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4. 1. 18. 선고 2021가합37956 판결

근로에관한 소송

주문

1.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석유제품, 가스, 윤활기유, 윤활유 그리스, 화학제품 및 관련 제품의 제조, 수송, 저장 및 매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원고들은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에 소속되어 피고에서 운전업무를 수행하였던 사람들이다.

나.

차량운전 및 관리도급계약의 체결

피고와 D은 2012. 7. 1. D이 피고의 승용 · 승합차 운행 등에 관한 도급업무를 수행하는 내용의 차량운전 및 관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 한다). 주요 내용은 [별지] 이 사건 도급계약에 기재된 것과 같다.

다.

원고들의 운전업무 수행

원고 A은 2012. 8. 29.부터 피고에서 운전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 B는 2012. 11. 1.부터 2021. 6. 30.까지 피고에서 운전업무를 수행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에서 4호증, 을 제10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 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들의 지위

원고들은 D 소속으로 피고에 파견되어, 피고의 지휘 · 감독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제5호<각주1>에 따른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

나.

고용의 의사표시 주장

파견법 제6조<각주2>는 근로자파견의 경우 파견기간이 합계 2년을 초과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파견법 제7조<각주3>는 근로자파견사업에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면서, 사용사업주는 허가를 받지 않은 근로자파견사업자로부터 근로자파견 역무를 제공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D은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근로자파견사업의 허가를 받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은 피고에서 2년을 초과하여 파견근로자로 근무하였으므로, 사용사업주인 피고는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3호, 제5호<각주4>에 따라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

다.

손해배상 주장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주장(주위적 주장)

피고는 원고들에 대한 사용사업주로서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에 따라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아 위 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원고들에 대하여 직접고용의무의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나)

차별처우에 따른 손해배상 주장(예비적 주장)

파견법 제21조 제1항<각주5>은 사용사업주가 단지 파견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사업내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 비해 파견근로자를 차별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원고들에 대한 사용사업주인 피고는 원고들과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원고들을 차별 대우하였다. 이는 파견법을 위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2)

손해액의 범위

피고의 직접고용의무 불이행 또는 차별처우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는 원고들이 D에서 실제로 지급받은 임금과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같은 기간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임금의 차액에 해당한다. 원고 A의 손해는 247,090,966원, 원고 B의 손해는 281,067,572원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 각 금액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원고들이 파견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갑 제8, 9호증, 을 제1에서 9, 11, 13, 15에서 19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함), D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D에 고용된 후 피고에 파견되어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고 피고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

구속력 있는 지시의 존부

(1)

