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이 2016. 3경 피해자에게 거푸집 목수일과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하 '이 사건 용역'이라 한다)을 제의할 당시 피고인이 운영하는 B 주식회사는 H 주식회사에 4,876,110,305원 상당의 공사대금채권이 있었고, 그 중 2,140,321,784원을 E로부터 직불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H 주식회사가 2016. 6. 20.경 E에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경상비 청구를 취하하는 내용의 확인서를 제출하여 위 공사대금채권을 포기함으로써 피고인은 막대한 손해를 입고 피해자에게 용역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이다. 위 공사대금채권을 제외하더라도 B 주식회사는 피해자에게 이 사건 용역을 제의할 당시 H 주식회사에 378,533,180원 상당의 공사대금채권이 있었는데 H 주식회사가 위와 같이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았더라면 이를 지급받아 용역대금을 지급할 수 있었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용역을 맡긴 후 B 주식회사가 E로부터 지급받은 하도급대금이 23,760,000원에 불과하여 피해자에게 용역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이고, 피고인은 이후 H 주식회사로부터 4,876,110,305원 상당의 공사대금을 지급받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채권조사확정 신청을 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2016. 9. 13. 피해자에게 이 사건 용역대금으로 5,000,000원을 지급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항소심이 그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 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로 주장을 하였다.
원심은, 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공사를 맡길 당시 B 주식회사는 수 억원 상당의 대출금채무를 연체하고 있었고, 세금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하고 있는 등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 ② 피고인은 발주처로부터 F 농수로 개발공사의 하도급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받았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용역대금을 충분히 지급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다른 용도에 사용한 점, ③ 피고인은 I 주식회사, 유한회사 J이 H 주식회사에 대해 가지고 있던 공사대금채권을 양수받았다고 주장하나, 위 채권의 존재여부나 금액이 불분명하고, 이를 양수받았다고 하더라도 채권양도통지를 한 시점이 이 사건 용역 후인 2016. 11. 16.경인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편취의 범의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용역을 맡길 당시 용역대금을 제대로 지불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를 속여 7,560만원 상당의 용역을 제공받아 편취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사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B 주식회사의 H 주식회사에 대한 4,876,110,305원 상당의 공사대금채권은 원래 I 주식회사, 유한회사 J이 F 농촌용수개발 토목공사에 관하여 H 주식회사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채권인데, 피해자에게 이 사건 용역을 맡길 당시 발주처인 E, 원수급자인 H 주식회사가 그 채권의 존부나 액수를 인정하고, 그 지급을 약속한 채권이 아니어서 이를 가까운 시일 내에 지급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B 주식회사가 E, H 주식회사에 그 지급을 직접 청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도 않았다. 피고인도 2008. 7.경부터 I 주식회사의 현장소장 자격으로 위 토목공사에 계속 관여하였기 때문에 그와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이 사건 용역을 맡기기 전인 2015. 10. 18.경부터 2016. 1. 20.경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N 등 근로자 16명에 대한 임금 합계 38,740,000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결국 이로 인해 근로기준법 위반죄로 처벌받았다(피고인은 재판 과 정에서도 미지급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용역을 맡길 당시 B 주식회사는 위 토목공사로 인해 이미 심한 손해를 본 상태였으며, 위 공사에 참여한 하수급인들에게 공사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해 독촉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증거기록 제1권 제17, 18면). 또한, 피고인은 검찰에서 다른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있어 그 공사대금을 받아 피해자에게 이 사건 용역대금을 지급하려고 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증거기록 제1권 제92면), 그 주장사실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도 제출하지 못하였고, 피해자에게 말한 것처럼 10일 단위로 용역대금을 지급할 수 있었다고 볼만한 다른 사정도 없다.
B 주식회사는 피해자에게 이 사건 용역을 맡길 무렵 물품대금, 임금 및 퇴직금, 장비사용료 등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로 인해 O, P, Q, R, S 등 채권자들은 2016. 5. ~6.경 B 주식회사가 E로부터 지급받을 83,020,000원 상당의 공사 대금채권에 가압류, 압류 및 추심명령 결정을 받아 집행을 마쳤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지 아니한 점, 피해액이 7,500만 원을 넘는 큰 금액인데도 피해회복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점, 피해자가 피고인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면서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판시 근로기준법 위반죄와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야 하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 경위, 범행 방법, 범죄 전력,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창우(재판장) 하석찬 정우혁
각주1) 피고인은 2016. 9. 13. 용역대금 중 일부로 5,000,000원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나,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용역대금으로 지급받은 것이 아니라고 진술하였고(공판기록 제157면), 달리 피고인의 주장 사실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 가사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용역대금으로 위 5,000,000원을 지급한 것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