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는 C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고, 원고는 1988. 8. 1.부터 현재까지 피고가 운영하는 C대학교에서 기술기능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다.
피고는 대학교 일반 직원의 직종을 일반직·기술직(이하 통틀어 칭할 때는 '일반직'이라 한다), 기술기능직·일반기능직·행정기능직(이하 통틀어 칭할 때는 '기능직'이라 한다), 고용원으로 분류하여 직종 및 직급별 정원제한을 두다가 2023. 12. 18. 별지의 기재와 같이 피고 학교법인의 정관을 개정하여(이하 '이 사건 정관개정'이라 한다) 직종 중 고용원을 폐지하고 일반직, 기능직의 직종 및 직급별 정원 제한을 폐지하였다.
이 사건 정관개정에 따라 피고는 2024. 2. 22. C대학교 직원 중 실질적으로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행정기능직 6인과 고용인 13인(이하 '이 사건 직원들'이라 한다)에 대해서 일반직 8급으로 전환하는 인사발령(이하 '이 사건 인사발령'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정관개정에 따라 일반직으로 전환된 이 사건 직원들과 달리, 동일한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원고에 대해서는 일반직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① 이 사건 직원들에 비하여 원고가 관리자 지위를 취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 및 ② 이 사건 인사발령 전에는 무급에 해당하는 이 사건 직원들보다 원고가 6급으로 상위 직급이었으나 이 사건 인사발령 이후 이 사건 직원들에 비하여 원고의 직급이 낮아져 원고가 업무에 임함에 있어 사기가 저하되고 심리적 박탈감이 크므로, 이 사건 정관개정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원고의 직위가 강등되는 효과'가 발생하였다.
이는 이 사건 직원들에 비하여 원고에게 합리적인 사유 없이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헌법 제11조 평등원칙, 제32조 제3항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였으므로 이 사건 정관개정은 무효에 해당한다.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의 본안전 항변의 요지
이 사건 정관개정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는 확인의 이익을 결여하였으므로 부적법하다.
관련 법리
확인의 소에는 권리보호요건으로서 확인의 이익이 있어야 하고 확인의 이익은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에 인정된다. 확인의 소는 반드시 원·피고 간의 법률관계에 한하지 않고 원·피고의 일방과 제3자 또는 제3자 상호 간의 법률관계도 대상이 될 수 있으나, 법률관계와 관련하여 원고의 권리 또는 법적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이나 불안이 야기되어 이를 제거하기 위하여 법률관계를 확인의 대상으로 삼아 원·피고 간의 확인판결에 의하여 즉시 확정할 필요가 있고, 또한 그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어야 확인의 이익이 있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4다208255 판결 참조).
판단
이 사건 정관개정으로 이 사건 직원들에 대하여 직종 전환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곧바로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불안이나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원고가 주장하는 '업무에 있어서 사기의 저하 및 심리적 박탈감'은 원고의 감정 내지 심리적 사항과 관련된 것으로 이를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설령 원고가 주장하는 '관리자 지위 취득 가능성 저하'를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로 보더라도, 이 사건 정관개정으로 원고 자신의 관리자 지위 취득가능성이 이 사건 정관개정 전과 비교하여 어느 수준으로 감소했는지에 대해 증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가 주장하는 '실질적으로 원고의 직위가 강등되는 효과'가 발생한 것은 이 사건 정관개정에 의해 직접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인사발령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원고에 대해서는 직종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이 사건 직원들에 대해서만 그 직종이 일반직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인사발령에 대해서 무효를 구함은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 정관개정 자체의 무효를 구하는 것을 원고의 법적 지위의 불안·위험을 제거하기 위하여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있다.
본안에 관한 가정적 판단
설령 이와 달리 원고의 이 사건 청구에 대하여 확인이 이익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정관개정이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정관개정이 대학의 자율성의 한계를 일탈하여 원고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였는지 여부
관련 법리
헌법상 기본권은 제1차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영역을 공권력의 침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권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헌법의 기본적인 결단인 객관적인 가치질서를 구체화한 것으로서, 사법을 포함한 모든 법 영역에 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사인 간의 사적인 법률관계도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에 적합하게 규율되어야 한다. 다만 기본권 규정은 그 성질상 사법관계에 직접 적용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관련 법규범 또는 사법상의 일반원칙을 규정한 민법 제2조, 제103조 등의 내용을 형성하고 그 해석기준이 되어 간접적으로 사법관계에 효력을 미치게 된다(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판단
이 사건에서 원고는 자신의 근로의 권리와 사립학교 법인인 피고의 대학의 자유가 충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헌법 제31조 제4항은 '대학의 자율성'을 명문화하면서 교육의 자주성 및 전문성 보장, '대학의 자치'에 대한 헌법적 보호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정관개정이 무효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개정 내용이 사립학교법이나 근로기준법 등 근로자의 권리관계를 규율하고 있는 강행규정이나 헌법에 위배되어 헌법이 사립학교 법인인 피고에게 부여한 대학의 자율성을 심히 일탈한 정도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정관개정은 피고 소속 일반 직원 중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의 행정기능직과 고용원에 대한 근로조건 개선 차원에서 이루어진 점 등을 고려할 때 그 개정의 목적이 정당하고, 인력 구조를 피고 학교법인의 예산 및 자원 운용 범위에서 조정한 것으로 그 방법 및 정도 또한 상당해 보이므로 헌법 제31조 제4항에서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의 주장처럼 피고가 행정기능직과 고용원에게 일률적인 일반직 전환 외에 다른 개선 대안을 검토하지 않았다거나 행정직의 업무를 일부 수행한 다른 직종에 대해서는 별도의 직종 전환 조치를 하지 않았다거나 제도 개선의 진행 상황을 원고를 포함한 직원들에게 공유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정관개정에 사립학교법이나 근로기준법 등의 강행법규에 위반되는 절차적 · 실제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정관개정이 피고에게 헌법상 부여된 대학의 자율성을 일탈하여 이루어진 것이라 인정할 수 없고, 헌법 제32조 제3항에서 보장하는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여 근로자인 원고에게 불리한 변경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평등의 원칙 위배 여부
관련 법리
평등권은 당해 공권력의 행사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고 있는 경우에 침해가 발생하는 것이지, 본질적으로 같지 않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경우에는 차별 자체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헌법재판소 2006. 1. 17. 선고 2005헌마1214 결정 참고).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인사발령에 따라 일반직 8급으로 전환된 이 사건 직원들 가운데 6인은 행정기능직, 13인은 고용원의 지위에서 이 사건 인사발령 전까지 피고가 운영하는 대학교에서 근무하였고, 원고는 기술기능직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비록 원고가 기술기능직 직원으로 근무하며 행정직 업무를 일부 수행하여 이 사건 직원들과 그 업무의 내용에 있어 다소 일치하는 부분이 존재하더라도 이 사건 직원들과 원고는 고용 형태 및 주된 업무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본질적으로 같은 집단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와 이 사건 직원들에 대하여 다르게 취급하였더라도 이를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정관개정이 원고의 평등권을 침해하여 무효라는 주장 또한 이유 없다.
결론
이 사건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여 각하한다.
판사 신명희(재판장) 김윤서 이승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