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1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10. 14.부터 2022. 8. 31.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8/10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2020. 9. 1. 광고마케팅기업인 피고 주식회사 C(이하 ‘피고 회사’라고 한다)과 근로계약을 맺고 2020. 11. 30.까지 인턴으로 재직하다가 2020. 12. 7.부터는 정규직으로 채용되어 그 무렵부터 피고 회사의 전략기획팀 직원으로 근무하던 자이다. 피고 B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이다.
피고 B은 2021. 10. 14. 피고 회사 직원들과의 회식장소에서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성적 언동(이하 ‘이 사건 성희롱’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원고는 그 이튿날인 2021. 10. 15.부터 피고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원고가 2021. 11. 11.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서부지청에 이 사건 성희롱에 관하여 진정을 제기하자, 피고 회사는 2021. 12. 23.경 인사위원회를 열어 원고에 대하여는 3개월의 유급휴가를 부여하고 피고 B에 대하여는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취업규칙에서 규정한 의무 사항을 이해치 않고 금지 행위를 위반하여 회사의 경영질서 유지에 부적절하게 행동하였다.”는 사유로 3개월의 감봉(2022. 1. ~ 2022. 3.)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이후 원고는 위 유급휴가 만료 즈음인 2022. 1.경 피고 회사에 3개월의 2차 유급 휴가를 신청하였으나, 피고 회사는 2022. 1. 19 및 같은 달 24. 두 차례에 걸쳐 원고에게 “현재 회사의 경영 여건상 전략기획본부가 처리해나가는 브랜드 개발, 광고대행, 콘 텐츠 개발 업무에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고, 사옥 1층 디자인 1팀 옆 공간에서 가해자 와 마주치지 않으며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도록 업무공간을 마련하였으니, 회사에 복귀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업무복귀요청을 하였다(이하 위 위 업무공간 분리조치를 ‘이 사건 분리조치’라고 하고, 이 사건 징계처분과 함께 ‘이 사건 사후조치’라고 한다).
이에 원고는 2022. 1. 24. 피고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피고 회사는 위 유급휴가 만료일 다음날인 2022. 1. 25. 원고가 퇴사한 것으로 처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내지 8, 10, 15호증, 을 제1, 2,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취지
원고
피고들은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므로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사건 성희롱
원고의 상급자인 피고 B이 그 지위 등을 이용하여 원고를 상대로 한 이 사건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고한다) 제12조를 위반한 위법행위이다. 그리고 이 사건 성희롱은 업무의 연장선상에 있는 회식장소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외형적, 객관적으로 피고 회사의 업무집행과 관련성이 있으므로, 피고 회사는 상법 제389조 제3항, 제210조에 따라 피고 B과 공동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이 사건 사후조치
피고 회사는, 원고의 2차 유급휴가 신청에 대하여 불승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사후조치를 하면서 원고의 의견을 듣지 않았고, 피고 B과 원고의 업무공간을분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인 원고를 기존 업무공간과 분리된 별도의 업무공간으로 이동케 함으로써 사실상 원고를 직무에서 배제하였는바, 이 사건 사후조치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등에 반하는 위법행위이다.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서의 허위 기재
원고는 위와 같은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고 회사에서 퇴직할 수밖에 없었음에도, 피고들은 원고의 실업급여 수령 관련 서류인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서’의 ‘상실사유’란에 원고의 성희롱 피해사실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고 개인사유로 인한 자진퇴사인 것처럼 허위 기재하였고, 원고는 실업급여 수령자격을 얻기 위하여 위 상실사유를 ‘성희롱 피해’로 정정하기 위하여 관계 기관에 성희롱 피해 사실을 소명하는 등 추가적인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퇴직금 지급 지체
피고 회사는 원고의 퇴사일로부터 2개월이 지난 이후로서 원고가 임금체불 진정신고를 하고 나서인 2022. 4. 8.에서야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불법행위를 하였고, 이로써 원고는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손해배상의 범위는 아래와 같다.
