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법원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11. 10. 선고 2022노703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사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

가.

피고인

1)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피고인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12,000,000원)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5. 11. 23. 피해자 주식회사 B에 입사하여 상무이사로 근무하던 사람으로, 2017. 6. 12. 피해자로부터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으나, 이에 관한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2018. 7. 26. 위 징계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받았다.

피고인은 위 정직 3개월간 임금채권 21,294,455원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피해자의 주식회사 C에 대한 예금채권 등에 대하여 가압류를 신청하여 2018. 11. 14. 채권가압류결정을 받았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8카단43116, 이하 ‘이 사건 가압류’라 한다), 이에 피해자는 2018. 11. 23. 이 사건 가압류의 청구금액 21,294,455원을 해방 공탁하였다.

피고인은 2018. 11. 29. 피해자를 상대로 임금지급가처분을 신청하였다가 2019. 2. 11. 기각결정을 받았는데, 피해자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의 소(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소3262692) 계속 중이던 2019. 5. 1. 위 임금지급가처분 사건에 관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상환하여야 할 소송비용액이 1,114,880원임을 확정한다는 결정(서울중앙지방법원 2019카확191)이 확정되자, 같은 날 피해자 대표이사 D에게 ‘본인 부담이 확정된 소송비용은 3개월 치 급여에서 상계처리 후 차감 지급 부탁드린다’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다.

위 임금청구사건에서 2019. 6. 14.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17,874,99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된 후, 피해자 대표이사 D은 2019. 7. 1. 피고인에게 ‘판결금에서 소송비용 1,114,880원을 제외한 금액을 지급하려고 하니 7. 5.까지 이 사건 가압류를 취하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으나, 피고인은 2019. 7. 2. 이 사건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압류추심명령을 신청하였다.

피해자는 2019. 7. 22. 피고인에게 ‘판결금에서 소득세 8%, 주민세 0.8%, 소송비용 1,114,880원 제외한 금액을 송금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2019. 7. 31. 피고인의 C 계좌로 17,161,562원을 송금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임금청구사건 판결에서 정한 금액을 모두 변제받아 압류추심명령 신청사건의 원인채권이 소멸했음에도, 2019. 8. 1.자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기초로 2019. 8. 5. 서울중앙지방법원 공탁관에게 피해자가 해방 공탁한 금액 중 19,776,584원의 출급을 청구하는 내용의 공탁금출급청구서를 작성, 제출하여 피고인의 C 계좌로 19,776,584원을 송금 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법원을 기망하여 피해자가 가압류해방을 위해 공탁한 19,776,584원을 교부 받아 편취하였다.

3.

판단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사기죄의 주관적 요소인 범의를 인정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665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아래의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출급 공탁금 상당액을 편취할 의사가 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①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는 2019. 7. 1. 피고인에게 ‘2019. 7. 5.까지 채권가압류를 취하하고, 그 취하가 확인되는 즉시 판결금에서 소송비용을 제외한 금원을 지급하겠다’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다(증거기록 64쪽). 그러나 피고인은 2019. 7. 2. 청구채권 21,294,455원 중 일부인 19,776,584원(= 판결원금 17,874,990원 + 2019. 7. 2.까지 이자 1,868,794원 + 신청비용 32,800원)에 관하여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이 청구채권을 변제받기 이전에 가압류신청 취하 요청에 응할 의무는 없다고 보이고, 피고인은 위 추심명령 신청을 자신의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생각하였다{피고인은 위 문자메시지 내용만으로 청구채권 지급에 관한 피해자의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여 위 추심명령을 신청하였고, 이미 추심명령을 신청한 이상 그 법적 절차에 따르기로 하였다‘라고 주장한다(공판기록 541쪽 참조)}.

②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는 2019. 7. 31. 피고인의 계좌에 17,161,562원(= 841,312원 + 16,320,250원)을 송금하였다(증거기록 65, 66쪽). 그러나 D의 경찰 진술에 의하더라도, 2019. 10. 8. 문자메시지와 내용증명으로 송금사실을 알렸다는 것일 뿐(증거기록 67, 69, 79쪽), 피고인이 공탁금 출급신청 이전에 피해자의 송금사실을 알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

③

피고인은 2018. 10. 15.경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부당해고 기간의 지급 금품은 근로기준법상 임금이 아니라 민법상 손해배상금의 성격이다’라는 사건처리결과 회신을 받았는바(피고인 당심 제출 증 제8호증), 피고인으로서는 판결금에서 소득세 등을 공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할 수 있고(2023. 9. 20. 자 소명서 참조), 또 비록 피고인이 임금청구 사건의 판결 선고 이전에 가처분사건의 소용비용 공제 의사를 표시한 적이 있으나(증거기록 62쪽), 임금청구 사건의 판결이 선고된 이상 판결금 전액을 받아야 하고, 가처분사건의 소송비용은 판결금 전액 지급 이후에 정산되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피고인의 2022. 8. 24. 자 의견서 및 2023. 9. 20. 자 소명서 참조). 따라서 설령 피고인이 공탁금 출급신청 이전에 송금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 송금액수가 부당하여 수긍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을 수도 있고, 일반국민으로서 소박한 법률지식을 가진 피고인의 그러한 판단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도 없다.

④

추심명령은 제3채무자에게 송달하여야 하고(민사집행법 제229조 제4항, 제227조 제2항), 제3채무자에게 송달함으로써 효력이 생긴다(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다38658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채권이 이미 변제 등으로 소멸한 경우에는 그 후에 그 채권에 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송달되더라도 그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은 존재하지 않은 채권에 대한 것으로서 무효이다(대법원 2003. 10. 24. 선고 2003다3742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위 ③항에서 본 바와 피고인이 위 송금에 대하여 채권의 변제로서 효력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 이상, 피고인이 공탁금 출급신청 당시 그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무효라는 법률적 효과까지 알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⑤

피해자는 2019. 9. 2. ‘사정변경에 의한 가압류취소’ 신청을 하여 2019. 10. 25.자 가압류취소결정을 받았고, 2019. 10. 8. 피고인에게 공탁금 상당액을 반환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으며, 피고인은 가압류취소결정을 2019. 10. 31. 송달받고 2019. 11. 11. 공탁금 상당액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였는바, 이와 같이 피해자가 피고인의 공탁금 출급 이후 비로소 가압류취소신청을 하였고, 피고인이 가압류취소결정을 송달받은 후 10여일 만에 출급 공탁금 전액을 반환하였다는 점은 피고인의 편취의 고의를 부정할 만한 또 다른 사정에 해당하다.

4.

결론

피고인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음을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사실오인의 항소는 이유 있는바,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상 검사의 항소는 따로 기각하지 아니한다).

공소사실은 위 제2항 기재와 같은바, 위 제3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강영훈(재판장) 시용재 권지은

각주1) 841,312원은 판결원금에 대한 2017. 10. 5.부터 2019. 7. 31.까지의 연 6%의 지연이자 1,956,192원에서 가처분사건의 소송비용 1,114,880원을 공제한 나머지이고. 16,320,250원은 판결원금에서 소득세 등을 공제한 나머지이다(증거기록 63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