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0. 11. 19. 선고 2019가합35087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원고 B 노동조합(이하 '원고 노동조합'이라 한다)은 R시장에서 하역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가입한 노동조합으로서, 근로자공급사업허가를 받아 하역근로자 공급사업을R시장에서 영위해왔다. 나머지 원고들은 원고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다.

2)

피고 O 상인회(이하 '피고 상인회'라 한다)는 R시장에서 영업을 하는 상인들이 가입한 단체이고, 피고 N는 피고 상인회의 대표자인 상인회장이다. P노동조합 Q분회(이하 '피고 분회'라 한다)는 원고 노동조합에서 탈퇴한 일부 조합원이 조직한 노동조합이다.

나.

이 사건 단체협약의 체결과 노임 협정표에 관한 합의

1)

원고 노동조합과 피고 상인회는 2017. 6. 13. 원고 노동조합이 R시장에서 하역근로자 공급사업을 행하는 것과 관련하여 단체협약서(갑 제2호증, 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서'라 한다)를 체결하였다.

2)

이 사건 단체협약서 제8조에서는 물품의 하역비 및 제반 작업비를 상호 협의하여 결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원고 노동조합과 피고 상인회는 R시장에서의 과일, 야채의 종류별로 일정 규격 및 중량에 따른 하차비에 관하여 합의한 다음 이를 "과일부 하역 노임 협정표", "야채부 하역 노임 협정표"라는 이름으로 문서화하였다.

3)

원고 노동조합은 위 노임 협정표에 따른 단가를 기준으로 R시장의 상인들에게 원고 노동조합의 조합원인 자를 하역근로자로 공급하였다. 노무에 대한 대가는 노무를 공급한 하역근로자가 아니라 원고 노동조합이 상인들로부터 일괄 수령하였고, 원고 노동조합은 여기서 조합비 등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내부 기준에 따라 노무를 제공한 조합원들에게 지급하였다.

다.

노임 협정표에 대한 분쟁 발생과 피고 분회의 전신인 연합노조의 설립

1)

원고 노동조합은 2018년 상반기에 피고 상인회에게 노임 협정표상 하차비 단가를 올려줄 것을 요청하였다. 원고 노동조합은 2018. 5. 30. 피고 상인회에게 내용증명 우편(갑 제3호증의 1)을 보내어 하차비 인상을 요구하면서, 2018. 5. 29. 임시총회를 열어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파업을 하기로 결의한 사실을 알리면서, 하차비 인상 교섭에 응할 것을 요구하였다.

2)

피고 상인회는 그 무렵 원고 노동조합의 하차비 인상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피고 상인회 소속 상인들에게 더 이상의 합의점을 찾지 않기로 한 사실을 알리면서, 피고 상인회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요청하고 하차와 관련하여 비상대책반을 운영하여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안내문(갑 제5호증)을 보냈다.

3)

S 등 원고 노동조합의 일부 조합원들은 2018. 6.경 별도의 노동조합인 T 연합노조(이하 '연합노조'라 한다)를 설립하여, 근로자공급사업에 관한 허가를 받지 않고 R시장에서 하역 업무를 위한 근로자를 상인들에게 공급하는 근로자공급사업을 영위하였다. 연합노조는 U단체을 상급단체로 하였다가, 2019. 3. 4. 근로자공급사업허가를 받은 노동조합인 P노동조합을 상급단체로 하는 현재의 피고 분회로 조직형태를 변경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 1, 2, 6, 7, 10, 14, 1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원고 노동조합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

1)

청구원인 개요

가)

피고 분회의 전신인 연합노조는 직업안정법에 따른 근로자공급허가를 받지 않고 무허가 근로자공급사업을 영위하였다. 피고 N와 피고 상인회는 원고 노동조합을 제압할 목적으로, 연합노조의 설립을 사주하고, 이후 원고들을 작업에서 배제하는 등 일련의 부당노동행위를 통하여 피고 분회의 무허가 근로자 공급사업에 적극 가담하였다. 이러한 행위는 유효기간 내에 있었거나 기간 만료 후 자동연장된 단체협약, 즉 이 사건 단체협약서를 위반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할 뿐만 아니라(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 제92조 제2호), 원고들의 정당한 조합활동을 제약하는 지배·개입 유형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위와 같은 피고들의 행위는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노동조합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나)

