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 관계
F은 1995. 10. 20. 자동차기관정비기능사 자격을 취득한 후 자동차정비업에 약 24년을 종사하였는데, 2012. 7. 2. 여객자동차 운수회사인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차량 정비공으로 약 7년 5개월 근무하던 중 아래 나.항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였다.
원고 A, B는 F의 누나이고, 원고 C은 F의 동생, 원고 D은 F의 형이다. F은 아래 나.항과 같은 사고로 사망할 당시 미혼으로서 부모도 사망한 관계로 원고들이 망 F(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상속인이 되었다.
사고의 발생
망인은 2019. 12. 9. 11:29경 강릉시 G에 있는 피고 회사의 정비소에서 피고 회사 소속 버스의 엔진오일 교환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통상적인 작업의 순서는 i) 엔진오일의 교환을 마치고, ii) 엔진시동을 켠 상태로 오일 누유가 있는지를 확인한 후, iii) 누유가 발견되면 즉시 엔진시동을 끄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망인은 위 작업 당시 엔진오일을 교환하고 차량의 시동을 켠 후 돌아가고 있는 엔진룸을 살펴보던 중 갑자기 걸레를 들고 무언가를 닦기 위해서 엔진룸으로 왼손을 넣었는데, 그 직후 망인의 왼손이 순식간에 벨트에 쓸려들어가면서 아래 사진의 벨트를 회전시키는 크랭크풀리(회전축)와 템버 사이에 끼이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12, 13, 14, 16, 17호증, 을 제3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검증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망인의 사용자인 피고 회사는, ①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및 동법 시행규칙 [별표 8의2]에서 정하고 있는 안전교육을 형식적인 안내지침만 배포하고 서명을 하라고 하는 등 제대로 실시하지 아니하였고, ② 피고 회사 소속 대부분의 정비기사들이 엔진시동을 켠 상태로 누유 및 엔진룸까지 점검을 하는 등의 잘못된 방법과 순서로 작업을 진행해왔음에도 이를 지도·관리 하지 아니하고 방치하였으며, 더구나 사고 당시에 다른 작업자 2명이 주위에 있었음에도 망인을 지켜보기만 하고 어떠한 제지를 하지 아니하는 등 제대로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고, ③ 버스의 엔진룸과 같이 근로자가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는 부위에 덮개·울·슬리브 등을 설치함으로써 근로자의 신체부위 또는 옷자락 등이 말려들어가지 않도록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이상,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인 피용자에 대한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어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사고로 망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판 단
관련 법리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1>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보호의무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이 사건에서 피고 회사가 위 주장과 같은 피용자에 대한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안전교육 관련
이 사건 사고 당시 적용되던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현행법과 동일)에서는 “사업주는 소속 근로자에게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정기적으로 안전보건 교육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을 받아 교육의 세부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2019. 12. 26. 고용노동부령 제272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별표 8]에서는 산업안전과 관련한 정기교육시간으로 사무직 외의 근로자 중 판매업무 외 근로자에 대해서 매분기 6시간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별표 8의2] 제1호 (가)목에서는 근로자에 대한 정기교육내용으로 “산업안전 및 사고 예방에 관한 사항, 산업보건 및 직업병 예방에 관한 사항, 건강증진 및 질병 예방에 관한 사항, 유해·위험 작업환경 관리에 관한 사항, 산업안전보건법 및 일반관리에 관한 사항,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에 관한 사항”의 6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을 제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회사는 아래와 같이 2019년에 총 30시간의 정기교육을 실시하였고, 이 사건 사고일에 가까운 2019. 8. 29.에 이 사건 사고와 같은 “끼임재해 예방조치”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였으며 망인도 교육에 모두 참석하였는바, 이러한 정기교육은 앞서 본 법령에 따른 것으로서 적정한 것으로 보이고, 이에 반하여 교육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부합하는 갑 제19호증은 이를 선뜻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매분기 실시하는 교육마다 6가지의 교육내용을 반드시 포함하여야 하고 그 중 일부를 선택하여 분기별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것은 안전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아니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구 산업안전․보건교육규정(2020. 