당 72만 원 + 퇴직금 5,479,739원) 및 그중 야간수당 및 퇴직금 합계 6,199,739원(72만 원 + 5,479,739원)에 대하여는 피고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2017. 7. 5.부터, 임금 13,310,965원에 대하여는 그 변제기가 도래한 당심 변론종결일 다음 날인 2019. 9. 25.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 판결 중 위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을 초과하는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우연(재판장) 정우석 김성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