원고 노동조합이 이러한 공동불법행위로 입은 재산상 손해는, ① 2018. 6. 17.부터 2019. 1. 31.까지의 기간 동안 원고 노동조합의 영업이익 손실분 379,375,360원에서, ② 피고 분회의 급여지출 내역 중 공제되어야 할 금액 337,117,930원(피고 분회의 조합원에 대한 전체 지출 급여액 402,736,380원 중 이 사건 불법행위 발생 직전 원고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이 아니었던 피고 분회 조합원 10인에 대한 급여액 65,618,450원을 공제한 금액)을 공제한 42,457,430원이다. 다만 명시적 일부청구로서 24,000,000원만을 청구한다.

2)

판단

가)

피고 분회의 불법행위 책임에 관한 판단

1)

피고 분회가 조직형태를 변경하여 P노동조합을 상급단체로 하는 현재의 분회 형태를 갖추기 전에 직업안정법에 따른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지 않고 근로자공급사업을 영위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2)

개인이나 법인 등이 일정한 법률을 위반한 행위자를 상대로 그러한 위반행위가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위반된 해당 법률 조항이 일반 공중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을 넘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개인이나 법인의 재산상 손실이나 정신적 고통 등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에 해당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0다92438 판결 참조).

3)

직업안정법은 제1조(목적)에서 "이 법은 모든 근로자가 각자의 능력을 계발·발휘할 수 있는 직업에 취업할 기회를 제공하고, 정부와 민간부문이 협력하여 각 산업에서 필요한 노동력이 원활하게 수급되도록 지원함으로써 근로자의 직업안정을 도모하고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근로자공급사업을 허가받은 자의 독점적 이익을 보장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동법 제33조(근로자공급사업)에서,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 없이는 근로자공급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그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자를 국내 근로자공급사업의 경우 노동조합으로 제한하고 있는 취지는 근로자공급사업에서 중간착취를 배제하고 부당한 인신구속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여 당해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4)

이 사건에서 근로자공급사업이 허가받지 않은 연합노조에 의하여 이루어진 경우 원고 노동조합이 입은 손해라는 것은 R시장에서 근로자 공급에 관한 독점적 권리를 침해당한 것인데, 이는 직업안정법이 근로자공급사업을 엄격히 규제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중간착취, 부당한 인신구속 배제 등의 입법목적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직업안정법에 위반한 위법한 근로자공급사업으로 인하여 동법에서 방지하고자 하는 중간착취, 부당한 인신구속 등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자는 기존에 적법한 근로자공급허가를 받은 노동조합 또는 그 노동조합을 통하여 공급된 근로자가 아니라, 허가 없이 근로자공급사업을 행한 자에 의하여 공급된 근로자이다.

5)

따라서 직업안정법에 위반한 근로자공급사업을 행한 피고 분회에 대한 원고 노동조합의 불법행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 N, 피고 상인회의 불법행위 책임에 관한 판단

(1)

피고 분회의 직업안정법 위반에 대한 위 피고들의 가담행위 관련 주장

원고 노동조합은, 피고 분회의 직업안정법을 위반한 근로자공급사업에 피고 N, 피고 상인회가 적극 가담하여 공동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나, 피고 분회의 직업안정법 위반을 이유로 원고 노동조합이 불법행위 책임을 추궁할 수 없으므로, 피고 N, 피고 상인회의 이에 대한 가담을 이유로 한 불법행위 책임도 인정될 수 없다.

원고 노동조합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연합노조 설립을 사주하는 지배개입 형태의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는지

원고 노동조합은 피고 N, 피고 상인회가 원고 노동조합을 제압할 목적으로, 피고 분회의 전신인 연합노조의 설립을 사주하였다고 주장하나, 원고 노동조합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 노동조합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단체협약의 위반이 있었는지

(가)