도급인은 도급계약의 내용에 따라 수급인이나 수급인의 근로자(이행보조자)에게 일의 완성을 위한 지시를 할 수 있고, 도급인의 지시권에는 일의 완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포함된다. 따라서 도급계약에서도 도급인은 계약상의 급부이행과 관련하여 급부의 종류, 범위 및 내용 등을 특정할 수 있고, 그 경우에 수급인은 도급계약에서 정한 세부사항에 따라 급부를 이행할 계약상의 의무를 부담한다. 피고 총무팀은 매주 E, F 등 임원들의 개략적인 외부 일정을 표시한 주간 작업지시서(갑 제9호증)를 작성하여 D의 확인을 받은 후 운전기사들의 휴게실에 비치하였고, 이는 도급인인 피고가 수급인인 D에 자동차 운행업무의 지시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단지 도급의 외관을 갖추기 위해 주간 작업지시서를 형식적으로 비치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 비록 원고들이 피고의 임원 또는 비서들과 직접 카카오톡 메시지를 나눠 구체적인 운행 장소와 시간을 통보받기는 하였으나, 이는 임원을 담당하는 운전기사의 업무 성격상 미리 상세한 차량 운행일정을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일 뿐이다. 또한 피고의 임원 또는 비서들이 차량 운행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도급계약의 목적인 임원 차량 운행을 위하여 수급인의 이행보조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차량의 운행 경로 또는 시간 등을 지정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운전업무 수행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권을 행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원고들이 피고의 임원을 각 담당하여 운전기사 업무를 수행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이는 D이 도급의 목적인 운전업무를 원활히 이행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임원별 운전기사를 배정한 결과에 불과하고, 피고가 임원들의 운전기사 배치에 관여하였다거나, 이에 관한 일반적 권한을 행사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 또한 피고 임원들의 비서 또는 피고 소속 직원들은 위와 같은 고정배차 외에 특별한 차량운행이 필요할 경우 피고가 직접 고용한 운전기사인 G의 이메일 등을 통해 배차요청을 하였는데(을 제1에서 9호증), 그 경우에도 위 이메일에 일정과 목적지만을 기재하여 운전업무의 수행을 요청하였을 뿐, 운전업무를 수행할 기사를 특정하지 않았다. 그 경우 D 소속 기사들은 운전업무를 수행할 기사를 정하여 피고에게 통보하였고, 기사들 모두가 그 운전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때에는 대리기사를 배정하여 피고에게 통보하기도 하였으므로, 피고가 원고들을 포함한 D 소속 운전기사들에게 구체적인 업무수행에 관한 지시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D은 2015. 7. 1. H을, 2018. 8. 1. I을, 2020. 8. 6. J을 각 현장대리인으로 선임하였는데,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이들의 선임이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였다거나, 이들이 원고들과 동일한 운전기사 업무만을 수행하였다고 볼 증거도 없다).

나)

사업의 실질적 편입 여부

(1)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을 이루어 공동작업을 하였다고 보려면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가 결원이 되었을 때 곧바로 대체 투입된다거나, 단일한 지휘·감독 아래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거나 서로 다른 업무라도 의사의 연락 등 상시적인 상호작용 하에 이를 수행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그런데 피고가 직접 고용한 G, K이 원고들과 같은 지휘 · 감독 아래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였다거나, 원고들의 결원을 대체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 오히려 K은 D에 소속되어 있던 중 피고에 L 대표이사가 취임하자 피고의 정직원으로 채용되어 L 대표이사의 운전업무를 수행하였고, K이 수행한 외국인 임원의 운전 및 의전업무가 원고들의 운전업무와 완전히 동일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2)

원고들이 수행한 피고 임원들의 운전업무는 피고 사업의 핵심업무인 석유제품, 가스, 윤활기유, 윤활유 그리스, 화학제품 및 관련 제품의 제조, 수송, 저장 및 매매업무와는 명백히 구분된다. 또한 피고는 원고들을 비롯한 운전기사들로부터 정기적으로 OT근무확인서(갑 제11호증),<각주6> 운행일지 등을 제출받아 이를 D에 전달하였는데, 피고의 총무팀 근로자들과 임원들은 이를 통해 원고들의 운전업무 수행 내역을 확인 ·검수하였을 뿐, 원고들이 수행하는 업무를 평가하거나 이를 통한 구체적인 지휘 · 감독을 하지 않았으므로, 이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관계에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피고가 위 일지 및 근무확인서를 통해 운전기사들의 근무상태를 평가 · 관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도급비를 산정하기 위해 위 일지 및 근무확인서를 제출받았다는 피고의 주장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또한 D은 2017. 6. 1.부터 2018. 6. 30.까지 피고로부터 피고의 본사 건물 지하 4층에 위치한 25평 사무실을 월 700,000원에 임차하여 D 소속 기사들의 대기실로 사용하였는데, 피고는 이와 별도로 같은 건물 지하 3층에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의 기사대기실을 마련하여 D 소속 근로자들의 휴게공간을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의 휴게공간과 분리하였다.

