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법원결정

서울북부지방법원 2020. 5. 29.자 2020카합20035 결정

주문

1.

채권자의 채무자들에 대한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소명된다.

가.

채권자는 1977. 3. 30. 설립되어 철강재 제조 및 도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철강재 제조 회사는 제철소 등에서 주원재료[주로 쇠판, 슬래브(slab)]를 구매하여 압연기술로 철강재 제품을 제조하여 2차 가공업체 등에 판매하는데, 채권자의 주력 제품은 ① 연강선재, ② 철근(이형봉강), ③ 데크 플레이트, ④ 강섬유(브랜드명: 번드렉스)이다. 채권자는 소재사업본부, 해외사업본부, 철강사업본부, 슈퍼데크사업본부, 번드렉스사업본부 총 5개의 사업부로 조직되어 있다.

나.

A은 1964. 8. 18. 설립되어 철강재 제조, 일반철공업 및 가공, 철강재 도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A의 주력 제품은 ① 연강선재와 ② BIC(bar in coil) 이형철근이다. 2013년 전에는 주원재료(슬래브 등)를 일본, 러시아, 중국 등에서 수입하여 제조하였으나, 이후 국내 생산업체로부터 구매하는 등 구매형태를 다양화하였다.

다.

채무자 I는 2008. 5. 13. 채권자 회사에 입사하여 2015. 1. 1.부터 채권자의 철강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하였고, 2016. 1. 1. 임원(전무)으로 승진하여 2019. 11. 15.까지 철강사업본부장을 맡았고, 2019. 12. 26. 사직하였다.

라.

채무자 J은 2012. 8. 1. 채권자 회사에 입사하여 2015. 1. 1.부터 강섬유사업본부 본부장으로 근무하였으며, 2018. 1. 1. 임원(상무)으로 승진하여 번드렉스사업본부장, 해외사업본부장을 맡았고, 2019. 12. 31. 임기종료되었다.

마.

채무자들은 2019. 1. 1. 채권자와의 임원위촉계약시 각 아래와 같이 약정(이하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이라 한다)하였다.

바.

채무자들은 2020. 2. 3. A의 사내이사로 선임되어 채무자 I는 사업운영부문 부문장으로, 채무자 J은 사업운영부문 부부문장으로 근무하고 있고, 사업운영부문 산하에는 생산관리팀, 정비지원팀, 운영지원팀, 선재영업팀이 있다.

2.

신청이유의 요지

채무자들은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에 따라 임원관계 종료 시로부터 3년간 채권자의 경쟁업체인 A에 취업하지 아니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이를 위반하여 A의 임원으로 선임되어 근무하고 있고, 그로 인하여 채권자의 연강선재, 강섬유 관련 기술 및 영업노하우가 A의 사업에 활용되어 채권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가처분을 구한다.

3.

판단

가.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 판단 기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규정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참조). 그리고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는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은 사용자가 주장·증명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21903(본소), 2015다221910(반소)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채무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채무자들의 근로기준법상 지위에 관계없이 채무자들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향유하는 기본권의 주체임은 당연하다. 따라서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의 효력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체결된 전직금지약정의 효력을 판단할 때와 동일한 법리가 적용되고, 다만 채무자들의 지위는 그 구체적인 판단에 있어서 고려될 뿐이다.

나.

보호할 가치 있는 채권자의 이익의 존부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소명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에 비추어 보면, 채권자에게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을 통하여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미약하나마 존재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1)

채권자가 생산하고 있는 연강선재의 화학 성분과 물리적 특성은 이미 채권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고(이는 A도 마찬가지이다), 연강선재에 관한 KS 규격도 화학 성분과 물리적 특성을 기초로 하고 있어 채권자가 생산하고 있는 연강선재의 원재료 및 구성성분, 성분비율 등은 공지된 사실이다.

2)

채권자가 생산하는 연강선재의 종류가 A이 생산하는 것보다 더 다양하기는 하나, 이것이 채권자가 A이 가지지 못한 제조기술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채권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생산하는 연강선재의 종류가 많은 철강재 제조 회사가 더 경쟁력이 높다거나 수익성이 높다고 보기도 부족하다.

3)

원재료 수급처 및 상품 판매처, 설비 및 그 운용, 제품 품질관리나 제품별 단가 등의 정보 등은 동종 업계에서 어느 정도 알려져 있고, 일부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입수하는 데 그다지 많은 비용과 노력을 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4)

