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피고는 2015. 9. 11. 설립되어 화장품 외주 제조 후 판매 및 방송(통신) 판매업, 방송기획 및 운영 등을 수행하는 회사이다.
D은 피고 회사에 2022. 6. 2. 입사하여 사망 전까지 상품유통본부 소속 홈쇼핑 영업직으로 근무하면서 고객사 관리, 홈쇼핑 영업, 홈쇼핑 방송 운영 및 그에 대한 분석 및 보고 등의 업무를 수행한 자이다.
D은 2023. 5. 15. 피고 회사 근무 도중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하면서 조퇴하였고, 다음 날인 2023. 5. 16. E의원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는데, 2023. 5. 18.경 F병원에서 뇌CT촬영 등 검사를 받고 이상이 발견되어 G병원으로 이송된 후 모야모야병, 상세불명의 세균성 뇌수막염, 뇌내출혈로 진단받고 천두술 및 뇌실외배액관삽입술을 받았다. 망인은 2023. 5. 23. 혼수상태에 빠져 뇌사판정을 받았고 2023. 7. 27. 사망하였다(이하 D을 ‘망인’이라 한다).
원고들은 망인의 부모로서 망인의 상속인이다.
원고들은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사유라고 주장하며 2023. 8. 21.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장에게 유족급여 및 장례비 청구를 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장은 2023. 11. 23. 망인의 사망과 업무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부지급처분을 하였고, 원고들이 이에 불복하여 재심사청구를 하였다.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는 2024. 5. 17. 망인의 사망이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아 원처분기관의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피고는 망인에 대하여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는데, 피고는 망인이 담당하는 고객사 및 홈쇼핑 방송의 편성이 증가함에 따라 직원의 업무 강도 및 그에 따른 업무상 스트레스가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보호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고, 피고의 위 과실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된 이상 피고는 망인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또한 피고는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 제1항 제2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69조에 따라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의 조성 및 근로조건을 개선하여 근로자의 안전 및 건강을 유지·증진시키고, 작업환경 · 작업내용 · 근로시간 등 직무스트레스 요인에 대하여 평가하고, 작업계획 수립시 해당근로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등의 직무스트레스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조치를 해야 할 법적 작위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고 이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
판단
관련법리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보호의무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 가해자의 성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4다44506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갑 제3, 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망인이 홈쇼핑 영업직으로 담당한 고객사가 4곳으로 업무 종류와 양 측면에서 동료 근로자보다 다소 많은 업무를 수행하였고, 평소 업무 진행 과정에서 망인이 매출실적 저조로 상급자의 질책을 받고 스트레스를 받아 온 사실, 망인이 직접 담당한 홈쇼핑 방송이 2023. 3.에는 2건(H I, J K), 2023. 4.에는 1건(L K 녹화)이었으나 2023. 5.에는 2023. 5. 10.(H M), 2023. 5. 14.(L K 론칭), 2023. 5. 16.(L K 2차 방송) 진행한 건과 더불어 2023. 5. 26. (N K), 2023. 5. 31.(H M)에 예정되어 있었던 사실,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는 이러한 점을 들어 발병 전 1주 동안 업무량이 일상의 업무보다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인정하여 매출 부진과 사업주의 질책 등 업무상 스트레스가 인정되어 뇌출혈이 유발된 것으로 보아 망인의 사망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였고 원고들이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의 재결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보험급여를 수령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산업재해보상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경우에 법이 정하는 보상을 하도록 함에 따라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는 채무불이행 책임과는 성질을 달리 한다. 망인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아 원고들이 보험급여를 지급받았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 회사의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갑 제3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과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에게 망인이 모야모야병, 뇌출혈에 따른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거나 예견할 수 있음에도 망인의 사망을 회피하기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근로복지공단의 재해조사결과 망인에게 최초 두통, 어지럼증의 증상이 발병한 2023. 5. 15.을 기준으로 발병 전 4주간,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40시간 미만이었고, 원고들이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주장한 망인의 발병 전 1주간 평균 업무시간(47시간 54분)을 모두 인정하더라도 통상 업무시간인 40시간을 기준으로 할 때 30% 이상 증가하였다고 볼 수 없다. 망인이 담당하여 2023. 5. 14. 및 2024. 5. 16. 진행된 홈쇼핑 방송은 2024. 4.경 녹화해놓은 것과 같은 제품 방송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발병 직전 단기간 동안 수행한 업무의 내용이 망인이 평소 해오던 업무와 내용, 방식 등이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바 특별한 근무환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망인이 평소 피고에 대하여 업무과다에 따른 업무 분담의 조정, 변경이나 근무환경의 개선에 관한 의견을 제시한 바도 없다.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실적 및 일 처리 속도와 관련한 단순한 질책을 넘어서 망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폭언, 폭행 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O병원의 사망진단서상 망인은 모야모야병을 원인으로 한 뇌출혈로 사망하였다. 모야모야병은 정상 혈관보다 뇌출혈의 위험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모야모야병을 외부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증상이 없고 망인 또한 이 사건 증상 발병 이전에 모야모야병으로 진단 및 치료받은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다. 피고로서도 망인이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다는 점을 사전에 알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P생으로 사망 당시 42세였는데, 피고 회사에 입사하기 이전인 2021. 11. 8.부터 ‘기타 및 상세 불명의 원발성 고혈압’으로 진료를 받아왔고, 평소 주 2회~3회, 2병의 음주를 하였으며 흡연을 하였다. 원고들은 사업주인 피고가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 제1항,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69조 제6호에 따라 근로자의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예방을 위하여 뇌혈관 및 심장질환 발병위험도를 평가하여 금연, 고혈압 관리 등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시행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이를 시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나, 이미 망인은 고혈압 진단을 받고 2021. 11. 8.부터 2023. 4. 19.까지 1달 간격으로 진료를 받고 있었던 상황이었으므로 평소 금연과 생활습관 관리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함에도 흡연, 음주 등을 지속한 것으로 보이며, 평소 피고 회사에 본인의 건강 상태를 고지하였다는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 피고가 망인이 앓고 있었던 모야모야병 등 특수한 기저질환에 대하여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흡연, 음주, 고혈압만으로 비교적 젊은 42세의 망인이 갑작스런 뇌출혈로 인하여사망할 것이라고 통상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선민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