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5. 7. 3. 선고 2024가합31447 판결

해고무효확인

주문

1.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청구 및 임금지급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공공기관 및 각종 협력사로부터 후원, 협찬을 받아 독립영화를 상영하고 시사하는 영화제를 개최하는 단체이고, 원고는 2012. 9. 3.부터 2021. 2.경까지 피고에 근로를 제공하였던 자이다.

나.

피고의 집행위원장인 C은 2021. 1. 8. 원고에게 ‘업무 종료, 급여 지급, 부채 반환, 퇴직금 지급에 대한 것이다. 급여 : 2021년 1월까지 지급, 퇴직금 : 2013년 1월 ~ 2021년 1월까지 정산(2013년 사업소득기간 → 포함 / 2019년 D 파견 기간 → 포함), 부채 상환 : 2021년 마지막 급여 전까지 지급’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이메일을 보냈다.

다.

원고는 2021. 1. 27. 16:35경 C에게, 원고가 2020. 2. 말에 퇴직하겠다고 하자 C이 원고에게 안식년을 제안하여 2021. 2. 28.까지 안식년 유급휴가를 갖는 것을 보장받았음에도, 기존 협의한 기간보다 조기에 계약을 종료하고 아무런 사전 논의 없이 바로 퇴직 처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내용과 함께, 원고의 퇴직과정과 그간 C의 원고에 대한 행위를 자세히 적은 서면을 첨부한 이메일을 보내며, 이를 집행위원 중 4인에게 공유할 것을 요구하였다.

라.

원고는 이어 같은 날 16:51경 C에게, ‘퇴직처리는 메일 주신대로 차주인 2021. 1. 31.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겠습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원고에게 단기차입금, 2021년 2월분 급여, 2019년 미지급 수당, 실업급여 손실금, 2012. 9. 3.부터 2021. 1. 31.까지의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상환내역서를 첨부한 이메일을 보냈다.

마.

C은 2021. 3. 6. 원고에게 퇴직금 산정 및 미지급 잔금, 초과수당 지급에 관한 메일을 송부하면서, 퇴직사유를 계약만료로 해도 좋을지 확인하였다. 이에 원고는 2021. 3. 9. 계약만료로 처리할 경우 실업급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권고사직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세무사에게 확인해줄 것을 요청하였고, C은 같은 날 원고에게 권고사직으로 진행하겠다고 통보하였다.

바.

피고는 2021. 3. 10. 원고에게 퇴직금을 비롯하여 원고가 2019. 1. 27.자 이메일을 통하여 지급을 요청한 금원을 모두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9, 14, 21호증, 을 제4, 5, 6, 9, 2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피고는 2021. 2. 28.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하였는데, 이는 서면이 아닌 이메일로 이루어진 것이고,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해고로서 무효이므로, 이 사건 해고의 무효 확인을 구한다.

위 해고로 인하여 원고는 해고 이후부터 현재까지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부당한 해고 및 피고의 악의적인 소문 유포 등 2차 가해로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① 2021. 3. 1.부터 원직 복직일까지의 미지급 임금과 ② 위자료 4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와의 근로관계가 종료되면서 이의 유보 없이 퇴직금을 수령하였음에도,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뒤에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는바, 이는 원고가 더 이상 사직에 관하여 다투지 않을 것이라는 피고의 신뢰에 반한다.

원고는 피고에게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고, 피고가 이를 수락함에 따라 원고와의 근로계약이 합의해지로 종료된 것이므로, 원고에 대한 해고처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3.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지급청구 부분의 적법 여부

가.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고용관계(근로자의 지위)의 존부를 둘러싼 노동분쟁은, 그 당시의 경제적 정세에 대처하여 최선의 설비와 조직으로 기업활동을 전개하여야 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물론, 임금 수입에 의하여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신속히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실효의 원칙이 다른 법률관계에 있어서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 측과 상대방 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다204105 판결 등 참조),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근로자가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거나 그 외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 하에서 이를 수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그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0. 4. 25. 선고 99다34475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갑 제15, 2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원고가 피고로부터 근로계약 종료에 관한 이메일을 받고 퇴직 과정에 관하여 항의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기는 하였으나, 다른 한편 원고가 2021. 1. 27. C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원고가 2020년 12월 말경 퇴직을 종용받고 수락하기로 결정하였다는 내용도 기재되어 있는 점(갑 제14호증 11면), 원고는 이후 피고 측에 ‘퇴직처리는 메일 주신대로 차주인 2021. 1. 31.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고, 피고와 퇴직금, 미지급 수당 등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금액에 관하여 논의를 거친 뒤 2021. 3. 10. 피고로부터 퇴직금을 지급받은 것을 비롯하여 원고가 2019. 1. 27.자 이메일을 통하여 지급을 요청한 금원을 모두 지급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이의를 유보하였다거나 퇴직금의 지급 이후에도 근로관계의 종료 여부를 다투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 그럼에도 원고는 그로부터 약 2년 9개월이 지난 2023. 12. 6.경 피고에게 해고를 다투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낸 뒤 2024. 2. 1.에야 비로소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피고와의 근로계약 종료에 관하여 이의 없이 퇴직금을 수령하는 한편 상당한 기간 동안 해고처분의 효력을 다투지 아니한 이상, 피고로서는 이 사건 소 제기 무렵에는 원고가 근로계약 종료에 관하여 더 이상 다투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피고에게 해고처분의 무효확인 및 해고의 무효를 전제로 원고가 피고에 계속 근무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을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이 부분 소는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 및 미지급 임금 청구 부분은 소의 이익이 없어서 부적법하다.

4.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판단

일반적으로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이 정당하지 못하여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에 그러한 사유만으로 곧바로 그 해고 등이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된다고는 할 수 없고,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징계해고 등을 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 하에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해고사유 등을 내세워 징계라는 수단을 동원하여 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을 한 경우나 해고 등의 이유로 된 어느 사실이 취업규칙 등 소정의 징계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하거나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 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징계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을 하거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경우처럼 사용자에게 부당해고 등에 대한 고의·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불법행위가 성립된다(대법원 1997. 1. 21. 선고 95다24821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9, 14, 15호증 등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게 근로계약 종료를 통지한 것이 오로지 원고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 하에 이루어졌다는 등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하여 부당하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악의적인 소문을 유포하는 등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러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구하는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 및 미지급 임금 지급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구광현(재판장) 신진경 이승은

각주1) 원고가 무효확인을 구하는 피고의 근로계약 종료 관련 통보는 2021. 1. 8.자로 이루어졌으나, 원고가 소장에서 기재한 내용을 그대로 기재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