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선정당사자)의 주위적 청구 및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선정당사자)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2014. 6. 26.경 부산 금정구 N 일원의 B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을 위하여 결성된 조합이다.
피고의 전 조합장 O는 2019. 5. 25. 피고를 대표하여 원고 및 나머지 선정자들(이하 이들을 합하여 일컬을 때에는 '원고 등'이라 한다)과 2019. 6. 10.자 정기총회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원고 등은 2019. 5. 25.부터 2019. 6. 10.까지 근무시간을 통상 10:00부터 22:00까지로 정하여 조합원들에게 이사 선임, 현 시공사 교체, 예산안 책자 배부, 정기총회일자 등을 안내하고, 정기총회일에 참석이 어려운 조합원들에 대해서, 는 서면결의서를 징구 받는 업무를 수행하였고, 그 중 원고는 팀장으로 근무하며 서면결의서 징구 현황 등을 정리하여 전 조합장 O에게 보고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거나, 갑 제1, 2, 3, 5, 6, 8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당사자의 주장
원고
주위적으로, 원고 등은 근로계약으로써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른 근로를 수행하였으므로 피고는 이에 대한 임금으로 원고에게는 3,400,000원, 나머지 선정자들에게는 각 2,890,000원 및 이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예비적으로, 이 사건 계약이 용역계약에 해당한다면 피고는 원고 등에게 용역대금으로 위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상법 및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이 사건 계약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한다)이 정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에 해당하여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함에도 전 조합장 O가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이 사건 계약에 관하여 총회의 추인을 얻은 바도 없으므로, 이 사건 계약은 무효이다.
가사 이 사건 계약이 유효하다 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의 실질은 용역계약이므로 근로기준법에 따른 지연손해금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판단
이 사건 계약의 법적 성격을 따지기에 앞서서, 이 사건 계약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관련 규정에 위배되어 무효인지 여부가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의 당부 판단에 있어서의 공통된 선결문제라 할 것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제45조 제1항 제4호에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는 한편, 제137조 제6호에서 제45조에 따른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같은 조 제1항 제4호의 사업을 임의로 추진한 조합의 임원을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위와 같이 도시정비법에서 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한 취지는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하여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 보장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도시정비법에 의해 설립된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조합원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고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61008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14296 판결 등 참조).
한편, 위 도시정비법 규정에서 말하는 '예산으로 정한 사항 이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이란 조합의 예산으로 정해진 항목과 범위를 벗어나서 금원을 지출하거나 채무를 짐으로써 조합원에게 그 비용에 대한 부담이 되는 계약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고(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다105112 판결 등 참조), 여기서의 '예산'이란 조합의 정관에서 정한 1회계연도의 수입·지출 계획을 의미한다(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4도8096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를 이 사건 계약에 비추어 보건대, 이 사건 계약의 체결로 피고가 원고 등에게 총 35,190,000원의 채무를 부담하게 되는데[또한 을 제9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청구원인과 같은 내용으로 P이 선정당사자로서 총 18명의 선정자 몫을 합하여 피고를 상대로 임금 지급을 구하는 서울서부지방법원 2019가단 13622(항소심은 같은 법원 2020나98) 사건에서의 청구금액 총액도 52,020,000원에 이르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피고가 위 채무에 관한 비용을 2019 회계연도의 예산으로 미리 배정해 두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갑 제13, 15, 17, 18호증, 을 제1,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채무 부담은 피고의 정관 및 총회의 의결에 따라 당연히 수반되는 비용의 지출이라 볼 수 없는바, 이 사건 계약은 도시정비법이 정한 '피고의 예산으로 정해진 항목과 범위를 벗어나는 채무를 짐으로써 피고의 조합원들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계약에 관하여 총회의 사전 결의 또는 사후 추인이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계약은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고, 원고 등이 수행한 홍보 및 서면결의서 징구 업무의 목적이 된 2019. 6. 10.자 정기총회의 개최가 피고 조합원들 내부의 갈등으로 인하여 무산되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피고의 정관은 제22조 제3항에서 '출석을 서면으로 하는 때에는 안건내용에 대한 의사를 표시하여 총회 전일까지 조합에 도착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총회 홍보요원에 의한 서면결의서 징구 가부에 관한 근거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위 2019. 6. 10.자 총회에 소요되는 전체 비용은 182,680,000원인데, 그 중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피고가 부담하게 되는 비용은 총 126,192,000원으로서 69.07%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피고가 2017년도에 임시총회의 제3호 안건으로 홍보요원에 관한 예산을 승인한 사실, 2018. 6. 29.자 및 2018. 9. 13. 자 총회에서 총회 홍보요원을 사용한 후 해당 계약을 총회절차를 거쳐 각 추인한 사실, 위 2019. 6. 10.자 총회를 소집하고 제5호 안건으로 "2019년도 사업비 및 조합운영비 예산 승인의 건"을 상정하였던 사실, 2020. 6. 14. 개최 예정인 총회를 앞두고도 제10호 안건으로 홍보업무 용역비 추인의 건을 상정하였던 사실 등은, 홍보요원과의 계약이 사전이든 사후이든 총회의 의결을 요하는 사항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이 무효라고 보는 이상,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주위적으로는 임금, 예비적으로는 용역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당심에서 추가된 원고의 예비적 청구도 모두 기각한다.
판사 최성배(재판장) 안동범 허명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