이 사건 단체협약서가 단체협약에 해당하는지

항만의 하역근로자 공급사업의 경우 하역근로자와 근로자를 공급받는 V협회에 속한 개별 회원사(이하 '회원사'라 한다) 사이에는 근로계약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어 회원사의 사용자성이 개별적 근로관계와 집단적 근로관계 양쪽에 있어 인정되지 않는다(대법원 1980. 12. 9. 선고 79다2147 판결,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5누3565 판결 등 참조). 오히려 근로자공급사업을 영위하는 W노동조합과 하역근로자 사이에 근로관계가 인정되어 W노동조합의 사용자성이 인정된다(대법원 1996. 3. 8. 선고 94누15639 판결, 대법원 1997. 11. 14. 선고 97누8908 판결 등 참조). 다만, 판례는 V협회의 단체교섭능력 또는 단체협약체결능력은 인정하여 사용자 단체로서의 사용자성은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1997. 11. 14. 선고 97누8908 판결, 대법원 1998. 1. 20. 선고 96다5631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 노동조합이나 피고 분회가 R시장의 피고 상인회 소속의 상인들에게 청과 하역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공급하는 행위는, 항구에서 W노동조합이 V협회 소속의 회원사에게 하역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공급하는 행위와 유사하다. 따라서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하역근로자를 공급받는 상인 개인을 하역근로자의 사용자로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피고 상인회는 사용자 단체로서 원고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단체협약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른 단체협약으로서의 성격이 인정된다.

(나)

피고 상인회의 단체협약 위반 여부

①

가격에 관한 단체협약 위반 여부

갑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단체협약서에서는 하역 업무 관련하여 적용할 노임 가격을 정하지 않고 있고, "제8조(임금의 조정) 상회와 노조는 물품의 하역비 및 제반 작업비를 상호 협의하여 결정한다."고만 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단체협약서의 위와 같은 규정에 따라 원고 노동조합과 피고 상인회가 상호 협의하여 가격을 정한 노임 협정표가 단체협약의 일부인지는 논란이 있으나, 노임 협정표를 단체협약의 일부분으로 본다고 하여도, 앞선 증거에 갑 제9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 상인회의 단체협약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첫째, 이 사건 단체협약서에 따라 원고 노동조합과 피고 상인회가 합의한 노임 협정표에 따른 가격협의의 효력이 존속되는 기간은 기본적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서의 유효기간과 같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기존의 노임에 대한 가격 협의의 효력이 유지되는 기간 중에 노임 인상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인상을 요청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하차 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파업 위협으로 이러한 평화 상태를 먼저 깬 것은 원고 노동조합이지 피고 상인회가 아니다(갑 제3, 5, 6호증 참조).

둘째, 피고 N나 피고 상인회가 원고 노동조합을 통한 근로자 공급을 받지 말도록 상인들을 설득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 상인회 회장인 피고 N 명의의 협조문(갑 제6호증)의 내용을 보면, "(구)노조 하시는 분들이 6월달에는 하차비를 안 올려주면 파업을 하겠다하고, 이제 와서는 하역하는 일이 없으니 하차비를 내려 받겠다고 하니, 저희 상인회에서는 절대 용서 할 수 없습니다. 상인회장 직인 없는 노임 협정표 절대 인정할 수 없습니다."라는 내용으로 피고 N나 피고 상인회가 원고 노동조합을 통한 근로자공급을 방해한 것은, 원고 노동조합의 일방적인 노임 인상을 막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피고 상인회가 인상에 응하지 않으면서 원고 노동조합을 통한 근로자공급을 받지 말도록 상인들을 종용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취하자 원고 노동조합 측에서 하차비를 내려받겠다고 태도를 바꾼 이후에도 피고 상인회 측에서 근로자 공급받기를 거부한 것은 일부 달리 평가될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단체협약서가 원고 노동조합에게 독점적 근로공급권을 부여하는 근로자공급계약으로 해석되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노임 협정표에 관한 합의의 효력이 지속되던 평화 상태를 원고 노동조합이 깨자 기존 노임 협정표를 지키기 위한 대응의 방법으로 원고 노동조합을 통한 근로자공급을 받지 말라고 하고, 피고 상인회가 합의하지 않은 노임으로 원고 노동조합이 공급한 근로자를 하역 업무에 쓰지 말라고 상인들을 종용하던 태도가 원고 노동조합이 일부 물러선 모습을 보이자 즉시 철회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단체협약을 위반한 불법행위로 곧바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반대의 논리를 취하면, 기존 단체협약에 따라 합의된 노임 협정표를 단체협약 유효기간 내에 깨트리고 인상을 요구한 원고 노동조합도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 될 수 있다.

