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18. 10. 30. 원고에 대하여 한 정직 6개월의 징계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57,167,700원 및 이에 대한 2020. 2. 22.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1986. 11. 16. 방송사업 등을 하는 피고에 입사하여 정책기획부장 등을 거쳐 2012년경 경영지원본부장으로 근무하였고, 현재 자산개발국 관재구매부 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피고는 업무집행기구로 보도본부, 경영지원본부 등을 두고 있는데, 보도본부의 하부 기구로는 뉴스 제작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보도국 등이 있고, 경영지원본부의 하부 기구로는 총무, 인사, 법무, 노무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경영지원국 등이 있으며, 경영지원국의 하부 기구로는 직원의 채용, 임면 등 직원의 인사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부 등이 있다.
피고는 2012. 5.경 원서접수, 서류전형, 실무면접, 최종면접의 절차를 거쳐 경력 기자(시용)를 공개 채용하였다(이하 '이 사건 채용'이라 한다). 이 사건 채용절차의 실무업무를 관장하였던 인사부장 C은 서류전형 심사가 마무리된 2012. 5. 22. 18:28경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이메일(이하 '이 사건 이메일'이라 한다)을 전송하였고, 그 무렵 원고는 이 사건 이메일의 내용을 확인하였다.
이후 피고 감사국은 2018. 1. 22.부터 2018. 6. 8.까지 이 사건 채용을 비롯하여 2012년, 2014년, 2015년 진행된 경력기자 채용과정에서의 비위 의혹을 밝히기 위하여 '경력기자 채용실태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2018. 6. 12. 이 사건 채용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비위행위(이하 '이 사건 비위행위'라 한다)가 있었다는 감사결과를 보고하면서, 원고에 대해서는 '이 사건 채용에 지원하지도 않은 D을 비밀리에 면접에 참여시키겠다는 당시 C 인사부장의 보고를 받고도 이를 묵인하여 채용의 공정성을 훼손하였으므로, 징계를 요구한다'는 감사의견을 제시하였다.
원고는 감사국의 감사결과에 대해 이 사건 비위행위를 알지 못하였다는 내용의 이의신청을 하였고, 피고 감사국은 2018. 7. 20. 원고의 이의를 일부 받아들여 원고에 대한 감사의견을 '이 사건 채용에 지원하지도 않은 D에 대하여 「별도로 케이블 직원 1명은 보안유지 상태로 면접에 참여시킬 예정」이라는 당시 C 인사부장의 메일 보고를 받고도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지 않아 채용 비리를 방지하지 못하는 등 시용계약직 기자 채용과 관련, 경영지원본부장으로서 지휘·관리 감독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으므로, 징계를 요구한다'는 내용으로 변경하였다.
피고 인사위원회는 감사국의 감사결과를 토대로 2018. 8. 24., 2018. 9. 11., 2018. 10. 16. 원고 등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고, 2018. 10. 16. 원고에 대해 '정직 6개월'의 징계를 하기로 의결하였다.
피고는 2018. 10. 30.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인사위원회 심의 결과를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정직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호증, 을 제1, 3, 5, 6,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는, 원고가 징계절차에서 소명조차 하지 않고 징계처분을 수용하였음에도 이 사건 정직처분일 이후 1년 3개월여가 지나서야 뒤늦게 이 사건 정직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을 제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의 인사위원회에 징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나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원고가 이 사건 정직처분일로부터 1년 3개월여가 지난 2020. 2. 11.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은 기록상 명백하다.
그러나 앞서 본 기초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징계절차에 앞서 진행된 피고 감사국의 특별감사 절차에서 감사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면서 이 사건 채용과 관련한 원고의 책임이 인정될 수 없다는 내용의 상세한 의견을 제출하였던 점, ② 원고가 이 사건 정직처분 이후 1년 3개월이 지나서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는 하였으나, 소 제기 여부의 결정과 그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기간이 그리 길다고 볼 수는 없는 점, ③ 또한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에게 원고가 이 사건 정직 처분을 더 이상 다투지 않을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가 생겼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④ 이 사건 정직처분 이후에도 피고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는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소로써 이 사건 정직 처분의 효력 유무를 다투는 것이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본안에 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정직처분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무효이고,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정직처분으로 인해 지급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징계사유의 부존재
원고는 이 사건 비위행위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이 사건 비위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전혀 알지 못하였으며 이를 예상하지도 못하였다. 또한 원고가 이 사건 이메일의 내용만으로 이 사건 채용과정에 어떠한 문제가 있다고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따라서, 이 사건 채용과 관련한 원고의 지휘·감독책임이 인정될 수 없다.
