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0. 11. 27. 선고 2019나42461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에 대하여 원고에게 6,000,000원 및 이에 대한 2019. 10. 24.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 중 7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갑 제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2017. 4. 17.부터 2018. 7. 31.까지 피고가 동두천시에서 운영하는 직물, 편조 원단 및 의복류 염색 가공 사업체인 'C'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퇴직하였는데 미지급된 임금, 퇴직금 및 미사용 연차수당 합계액이 20,086,054원에 이르는 사실이 인정된다.

2.

당사자의 주장 및 판단

가.

원고가 이 사건 소로써 위 1항에서 본 미지급 임금 등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것에 대하여 피고는, 위 미지급 임금 등과 관련된 근로기준법위반 형사사건을 수사 중이던 검찰청에서 원고가 피고에게 합의서 및 처벌불원서를 작성하여 주며 이 사건 소를 취하하기로 합의하였음에도 이 사건 소를 유지하는 것은 권리보호의 자격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다툰다.

나.

그러므로 살피건대, 을 제1, 2, 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18. 11. 20.경 피고의 위와 같은 임금 체불을 이유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의정부지청에 피고를 진정하였고, 이후 위 진정사건이 의정부지방검찰청에 송치되어(2019형제32123호) 피고의 근로기준법위반 등 혐의에 대해 수사가 진행되던 중 2019. 10. 23.(이 사건 제1심 소송절차가 진행되던 중이기도 하다) 원고가 "임금 체불건을 원만히 해결하였으며 민사 형사상소송 제기 않겠으며 피고에 대한 처벌과 이의제기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합의서"(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 및 "더 이상 피고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습니다"라는 내용의 "처벌불원서"를 각 작성하여 담당 검사에게 제출한 사실, 이에 담당 검사가 같은 날 피고의 혐의사실에 대하여 일부 공소권없음 및 일부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을 내린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와 같은 합의서 등의 문언과 형사사건의 결과에 비추어 보면, 일응 원고가 이 사건 합의를 통하여 즉시 위 진정사건뿐만 아니라 이 사건 소 역시 취하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로부터 합의금으로 60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하고 이 사건 합의를 해 준 것인데 이후 피고가 4대보험료, 가압류해제 비용, 사업장 천장 파손에 대한 배상 등의 이유를 들어 100만 원만 지급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바, 이는 이 사건 합의 당시부터 피고가 600만 원을 지급할 의사 없이 원고를 기망하여 위 합의에 이르게 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는 이 사건 2019. 11. 12.자 준비서면의 송달로써 기망을 이유로 이 사건 합의를 취소하였거나 피고의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위 합의를 해제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1항에서 본 미지급 임금 등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피고는, 원고가 피고에게 고용되어 있는 동안 여러가지 금전적 손실을 입힌 사정을 감안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합의금으로 100만 원만 지급하기로 하고 검찰청에서 이 사건 합의를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라.

위 다.항과 같은 원고와 피고의 각 주장에 따르면, 이 사건 합의는 원고가 아무런 대가 없이 이 사건 소를 취하하는 등으로 민사상의 임금 등 청구를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부제소특약 또는 소취하합의라고 하기보다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임금 등 채권액의 범위에 관하여 분쟁이 있던 상황에서 서로 양보하여 원고의 임금 등 채권액을 일정금액으로 감액 확정하고 그 금액을 원고가 지급받은 후 이 사건 소를 취하하기로 하는 화해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소가 각하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마.

나아가, 위 화해계약(이 사건 합의)의 내용이 기재된 위 합의서에 구체적인 합의금액을 명시하지 아니한 이 사건에 있어서 당사자 사이에 위 합의금을 얼마로 정하였는지에 관하여 보건대(민법상 화해계약에 특별한 형식을 요하지 아니하는 이상, 합의금액에 관하여는 구두상으로도 유효하게 정할 수 있는 것이고, 앞서 본 원고와 피고의 각 주장에 의하더라도 합의금을 정하였다는 사실 자체에 관하여는 다툼이 없으므로, 단지 위 합의서에 합의금액의 기재가 없다고 하여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원고가 주장하는 합의금액보다 더 적은 금액이 합의금액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위 1항에서 본 바와 같은 본래의 미지급 임금 등 채무액보다 더 많은 금액의 채무 소멸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우선적인 입증책임이 있다 할 것인데,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합의 당시 합의금액을 100만 원으로 정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결국 이 사건 합의에서 정한 합의금액은 원고가 주장하는 바에 따른 600만 원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바.

다음으로, 이 사건 합의가 피고의 기망 또는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원고의 취소 또는 해제 의사표시에 의하여 실효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민법 제733조의 규정에 의하면, 화해계약은 화해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못하지만, 화해계약이 사기로 인하여 이루어진 경우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에 관한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도 민법 제110조에 따라 이를 취소할 수 있음은 원고의 논지와 같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8다15278 판결 참조). 그러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 및 피고가 이 사건 합의 이후 원고와의 근로계약 관계 동안 발생한 금전적인 문제를 언급하며 100만 원의 합의금액만을 주장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합의 당시부터 피고가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 원고를 기망하여 이 사건 합의에 이르게 하였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사기를 이유로 한 원고의 취소 주장은 이유 없다.

또한, 위 합의서의 문언 취지 및 이 사건 합의 즉시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내려진 점에 비추어 위 합의금 지급의무에 관하여는 위 합의 당일 이행기에 도달하였다고 볼 수 있고, 이에 따라 피고는 합의금 지급의무의 이행을 지체하고 있다고 할 것이나, 원고가 피고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였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주장·입증이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일부 금액이나마 합의금 채무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 사건 변론 안팎에서 원고에게 지급 의사를 밝히고 있는 이상,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해당하여 채권자의 최고를 요하지 아니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원고에게 피고의 이 사건 합의(화해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민법 제544조가 정한 법정 해제권이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는바, 원고의 위 해제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등으로 이 사건 합의에 따른 6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위 합의일이자 지급기일 다음날인 2019. 10. 24.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위 인정 금액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최성배(재판장) 안동범 허명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