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신용정보업 허가를 받아 신용조사업, 채권추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채권추심에 관한 업무위임계약을 체결하고, 2010. 12. 15.부터 2015. 5. 31.까지 피고가 채권자들로부터 수임한 일반채권 및 특수채권의 추심 관련 업무를 담당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3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
원고는 비록 위임계약의 형식으로 피고 회사에 입사하였으나, 업무수행에 있어 피고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등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의 근태를 관리하거나 채권추심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지 아니하였고, 단지 원고가 위임사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근무장소와 비품 등을 제공하여 주었을 뿐이다. 원고는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없이 채권추심 실적에 비례한 수수료를 지급받았는데, 그 액수의 편차가 크고 근로제공의 양과 질에 따라 결정되지도 아니하여 임금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로서는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설령 원고가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원고는 업무의 편의성과 높은 수수료율 때문에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근로소득세보다 낮은 세율의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여 왔고, 피고도 원고를 비롯한 채권추심원들이 근로자가 아님을 전제로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수수료율을 책정하였는바, 여기에 피고가 현재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채권추심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경우 피고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되는 사정을 더하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판단
원고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에 갑 제29 내지 61, 70 내지 72호증, 을 제18 내지 20호증(가지 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영상을 종합하면 아래의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는 원고에게 사무실 및 개인별 책상, 컴퓨터, 유선전화와 같은 사무용가구와 비품을 제공하였고, 피고의 전산망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부여하였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배분받은 솔로몬저축은행의 채권에 관한 추심업무를 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사무실로 출근한 후 부여받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통해 피고 내지 솔로몬저축은행의 전산망에 접속하여 담당 채무자에 관한 신용정보를 조회하고, 피고 명의로 발급된 신용정보업종사원증을 지참하고 채무자를 만나 변제를 독촉하여 변제금을 수령하거나 이와 관련한 재산조사, 소재파악 등 실태조사업무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외근하게 되는 경우에는 방문지, 활동내역 등을 피고에게 보고하였다.
피고는 각종 지급명령, 배당금 수령, 법적 조치 등을 추심원 담당자별로 진행하게 하고 이를 관리평가하였고, 해당 팀장 또는 부문장을 통해 법적 대응방법, 전화대응방법, 민원방지방법 등 채권추심활동에 필요한 전반적인 내용을 교육하였으며, 채무감면, 분납, 조정 기준도 수립하여 원고를 비롯한 채권추심원들에게 이를 고지하고, 수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안내받은 바에 따라 불법 채권추심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관련 법률의 내용을 전달하였다.
피고는 정기적으로 원고에게 추심할 채권을 배분하였고, 원고로 하여금 매월초 채권회수 목표치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보고하는 외에 매일 채권추심업무 수행 상황을 피고의 전산시스템에 입력하게 하였다. 피고는 원고의 목표달성률을 수시로 점검하면서 매월 원고의 채권추심실적을 평가하여 그 결과를 공지하였고, 원고의 채권추심실적에 따라 수수료 지급율에 차등을 두었으며, 채권추심실적이 저조한 채권추심원에게 경고를 하거나 채권을 적게 배분하거나 위임계약을 해지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업무위임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고와 계약기간을 6개월로 약정하였으나 재계약의 형식을 통하여 동일한 내용으로 계속 갱신되었다.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업무위임계약에 따른 원고와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는 원고가 피고로부터 의뢰받은 채권추심업무를 피고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않고 오로지 원고의 재량에 따라 처리하고 이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받는 전형적인 위임계약관계라기보다 원고가 채권변경권한을 가지는 피고로부터 의뢰받은 채권추심업무를 피고가 지시한 방식과 준수사항을 이행하여 처리한 후 이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받고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징계해고 또는 정리해고에 상응하는 계약해지권을 가지는 근로계약관계에 더 가깝고, 실제로 원고는 피고에게 전속된 채권추심원으로서 피고의 사무실로 출근하여 별도의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피고 소유의 비품 기타 신용정보를 이용하여 피고로부터 일방적으로 배정받은 채권에 관한 추심업무 및 이와 관련된 실태조사업무를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업무의 특성상 외근을 자주 하고 채권추심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재량을 부여받았을지라도 근무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피고의 채권추심교육을 받는 등 전체적인 업무수행에 관하여 상당한 정도로 피고의 지휘, 감독을 받았으므로,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 ① 원고가 피고의 채권추심원으로 근무한 기간 동안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고 피고를 사업자로 한 국민연금보험, 국민건강보험,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았던 사실, ② 원고의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지 아니한 사실, ③ 피고에게 대량의 채권추심을 위임한 솔로몬저축은행은 원고로 하여금 직접 채권자의 내부 전산망에 접속하여 위임채권의 관리와 관련된 사항을 입력하도록 한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증거에 을 제25, 26호증의 각 기재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으나,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근로소득세의 납부 여부, 사회보장제도의 가입 여부, 개개의 근로자 규율방식 등을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큰 점과 원고가 채권자의 내부전산망에 직접 접속하여 위임채권 관리와 관련된 사항을 입력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업무수행의 한 방법일 뿐이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전체적인 업무수행에 있어서 직접 피고로부터 상당한 정도의 지휘·감독을 받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라는 위 판단을 뒤집기에 부족하다.
퇴직금 청구에 관한 판단
퇴직금 청구권의 발생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서 1년 이상 계속하여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다가 퇴직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의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퇴직금의 액수
나아가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퇴직금의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2015. 5. 31. 퇴직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의 퇴직금이 9,383,757원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9,383,757원 및 이에 대하여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2015. 6. 15.부터 근로기준법 제37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18조 제3호에 따라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를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제1심 판결 선고일인 2016. 7. 13.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신의성실 원칙 위배 주장에 대한 판단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3다18401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원고가 피고의 구체적인 감독과 지휘를 받지 않는 등 스스로 업무의 편의성을 위하여 또는 높은 수수료를 지급받기 위하여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오히려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임계약의 내용은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하였을 여지가 크다), 비록 피고가 위와 같은 신의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정당하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피고의 신의에 반하여 원고가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른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인규(재판장) 노현미 추성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