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5. 2. 6. 선고 2024고정628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마포구 B건물, C호에 있는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 대표로서 상시 근로자 5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서울 서대문구 E, F 등 철근 현장(이하 위 E, F 지상 건축공사를 ‘이 사건 공사’라 한다)을 시공하여 건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가 없는 한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및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2022. 7. 1.부터 2023. 1. 7.까지 근로하다 퇴직한 일용근로자 G의 2022. 7월 임금 1,420,000원, 8월 임금 852,000원, 2023. 1월 임금 568,000원 임금 소계 2,840,000원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내역과 같이 퇴직근로자 4명의 임금 합계 10,288,000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각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피고인의 주장

H이 D의 건설업면허를 사용하여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고자 G, I 등 근로자를 고용하였으므로, D은 위 근로자들의 사용자가 아니다.

3.

판단

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2022. 3. 22.경 이 사건 공사를 발주한 주식회사 J(이하 ‘J’라 한다)와 D 사이에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금액을 13억 3,000만 원으로 하는 공사도급계약서가 작성된 사실,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H에게 D의 현장소장 직책이 부여되었고, H은 D의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로 신고되어 2022. 4.경부터 2023. 3.경까지 H의 건강보험료 등이 납부되어 온 사실 등이 인정된다.

나.

그러나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H이 D의 상호를 사용하여 이 사건 공사를 시공하거나 D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재하도급받아 시공하는 등,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근로자들과의 관계에서 H이 실질적인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볼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1)

2021. 8.경 D과 H 사이에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H을 도급인(내용상 수급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으로 명시한 합의서가 작성되었으나, 그 무렵 공사 범위에 관한 이견 등으로 실제 공사가 진행되지는 못하였다.

같은 시기 J와 D 사이에도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대금을 9억 3,700만 원으로 하는 공사도급계약서가 작성된 바 있다. 그러나 D과 H 사이의 위 합의서에는 ‘H을 D의 현장소장으로 등록하고, 공사와 관련된 일체의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조건으로 공사금액의 4%를 D의 운영경비로 지급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점에 비추어 보면, H이 D의 상호를 사용하여 이 사건 공사를 시공하는 이른바 면허대여 혹은 H이 하수급인으로서 이 사건 공사를 실질적으로 진행하기로 하는 당사자들간 약정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2)

J와 D 사이에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사에 관한 2022. 3. 22. 자 공사도급계약서가 작성되었다. 그런데 J와 H 사이에 작성된 2022. 3. 22. 자 확약서에는 ‘건축주와 H간 합의에 따라 건축주와 시공사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도급계약을 위반한 경우 민․형사상 문제는 도급업체와 별도로 쌍방이 책임진다’는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고, 같은 날 D과 H 사이에 작성된 합의서에는 ‘이 사건 공사 현장은 시공사 내의 독립사업부문으로 별도 독립채산제로 운영한다’, ‘시공사는 공사진행, 공사비 손실, 준공상의 문제 등에 일체 관여하거나 책임을 지지 않는다’, ‘시공사는 H을 현장소장으로 등록하며 공사와 관련된 행정업무에 국한하여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위 2022. 3. 22. 자 확약서 및 합의서의 내용 등을 고려할 때, 2022. 3.경 J, D 및 H 사이에 합의된 이 사건 공사의 진행 태양 등은 2021. 8.경 같은 당사자들 사이에 약정된 바 있었던 내용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실질로 볼 여지가 크다. H이 ‘나를 D에 처음 데려간 사람은 건축주였다’, ‘2021. 8.경 D과 도급계약서를 따로 작성했으나 이후 건축주가 토목공사 부문을 빼고 견적을 받아 공사를 포기했는데, 2022. 3.경 D 대표가 만나자며 D의 직원으로 들어와 일을 해달라고 하였다’는 취지로 한 증언도 위 사정을 뒷받침한다.

3)

D은 H에게 법인 계좌와 체크카드 및 사용인감을 일임하였고, 이에 따라 H은 위 체크카드 등을 전적으로 관리․사용하며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였다. 또한 H은 G 등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근무할 근로자들을 채용하고 급여 등의 근로조건을 결정하였으며, 근로자들에게 공사에 관한 작업지시 등을 하였다. 나아가 H은 2023. 4. 3.경 K(합의서상 면허대여업체 소개자로 기재되어 있다), J와 사이에 이 사건 공사의 잔여 공사비 등을 합의하였고, 2023. 9.경 J를 상대로 이 사건 공사 대금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4)

반면 D이 이 사건 공사의 시공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정황은 찾기 어렵다. H, I이 D의 공사 관여에 관하여 한 증언도 ‘피고인이 가끔 와서 현장을 둘러보고 갔다’, ‘D 측 사람들을 현장에서 한번 정도 본 것 같다. 피고인도 한번 잠깐 보았다’는 것에 불과하다. H은 ‘D에서 매월 보고를 하라고 하여 공정표, 출력일보 등을 제출하였다’고 증언하였으나, 해당 서류의 보고나 제출은 이 사건 공사의 도급계약서에 D이 시공업체로 기재됨에 따라 D 명의로 처리되어야 할 보험신고 등 단순 행정업무를 위한 협조 차원에서 이루어졌을 여지가 있다.

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D이 G 등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근로자들의 사용자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4.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성준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