셋째, 제9호증(합의서)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노동조합 위원장인 원고 A와 피고 상인회의 회장인 피고 N가 연합노조가 설립된 직후인 2018. 6. 18.경부터는 하역에 대해서 각 상회의 자율에 맡기기로 합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에는 피고 상인회가 상인들을 대표하는 사용자단체로서 원고 노동조합과 체결한 가격에 관한 합의인 기존 노임 협정표는 더 이상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

②

원고 노동조합이 아닌 자로부터 근로자공급을 받는 것이 단체협약 위반인지

원고 노동조합은 원고 노동조합이 아닌 자로부터 근로자공급을 받는 것이 이 사건 단체협약서에 위반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살피건대 먼저, 이 사건 단체협약서 제4조(근로활동의 보장)를 보면 "상회는 노조의 상, 하역 작업 등 근로 활동을 보장하며 노조는 상회 번영과 발전에 기여한다" 정도로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다. 다만 제1조(교섭단체)에서 "상회는 노조를 근로자를 대표하는 유일한 교섭단체로 인정한다."는 조항이 있으나, 현행법상 유일교섭단체 조항은 무효이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두316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단체협약서에서 원고 노동조합이 근로자공급 요청을 하면 피고 상인회 소속 상인이 반드시 응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지도 않는 이상, 이 사건 단체협약서가 원고 노동조합에게 근로자공급에 관한 독점권을 부여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원고 노동조합은 최종적으로 정리한 청구원인에는 빠져 있으나, 이 사건 단체협약서가 원고와 피고 상인회 사이의 근로자공급계약이라는 취지의 주장도 하였다. 그러나 그 형식을 근로자공급계약으로 본다고 하여도, 독점공급권을 원고 노동조합에게 부여하는 내용이 없는 것은 동일하므로, 원고 노동조합에게 독점적인 근로자공급권이 인정되기 힘들다는 결론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원고 노동조합이 근로자공급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근거로 들었던 울산지방법원 2018. 5. 3. 선고 2017가합23505 판결의 경우 X노동조합과 근로자공급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은 사용자단체가 아니라 노무를 직접 수령하는 하나의 운송하역업체였고, 노무공급 횟수 및 화물 중량·용적과 관계없이 X노동조합에게 매달 6천만 원의 정액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던 사안이었다.

반면 이 사건의 경우 개별 상인은 원고 노동조합이 근로자공급계약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던 이 사건 단체협약서의 체결 당사자가 아니었다. 피고 상인회가 그 체결 주체였고, 노임만 피고 상인회와 원고 노동조합이 협의해 정하도록 하였을 뿐 하역근로자 공급을 원고 노동조합으로부터만 받아야 한다던가, 개별 상인이 하역 인력을 개별 채용하는 것이나 하역 업무에 자기 직원이나 관련 인력을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의 조항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단체협약서를 근로자공급계약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 상인회가 원고 노동조합이 R시장에서 근로자공급업무를 수행하는데 협조하고, 그 노임 단가를 원고 노동조합과 상인회가 합의하여 정하면 개별 상인은 그를 준수할 것을 기대하는 정도의 계약에 그친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이 사건 단체협약서는 그 법적 성격을 어떻게 보더라도, 피고 상인회나 그 소속인 개별 상인에게 원고 노동조합을 통해서만 근로자 공급을 받아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다른 형태로 조달한 인력을 통한 하역 업무는 금지하는 취지의 합의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 노동조합이 아닌 자로부터 근로자공급을 받도록 피고 N나 피고 상인회가 개별 상인에게 종용한 것이 단체협약에 위반한 것이라는 원고 노동조합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③

피고 N나 피고 상인회가 일방적으로 자동연장된 단체협약을 파기했는지

갑 제1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상인회가 2019. 10. 28.경 원고 노동조합에게 '2019. 11. 30.일부로 하역 업무 종료 결정하고, 귀사의 하역작업요원을 불가피하게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초래된 점에 대하여 통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단체협약서(갑 제2호증)의 유효기간은 체결일인 2017. 6. 13.로부터 만 2년이나, 이 사건 단체협약서 제14조에서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는 사실은 갑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제14조(개폐의 절차) 협약 기간

1.

상회와 노조에서 이의 제기 하지 않으면 협약 기간은 자동 연장 된다.

2.