원고는 이 사건 성희롱 및 그 이후 피고 회사의 위법한 사후조치 등으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받고 피고 회사에서 퇴직할 수밖에 없었고, 그 이후 이루어진 불법행위로 정신적 고통을 추가로 받았다. 따라서 공동불법행위자인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6,900만 원(= 피고 회사에서 2년 근속 시 지급받을 수 있었던 청년내일체움공제금 900만 원 + 위자료 6,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들
피고 B의 성희롱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 그러나 피고 회사가 이 사건 직후 원고에 대하여 3개월의 유급휴가를 제공하고 피고 B에게 적절한 징계조치를 하였던 점, 피고 회사의 사무실 구조, 원고가 기존에 담당하던 업무 등을 고려할 때 가해자와의 분리조치는 적절하게 이루어졌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이 사건 성희롱 및 피고 회사의 부적절한 후속조치로 말미암아 불가피하게 퇴사하게 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이 사건 성희롱의 경위에 비추어 원고가 주장하는 위자료 6,000만 원은 과다하고, 지원금수령기회의 상실은 이 사건 성희롱 등과 상당인과관계에 있지 아니하거나 특별손해로서 피고들에게 그 손해의 발생에 관한 예견가능성이 없었으므로,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
판단
손해배상책임의 존부
이 사건 성희롱에 관하여
관련 법리
남녀고용평등법 제12조는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 내 성희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여 직장 내 성희롱을 금지하고 있고, 같은 법 제2조 제2호는 ‘직장 내 성희롱’을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조 [별표 1]은 직장 내 성희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예시하면서 성적인 언동 중 언어적 행위의 하나로 “성적인 사실관계를 묻거나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행위”를 들고 있고,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는 때에는 피해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되,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사람이 피해자의 입장이라면 문제가 되는 행동에 대하여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하였을 것인가를 함께 고려하여야 하며, 결과적으로 위협적ㆍ적대적인 고용환경을 형성하여 업무능률을 떨어뜨리게 되는지를 검토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 또는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뜻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와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과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한 성적 언동 등에는 피해자에게 직접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준 경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매체 등을 통해 전파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라는 요건은 포괄적인 업무관련성을 나타낸 것이다. 업무수행 기회나 업무수행에 편승하여 성적 언동이 이루어진 경우뿐만 아니라 권한을 남용하거나 업무수행을 빙자하여 성적 언동을 한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어떠한 성적 언동이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지는 쌍방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와 상황, 행위 내용과 정도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해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다219529 판결 등 참조).
상법 제389조 제3항에 따라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에 준용되는 제210조는 "회사를 대표하는 사원이 그 업무집행으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회사는 그 사원과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업무집행으로 인하여’란 대표이사의 불법행위가 객관적으로 주식회사의 사업활동, 대표이사의 업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일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업무집행으로 인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다. 대표이사가 다른 사람에게 가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대표이사의 업무집행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주식회사의 사업과 시간적ㆍ장소적으로 근접하고 대표이사의 업무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거나 가해행위의 동기가 업무처리와 관련된 것이라면 대표이사의 업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① 피고 B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이자 원고의 상급자로서 회식장소에서 자신의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여 또는 업무와 관련하여 원고에게 성관계 경험을 묻는 등 성적 언동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직장 내 성희롱’을 함으로써 남녀고용평등법 제12조를 위반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② 피고 B의 이 사건 성희롱은 직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포괄적인 업무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 B은 민법 제750조 또는 상법 제389조 제3항, 제210조에 의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피고 회사 역시 상법 제389조 제3항, 제210조에 의하여 피고 B과 공동하여<1>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사후조치에 관하여
