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6. 5. 선고 2015노121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원심판결

중 배상명령 부분을 취소하고, 배상신청인의 배상신청을 각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사기죄 관련

피고인이 피해자 C(이하 '피해자'라고 한다)에게 "원심 판시 화성시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의 그린벨트 해제 후 산업단지 조성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이 성사되면 성공보수금으로 10억 원을 받는다"라는 말을 한 사실은 있으나, 이미 피해자 명의로 3억 원을 대출받은 이후에 위와 같은 말을 한 것에 불과하므로 피해자의 처분행위와 인과관계가 없고, 실제로 피고인은 이 사건 사업에 직접 관여하고 있었으므로 거짓말이 아니다.

사기죄에서 편취 여부를 구별하기 위한 변제능력은, 단순히 공식적이고도 형식적인 보유재산의 명의 여부 또는 채무 명의 여부만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도 실질적인 변제능력 여부까지 판단하여야 한다. 피고인은 피해자 명의로 3억 원을 대출받을 당시 피해자에게 담보로 최소한 10억 원을 초과하는 원심 판시 H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의 운영권을 제공하였으므로 변제능력과 변제의사가 있었다.

2)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 관련

피해자는 이 사건 병원의 명의가 자신으로 되어 있는 점을 악용하여, 2012. 4. 23. 이후로 이 사건 병원의 모든 금융계좌를 동결하고 임의로 출근하지 아니하였고, 나아가 2012. 7. 말경에는 이 사건 병원을 폐쇄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이 사건 병원 운영에 관한 최종적 의사결정권을 피해자로부터 박탈당하였으므로, 2012. 4. 23. 이후로 이 사건 병원의 모든 직원들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자는 피해자이지 피고인이 아니다. 설사 피고인이 피해자와 공동 사용자로서의 지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피해자의 이 사건 병원 찬탈행위로 인하여 피고인에게는 직원들에게 임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다.

3)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과 2012. 4. 23. 이후의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도 피고인에 대하여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선고형(징역 2년 6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사기죄에 대한 판단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이 사건 사업을 진행한 사실이 없고, 변제의사 내지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 판시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로부터 3억 원을 교부받아 편취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인은 2009년경부터 신용불량자였고 이 사건 차용일인 2011. 12월경 이미 1억 5,000만 원의 금융기관채무가 있었으며 피해자로부터 차용한 3억 원을 변제할 만한 별다른 재산이 없었다.

②

피고인이 제출한 AN 작성의 확인서만 가지고는 이 사건 병원 운영권의 객관적인 가치가 최소한 10억 원을 넘는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실제로는 당시 피고인은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면서 병원 건물의 월 차임, 직원들 급여, 거래처 거래대금, 각종 공과금 등 많은 금액의 채무를 제 때에 변제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병원 운영도 적자 상태였으므로 위 병원 운영권의 담보가치가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

③

피고인 스스로도 피해자에게 이 사건 토지와 관련하여 성공보수를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위와 같은 말을 피해자 명의로 3억 원을 대출받아 피고인에게 교부하기 전에 들었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은 그 이후에 말하였다고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는데, 이는 당연히 차용금의 변제와 관련하여 나올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고 이미 자신의 명의로 다액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3억 원이라는 거액의 채무를 추가로 부담하면서 피고인에게 그 회수 가능성을 확인받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 것이므로 피해자의 위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에게 교부한 차용증에 이 사건 토지 관련 성공보수금 등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나, 위 차용증은 피고인이 작성한 것이며, 차용금에 대한 장래 변제 자금 내지 변제 계획 등이 차용증에 통상적으로 기재되는 사항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④

피고인이 제출한 이메일자료에는 피고인의 이 사건 사업에서의 역할, 피고인의 성공보수금 등에 대하여 아무런 내용이 없어, 이를 가지고 피고인이 실제로 이 사건 사업에 관여하여 성공보수금을 받기로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2)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에 대한 판단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사용자로서 근로자들에게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한 내에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2012. 4. 23. 이후 실질적인 사용자가 피고인이 아닌 피해자라고 볼 수 없으며,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에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이 사건 병원은 이른바 사무장병원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병원을 개설하면서 피해자와 2010. 5. 1. 작성한 약정서에는 '병원의 모든 운영권은 피고인이 가지고, 피해자는 병원개설자의 역할과 진료 외에 어떠한 책임도 없다. 병원운영상 발생하는 채권, 채무, 제세공과금, 급여(직원임금, 퇴직금) 등에 있어 모든 책임은 피고인에게 있고, 피해자는 일체의 법적 책임도 없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바, 피고인은 이 사건 병원의 근로자들을 실질적으로 고용하고, 노무관리상의 구체적 권한을 가진 사용자로서 임금, 퇴직금 등의 지급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②

피해자가 2012. 4. 23. 이후 자신 명의로 되어 있는 계좌의 인터넷 공인인증서와 비밀번호를 변경하여 피고인이 임의로 금원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3억 원을 편취한 후 변제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그 전부터 이미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등이 연체되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피고인에게는 지급기일 내에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

③

피해자는 위와 같이 공인인증서와 비밀변호를 변경한 3, 4일 후부터는 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계좌의 자금 집행을 허용하였고 직원 L은 피해자 및 피고인과 상의 하에 자금을 집행하였다. 또한 피해자는 병원을 폐업하기 직전까지 피고인과 이 사건 병원의 정상화방안에 관하여 지속적으로 협의하기도 하였다.

④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도저히 지급기일 안에 임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는 등의 피할 수 없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 제36조 위반범죄의 책임조각사유가 될 수 있으나(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도3666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은 피해자가 이 사건 병원의 경영권을 찬탈하여 직원들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고 변명할 뿐 직원들에 대한 자신의 임금 및 퇴직금 지급채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구체적으로 노력을 다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 없는 점, 근로자들이 압류 등의 방법으로 체불 임금 및 퇴직금 일부를 회수한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피고인은 소위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다수의 근로자들에게 임금 및 퇴직금 합계 5억 원 상당을 체불하여 그 죄질이 불량한 점, 사기 피해자에 대한 편취금액이 크고, 피해회복이 되지 않은 점 등의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 있고, 당심에서 특별히 참작할 만한 사정변경이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이 사건 범행의 경위와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요소를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선고형은 적정하다. 피고인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3.

배상명령신청에 관한 판단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제1항에 의한 배상명령은 피고인의 범죄행위로 피해자가 입은 직접적인 재산상 손해에 대하여 그 피해금액이 특정되고, 피고인의 배상책임 범위가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피고인에게 그 배상을 명함으로써 간편하고 신속하게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도모하고자 하는 제도이다(대법원 1985. 11. 12. 선고 85도1765 판결 참조).

살피건대 배상신청인은 피고인을 상대로 편취금 3억 원의 지급을 구하는 배상신청을 하고 있으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배상책임의 유무는 물론,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다른 채권·채무의 존재 등과 관련하여 그 범위를 다투고 있어 피고인이 배상해야 할 책임이 명백하지 아니하여 형사절차에서 배상명령을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인정된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고, 원심판결 중 배상명령 부분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3조 제4항, 제32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이를 취소하고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평균(재판장) 장원지 오승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