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2. 6. 9. 선고 2020가합40030 판결

주문

1.

피고가 2019. 7. 14. 원고에 대하여 한 재심결정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학습지산업 및 유관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고, 원고는 피고의 조합원으로서 2019. 2. 13.경 피고의 C본부 사무국장으로 당선된 자이다.

나.

피고의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원회’라 한다)는 2019. 3. 23. 원고가 피고의 조합 원인 D에게, 2018. 11. 10. E단체 뒤풀이에서 “D 선생님 저에게 시집 오실래요”라고 발언하고, 2019. 2. 9. F 등 추모제 식사 자리에서 손으로 가슴 모양을 표현하면서 “앞에 옷이 터질 것 같다. 단추가 떨어질 것 같다”라고 발언(이하 위 각 발언들을 ‘이 사건 발언들’이라 한다)한 것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정하고, 원고에게 “조직 교육이수(조직 교육비용 10% 부담), 확대간부에게 문서로 재발방지 약속과 공개사과(이하 ‘이 사건 사과조치’라 한다), D 조합원과의 6개월간 분리” 조치결정(이하 ‘이 사건 조치결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다.

중앙위원회는 2019. 5. 28.경 원고가 이 사건 조치결정을 불이행하였다는 것을 징계이유로 하여 “정권 3개월, 기결정된 조치를 이행한다”는 취지의 징계(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를 결정하였다.

라.

원고는 2019. 6. 11. 이 사건 징계처분에 대하여 재심을 신청하였고, 피고의 대의원대회(이하 ‘대의원대회’라 한다)는 2019. 7. 14. “조치(교육이수, 대의원까지 문서로 공개 사과) 완료시까지 정권을 유지한다. 단, 1:1 대면 분리조치는 피해자 요청 시까지 유지한다”는 재심결정(이하 ‘이 사건 재심결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마.

이 사건과 관련된 규정은 다음과 같다.

[인정사실: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증인 D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발언들의 경위를 고려하면 이 사건 발언들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고, 이 사건 발언들의 상대방이 아닌 다른 제3자들에게까지 서면으로 공개사과를 하도록 하는 이 사건 사과조치는 헌법상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 및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위법하다. 원고가 위와 같이 위법한 이 사건 조치결정을 불이행한 것은 징계사유가 될 수 없음에도 이 사건 징계처분은 이를 징계사유로 삼고 있고, 이 사건 징계처분은 상벌규정에서 정한 중앙집행위원회에 징계안 상정, 중앙집행위원회의 심의, 중앙위원회에 징계안 상정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으며, 상벌규정 제7조에서 정하지 아니한 징계방법이 포함되어 이 사건 징계처분이 이루어졌으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은 그 위법의 정도가 명백하여 무효이다. 나아가 이 사건 재심결정은 이 사건 징계처분보다 중한 처분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나.

피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발언들은 성희롱에 해당하고, 이 사건 사과조치는 강제력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위법하지 않다. 한편 중앙위원회가 중앙집행위원회보다 상위기구이고 독립적인 징계 심의 권한이 있으며 중앙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되어 심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졌으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에는 절차상 하자가 없다. 또한 징계요구권자가 재심청구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으므로 재심에서 원처분보다 중한 처분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재심결정은 원처분인 이 사건 징계결정보다 중하다고 볼 수도 없다.

3.

판단

가.

이 사건 조치결정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발언들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가)

관련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두6461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발언들은 피고의 조합원들이 참여한 행사 후 이어진 식사자리에서 행해진 것이어서 업무의 연장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한 점, ② 이 사건 발언들 직후 이를 들은 다른 조합원도 원고의 발언에 문제가 있음을 느끼고 원고를 제지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발언들의 내용, 원고의 행동, 이 사건 발언들이 나온 전후 상황 등을 고려하면 D와 같은 처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이 사건 발언들로 인하여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만하다고 보이는 점 등을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원고의 이 사건 발언들은 D에 대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이 사건 사과조치가 헌법에 위배되는지

가)

이 사건 사과조치 중 D에 대한 부분

원고가 D에게 한 이 사건 발언들이 성희롱에 해당하는 이상 그로 인한 피해 회복의 노력이 필요하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행위는 피해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에 포함되는 사항이라고 판단된다. 또한 법원이 판결로서 사죄광고를 명하고 이를 강제집행하도록 하는 것과는 달리 조합 내부적인 문제 해결을 위하여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도록 하는 조치는 가해자의 인격권이나 양심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과조치 중 원고로 하여금 D에 대하여 사과하도록 한 부분은 원고의 인격권 및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