신의칙 위반
피고가 이 사건 채용 이후 6년이 지난 이후에야 이 사건 정직처분을 한 것은 이 사건 채용과 관련하여 징계가 없을 것이라는 원고의 정당한 기대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 정직처분은 신의칙에 위배되어 그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
징계 재량권의 일탈·남용
원고가 이 사건 비위행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정이 없는 점, 그럼에도 원고가 다른 관여자들보다 더 중한 징계를 받은 점, 피고가 과거 지휘·감독책임을 이유로 정직 이상의 징계를 한 선례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정직처분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거나 균등처우의 원칙, 상당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이 사건 정직처분 무효확인청구에 대한 판단
징계사유의 존재 여부
갑 제4호증, 을 제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채용이 피고 보도본부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진 사실, 이 사건 채용의 모집공고 및 원서접수 등 채용관리업무는 경영지원본부(인사부)에서 담당하였으나 지원자의 물색, 지원자에 대한 면접 및 채용 등 이 사건 채용과정에 있어서의 중심적인 역할은 보도본부 소속 직원들이 담당하였고, 경영지원본부 소속 직원들은 보도본부의 요구에 따라 채용관리업무를 수행하였던 사실, 이 사건 이메일에서 언급된 '케이블TV 직원'인 D이 입사지원서를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면접에 응시할 기회를 준 것은 보도본부 소속 E 특임국장인 사실, 인사부장 C은 경영지원국장 F의 지시를 받아 이 사건 채용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였던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본 기초사실, 을 제7, 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이 사건 채용과정에서 비위행위가 있었음을 의심할 만한 내용의 이 사건 이메일을 받았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비위행위를 방지하지 못한 책임이 인정되므로,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를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피고의 경영지원본부장으로서 이 사건 채용에 관한 업무를 지휘·감독할 책임이 있고, 특히 그 채용과정에서 피고의 인사규정 등을 위반하는 비위행위가 있는 경우 이를 시정하도록 지시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있다. 또한 이 사건 채용과정을 경영지원본부가 아닌 보도본부에서 주도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원고의 책임이 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이메일은 '서류전형 합격자가 45명인데, 케이블TV 직원 1명을 보안유지상태로 면접에 참여시켜 총 46명이 면접대상자가 된다'는 내용으로, 서류전형 합격자가 아닌 위 케이블TV 직원 1명을 면접에 참여시킨다는 의미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 사건 이메일을 확인한 원고로서는 서류전형 합격자가 아닌 위 케이블TV 직원 1명이 어떠한 경위로 면접대상자에 포함됐는지 확인하고, 만일 이 사건 채용과정에서 피고의 인사규정 등을 위반하는 비위행위가 있었다면 이를 방지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원고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위와 같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가 이 사건 비위행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 그러나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는 원고가 이 사건 비위행위에 관여하였다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채용과 관련한 지휘·감독 책임을 다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의 지휘·감독 책임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신의칙 위반 여부
이 사건 채용절차가 2012. 5.경 진행된 사실, 이 사건 정직처분이 2018. 10. 30. 이루어진 사실은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것과 같다.
