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본안판결 확정 시까지,
채무자가 2018. 1. 18. 제정한 별지 기재 C 정상화위원회 운영규정 중 제3조 제2항 및 제4항, 제5조 제1항 라.호, 제6조 제2 내지 4항의 각 효력을 정지하고,
채무자는 그 소속 C 정상화위원회가 위 C 정상화위원회 운영규정 중 제3조 제2항 및 제4항, 제5조 제1항 라.호, 제6조 제2 내지 4항에 근거한 활동을 하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
소송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의 사실이 인정된다.
채무자는 방송사업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채권자 A는 사회부장 및 보도본부 부국장을, 채권자 B은 보도국 취재센터장과 보도본부장을 각각 역임한 채무자 소속 근로자이다.
채무자는 2018. 1. 18. 채무자 내부에서 2008. 2.경부터 2017. 11.경 사이 일어난 방송 독립성 침해 등 사안을 조사하고 재발을 막기 위하여 C 정상화위원회(이하 ‘정상화위원회’라고만 한다)를 설치하고 정상화위원회의 운영에 관한 세부사항을 정한다는 목적하에 별지 기재 C 정상화위원회 운영규정(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을 제정하였다. 구체적 내용은 별지 기재와 같은바, 채권자들이 효력의 정지를 구하는 ① 제3조 제2항은 피조사인에게 정상화위원회의 출석․답변․자료제출 요구에 응할 의무를 부여하고, 같은 조 제4항은 자료를 요구받은 피조사인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하고 요구를 거절하는 경우 그 이유를 소명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② 제5조 제1항 라.호, 제6조 제2 내지 4항은 정상화위원회가 관련자 및 조사과정에서 허위진술을 한 자에 대하여 채무자 인사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이하 채권자들이 효력의 정지를 구하는 위 각 규정을 ‘이 사건 규정 부분’이라 한다).
한편 채무자 내부에는 3개의 노조가 설립되어 있는데, D노동조합 E본부(‘이하 제1 노조’라 한다), F노동조합(‘이하 제2 노조’라 한다), G 노동조합(‘이하 제3 노조’라 한다)이 그에 해당하고. 2018. 1.경 기준 노조별 가입 조합원 수 및 총근로자 수 대비 조합원 비율은 다음과 같은바, 제1 노조 소속 조합원 수는 총근로자의 과반수에 해당한다. 채권자들은 제3 노조 소속이다.
판단
이 사건 규정의 내용(별지 기재 참조)을 살펴보면, 이 사건 규정은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에 관한 것으로 채무자 소속 근로자에게 집단적,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준칙이라 봄이 타당하므로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먼저 이 사건 규정제정이 기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따른 동의가 요구되는지 살펴본다. 나.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가 의미하는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이란 종전 취업규칙에 비하여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저하하거나 복무규율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변경에는 불이익을 주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를 기초로 살피건대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채무자의 기존 취업규칙과 비교하였을 때 이 사건 규정으로 창설된 기구인 정상화위원회가 소속 근로자를 조사할 수 있고, 그 판단에 따라 근로자에 대한 징계를 요청할 수 있는 점, ② 근로자는 정상화위원회의 출석․답변․자료제출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고, 자료제출요구를 거절할 경우 그 이유를 소명해야 하는 점, ③ 징계 여부는 채무자의 재량사항이라 할 것이나 정상화위원회의 징계요청이 있었던 경우 상당 부분 징계처분으로 나아간 것으로 보이고(정상화위원회의 요청에 따른 징계심의는 정상화위원회의 조사결과에 기초하여 이루어질 것이다), 징계요청이 있었단 사실만으로도 근로자는 징계를 받을 수 있는 불안정한 지위에 처하게 되는 점, ④ 정상화위원회 조사 및 징계요청 결과 징계를 받게 된 근로자의 수가 적어 보이지도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규정 부분은 징계절차와 관련하여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및 복무규율에 관한 기득권․기득이익을 박탈하고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저하하거나 복무규율을 강화하는 내용이라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이 사건 규정 제정에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따른 동의가 있었는지 살핀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따를 때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이하 ‘과반수 노조’라 한다)이 동의의 주체가 된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동의는 법령이나 단체협약 또는 노동조합의 규약 등에 의하여 조합장의 대표권이 제한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장이 노동조합을 대표하여 하면 된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9702 판결 참조).
