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0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2021. 9.부터 C기관 D팀에서 지방기록연구사(일반임기제)로 근무하다 2023. 3. 21. 퇴직하였고, 피고는 2019. 11.경부터 C기관에서 관장으로 근무하다 2023. 7. 10.경 퇴직하였다.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별지 기재 내용과 같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신고하였다.
「부산시 직장 내 괴롭힘 고충심의위원회」는 2023. 5. 26. 위 나.항의 신고 내용 중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3차병원 진단서를 추가로 제출할 것을 요구한 행위에 대해, ‘지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의하면, 원고에 대한 질병휴직을 결정할 권한이 있는 자는 임용권자인 부산광역시장이고 부산광역시장은 질병휴직을 명하려는 경우 진단서나 그 밖에 휴직 사유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받아 휴직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임용권자가 아닌 피고는 질병휴직 신청자에게 3차 병원 진단서 제출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 피고가 원고에게 3차병원 진단서를 추가로 제출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원고의 질병휴직을 사실상 거부한 것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 등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등의 부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므로 이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는 내용의 심의·의결을 하였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2023. 6. 22.경 위 다.항과 같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 내용에 관련하여, ‘지방공무원법 제55조[품위유지의 의무]에 따르면, 공무원은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고, 지방공무원 징계규칙 [별표 1] 바목에 따르면, 공무원이 자신의 우월적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 등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 품위유지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비위 정도 및 고의·과실 여부에 따라 징계를 하도록 되어 있으나, 위반자가 행한 행위의 방법 및 정도, 행위가 행해진 당시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징계사유에 이르진 않는다고 판단된다’고 한 후, ‘「부산광역시 적극행정 면책 및 공무원 경고 등 처분에 관한 규정」제3조 징계사유에 이르지 아니하는 경미한 비위나 잘못으로서 훈계처분을 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고, 같은 규정 제24조 제4호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하거나 행정기관의 위신을 떨어뜨리게 된 때’에 해당하므로 ‘주의’ 처분을 한다‘는 내용의 심의·의결을 하였다.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원고의 2023. 3. 2.자 적법한 질병휴직 신청에 대해 질병휴직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2023. 3. 3. 원고에게 3차 병원 진단서의 제출을 요구함으로써 원고의 질병휴직을 사실상 거부한바, 피고의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원고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등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하였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위반에 해당함과 동시에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 위자료 1,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관련 법리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 내 괴롭힘 즉,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고,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이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 원인이 된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 등 참조).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는 그 행위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그 행위 양태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행위를 의미한다.