다만 철강재 제조 회사는 제조 설비를 도입하는 데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고, 새로운 제조 설비를 도입하지 않는 이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그리고 가격변동이 심하고 원재료 수급이 일정하지 않은 철강재 제조업의 특성상 철강재 시장 및 원재료 시장을 분석하여 이를 기초로 제품생산계획 및 원재료수급계획을 수립하고, 선재 가공품 등 수익성 있는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는 것이 수익성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채무자 I는 채권자의 철강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다년간 철강재 시장 및 원재료 시장을 분석하고 이를 기초로 제품생산계획 및 원재료수급계획을 수립하는 지위에 있었고, 새로운 제품인 초고강도 철근(SD600), 내진용 철근(SD600S), 고인장, 초고인장 강섬유와 관련하여 기술연구단계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채무자 J은 철강재 제조 회사의 새로운 수익사업 중의 하나인 강섬유사업본부 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강섬유 사업 전반을 책임지는 지위에 있었고, 임원회의 및 강섬유 관련 회의에 참석하였으며, 위 고인장, 초고인장 강섬유 관련 기술연구단계에 채무자 I와 함께 참여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채무자들은 채권자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하여 시행하였던 여러 사업의 성과 및 사업전략 내지 사업계획을 잘 알고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정보는 동종 회사로서 채권자와 마찬가지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은 제일제강공업에 시행착오를 줄이고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A이 현재 철근이나 강섬유를 생산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장래에 채권자와 경쟁관계에 놓일 수 있고, 철근이나 강섬유 사업 정보가 A에 전혀 가치가 없다고도 볼 수 없다.

그러나 채무자들이 기술자가 아니고 구체적인 자료를 가지고 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채권자의 사업전략이나 사업계획은 동종 회사에서 획기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향후 시장의 변동에 따라 변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 채무자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보다는 채무자들이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습득한 업무능력이나 거래처와의 신뢰관계가 더 가치 있어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채무자들이 채권자의 사업성과, 사업전략 내지 사업계획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에 의해 보호할 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채무자들의 퇴직 전 지위 및 퇴직 경위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채무자들은 퇴직 전 각 임원으로서 2019. 1. 1. 임기 1년의 임원위촉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2019. 12. 31.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기는 하나, 2019. 11. 12.경 채권자로부터 임기종료통보를 받기 전까지는 2020년에도 임원위촉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채무자 I는 2019. 11. 15. 보직해임 및 직무정지되었는데, 같은 날 후임이 채용되기도 하는 등 채무자들의 퇴직은 채무자들의 의사에 의한 것이 아닌 채권자의 의사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라.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채무자 I의 2019년 연봉은 142,407,000원이었고, 성과창출활동비는 월 250만 원인 사실, 채무자 J의 2019년 연봉은 103,000,000원이었고, 성과창출활동비는 월 100만 원인 사실, 그 외 차량, 출장비 등 경비로 2019년 채무자 I는 145,375,454원을, 채무자 J은 51,032,557원을 사용하였고, 채무자 I는 1억 원 이상의 골프장 선불카드를 사용한 사실, 채무자 I는 퇴직금 417,218,730원을 받았고, 채무자 J은 퇴직금 115,786,740원을 받은 사실이 소명된다. 이에 의하면, 채무자들은 채권자의 임원으로서 직책을 수행하는 데에 상당한 금전적인 보상을 받았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연봉과 퇴직금은 임원으로서 근무한 것에 대한 대가에 해당하고, 성과창출활동비와 경비, 골프장 선불카드는 임원으로서 활동한 경비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직금지에 대한 대가로 볼 수는 없다.

마.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등

위에서 소명된 바와 같이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은 임기 1년인 임원위촉계약에 포함되어 체결되었고, 기간도 특별한 사유 없이 비교적 장기인 3년으로 되어 있다.

바.

소결론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비록 채권자에게 보호할 가치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은 채무자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채권자의 채무자들에 대한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20. 5. 29.

판사 김한성(재판장) 박민 도민호

각주1) 일관제철소(mill, 제선, 제강, 압연의 세 공정을 모두 갖춘 제철소로 국내에는 주식회사 N, B 주식회사가 있다)에서 주문생산판매하고 남은 잉여재인 여재 슬래브, 수입 슬래브, 주문 제작된 정품 슬래브 등이 있다.

각주2) 주로 주조를 통해 제조된 판이나 봉 모양의 원재료를 상온 또는 고온으로 가열한 후 회전하는 롤 사이로 통과시켜 판재나 형재, 봉재, 관재 등의 다양한 형태로 성형하는 가공 공정이다.

각주3) 연강선재는 탄소함량이 0.22% 이하인 선재로 보통 지름이 5.5~9.0mm의 둥근 강을 말한다. 연강선재는 옷걸이, 못. 철망. 스프링 등과 같은 생활용품에서부터 건축, 토목자재용 소재로 널리 사용된다.

각주4) 이형봉강은 콘크리트와 잘 붙도록 겉면이 오톨오톨한 철근을 말한다. 데크 플레이트를 만들거나, 건축현장에서 주로 사용한다.

각주5) 데크 플레이트는 선재를 가공하여 만든 것으로 건축현장에서 주로 사용한다.

각주6) 강섬유는 선재를 절단하여 가공한 것으로 주로 건축현장에서 콘크리트에 혼합하여 인장강도를 높이기 위하여 사용한다.

각주7) 연강선재는 2019년 기준 총 매출액의 87.33%를 차지하고, 2012년 시험 생산하여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 판매하였다.

각주8) BIC 이형철근은 철근을 코일형으로 생산하여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하기 쉽게 만든 철근으로 주로 교량, 건축, 도로에 사용된다. 2019년 기준 총 매출액의 12.67%를 차지하고, 2014년 시험 생산하여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 판매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