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화장품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면서 'C'라는 영업판매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이다. 원고는 2009. 10.경 피고와 사이에 피고의 화장품에 관한 판매위임계약(이하 '이 사건 판매위임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그 무렵부터 피고의 C 강남지점(서울 강남구 D 소재 건물 6층, 7층 이하 '이 사건 지점'이라고 한다)의 책임자인 '수석사업국장'의 지위에 있던 자이다.
이 사건 판매위임계약의 그 주요 부분은 다음과 같다(갑 제1호증의 2012. 12. 5.자 판매위임계약서 참조).
피고는 2019. 2.경 이 사건 지점의 매출 부진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지점의 사업장면적을 축소한 데 이어, 2019. 3.경에는 원고에게 이 사건 지점의 사업장을 선릉지점으로 통폐합한다고 통보하였다.
원고는 2019 4. 3.경 피고에게 위와 같은 사업장 축소 등을 문제 삼으며 이 사건 판매위임계약의 해지를 통보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① '원고가 이 사건 판매위임계약 해지 전인 2019. 3. 31. 이미 예하 판매원들과 함께 피고의 경쟁업체로 이직한 것이 이 사건 판매위임계약 제10조 제4항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그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의 소(서울서부지방법원 2019가합35292)를 제기하였고, ② 나아가 '원고의 예하 판매원이었던 F이 이 사건 지점 근무 중 허위매출 등으로 피고에게 입힌 손해에 관하여 원고가 연대하여 배상하라.'는 소(서울서부지방법원 2021가합31453)를 제기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9,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원고가 피고와 사이에 근로계약이 아닌 판매위임계약을 체결하였지만 이는 형식적인 것이며, 실제로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는 피고와 이 사건 판매위임계약을 체결한 독립된 사업자로서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①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②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③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④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⑤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⑥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⑦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59146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52891 판결 등 참조).
판단
갑 제1 내지 4 내지 9, 12, 14, 17, 20 내지 33, 36 내지 40호증, 을 제1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위 관련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판매위임계약의 성격
상법이 정한 대리상은 일정한 상인을 위하여 상업사용인이 아니면서 상시 그 영업부류에 속하는 거래의 대리 또는 중개를 영업으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상법 제87조). 대리상은 본인의 허락 없이 자기나 제3자의 계산으로 본인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동종의 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의 무한책임사원 또는 이사가 되지 못하며(상법 제89조),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계약과 관련하여 알게 된 본인의 영업상 비밀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상법 제92조의3). 한편, 상법이 정한 위탁매매인은 자기의 명의로써 타인의 계산으로 물건 또는 유가증권의 매매를 영업으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상법 제101조). 위탁자가 매도를 위탁한 물건은 위탁매매인과의 관계에서 위탁자의 소유에 속하고(상법 제103조), 이에 따라 위탁자는 매도 가액을 지정할 수 있다(상법 제106조).
이 사건 판매위임계약의 주된 내용은 원고와 같은 뷰티센터의 수석사업국장이 피고의 임차 매장에서 피고 소유 제품을 피고가 정한 가격으로 피고의 명의와 계산으로 대행하여 판매하는 한편, 피고는 원고 등 수석사업국장에게 뷰티센터의 매출액에 비례한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이다.
이 사건 판매위임계약은 피고가 제품의 소유권을 보유하면서 제품의 판매가격을 정한다는 점에서 위탁매매계약의 성격이 일부 있고, 위탁경영인인 원고가 피고를 위하여 제품을 판매하는 한편 피고의 허락 없이 다른 회사의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리상계약의 성격도 일부 혼합된 계약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업무내용과 업무수행방식
원고가 이 사건 지점에서 수행하는 업무는 이 사건 판매위임계약, 사업국 운영계획서(원고가 피고에게 작성·교부한 것으로서 예상매출액과 관리대상인 판매원의 현원, 예상 인원 등이 기재된 것이다), 이행합의서(이 사건 지점 등 사업장 임차 당시 원고 등 수석사업국장과 피고 사이에서 작성되는 것으로서 예상 매출액, 실적 미달 또는 중도해지 시의 손해배상액 등이 기재된 것이다)에서 정한 바에 따라 화장품의 판매관리, 고객관리, 재고관리, 매장관리 등(이하 '이 사건 위탁업무'라고 한다)이었다.