다)

근로에 관한 일반적 권한 행사 여부

(1)

원고들은, 원고들이 피고의 임원들과 면접을 본 후 D에 채용되었을 뿐, D 내부의 채용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피고와의 면접을 거쳐 채용되었다는 증거를 포함하여 피고가 원고들의 채용절차에 관여하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 원고들은, D에 원고들의 채용 관련 자료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원고들이 피고에 의하여 채용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원고들의 채용절차에 관여하였다고 보기 부족할 뿐만 아니라, 원고들이 채용된 2012년경부터 10년 이상이 경과하여 관련 자료가 없다는 취지의 D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는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2)

피고가 원고들을 포함한 D 소속 근로자들의 휴가 및 근태관리를 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 원고들은, G 명의의 이메일 계정에서 2021. 4. 16. M에게 발송된 이메일(갑 제8호증)의 내용을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들을 포함한 운전기사들의 휴가를 관리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이메일은 D 소속 운전기사들 중 휴가를 신청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의 내역을 취합한 내용에 불과하고, 위 이메일의 내용만을 들어 피고가 D 소속 운전자들의 휴가에 관한 일반적 권한을 행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위 이메일의 내용에 따르면, 피고는 D 소속 운전기사들의 휴가계획을 월별로 제공받은 것 외에 휴가의 관리 및 승인 등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고, 위 운전기사들의 휴가 사용에 따른 대체 운전기사 역시 D이 결정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3)

D에 소속되어 피고에서 수행기사로 근무하였던 N은 임원의 차량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유류비를 횡령하는 비위행위를 저질렀다. D은 2020. 4. 20. N에게 같은 달 27일 개최하는 징계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통지하였고, N은 같은 달 30일 D에 권고사직을 이유로 한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그 과정에서 피고는 D로부터 2,914,084원을 변상받고 N의 사직을 통보받았을 뿐, N에 대한 아무런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므로, D 소속 운전기사들에 대한 징계 등 제재권한 역시 D이 행사하였다고 볼 것이다.

라)

수행업무의 한정 및 D의 기업조직 또는 설비 구비 여부

(1)

원고들이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는 피고가 지정하는 시간에 특정 장소로 피고가 지정하는 승용, 승합차를 운행할 업무 및 이와 관련된 업무로 특정되어 있고, 원고들은 위 업무 외에 피고의 다른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또한 위 계약 제3조에는 차량관리, 비용부담, 운행 위반 시의 처리 등이 상세히 규정되어, 원고들이 수행할 업무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다. 비록 원고들을 포함한 운전기사들의 업무가 단순하고 반복적인 것으로 대리기사들도 일부 수행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원고들의 업무에 대하여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을 하였다거나 이들의 업무가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음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위 업무가 일부 단순성, 반복성을 지닌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

(2)

D은 15년 이상의 용역사업을 영위한 회사로, 2019년 매출액이 62,794,948,988원, 2020년 매출액이 86,046,954,801원에 이른다. 비록 피고가 원고들의 운전업무에 필요한 차량 및 설비를 제공하기는 하였으나, 도급관계에서도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장비와 자재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피고의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이 사건 도급계약 제8조는 D 소속의 운전기사들이 도급업무를 수행하던 중 피고 또는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이를 D이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D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본사 건물 내 사무실을 임차하여 D 소속 근로자들의 기사대기실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D이 소속 운전기사들의 운전업무에 관하여 아무런 책임 또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 나아가 D이 원고들에게 운전업무 수행에 관한 특별한 교육을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이는 운전업무의 단순성, 반복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일 뿐, 이를 근로자파견관계의 인정 근거로 볼 수 없다.

나.

소결

원고들은 피고의 파견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없다. 또한 원고들에게 파견법이 적용되지 않는 이상, 피고가 파견법에 따른 직접고용의무를 불이행하였다거나, 파견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처우 등의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 원고들의 손해배상 주장은 손해액의 범위에 관하여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태일(재판장) 송효섭 임현수

각주1) 제2조(정의)

각주2) 제6조(파견기간)

각주3) 제7조(근로자파견사업의 허가)

각주4) 제6조의2(고용의무)

각주5) 제21조(차별적 처우의 금지 및 시정 등)

각주6) OT는 over time의 약자로 초과근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