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서울 성북구 C에서 ‘D학원’이라는 상호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보습학원(이하 ‘이 사건 학원’이라 한다)을 운영하여 왔고, 원고는 2018. 7. 23.부터 2021. 5. 3.까지 이 사건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면서 피고로부터 매월 강사료를 지급받아 온 사람이다.
원고와 피고는 2019. 2. 18.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강사(용역)계약서(갑 제2호증, 이하 ‘이 사건 계약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원고는 2021. 5. 3. 피고에게 더 이상 이 사건 학원에서 강의를 하지 않겠다고 통보하였고, 늦어도 2021. 6.경 이 사건 학원에서 직선거리로 약 514m 떨어진 곳에 ‘E’라는 상호로 보습학원을 개설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즉, 이 사건 학원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는데,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①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②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④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⑤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⑥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⑦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⑧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갑 제2 내지 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가 지정한 수업계획표에 따라 정해진 강의실에서 강의를 하고, 기존 및 신규 수강생에 대한 반 배정권한이 피고에게 있었던 사실, 원고가 매 강의의 시작마다 강의계획안을 피고에게 제출하였고, 수강생을 출결상황이나 수업 진행내용 등에 대하여 피고에게 보고한 사실, 이 사건 계약서의 제3조 제3, 4항에는 ‘원고는 교습시간 시간표와 강의 관련 자료를 피고에게 제공하고, 필요한 교육 및 연수를 이수하여야 하며, 이 사건 학원의 운영방침 및 학사 행정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 사실, 원고와 같이 이 사건 학원의 강사로 일하였던 F는 2020. 7.경 이 사건 학원 강의를 그만 두면서 피고로부터 800만 원을 지급받은 사실, 피고가 이 사건 학원 소속 강사들 간 스터디를 권유하거나 강사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정기회의를 진행한 사실, 피고가 원고에게 강사료를 지급하면서 적요 란에 “D○월급여”라고 입력한 사실은 각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3, 4, 5호증의 각 기재를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앞서 인정한 사실만으로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
이 사건 계약서의 제3조 제3, 4항에서 원고에게 요구하는 의무의 내용은, 반드시 근로자와 사용자 간 근로계약관계에서만 상정 가능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소속 강사인 원고의 강의 실적이 이 사건 학원의 매출이나 명성과 연동될 수밖에 없는 이상 이 사건 학원의 운영자인 피고는 계약상대방으로서 독립된 사업자인 강사에게도 그러한 정도의 계약상 의무를 요구할 수 있다고 보인다. 피고가 강사들 간 스터디를 권유하거나 정기회의를 진행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달리 원고와 같은 강사들에게 적용될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율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원고와 피고는 수강생이 납입하는 수강료 수입을 특정 비율로 배분하는 이른바 ‘비율제’ 방식으로 강사료를 정하였는바, 강사는 자신의 능력과 성과에 따라 그 매출에 따른 일정 비율을 수령할 수 있었다. 따라서 강사료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 있는 임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이는 원고 주장과 같이 수강생 인당 매출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수강반의 수업회당 매출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수업횟수라는 것 역시 결국 매출과 연동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결국 수강인원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피고가 위와 같은 방법으로 계산한 강사료가 월 275만 원을 넘지 않는 강사에 대해서도 최소 월 275만 원의 강사료의 지급을 보장하였다. 그러나 이는 피고가 강사의 총원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소속 강사들에게 최저한의 경제적 이익을 보장한 것으로 보일 뿐,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최저 강사료의 보장만으로 소속 강사들이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강사료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 있는 임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가 강의계획표를 미리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는 것이나, 이 사건 학원에서 지정한 강의실에서 강의를 하는 것은, 원고가 이 사건 학원이라는 공간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강의를 제공하는 것을 업무로 하는 이상 불가피한 것이다. 강의실이 한정되어 있고 여러 강사들 간 스케줄을 조정하여야만 하는 까닭이다. 사용자와 종속된 근로자들 사이에서만 볼 수 있는 행동이나 거래 양식이 아니다. 기존 및 신규 수강생에 대한 반배정 업무를 피고가 주도하는 것 역시 같은 취지에서 이해된다.
원고는 자신을 업무를 보조할 인원을 스스로 채용하였고, 피고가 그 채용이나 그 보조인원의 업무에 대하여 관여한 바 없다.
피고는 원고의 강사료 수입에 대하여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고, 오히려 원고에게 지급할 강사료에서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바, 이러한 점은 원고를 독립사업자로 보는 데 부합하는 정황이라고 볼 수 있고, 반면 원고가 이러한 강사료 지급 체계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소속 강사 중에는 정부의 프리랜서 지원금을 신청·수령한 적이 있는 사람도 있는데, 강사들도 스스로를 ‘프리랜서’라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다른 강사인 F의 퇴직 시 임의로 지급한 돈이 퇴직금과 같은 성격의 금원이라고 볼 근거가 없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근로자성을 뒷받침할 다른 정황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가 퇴직한 다른 강사에게 임의로 돈을 지급하였다는 사정만을 가지고 원고와 피고 간 법률관계의 성격을 추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김종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