원고는 스스로 매출활동, 홍보전략, 판매원 모집 계획 등이 포함된 사업계획을 수립하여 피고에게 보고한 후 이에 따라 이 사건 지점을 운영하였다. 원고 등 사업국장은 화장품 판매를 담당할 하위직 판매원을 모집할 수 있고, 이들을 이용하여 사업국의 매출을 올리는 방식으로 영업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자신이 모집한 판매원에 관하여 상위 직급으로 위촉하거나 하위 직급으로 강등할 것을 요청할 수 있고 나아가 해약까지 요청할 권리를 갖고 있었으며, 실제로 피고에게 여러 차례 위와 같은 위촉요청을 하였다.
피고가 원고에게 공급한 제품의 판매가격, 이벤트 진행여부, 할인물품과 할인율 등에 관하여 결정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는 피고 소유의 제품을 피고의 계산으로 판매하기로 한 이 사건 판매위임계약의 내용에 비추어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이 근로자성의 표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이 사건 판매위임계약에 따라 제품의 판매 금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지급받지만, 피고는 제품의 소유자로서 재고 발생이나 마진율에 따른 손해를 최종적으로 부담한다. 피고가 일정한 가격 정책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원고로서는 마진이나 다른 위탁경영매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수수료만을 증가하기 위해 저가에 제품을 판매하려는 유인이 커지게 된다. 이에 피고는 브랜드의 가치와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매장에서 동일한 제품이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되도록 가격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 보이고, 그에 따른 피고의 조치가 반드시 원고와 피고 사이의 종속적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원고는 피고가 사업국 운영계획서를 통하여 매출 현황이나 판매원 현황 등을 보고하도록 하고, 수석사업국장의 매출 목표와 실적 달성 여부 등도 공유하도록 하였으며, 실적 우수자에게 시상을 하는 등 판매독려를 지속적으로 했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에게 공급된 제품이 피고의 소유인 점, 제품 판매 현황을 파악하고 향후 제품 개발에 참고하기 위해 재고 품목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점, 원고의 보고는 이 사건 판매위임계약상 수임인으로서 원고의 보고의무(상법 제112조, 민법 제683조)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는 점, 매출 현황 및 재고 품목 관리는 향후 원고에 대한 수수료 산정 등에 있어 참고사항이 되는 점, 이 사건 판매위임계약의 목적이 피고의 화장품 매출 증진이고 그 매출 증진을 위한 수단으로 시상이 이루어진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수행한 매출현황 및 재고현황 관리, 실적우수자 시상 등이 근로자성을 나타내는 징표라고 보기 어렵다.
원고의 판매실적이 피고의 수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원고의 수수료 이익과도 연관된 이상, 피고가 원고에게 일정한 매출 목표를 제시하거나 판매실적 독려를 위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사용자로서의 업무상 지휘ㆍ감독으로 볼 수 없다. 피고가 원고가 작성하여 제출한 운영계획서를 제출받아 이를 토대로 이 사건 지점 관련 업무를 감독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도 없다.
피고가 원고를 포함한 위탁경영인들을 상대로 판매실적 부진을 이유로 일방적인 매장 변경, 전환배치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고 하여도, 피고가 매출신장, 매출달성 등을 토대로 한 평가기준에 따라 계약기간 종료 이후 위탁경영인과 재계약을 체결할지 여부를 결정한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상 피고가 보유한 계약당사자로서의 권한 행사일 뿐이고 이를 근로자에 대한 징계 내지 불이익 부여라고 볼 수는 없다.