기록상 근로자 과반수가 가입한 제1 노조의 조합장이 이 사건 규정 제정에 동의하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규정 부분의 효력이 채권자들과 같은 제3 노조 소속 근로자들에게 미친다고 볼 수 있는 유효한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따른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제1 노조의 동의 관련하여
제1 노조 조합장의 대표권 범위를 판단할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제출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제1 노조 조합장이 단독으로 이 사건 규정 제정에 동의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아니하다. 나아가 채무자가 이 사건 규정을 제정하면서 제1 노조와 사전에 협의하였으며, 제1 노조 내부에서 공식적인 의견수렴 절차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증거도 부족하다. 이상을 종합하면 이 사건 규정 제정에 과반수 노조의 유효한 동의 자체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도 의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제2, 3 노조와 관련하여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집단적 근로조건 대등 결정의 원칙, 근로자 보호의 정신, 기득권․기득이익 보호의 원칙에 기초한 것이다. 따라서 취업규칙 변경이 실질적으로는 과반수 노조 소속 근로자들에게는 별다른 불이익을 가하지 아니하면서, 소수 노조 소속 근로자들에게만 불이익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면 소수 노조 소속 근로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이 경우 오로지 과반수 노조의 형식적인 동의만으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을 유효하다고 보는 것은 취업규칙의 획일적․통일적 적용의 필요성만을 강조한 것으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얻도록 한 취지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기 위하여 제정된 근로기준법의 목적에 반한다. 그렇다면 과반수 노조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동의권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동의권을 행사함에는 소수 노조 또는 그 조합원 간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여서는 아니 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소수 노조에 절차에 참여할 권리가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 돌아와 보건대, 이 사건 규정에 의하면 정상화위원회의 조사 대상기간은 2008. 2.경부터 2017. 11.경까지로 한정되는데 위 기간은 주로 제2, 3 노조 소속 근로자들이 소위 요직에 있었거나 제1 노조 소속 근로자들이 파업 등으로 종전 채무자 경영진과 마찰이 있었던 기간에 해당하는 점(현재는 제1 노조 소속 근로자 출신들이 채무자의 경영진에 있다), 정상화위원회는 채무자를 대표하는 2인과 제1 노조가 추천한 2인으로 구성되어 제2, 3 노조 소속 근로자의 참여가 완전히 배제되어 있는 점, 정상화위원회의 조사 및 징계요청이 제2, 3 노조 소속 근로자들을 상대로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규정의 제정으로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는 당사자는 제2, 3 노조 소속 근로자들로 봄이 타당하다. 채무자도 이 부분에 대하여는 적극적으로 다투지 않고 있다.
그런데 채무자는 이 사건 규정을 제정함에 이 사건 제2, 3 노조의 의견을 구하거나, 제2, 3 노조와 사이에 이 사건 규정의 제정 취지, 그 내용, 운영 방향 등에 관하여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아니하였다. 제1 노조 역시 이 사건 규정에 대한 동의에 관하여 제2, 3 노조의 의견을 구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 사건 규정 제정에 제2, 3 노조의 절차참여권이 전혀 보장되지 아니하였는데도 오로지 제1 노조의 동의만으로 이 사건 규정이 제2, 3 노조 소속 근로자에게 효력이 미친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
채무자와 제3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 관련하여
채무자와 제3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 제22조에 따르면 징계절차, 징계종류 등에 대해서는 사규에 따르게 되어 있다. 문언상 여기서 말하는 ‘사규’에 취업규칙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위 단체협약 체결 당시에 이 사건 규정은 존재하지 아니하였으므로, 단체협약 체결 이후 제3 노조의 의견수렴 없이 제1 노조의 일방적 동의로 제정된 이 사건 규정이 위 사규에 해당하여 제3 노조 소속 근로자에게 적용된다고 보게 된다면, 제1 노조가 제3 노조의 단체협약 내용을 결정하게 되는 불합리한 측면도 있다.
한편 이 사건 규정 부분 제정에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는 별다른 사정이 없는 이상, 채권자들에게 이 사건 규정 부분의 효력 정지 및 이에 기초한 정상화위원회의 활동 정지를 구할 피보전권리가 있음이 소명된다. 나아가 기록상 채권자 A는 정상화위원회로부터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고, 정상화위원회는 채권자 A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하는 결정을 한 점(회부한다는 의미가 명확하지는 아니하나 추측건대 징계요청결의로 보인다), 채권자 B은 정상화위원회로부터 출석요구를 받기도 한 점, 채무자는 2019. 1. 17. 만료예정이었던 정상화위원회의 활동기한을 6개월 연장한 점 등을 고려하면, 주문 기재와 같은 가처분을 명할 보전의 필요성 역시 소명된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9. 1. 28.
판사 김정운(재판장) 김재남 강동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