의견 미청취에 따른 불법행위 인정 여부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 피고 회사가 피고 B에 대한 징계처분과 관련하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 소정의 의견청취절차를 밟지 않았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다만 아래 나)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 회사는 2022. 1. 11. 원고에게 근무장소의 변경 등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부여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분리조치와 관련하여 원고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위 의견청취절차는 성희롱 피해를 입은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 가해자 징계나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적절한 사후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절차적 장치로서 그 의견청취 없이 사후조치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 의견 미청취가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거나 그 사후조치가 위법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결국 사후조치로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징계,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보호가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사후조치의 위법 여부를 따져야 할 것인바, 아래 나)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사후조치가 위법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부분 관련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 사후조치의 위법 여부
갑 제14호증, 을 제1, 2, 3, 5, 8, 9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후조치가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징계조치는 피고 B에 대한 3개월의 감봉으로서 이 사건 성희롱의 경위, 태양 등에 비추어 수긍할 수 있는 수준 내에 있는 것으로 보이고, 그것이 과경하여 부당하다고 볼 만한 자료는 찾을 수 없다(원고도 이 사건 징계조치가 가볍다는 취지의 주장은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직장 내 성희롱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게 되는데(남녀고용평등법 제39조 제3항 제1호의6, 제14조 제5항 전단 참조), 이 사건 성희롱을 조사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서부지청은 2022. 2. 3. 피고 회사에 과태료 처분 없이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이후 조사 및 행위자에 대한 징계 조치함이 확인되고,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및 교육자료 게시함이 확인되었음. 법 위반에 대한 시정이 완료되어 사건을 종결합니다.”라는 내용의 사건 처리결과 회신을 하였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3항은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조사 기간 동안 피해근로자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 회사는 이 사건 성희롱에 대한 조사가 종료된 이후의 기간까지 포함하여 원고에게 총 3개월의 휴가를 부여하고 3개월분 급여 675만 원 전액을 지급하는 등 남녀고용평등법 소정의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임시조치를 충분히 취하였다.
그럼에도 원고는 2022. 1.경 피고 회사에 다시 3개월의 유급휴가를 신청하였는데, 당시 원고가 위 유가휴급이 필요한 특별한 사정(예를 들면,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등)에 관하여는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 회사는 위 유급휴가기간의 만기가 다가오자 2022. 1. 11. 원고에게 ‘중요한 사항으로, 유급휴가 만료 후 어떻게 하실지 방안을 협의해야겠네요. 이에 관해 생각해보시고 의견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근무장소의 변경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부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당시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여 피고 회사와 이 사건 성희롱 관련 피해배상 등 문제를 놓고 협의를 하고 있었던바,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근무장소의 변경 등에 관하여 충분히 의견제시를 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의견제시도 하지 않았다.
이에 피고 회사는 이 사건 성희롱과 관련하여 재발 방지를 위하여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교육자료 게시, 전담고충상담자를 배정하는 등 조치를 취하였고 2022. 1. 19. 원고에게 위와 같은 사정과 함께 ‘사옥 1층 디자인1팀 옆 공간에서 업무처리를 할 수 있도록 가해자와의 근무장소를 분리하였다.’는 사정도 함께 고지하였다.
