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0. 6. 10. 선고 2019고단2956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9. 8. 13.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6월을 선고받고 2019. 8. 20.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피고인은 2012. 7. 3.경 대전 서구 B에 있는 C중학교 강당 신축공사 현장에서, 위 공사 현장에서 처음 만나 알게 된 피해자 D에게 "내가 C중학교 강당 신축공사 중 철근공사를 하고 있는데 기성금을 받을 것이 있다. 그런데 지금 기성금이 안나와서 내 밑에 있는 일반 철근공 노임을 주지 못하고 있으니, 1,000만원을 빌려주면 기성금이나오는 대로 곧바로 변제하겠다."라고 거짓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당시 피고인은 6,000만원 이상의 개인채무가 있는 반면 일정한 수입이 없는 형편이었고, 기성금을 받더라도 밀린 노임 등 개인채무 변제 및 생활비에 우선 사용할 의사였기 때문에 피해자로부터 빌린 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2. 7. 3. E 명의 계좌로 136만원, F 명의 계좌로 539만원 등 675만원을 송금받고, 같은 날 18:00경 위 C중학교 현장에서 325만원을 현금으로 교부받아 합계 1,000만원을 차용금 명목으로 편취하였다.

2.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측은, ① 일단 피해자로부터 차용한 돈은 위와 같이 송금된 675만원과 그 외 현금 30만원 합계인 705만원뿐인데, 피해자가 그 후 뒤에서 보는 것처럼 G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을 때 유리하다고 하여 1,000만원으로 된 공정증서를 작성하게 된 것이며, ②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와 함께 일하고 있던 C중학교 강당 신축공사로 받을 공사대금으로 차용금을 변제할 생각이었고 이런 사정은 피해자도 모두 알고 있었으나 그 후 G이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공사가 중단되면서 사정이 악화되어 변제하지 못했을 뿐 편취의 의사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3.

판단

피고인에 대한 검찰피의자신문조서, H, A에 대한 각 검찰진술조서, 고소장, 신용정보조회 회신 등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 및 사정들이 인정된다.

①

공소사실에 기재된 송금 수신인인 E, F에 관하여 피고인은 H과 관련된 법무사라고 주장하고 있고, 피해자는 그들이 누구인지는 모르나 하여튼 당시 피고인이 송금하라고 적어준 상대방들이었고, H과 관련된 노무사 비용이었다고도 기억하고 있다(피고인에 대한 경찰피의자신문조서 중 대질 부분).

②

반면 H은 검찰 조사에서 E 등이 자신과 관련 없는 사람들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런데 H은 C중학교 공사 당시 크게 다쳐서 정신적, 육체적 건강 등이 모두 좋지 않은 상태였고, 실제 검찰 조사 11일 후 사망했다. 최소한 피고인은 H에게 이 사건 당시 상당액의 채무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지는데, 한편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H의 기억력을 신뢰하지는 않고 있고, 이 사건 차용 당시 H이 개입되어 있었다는 점에는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③

피고인은 2012. 11. 14. 피해자에게 차용금 1,000만원으로 된 차용증서를 작성해주면서 공증인가 I법무법인에서 차용일 2012. 7. 3., 변제기한 2013. 6. 3., 지연손해금율 연 20%로 된 공정증서를 작성했는데, 당시 H이 연대보증인으로 서명했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위 공정증서는 차용금이 705만원이었지만 이와 같이 부풀려서 작성해 주면 이를 인력 비용으로 올려 피해자가 G로부터 받아야 할 수천만원에 합하여 '더 힘을 받을 수 있다'고 하여 작성해 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피해자는 실제 차용금이 1,000만원이었기에 위와 같이 공증하게 된 것이며 H이 연대보증하게 된 계기는 누군가연대보증을 받아놓는 것이 유리할 것 같아 피고인과 함께 일하던 그가 연대보증인이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④

이 사건 차용이 일어날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는 모두 C중학교 강당 신축공사에 각 철근공급, 인력공급 등으로 함께 일하던 사이였고, 그 무렵 원청인 G에서 공사대금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은 서로 잘 알고 있었으며, 피해자 또한 피고인이 G로부터 지급받을 공사대금이 최소한 위 차용금을 상회한다는 것은 예상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 후 G은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공사가 중단됐고, 피고인, 피해자 등은 모두 각자 기성금 압류 등 소송을 거쳐 공사대금을 겨우 일부 회수했는데, 피고인도 약 2년의 소송을 거쳐 약 1,500만원 정도를 지급받을 수 있었다.

⑤

피고인의 기망 내용과 관련하여 피해자는, "원청인 G에서 기성금이 계속 나오지 않아 차후에 기성금이 나오면 갚겠다"(고소장, 경찰 조사), "(피고인) 재산권 관련해 문제가 있는데 기성금 나오면 바로 갚겠다고 했고, 나머지 금액은 인건비로 필요하다고 했다"(경찰 조사), "어려워서 돈을 못갚고 했다는 내용은 공감한다, 어려웠기 때문에 저에게 돈을 빌린 것이고 당시에는 사람이 좋으셔서 돈을 빌려주었던 것이다"(경찰 조사), "당연히 피고인이 내세운 기성금을 믿은 것이다"(검찰 조사), "G의 노임이나 이런 밀렸던 부분을 알고 있기에 이를 믿고 ··· 개인적인 믿음도 있었지만 G 관계가 있었기에 돈을 줬던 거다"(법정 증언)고 진술하고 있다. 피해자는 고소장에도 "그 뒤 피고인이 공사 기성금 압류하여 공사대금을 받았을 텐데 (돈을) 안주고 있어서 고소한다"는 취지로 기재했다.

⑥

피고인은 스스로 경찰 조사 등에서 당시 6,000~7,000만원 상당의 채무가 있었다고 진술했고, 신용정보조회회신(201쪽)에 따르더라도 J 700만원을 비롯해 2,000여만원의 금융권 채무가 발견된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 사건 공판에서 실제로는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던 공사대금 채권 등 약 3억원 가량의 채권도 있는 상태였다고 자신의 신용상태를 설명하고 있으며, 자료에 따르더라도 그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공사 등을 수행하면서 소득활동을 계속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위의 사실들 및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차용한 돈의 용도와 금액이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H에게 채무를 지고 있던 피고인이 그 어떤 용도로든 H 측에 돈을 송금해 줘야 했던 입장이었을 가능성, 그 결과 피해자의 대여금에 관련되게 된 H이 차용금증서 등에 연대보증을 하게 됐을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고, 다만 그 금액이 705만원인지 아니면 1,000만원이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그러나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의 기망행위와 피기망자의 착오와 그에 따른 처분행위, 그 사이에 순차적인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피해자를 착오에 빠지게 한 피고인의 기망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지급받지 못한 원청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고, 당시 이를 지급받지 못한 상황에서 피고인의 경제적 형편이 여러 가지로 여의치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며, 다만 G의 공사대금이 앞으로 지급될 것이므로, 같은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그 공사대금이 나오면 자신에 대한 대여금 변제가 이루어질 가능성 등을 믿었고 이에 따라 돈을 대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후 G로부터 지급받을 공사대금이 무려 2년 후에나 일부 해결됐던 상황 역시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서로 잘 알고 있었기에 이 사건 고소도 상당 기간이 경과된 후 이루어졌던 것이며, 그렇다면 피고인은 G로부터 제때에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결과 여러 상황이 함께 어려워지면서 사후적으로 피해자에게 변제를 못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해소하기 어렵다. 그 밖에 당시 '피고인이 기성금을 받더라도 밀린 노임 등 개인채무 변제 및 생활비에 우선 사용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4.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이 판결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신진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