‘신체적·정신적 고통’이나 ‘근무환경 악화’는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것인바,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신체적ㆍ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의 악화라는 결과가 발생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하며,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와 시간, 행위의 내용과 정도 및 그 지속성 유무, 관련 업무의 내용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하여야 한다. ‘근무환경 악화’란 그 괴롭힘 행위로 인하여 피해근로자가 능력을 발휘하는 데 간과할 수 없을 정도의 지장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은 상대방에 대한 인격적 침해를 가져오는 언행(사실행위)이 괴롭힘이라는 별도의 판단기준에 의해 평가되고, 이 괴롭힘은 모든 사업장 내에서 일률적인 판단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사업장마다 가지고 있는 개별적인 관행과 업무나 직종의 성격 등을 고려하여야 하며, 근로기준법이 규율하는 직장 내 괴롭힘은 외부의 공적 기관(행정감독기관인 고용노동부, 행정심판기관인 노동위원회, 사법기관인 법원)을 개입시키지 않고 사업장 내에서 사용자가 자체적으로 자신의 권한과 책임으로 처리하는 내부적 분쟁해결시스템인바,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었다고 하여 곧바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당해 행위의 동기⋅목적, 시간⋅장소,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행위자가 직무상의 지위⋅권한을 일탈⋅남용하고 사회통념에 비춰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현저히 넘어 타인의 인격적 이익을 침해한 경우에는 민사상 불법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판단 : 3차병원 진단서 요구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부산광역시 직장 내 괴롭힘 고충심의위원회」가 피고의 3차병원 진단서 제출 요구행위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이 규율하는 직장 내 괴롭힘은 사업장 내에서 사용자가 자체적으로 자신의 권한과 책임으로 처리하는 내부적 분쟁해결시스템인 점, 앞서 든 증거들에 갑 제5, 21, 22호증, 을 제4 내지 7호증의 각 기재(가지 번호 포함)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 등, 특히 피고는 C기관의 관장으로서 소속 공무원들에 대한 복무관리를 포함한 관리감독권한을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피고의 3차병원 진단서 제출을 요구한 행위를 피고가 그 지위와 권한을 현저히 일탈하였거나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선 행위로 평가하여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고, 달리 피고가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하는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원고의 2023. 3. 2.자 질병 휴직 신청 당시의 상황
원고는 2022년 코로나 19로 인한 병가 9일을 제외하고도 44.5일(1일 8시간 기준)에 해당하는 병가를 사용하였고, 위 질병 휴직 신청 당시 이미 2023. 1. 2.부터 2023. 1. 6.까지 5일, 2023. 1. 9.부터 2023. 2. 6.까지 29일, 2023. 2. 7.부터 2023. 3. 4.까지 26일의 병가를 사용하여 2023년분 60일의 연간 병가사용한도를 모두 소진한 상태였다. 원고의 병가는 2022. 12. 16.부터 2023. 3. 4.까지 3차례 이어져 휴일을 제외하고 계속하여 근무일 71일을 출근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는데, 다시 이어서 3개월에 이르는 질병 휴직을 신청하였다. 이렇게 되면 원고는 거의 6개월을 중단 없이 병가 및 질병휴직 상태가 되고 2023년 들어와 6월이 되어서야 첫 출근이 가능해지는 상황이었다.
원고가 위 질병 휴직을 신청할 즈음 원고가 속한 D팀 중 학예인력(지방학예연구관, 지방학예연구사, 지방기록연구사)은 팀장 포함 6명이었는데, 그 중 원고가 60일의 병가를 모두 소진한 상태, 팀장 포함 2인은 각 29일의 병가를 사용한 상태, 나머지 3명은 시간선택제 공무원이었다. 따라서 원고가 3개월의 질병 휴직을 이어서 하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이미 원활한 업무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D팀의 업무상 어려움이 가중될 상황이었고, 원고는 팀 내 유일한 기록연구사였으므로 업무 대체가 어려워 그로 인한 업무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원고가 위 질병 휴직 신청 당시 서울시 성북구 소재 정신의학과의원 발급의 2023. 2. 28.자 진단서를 첨부하였는데, 위 진단서에는 ‘2023. 1. 3. 중등도 우울에피소드로 진단한 이래 현재까지 TMS, 약물치료 및 상담치료 등의 집중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 호전이 명확치 않은 상태로, 2023. 2. 14. 시행한 종합심리검사에서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상이 지속되고 있어 현재 치료불응성 상태로 보여 향후 3개월 이상의 집중적인 치료 유지 및 안정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한편 그동안 원고의 병가사유는 2022. 12. 16.에는 안과 치료, 2022. 12. 19.부터 2022. 12. 30.까지 정형외과 치료, 2023. 1. 2.부터 2023. 1. 6.까지 ‘건강이상으로 인한 치료’, 2023. 1. 9.부터 2023. 2. 6.까지 ‘허리 통증’, 2023. 2. 7.부터 2023. 3. 4.까지 ‘건강이상으로 인한 치료’였고 위 병가의 승인권자는 팀장 E이었다. 그런데 위 질병 휴직 신청 사유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중등도 우울에피소드’였고 우울증 진단서는 처음 제출되었는데, 그 진단일이 2023. 1. 3.로 되어 있고 그때부터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 온 것으로 되어 있었다. 피고로서는 위 질병 휴직의 사유,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질병휴직에 대한 결정권자인 부산시장에게 질병휴직 신청서를 송부하기 이전 단계에서 원고에게 자료 보완을 요청할 필요도 있었다고 보인다.