본 협약은 유효기간 중 이라도 노사 동의 하에 일부를 개정할 수 있다.

위 제14조의 내용을 보면 단체협약의 자동 연장의 조건으로 "이의 제기 하지 않으면"이라는 내용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 노동조합이 노임 협정표상 하역 노임단가 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할 것을 위협하여 원고 노동조합과 피고 상인회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였고, 2018. 6. 18.경부터는 하역에 대해서 각 상회의 자율에 맡기기로 양측이 합의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단체협약서와 이에 기반하여 체결된 노임 협정표에 관해서는, 원고 노동조합과 피고 상인회 모두 이의를 제기한 상황이었다고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이 사건 단체협약서는 자동연장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 상인회가 2019. 10. 28.경 한 해지통보도 자동연장된 단체협약의 해지를 요구한 통지라기보다는 이미 그 효력을 상실하였으나 추가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음으로서 사실상 존속되던 이 사건 단체협약서의 효력을 사실적으로도 없애기 위한 통지에 불과하다고 판단된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 N, 피고 상인회가 단체협약을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불법행위 주장은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원고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을 하역업무에 사용하지 말라고 종용한 행위가 부당노동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원고 노동조합은 피고 N, 피고 상인회가 소속 상인들에게 원고 노동조합을 통하여 하역 근로자를 공급받지 말라고 종용하는 등의 행위를 통하여 원고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을 하역 업무에서 배제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것이 부당노동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서 단체협약의 위반이 있었는지에 관한 판단 부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 노동조합이 먼저 이 사건 단체협약서에 따른 노임 협정표의 효력을 부정한 점,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 원고 노동조합에게 근로자공급에 관한 독점권을 주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및 2018. 6. 18. 경부터는 하역에 대해서 각 상회의 자율에 맡기기로 하는 합의가 이루어진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 N, 피고 상인회가 원고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을 하역 업무에 사용하지 말라고 개별 상인들을 종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부당노동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 노동조합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원고 노동조합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

1)

청구원인 개요

원고 노동조합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 즉 원고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인 원고들의 경우 피고 분회의 무허가 근로자공급사업, 피고 N와 피고 상인회의 작업 배제 등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하여 근로의 권리를 침해받았다. 근로자의 근로제공은 단순히 임금을 목적으로 한 것 뿐 만이 아니라, 인격권의 실현과도 관련된 것이다. 위 원고들을 작업에서 배제하고 피고 분회의 전신인 연합노조에게 모든 일감을 몰아준 피고 N와 피고 상인회, 그리고 이들과 결탁한 피고 분회는 공동하여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위자료로서 원고들에게 각 원고 1인당 500,000원씩 배상하여야 한다.

2)

판단

원고 노동조합에 대한 관계에서 피고들의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 것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고, 그러한 사정은 원고 노동조합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원고 노동조합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도 이유 없다.

다.

원고 A의 피고 N에 대한 청구

1)

청구원인 개요

피고 N는 '원고 A가 2018. 5. 14.경 'R시장 하역노임 협정표'에 임의로 피고 상인회 회장의 직인을 날인하고 위 협정표를 각 상가에 배부하여 사문서를 위조하고, 위조한 사문서를 행사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원고 A를 고소하였다. 위 고소에 대하여는 불기소처분이 내려졌고, 피고 N가 이에 불복해 항고, 재정신청 절차를 거쳤으나 모두 기각되었다. 피고 N의 고소는 최소한의 근거도 없는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고소로서, 오로지 원고 A를 고통받게 하고 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의 활동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고소로서 그 자체로 독자적인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피고 N는, 원고 A가 고소에 대응하기 위하여 변호사 선임료(착수금)로 지출한 11만 원 상당의 재산적 손해와 피고 N의 터무니없는 고소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89만 원, 합계 100만 원을 원고 A에게 배상할 의무가 있다.

2)

판단

피고 N가 원고 A를 사문서위조 및 동 행사죄로 고소하였으나 불기소처분이 내려진 사실, 피고 N에 대한 불기소 처분 당시 피고 N에 대한 무고 혐의에 관한 검사의 인지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6호증, 을 제1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살피건대,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N가 원고 A를 고소한 것이 그것이 허위임을 인식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 A의 피고 N에 대한 청구도 이유 없다.

3.

결론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각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종민(재판장) 차성안 박태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