1. 9. 고용노동부 고시 제2020-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의2 제1항에서는 건설업에 대해서만 위 [별표 8의2] 제2호의 교육내용이 모두 포함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다른 업종에 대해서는 제3조 제4항에서 교육방법과 관련하여 사업주가 사업장의 실정에 따라 그 시간을 적절히 분할하여 실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 매번 실시하는 교육의 내용에 관한 의무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시 원고들은 피고 회사가 정기교육 외에 실시하여야 하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별표 8의2] 제1호 (라)목에 따른 유해위험공종에 관한 특별교육 실시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주장하나, 위와 같은 특별교육은 ‘허가 및 관리 대상 유해물질의 제조 또는 취급작업(36호)’ 및 ‘가연물이 있는 장소에서 하는 화재위험작업(39호)’ 등을 담당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인바, 이 사건 사고는 유해물질이나 가연물과는 무관한 사고로서 위와 같은 특별교육 미이행과 위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는 이상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관리감독 소홀 관련
이 부분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든 각 증거에 갑 제15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즉 ①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차량정비 경력이 24년으로서 피고 회사에 입사한지도 7년이 넘은 숙련된 정비공이었던 점, ② 망인으로서도 엔진룸 중에서 하부, 즉 팬벨트 부근에 걸레 등을 들고 손을 넣을 경우 이 사건 사고와 같은 협착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는 것은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사고 당시가 촬영된 CCTV 영상을 보면 망인은 사고 당시 다른 작업자 2명과 함께 엔진오일 교환 작업을 하였는데, 3인이 동시에 동일한 작업을 한 것이 아닌 각자 맡은 부분을 나누어서 하였고<2>,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엔진오일 교환을 마친 후 버스의 엔진룸 부분의 여러 곳을 점검하다가 운전석으로 가서 엔진을 구동시킨 후 걸레를 든 채로 갑자기 팬벨트가 위치한 엔진룸 하부를 향하여 손을 집어넣어 발생한 점, ④ 당시 망인의 옆에 다른 작업자 2명이 위치하고 있었으나 위 CCTV 영상만으로는 다른 작업자들이 망인의 작업을 계속 주시하면서 망인의 위험한 행동을 알고도 제지하지 아니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는 점, ⑤ 갑 제19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피고 회사의 작업장에서 엔진오일 교환 후 누유에 대한 조치를 엔진이 구동된 상태에서 관행적으로 하여 왔고 피고 회사 측도 이를 알면서 방관하여 왔음을 선뜻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3>,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버스의 엔진룸에는 상부에 별도의 엔진정지버튼이 존재하고 있어 이를 조작하면 운전석까지 다시 갈 필요 없이 용이하게 엔진의 구동을 정지할 수 있는 관계로 피고 회사의 작업자들이 운전석으로 가는 번거로움 때문에 망인과 같은 방법으로 작업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선뜻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⑥ 오히려 일반적으로 망인과 같은 숙련된 인력이 위와 같은 위험한 방법으로 작업을 할 것으로 쉽게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피고 회사의 관리감독 소홀은 인정되지 아니한다.
방호장치 등 안전대책 미시행 주장 관련
엔진오일 교환을 포함한 버스 엔진의 정비는 버스 뒤편의 엔진룸 커버를 열어 행하게 되고 앞서 사진에서 본 바와 같이 좁은 공간에 조밀하게 배치된 부품들을 직접 점검하여야 하는 작업이므로, 방호망이나 방호 덮개를 설치할 만한 공간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를 설치하더라도 그 작업의 본질상 엔진오일 누유에 대한 조치 등의 실제 작업을 함에 있어서는 이를 제거한 상태로 수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는 개방된 상태로 할 수밖에 없는 정비작업 중 망인이 엔진이 돌아가는 상태에서 엔진룸으로 손을 넣음으로써 발생한 것이고, 위와 같은 방호조치 존재 여부가 사고 발생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기 어렵다(위와 같은 방호조치를 취한다면 이는 엔진룸이 열린 상태로 엔진에 대한 직접적 정비작업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신체의 일부가 엔진에 부위에 협착되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뿐이다).
소결론
결국, 원고들이 주장하는 피고 회사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 론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박형순
각주1) 안전배려의무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각주2) 이러한 분업적 작업형태가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차량 정비작업에 반드시 1명이 하는 작업에 다른 인력이 보조하거나 감독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각주3) 이러한 관행이 있었다면 이 사건 사고와 같은 산업재해 사고가 다수 발생할 것임에도 피고 회사에서 이 사건 외에 유사한 사고가 있었음을 확인 가능한 자료가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