그러나 피고의 취업규칙에서 징계시효를 따로 정하고 있지 않은 이상 징계권의 행사 여부 및 그 시기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사항인 점, 이 사건 정직처분이 징계사유 발생일로부터 6년 이상 경과하여 이루어지기는 하였으나 그보다 장기간으로 징계시효를 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점,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징계권 행사를 게을리하여 근로자로서도 이제는 사용자가 징계권을 행사하지 않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된 상태에서 사용자가 새삼스럽게 징계권을 행사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할 것이나 이 사건의 경우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징계권 행사를 게을리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정직 처분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
관련 법리
취업규칙이나 상벌규정에서 징계사유를 정하면서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여러 등급의 징계가 가능한 것으로 정한 경우에 그중 어떤 징계처분을 선택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속한다. 이러한 재량은 징계권자의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재량이 아니고 징계사유와 징계처분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하므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법하다(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4다9632 판결 등 참조).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와 을 제1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앞서 인정한 징계사유만으로 이 사건 정직처분을 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으로서 피고가 그 징계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결국 이 사건 정직처분은 위법하여 무효이고, 이 사건 정직처분에서 정한 정직 기간(2018. 10. 31.부터 2019. 4. 30.까지)은 이미 경과하였으나, 이 사건 정직처분이 향후 승진, 급여 등 원고의 현재 권리·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상 그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도 인정된다.
앞서 본 것과 같이 원고가 이 사건 비위행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정황은 없다. 피고 감사국도 당초 '원고가 비위행위를 묵인하여 채용의 공정성을 훼손하였다'는 감사의견을 제시하였다가 원고의 이의신청을 검토한 후 '원고가 이 사건 채용과 관련한 지휘·감독 책임을 다하지 못하였다'는 내용으로 감사의견을 변경하였다.
원고는 경영지원본부장으로서 그 하부 기구인 경영지원국(총무부, 인사부, 인재개발부, 법무노무부, 회계부, 관재부), 광고국(광고기획부, 광고영업부, 미디어마케팅부), 신사옥건설국(신사옥건설부, 신사옥방송기술부, 사옥관리부), 정보콘텐츠실 업무의 조정, 통합 등 총괄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더욱이 이 사건 채용은 통상의 경우와 달리 경영지원본부(인사부)가 아닌 보도본부에서 주도하였고, 채용관리업무를 관장하였던 인사부장 C 역시 원고가 아니라 경영지원국장 F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처럼 원고는 실제 이 사건 채용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사정들은 원고가 그 지휘·감독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참작 사유가 될 수 있다.
이 사건 비위행위를 인지한 것으로 보이는 인사부장 C은 원고보다 가벼운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또한 피고는 과거 지휘·감독책임을 근거로 정직 1개월을 초과하는 징계를 한 선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가 지휘·감독책임을 다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정직처분을 하는 것은 다른 관련자에 대한 징계처분이나 피고의 징계 선례와 비교해 보아도 지나치게 중하여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
피고는 원고가 피고의 전 경영진이 행한 노조 무력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방조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는 원고가 이 사건 채용과 관련한 지휘·감독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피고가 주장하는 노조 무력화 정책과는 무관하다.
원고는 1986년 피고에 입사한 이후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피고의 여러 주요 직책을 담당하면서 별다른 문제 없이 근무하여 왔고, 피고로부터 그 공로를 인정받아 공로상 및 격려상을 여러 차례 수상하였으며, 피고에서 수행한 직무와 관련하여 국가기관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하였다. 원고가 2015년경 부하직원이 행한 성희롱과 관련하여 그 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감봉 1개월의 징계처분을 받기는 하였으나, 그 외에는 피고로부터 징계를 받은 사실이 없다.
그 밖에 징계사유 발생일로부터 6년 이상 경과한 이후에야 이 사건 정직처분이 이루어진 점, 원고의 근무기간, 근무태도 및 업무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정직처분은 지나치게 중하여 징계 재량권을 일탈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임금청구에 대한 판단
앞서 본 것처럼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정직처분이 무효인 이상 원고가 이 사건 정직처분으로 인하여 그 정직 기간에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이 사건 정직처분이 없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임금의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그 정직 기간인 2018. 10. 31.부터 2019. 4. 30.까지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이 57,167,700원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57,167,700원 및 이에 대하여 그 지급 사유 발생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20. 2. 22.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범위 내에서 원고가 구하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각 청구는 모두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종민(재판장) 차성안 박태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