이 사건 사과조치 중 나머지 간부들에 대한 부분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발언들은 오직 D에게 행하여진 것이고 그 발언 자체만으로 그것이 피고 또는 피고의 다른 조합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공적인 발언이었다고는 볼 수 없는 점, ② 비록 원고가 피고의 지부 사무국장이라는 중요 직책을 맡고 있기는 했으나 이것이 이 사건 발언들의 대상이 아닌 다른 간부들에게까지 공개적으로 사과하여야 한다고 볼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③ 원고가 다른 간부들에게까지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게 됨으로써 지나치게 많은 조합원들이 이 사건 발언들에 대하여 알게 될 수도 있음을 고려하면, 그 사과로 인하여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에 비하여 우려되는 부정적인 효과가 불필요하게 커질 수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과조치 중 나머지 확대간부에게까지 사과를 하도록 한 결정은 원고의 인격권 및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3)

소결론

이 사건 사과조치 중 이 사건 발언들의 당사자가 아닌 다른 간부들에게까지 공개적으로 사과를 명하는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단되나, 이 사건 발언들의 당사자인 D에 대한 사과를 명하는 부분 및 나머지 이 사건 조치결정에는 원고가 주장하는 위법(위헌) 사항이 없다고 판단된다.

나.

이 사건 징계처분에 관한 판단

1)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는지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의 중앙집행위원회는 현재 피고의 위원장 및 사무처장 2인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들은 모두 중앙위원회에도 속해있는 것으로 파악되므로, 중앙집행위원회 내부에서의 심의 절차는 비교적 간단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심의절차가 그와 같이 간소하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절차적 하자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 ② 징계절차 중 원고의 방어권 행사에 필수적인 부분인 징계대상자에 대한 서면통보, 자료제출권, 자료열람권 등의 절차는 준수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규약 및 상벌규정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징계에 관한 심의를 중앙집행위원회와 중앙위원회의 두 단계로 구분한 것이 반드시 서로 다른 구성원들에 의한 단계적 심사를 거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징계처분에 원고가 주장하는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는지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는 성희롱이라는 중대한 비위를 저지르고도 성희롱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를 가해자로 모는 행위를 자행하면서 성희롱 문제를 조합 내부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이 사건 조치에 전혀 따르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이 사건 징계처분은 표면적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조치결정을 이행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하나 근본적으로는 성희롱이라는 중대한 비위를 징계사유로 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조치결정의 내용 가운데 이 사건 사과조치 중 나머지 확대간부에게까지 사과를 명하는 부분만이 위법(위헌)의 소지를안고 있을 뿐 나머지 사항은 문제 해결을 위한 정당한 조치로 보이므로 원고로서는 이 사건 사과조치 중 나머지 확대간부에게까지 사과를 명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이 사건 조치결정의 내용을 이행함으로써 자신의 비위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였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성희롱 자체를 다투고 오히려 피해자를 가해자로 몬 원고에게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할 징계사유는 충분히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징계의 방법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징계처분은 그 징계사유가 존재하고 그 절차상에 하자도 없었다고 보인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상벌규정 제7조에 정한 징계의 방법은 경고, 정권, 제명 세 가지뿐이고 달리 다른 방법에 의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으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 중 ‘정권 3개월’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인 ‘기 결정된 조치결정을 이행한다’는 부분은 상벌규정에 근거가 없는 징계방법이다.

4)

소결론

이 사건 징계처분은 상벌규정에 근거가 없는 징계방법을 처분의 내용으로 하고 있어 위법하다고 판단된다.

다.

이 사건 재심결정에 관한 판단(처분이 중하게 변경되어 위법한지)

1)

이 사건 재심결정은 징계처분에서 정한 정권 3개월의 기간을 조건부로 무기한 연장하여 더 중하게 변경한 것이다. 원고가 이 사건 조치결정을 이행하기만 하면 원고에 대한 정권 처분이 종료될 것이어서 이 사건 재심결정이 이 사건 징계처분보다 중하지 아니하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2)

그리고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재심결정에서 원처분인 이 사건 징계처분보다 중한 처분을 내릴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상벌규정 제11조, 제12조는 징계대상 조직 또는 조합원에 대하여만 재심신청권을 부여하고 있고, 달리 상벌규정에 징계요구권자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재심절차는 징계대상자가 징계처분에 대하여 재심을 구함으로써 징계처분에 대한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절차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구제절차라는 취지를 고려할 때 재심결정에서 징계처분보다 중한 처분을 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나)

설령 징계요구권자 역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사건에서는 원고만 재심을 청구하였을 뿐이다(이 사건에서 재심절차가 그 원처분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이유로 개시된 것도 아니다). 원고만이 징계처분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재심을 청구한 이 사건에서 피고는 재심을 통하여 기존 징계처분보다 더 중한 처분을 내릴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만약 재심절차에서 기존 처분보다 무거운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징계대상자의 재심신청을 실질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어 징계대상자의 재심신청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

3)

따라서 이 사건 재심결정은 원처분인 이 사건 징계처분보다 더 중하게 변경된 것으로서 위법하여 무효이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태일(재판장) 김승현 오민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