근무시간과 근무장소 등
원고의 주된 근무장소는 이 사건 지점으로 정해져 있었으나, 특정 임차상가에서 피고 소유의 상품을 판매하는 이 사건 판매위임계약의 특성상 당사자들의 합의에 따라 계약 체결 시 업무 장소를 지정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그것이 근로자성의 표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판매위임계약상 원고의 근로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았고, 나아가 피고가 원고의 출퇴근 시각을 통제하거나 근태를 관리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 피고는 이 사건 지점에 자신의 직원을 파견한 적도 없고 기타 전산시스템 등으로 원고나 그 예하 판매원들의 근태를 관리한 적도 없다.
원고나 이 사건 지점의 판매원들의 근무시간과 휴무일도 사전에 정해져있지 않았고 그 근무시간 등은 뷰티상담 고객과의 예약시간 등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되었다.
자신의 계산에 따른 사업 영위 및 독립성
원고와 그 예하 판매원 중 지부장급 이상은 이 사건 지점과 관련하여 청소용역비, G 비용, 고객 선물비용, 택배비용 등 매장 운영에 소요되는 각종 경비를 부담했다. 원고 등 뷰티사업국장은 판매촉진을 위하여 피부 관리(케어) 서비스에 필요한 자격증을 가진 피부관리사를 채용하고 그 서비스와 관련된 각종 소모품을 구입, 사용하였는데, 그 규모와 비용 부담 등은 해당 사업국장이 예하 판매원들과 상의하여 결정하였다.
이 사건 지점에서는 고객에게 매출액에 상응하는 피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등 방식으로 매출을 올렸는데, 그와 같은 서비스 제공의 방식과 정도에 대하여는 원고가 소속 위탁판매원들과 합의하여 결정하였고, 여기에 피고가 관여한 바가 없다.
원고는 자신이 모집하여 관리하던 판매원의 귀책사유로 인해 피고에게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 그 판매원과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이 사건 위탁업무 수행과정에서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스스로 부담했다.
원고는 제품의 판매촉진을 위해 자유로이 광고선전 및 판촉활동을 할 수 있었으며, 그에 소요되는 제반 비용을 스스로 부담했다.
보수의 성격
원고는 피고로부터 제공받은 독립된 사업장에서 자신이 관리하는 하위직 판매원을 통하여 일으킨 사업국 총매출에 상응하는 수수료를 받았다. 원고가 수령한 수수료 자체는 기본적으로 원고가 제공한 근로의 양과 질, 투입한 시간에 관계없이 오로지 판매실적에 비례하여 그 지급 여부 및 지급액이 결정되었다.
원고는 판매실적에 따라 지급액이 결정되는 수수료를 받았기 때문에 원고의 월별 수수료 액수에 상당한 편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가 지급하는 수수료에는 상한이 없었다.
한편 피고는 판매원의 매출이 저조한 경우에도 월 최소 40만 원의 '장려수수료'를 지급하였고, 뷰티센터에 '행사지원비나 시상금, 교육비 등을 지급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위탁경영인의 원활한 모집 및 위탁판매사업의 안정적인 운영을 원하는 피고의 이해와 손실 위험 최소화를 원하는 위탁경영인의 이해가 일치함에 따라 이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또한, 고정비용은 위탁경영인이 매장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제반 관리비용이나 판매원들을 고용하는 데 따른 인건비 등을 감안하여 최소 운영경비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도 보이므로, 이와 같은 고정비용을 정하여 둔 것이 앞서 본 대리상계약이나 위탁매매계약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수수료로 사무실 운영에 필요한 소모품비를 충당하기도 하였으므로, 위 수수료가 원고가 피고에게 제공한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기타
원고는 피고의 취업규칙 기타 복무에 관한 제반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피고가 원고의 예하 판매원들에게 제품 관련 교육을 제공하고 교육 불참 시수당 미지급의 제재를 가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원고에 대한 상당한 지휘·감독에 해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위탁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피고에의 종속성 여부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 이상, 원고가 피고에 소속된 정규직원들과는 달리 취업규칙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고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한 점, 원고가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아니한 점 등은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이 사건 판매위임계약이나 이 사건 위탁업무의 본질과 무관하게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니라 원고의 노무제공 실질을 제대로 반영한 것일 여지가 크다.
소결
따라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용근
각주1) “사업장 차임 등 사업장 유지비용/매출액”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