그럼에도 원고가 답을 하지 않자, 피고 회사는 2022. 1. 24. 원고에게 재차이 사건 분리조치의 개요와 함께 복귀를 요청을 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는데, 같은 날 원고는 이 사건 분리조치에 관한 아무런 의견 제시도 하지 않고 분리된 업무공간 등에 대한 확인도 없이 곧바로 피고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피고 회사는 지상 2층 규모의 사옥에서 대표이사 외 10여명의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소기업으로 ‘디자인팀(1· 2팀)’과 ‘전략기획팀’으로 나뉘어져 있다. 피고 회사의 디자인팀은 1층에, 전략기획팀(원고, D 책임, F 본부장) 및 대표이사실은에 2층에 각 배치되어 있었다. 전략기획팀은 사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공모할 외부 프로젝트를 선정한 후 그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기획하는 등의 업무를 하는데, 원고는 주로 전략기획본부장 F 등의 지시에 따라 제안서 작성하거나 전략 수립의 기초자료를 수집하는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간혹 대표이사인 피고 B에게 제안서 등을 직접 보고하는 경우도 있었다. 위와 같은 원고의 기존 업무내용 및 그 방식, 이동된 근무장소와 기존 근무장소의 거리와 다른 전략기획팀원들에 대한 접근가능성, 피고 회사의 규모와 사업형태 등에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분리조치는 수긍할 수 있는 수준 내에 있다고 보이고 그것이 현저히 부당하여 원고에 대한 불리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달리 원고의 업무처리에 지장을 초래하는 다른 사정을 찾기 어렵다(원고는 어떤 협업이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한지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서의 허위 기재와 퇴직금 지급 지체에 관하여
피고 회사는 2022. 1. 25.경 원고에 대한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서’의 ‘상실사유’란에 원고의 성희롱 피해사실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고 ‘개인사정으로 인한 자진퇴사’로 기재하였던 사실, 피고 회사는 원고의 퇴사일로부터 2개월이 지난 이후로서 원고가 임금체불 진정신고를 하고 나서인 2022. 4. 8.에서야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였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1, 1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만으로 피고 회사의 위 ‘상실사유’란의 기재와 퇴직금 지급지체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서 원고에 대한 독립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은 원고의 퇴사 경위 및 이 사건 사후조치의 정도, 아래 나.의 다)항에서 보는 원고의 퇴사 전 언행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 회사로서는 이 사건 성희롱과 원고의 퇴사 사이에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고, 거기에 피고 회사에 부여된 주의의무를 해태하는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원고가 결국 실업급여와 퇴직금을 모두 수령하였던 사실을 자인하고 있는바, 설령 피고 회사의 위 ‘상실사유’란의 기재와 퇴직금 지급지체가 원고에 대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위와 같은 실업급여와 퇴직금의 수령으로써 그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밖에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피고들이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을 것인데(대법원 1996. 11. 26. 선고 96다31574 판결 등의 취지 참조), 원고가 제출한 주장, 증거만으로는 그와 같은 증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다만 원고가 실업급여 수령자격을 얻기 위하여 위 상실사유를 성희롱 피해로 정정하기 위하여 성희롱 피해 사실을 관계기관에 소명하는 과정에서, 또 퇴직금의 지급 지체로 피고 회사를 상대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서부지청에 추가 진정을 하는 등 권리구제를 위하여 추가적인 노력을 들이는 과정에서, 겪었을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는 아래 위자료 액수를 산정함에 있어 고려한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성희롱이라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에 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관하여
일실수입에 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려면, 불법행위와 손해와의 사이에 자연적 또는 사실적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념적 또는 법률적 인과관계 즉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결과 발생의 개연성, 위법행위의 태양 및 피침해이익의 성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민법 제763조에 따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준용되는 민법 제393조 제1항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1항의 통상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종류의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사회일반의 거래관념 또는 사회일반의 경험칙에 비추어 통상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범위의 손해를 말하고, 제2항의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당사자들의 개별적, 구체적 사정에 따른 손해를 말한다(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다15363, 15370 판결,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1다300791 판결 등 참조).