3차 병원 진단서를 요구한 행위
원고의 2023. 3. 2.자 질병 휴직 신청 당시의 상황이 위에서 본 바와 같고, 피고로서는 위 질병 휴직의 사유,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자료 보완을 요청할 필요도 있었다는 점은 앞서 살핀 바와 같다. 관장으로서 원고의 복무에 대한 지휘감독권한 및 지휘감독의무가 있는 피고가 원고에게 부산시장이 질병 휴직을 결정함에 있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추가 자료를 신청 단계에서 원고에게 미리 제출하도록 하더라도 이를 들어 피고가 그 지위와 권한을 현저하게 일탈한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의하면 임용권자는 필요한 진단서나 그 밖에 휴직 사유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받아 휴직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는바, 그 산하기관의 기관장인 피고가 부산시장을 위하여 질병휴직 결정에 필요한 자료를 미리 제출받을 필요성도 있었다고 할 것이다.
다만 그 보완자료가 반드시 3차병원 진단서여야 한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나, 피고가 3차병원 진단서를 요구하였다고 하여 그 사실만으로 질병 휴직 결정의 권한이 없는 피고가 원고의 질병휴직 신청을 거부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여기에 앞서 원고의 위 질병휴직 신청 당시의 여러 사정들에, C기관은 부산시 조례에 의해 설치된 공공기관으로 그 기관의 장은 부산시장으로부터 소속 공무원에 대한 복무에 관한 지휘·감독권을 위임받아 이를 행사하고 부산시장에 대하여 그에 관한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피고는 질병휴직 결정권자의 판단을 돕고 그 소속 공무원의 복무를 감독하기 위해 질병휴직 여부 결정에 필요한 판단자료를 보완하도록 요구할 권한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 점을 덧붙여 보면, 피고가 원고에게 3차병원 진단서를 요구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피고가 그 지위와 권한을 현저하게 일탈하였다거나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선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원고는 위 담당자로부터 피고에게 미리 질병휴직 신청 사실을 알리라는 요청을 받고 2023. 3. 2. 피고에게, ‘그간 병원 치료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이 호전되지 않아 질병휴직을 3개월 신청하고자 합니다. 현재 제 건강 상태로는 관장님을 대면하기 힘든 상태라서 부득이하게 문자로 연락드리는 점에 대하여 양해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 회복해서 복귀하겠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냈고, 위 문자를 받은 피고가 2023. 3. 3.(금요일) 원고에게 3차병원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였다.
3차병원 진단서의 제출을 요구받은 원고로서는, 즉시 3차병원 진단서를 제출하는 것이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그 사정을 피고에게 설명하고 추가 자료 제출 요구의 취지에 따라 달리 자료를 보완하겠다든가 혹은 3차병원 진단서를 추후 보완하겠다든가 하는 제안을 하는 대신, 바로 그 다음 업무일인 2023. 3. 6.(월요일) 09:13경 C기관의 복무담당자와 E 팀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피고에게 원고의 질병휴직 신청에 대한 결정권이 없으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3차 병원 진단서를 추가로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더라도 이는 최종적으로 부산시장의 질병휴직 결정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만일 피고의 자료 보완 요구에 원고가 불응하더라도 피고가 이를 이유로 원고 제출 휴직원을 부산시에 보내지 않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으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3차병원 진단서를 요구하였다는 점을 들어 바로 피고가 원고의 질병휴직 신청을 거부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피고의 위와 같은 3차 병원 진단서 요구행위는 징계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후, 「부산광역시 적극행정 면책 및 공무원 경고 등 처분에 관한 규정」에 따라 ‘주의’ 처분을 하였다.
결론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판사 최은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