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위 당사자 사이의 서울서부지방법원 2023카합50535 경업금지가처분 신청사건에 관하여 위 법원이 2024. 1. 25.에 한 가처분결정을 인가한다.
이의신청으로 인한 소송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한다.
이유
가처분결정의 인용
채무자의 기존 주장 및 소명자료에다가 채무자가 가처분 이의신청을 통해 추가로 제출한 주장 및 소명자료까지 함께 살펴보아도, 채권자의 가처분신청은 여전히 그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된다. 이 법원이 설시할 이유는 아래 제2항과 같이 추가로 판단하는 외에는 이 사건 가처분결정의 이유와 같으므로, 민사집행법 제23조 제2항, 민사집행규칙 제203조의3 제2항, 제203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약어를 포함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추가 판단 부분
채무자의 주장 요지
채무자는 이 사건 채권자 미용실에서 근무할 당시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 경업금지약정은 근로자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합리적인 제한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유효한데, 이 사건 경업금지 조항은 미용업의 특수성, 이 사건 채권자 미용실이 위치한 홍대 인근 지역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채무자의 근로의 자유와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여 민법 제103조에 반하는 약정으로서 무효이다. 나아가 설령 이 사건 경업금지 조항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더라도, 채무자의 이 사건 경업금지 조항 위반과 이 사건 채권자 미용실의 매출 감소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채권자가 주장하는 영업매출 감소는 본안소송을 통해 충분히 배상받을 수 있는 경제적 손해에 불과하므로,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도 않는다.
판단
채무자가 근로자인지 여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인지는 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0다237117 판결 등 참조).
기록과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계약의 내용, ② 채무자의 직급 및 실제 업무 수행 형태, ③ 채무자가 지급받은 보수의 형태 및 금액, ④ 특히 채무자는 이 사건 가처분결정에 대한 심문 절차에서는 자신이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전혀 하지 않았다가,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 내려지자 이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면서 비로소 위와 같은 주장을 하기 시작하였고, 자신이 근로자라는 전제에서 채권자의 퇴직금 미지급을 이유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 지청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하였지만, 위 지청은 2024. 3. 11. ‘불기소(혐의없음)’ 의견으로 위 진정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점 등을 고려하면,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채무자가 이 사건 채권자 미용실에서 근무할 당시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는 점이 소명된다고 보기 어렵다(이에 관해서는 본안에서 면밀한 증거조사 등을 통해 종국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 경업금지 조항이 무효인지 여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등 참조).
현 단계에서 채무자가 근로자에 해당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은 위 1)항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의 근로자였음을 전제로 한 경업금지약정 무효 주장은 더 나아가 살피지 않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 설령 채무자의 주장대로 채무자를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기록과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 ‘이 사건 경업금지 조항이 채무자의 근로의 자유나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민법 제103조에 반하여 무효인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이에 관해서도 본안에서 면밀한 증거조사 등을 통해 종국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미용실 이용자는 미용실의 위치 및 생활근거지와의 거리에 따른 접근성, 미용실의 브랜드, 미용실 또는 미용사의 평판 내지 명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미용실이나 미용사를 선택하게 되는데, 특정 미용사와의 사이에 일정한 신뢰관계가 형성되거나 그 미용사로부터 제공받은 서비스에 만족하는 경우 계속해서 해당 미용사를 찾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미용실 이용자로서는 자신이 선호하던 미용사가 기존의 미용실과 동일한 지역, 그것도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미용실로 근무지를 옮기는 경우 해당 미용사를 따라 이용하는 미용실을 바꿀 유인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한편, 미용실 운영자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우수한 미용사 영입과 미용실 시설, 인테리어 등에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투자를 하는데, 만일 해당 미용실에서 상당 기간 근무하며 자신의 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있던 특정 미용사가 해당 미용실의 인근에 새로운 미용실을 개업하거나 그곳으로 이직을 한다면, 이는 자연스럽게 고객의 이탈로 이어지고, 그로 인한 매출, 영업이익 감소 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미용실 운영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미용실 운영자가 인적·물적 투자를 통해 얻은 미용실 운영, 인력 및 고객 관리 방법, 고객관계 등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고, 미용실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미용사와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함으로써 위와 같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경업금지 조항은 경업금지기간을 ‘계약 종료 후 1년간’으로 제한하고, 경업금지장소에 관해서는 ‘이 사건 채권자 미용실의 반경 2km 내에서’ 동일한 영업을 개시하거나 취업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앞서 본 미용실 고객관계가 형성·유지되는 원리 내지 과정에 비추어,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 채무자는 위 조항에서 정한 경업금지기간이 경과하거나 경업금지장소를 벗어난 지역에서는 아무런 제한 없이 미용업에 종사할 수 있는 점과 이 사건 경업금지 조항은 채권자와의 합의를 통해 경업을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는 점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채무자가 이 사건 채권자 미용실에서 근무한 기간은 2년으로 결코 짧지 않은데, 그 기간 동안 채무자는 채권자의 미용실 운영, 인력 및 고객 관리 방법 등을 상당 부분 습득하고, 많은 고객을 확보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사건 채권자 미용실에서 채무자로부터 미용서비스를 받던 고객들이 채무자가 이 사건 미용실의 영업을 개시한 이후로는 이 사건 미용실을 이용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한다.
보전의 필요성 관련
앞서 본 사정과 채권자가 제출한 소명자료를 종합하면, 이 사건 미용실 영업 개시 이후 이 사건 채권자 미용실의 매출이 급감하였는데, 채무자가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을 위반하여 개업한 행위가 위와 같은 매출 감소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더라도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채무자의 이 사건 경업금지 조항 위반으로 인한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매출 감소가 계속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이 사건 채권자 미용실의 평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채권자에게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손해가 단순히 금전적 배상으로 쉽게 전보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2024. 5. 16.
판사 전보성(재판장) 이유섭 성창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