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19. 12. 19. 선고 2019노1326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2,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업무 수행과정에서 E를 지휘·감독하였던 점, E는 피고인이 정한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에 구속을 받았던 점,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은 피고인의 소유였던 점, E는 매월 고정적으로 기본급을 지급받았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E의 근로자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E가 피고인에 대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은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2.

공소사실 및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용산구 B상가 C호에 있는 D(이하 '이 사건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상시 2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부동산중개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1. 11. 2.부터 2017. 5. 31.까지 근로하다 퇴직한 E의 퇴직금 17,372,282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관련 법리 및 원심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부동산 중개업무의 특성상 해당 고객을 담당하는 실장의 역량과 노력에 따라 거래의 성사, 중개수수료 협상 등이 좌우되었을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라 E를 비롯한 실장들은 상담, 중개대상물의 소개 등 계약서 작성을 제외한 부동산 중개업무 전반에서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피고인은 실장들의 요청에 따라 보충적으로 이에 관여한 점, ② E를 비롯한 실장들은 근무시간이 사실상 정하여져 있었고, 그에 맞추어 사무실에 나오기는 하였으나, 부동산 중개업무가 고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실장들은 위 근무시간이 아닌 경우에도 고객들의 전화 연락 또는 메시지 연락에 응대하는 등의 업무를 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사무실과 그 안의 비품들은 피고인이 마련한 것이기는 하나, 사무실의 차임과 비품 등 유지비용이 이 사건 중개사무소를 운영하기 위한 비용에 포함되고, 실장들이 받는 변동보수는 이 사건 중개사무소의 매출에서 비용을 공제한 수익을 기초로 산정되므로, 결국 사무실의 차임과 비품 등 유지비용은 E와 다른 실장 및 피고인이 공동으로 부담한 것인 점, ④ E가 2014. 6.분부터 2017. 5.분까지 받은 변동보수는 합계 8,062만 원으로, 고정보수 합계 3,700만 원의 두 배가 넘고, 그 금액은 0원 내지 777만 원으로 넓게 분포되어 있는바, 변동보수가 E의 주된 보수였던 것이고, 그 금액은 이 사건 중개사무소의 수익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이므로, E는 다른 실장 및 피고인과 함께 이 사건 중개사무소의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에 대하여 상당한 정도로 위험을 분담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E가 이 사건 중개사무소에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높은 자율성을 보장받았고, 피고인으로부터 받는 감독의 정도가 미약하였으며, 시간적·장소적 구속도 강하게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중개사무소의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에 대한 위험을 상당한 정도로 분담한 것으로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E가 피고인에 대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은 근로자라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3.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 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E는 피고인에 대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은 근로자로 볼 수 있고,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충분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다.

①

피고인은 E를 공인중개사가 아닌 중개보조원으로 용산구청에 신고하였고, 이에 따라 E는 단독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불가능하였으며, 계약의 중개는 피고인 명의로만 이루어졌다. 또한 E가 제출한 H 대화내용 등에 의하면, E는 피고인에게 업무실적으로 보고하고, 피고인으로부터 거래신고 보류 여부 등을 확인할 것을 지시받는 등 업무 수행 과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②

E는 고객에게 중개대상물을 실제로 보여주면서 상담하는 등 사무실 밖에서 업무를 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중개업무의 특성상 외부 업무가 많았던 것에 기인한 것이다. 비록 피고인이 직접 근태를 관리하거나, 지각 등을 이유로 E에게 불이익을 준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이나, E는 아침 9:30경부터 저녁 7:00경으로 매일 일정한 시간에 근무를 하였고, 외부에서 업무를 보지 않는 때에는 기본적으로 사무실 내에서 근무를 하는 등 근무장소, 근무시간에 구속을 받았다. 또한 E가 제출한 H 대화내용에 의하면, E는 부득이하게 휴가를 내거나 외출 등을 하는 경우 피고인에게 미리 허락을 구하기도 하였다.

③

사무실과 그 안의 비품들은 모두 피고인 소유의 것이었다. 비록 E가 받을 변동보수는 이 사건 중개사무소의 매출에서 사무실의 차임과 비품 등 유지비용 명목으로 산정된 일정 금액을 제외한 수익을 기초로 계산되었으나, 위 비용 명목의 공제 금액은 피고인이 임의로 정한 것으로서 실제 비용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이 사건 중개사무소에서 지출되는 비용은 매월 변동될 것임에도, 피고인은 비용 등 명목으로 임의로 정한 금액인 월 900만 원을 공제한 금액을 기초로 변동보수를 산정하여 지급하였다), E가 다른 실장 및 피고인과 공동하여 사무실의 차임과 비품 등 유지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또한 E는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았다.

④

E가 지급받은 보수의 성격과 관련하여, ㉠ E는 매월 기본금 100만 원 내지 150만 원에 실적급을 더하여 보수를 받았고, E가 지급받은 기본보수보다 변동보수의 액수가 더 많기는 하였으나, E는 월 매출이 900만 원이 되지 않는 경우에도 이 사건 중개사무소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대가로 피고인으로부터 고정적으로 기본급을 받았던 점, Ⓒ 변동보수를 정하는 계산방식은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었고, E는 이에 따라 계산하여 변동보수를 수령하였을 뿐인 점, ㉢ 비록 2015. 10.경 용산구청에서 과태료 400만 원이 부과되었을 때 E가 위 과태료를 공동으로 부담하기는 하였으나, 사용자인 피고인이 경제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위 과태료를 E에게 부담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위 사정을 E의 근로자성을 인정함에 있어 불리한 사정으로 참작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E는 피고인과 함께 이 사건 중개사무소의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에 대한 위험을 상당한 정도로 분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4.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 사 실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부분 중 제2의 가.항 기재와 같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