갑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청년이 중소기업에서 장 기근속할 수 있도록 청년, 기업, 정부가 2년간 공동으로 적립하여 청년의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제도로서, 고용보험 피보험자수 5인 이상 중소기업에 정규직으로 채용된 만 15세 이상 만 34세 이하의 청년 본인이 2년간 300만원(월 12만 5,000원)을 적립하면 정부가 600만 원 기업이 300만 원(50인 미만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기여금의 100%를 정부가 지원)을 각 적립하여 2년 후 청년에게 만기공제금 1,200만 원과 소정의 이자를 지급하는 청년지원제도인 사실이 인정되고, 앞서 인정한 이 사건 성희롱 수준의 정도, 피고 회사의 규모와 피고 B의 피고 회사 내 지위, 원고의 기존 업무 내지 역할과 피고 B의 업무 사이의 관련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성희롱은 원고가 힘들게 얻은 첫 직장에서 퇴사를 결정하는 데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후조치가 적정한 수준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어, 향후 피고 회사의 직장 내 성희롱의 재발 우려는 상당히 감소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점에다가, 갑 제5,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 즉 ① 원고는 피고 회사에 정규직으로 채용된지 만 1년 정도(실 근무 약 10개월)가 된 2021. 1.경 위 본인 적립금 중 1,125,000원(만기 시 예상적립금의 37.5%)만을 납입한 상태에서 퇴사를 결정하였던바, 위 퇴사 당시 위 정부 및 기업 지원금 상당액 900만 원을 수령할 것이 상당한 정도로 기대되는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원고는 이 사건 성희롱 직후 E과 통화를 하면서 “퇴사를 하고는 싶었는데, 진짜 이렇게 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어요.”라고 말하기도 하였고, 위 말의 의미에 대하여 원고는 ‘잦은 야근과 대표 보좌 업무로 인한 격무에 지쳐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다른 보통의 근로자들과 같이 막연하게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라고 진술(2022. 4. 25.자 원고 준비서면 참조)하였던 점, ③ 원고는 변호사 G을 통하여 2021. 11. 3. 피고들에게 ‘원고의 피해회복을 위해, 원고가 2021. 12. 31.까지 유급휴가를 사용함을 확인하고, 원고가 지급받지 못하게 된 내일채움공제 최종수령예상금액, 원고의 1년 치 급여, 노동청에 신고하게 될 경우 부과될 과태료 등을 반영한 4,900만 원을 원고에게 지급할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된 합의안을 제시하였는바, 원고는 이 사건 성희롱 직후로서 이 사건 후속조치 이전에 이미 사직을 전제로 피고들에게 내일채움공제금 최종 수령액 상당의 보전을 요구하기도 하였던 점 등을 감안할 때, 원고 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사건 성희롱과 위 900만 원 수령기회의 상실이 상당인과관계 있다고 보기 어렵다.
설령 이와 달리 그 상당인과관계를 긍정하더라도, 이러한 손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에 해당하므로 사업주인 피고 회사가 이러한 손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하는데(민법 제763조, 제393조), 위 다)항 기재 사정에 비추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들이 불법행위 시인 이사건 성희롱 발생 시를 기준으로 원고의 퇴직 및 그로 인한 내일채움공제금 상당액 수령기회 상실의 손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위자료에 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할 경우, 피해자의 연령, 직업, 사회적 지위, 재산 과 생활상태,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피해자의 과실 정도 등 피해자 측의 사정과 아울러 가해자의 고의ㆍ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와 원인, 불법행위 후의 가해자의 태도 등 가해자 측의 사정까지 함께 참작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원칙에 부합하고, 법원은 이러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위자료 액수를 확정할 수 있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다276307 판결 등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성희롱은 원고가 힘들게 얻은 첫 직장에서 퇴사를 결정하는 데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성희롱의 수준이 성관계를 요구하는 내용으로까지 비춰질 수 있어 그 정도가 매우 무거운 점,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성추행․성희롱 행위는 피해근로자의 존엄성과 인격권을 침해하고 피해근로자의 고용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이자, 양성평등이 구현되어야 할 직장 내 근무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인바,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감독하여야 할 피고B이 그 의무를 저버리고 오히려 보호대상인 원고를 성희롱하였는바,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고, 이에 사회초년생인 원고가 느꼈을 정신적 고통이 매우 큰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런데도 피고 B이 원고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피고 회사는 원고 퇴직 이후 실업급여 및 퇴직금 수령 과정에 원만히 협조하지 않았던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한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위자료 액수를 1,500만 원으로 정한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 대하여 위자료 1,5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인 2021. 10. 14.부터 피고들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2. 8. 31.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용근
각주1) 상법 제210조는 ‘연대하여’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나, 이는 공동불법행위책임에 관한 민법 제760조 제1항의 ‘연대하여’라는 표현과 마찬가지로 부진정연대책임을 의미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