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한다.
이유
소명사실
기록과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소명된다.
채권자는 다이아몬드 분말과 소결체, 입방정질화붕소 분말과 소결체, 세라믹 제품, 반도체, 반도체소자와 재료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채무자는 2001년경 채권자에 입사하여 근무하면서 여러 차례의 승진을 거쳤고,2021. 2. 1.부터 2023. 12. 31.까지는 채권자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다(단, 채권자의 법인등기부등본에는 2024. 3. 21. 임기가 만료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채무자는 2023. 12. 29. 채권자와 계약기간을 2024. 1. 1.부터 2024. 12. 31.까지, 보수를 8,700만 원으로 정하여 비상근 고문으로 근무하기로 하는 고문위촉계약(이하 '이 사건 고문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2024. 1. 1.부터 2024. 12. 31.까지 1년간 채권자의 고문으로 재직하였다.
채무자는 이 사건 고문계약 체결 당일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영업비밀보호 및 경업금지 서약서'(이하 '이 사건 제1 서약서'라고 한다) 및 '서약서'(이하 '이 사건 제2 서약서'라고 하고, 이 사건 제1 서약서와 합쳐서 '이 사건 각 서약서'라고 한다)를 작성하여 채권자에게 제출하였다(이하 이 사건 제1 서약서 제7항 및 이 사건 제2 서약서 제2항의 전직금지약정을 합쳐서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이라고 한다).
채무자는 이 사건 고문계약이 종료된 이후 유정용 다이아몬드 소결체(PDC), 절삭공구용 다이아몬드 소결체(PCD), 입방정질화붕소 소결체(PCBN) 제품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중국 회사인 C회사(C회사, 이하 'C'라고 한다)에 입사하여 영업이사로 재직 중이다.
신청이유의 요지
채무자는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을 위반하여 채권자의 경쟁사인 C에 취업한 후 영업 이사로 근무하고 있으므로, 채권자의 영업비밀 및 기술·경영상 정보를 보호하기 위하여 채무자로 하여금 C에서 근무하거나 C의 다이아몬드 분말과 소결체 등 제조·판매 업무 및 그 보조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시급하게 금지할 필요가 있다. 이에 채무자를 상대로 신청취지와 같은 가처분을 구한다.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란「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제2조 제2호에 규정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등 참조). 한편,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는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은 사용자가 주장·증명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21903, 22191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채무자는 채권자의 임원으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지위에 관계없이 채무자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향유하는 기본권의 주체이다. 따라서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의 효력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체결된 전직금지약정의 효력을 판단할 때와 동일한 법리가 적용되고, 다만 채무자의 지위는 그 구체적인 판단에서 고려될 뿐이다.
구체적 판단
기록과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은 채무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의 피보전권리가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와 같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하는 간접강제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보호할 가치 있는 채권자의 이익의 존부
임직원이 회사에 근무하면서 취득한 모든 정보가 전직금지약정에 의하여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 보호의 대상이 되는 정보 또는 이익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용인될 수 있는 정도로 보호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하며, 근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취득할 수 있는 일반적인 지식 또는 정보를 가리켜 전직금지약정에 의하여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채권자는 생산방법, 생산조건, 장치, 연구개발계획 등 채권자의 '기술'과 관련된 중요 기밀 정보와 원재료 구입가격, 구입선 및 생산제품의 원가, 판매가격 결정방법, 판매방법, 고객명부 및 마케팅 대상 등 채권자의 '영업'과 관련된 중요 기밀 정보가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채권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채무자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근로 제공 과정에서 체득한 지식, 개인 역량을 이용하는 범위를 넘어서서 채권자만의 고유한 정보나 노하우를 지득하였다'거나, '채권자가 보유하고 있다는 기술 및 영업 관련 정보가 동종 업계의 경쟁업체들에 대하여 경쟁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핵심적인 가치를 가져 특별한 보호가치가 있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된다고 보기 어렵다.
PCD, PCBN 등 제조산업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그 기술이 보편화·평준화되어 각국의 여러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원료 구성이나 주요 제조 공정 등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보인다. 이에 대하여 채권자는 '6면정 프레스를 사용한 PCD, PCBN 제품 제조 공정에 관한 기술적 노하우'가 보호할 가치 있는 기술력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C는 1997년 회사 설립 당시부터 6면정 프레스만을 사용하여 제품을 생산하여 왔고(이는 다른 중국 회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채권자는 양면정 프레스만을 사용하다가 원가 개선 목적으로 2022년에 이르러 비로소 6면정 프레스를 사용한 생산을 추진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자가 6면정 프레스를 사용한 제조 공정과 관련하여 C 등 다른 회사들과 차별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전혀 소명하고 있지 못하다. 한편, 채권자는 '양면정 프레스는 고품질의 고가 제품 제조에, 6면정 프레스는 저품질의 저가 제품 제조에 각 사용된다'는 전제에서 '채권자가 그동안 양면정 프레스를 이용한 제조 과정에서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를 6면정 프레스 공정에 적용하는 기술'이 채권자 고유의 독자적인 가치를 지닌 기술에 해당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하지만, 양면정 프레스로 생산된 제품과 6면정 프레스로 생산된 제품 간에 품질 차이가 있다는 점이 소명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채권자가 주장하는 기술의 실체도 불분명하다.
그 결과 시장점유율 내지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요소는 '가격'이라고 보이는데, 채권자가 생산하는 제품의 가격은 각 제품마다 고객(공급 거래처)별로 협상을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일률적·고정적인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없고, 특히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가격 변동도 잦은 것으로 보여, 채무자가 퇴직한 시점(2023. 12. 31.) 이전의 가격 정보가 상당 기간이 흐른 현재 시점까지 영업비밀 내지 그에 준하는 정도의 정보가치를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채권자의 주요 제품군 가격 변동 추이, 원재료 현황 등은 사업보고서에 공시되기도 한다.
PCD 등 제조시장은 이른바 '성숙된 시장'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기술뿐만 아니라 현재 고객 목록이나 잠재 고객군 등 고객 관련 정보 역시 독자적인 가치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채무자는 대표이사 등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채권자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하여 시행하였던 사업전략 및 성과, 사업계획 등을 잘 알았을 것이지만, 그 내용이 동종 업계에서 획기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향후 시장의 변동에 따라 변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무자의 퇴직 전 지위 및 퇴직 경위
채무자는 2021. 2. 1.부터 채무자의 대표이사로서 3년 가까이 재직하고 있었는데, 채권자의 모회사인 D 주식회사의 경영지원팀 소속 E 전무가 2023. 12. 15. 채무자에게 계약 연장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함에 따라 퇴직하게 되었을 뿐, 사직원을 제출하는 등 자발적으로 퇴직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적어도 채무자의 퇴사 경위와 관련하여 채무자에게 전직금지의무를 부과하여야 할 만한 우려가 있는 정황이나 배신행위 등이 존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채무자는 2015년 상무보로 승진하면서 임원이 된 이후 매년 1년 단위로 재계약을 체결해 왔기 때문에 퇴직 통보를 받을 무렵에도 향후 계속해서 채권자에서 근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퇴직이 결정됨에 따라 채권자를 퇴직한 후의 재취업 등을 전혀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채권자가 제시하는 이 사건 고문계약의 체결 외에는 달리 마땅한 방안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각 서약서는 이 사건 고문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함께 작성되었는데, 위와 같은 경위에 비추어 그 작성을 거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의 대상과 기간 등
이 사건 제1 서약서상 전직금지약정은 전직을 금지하는 회사의 범위를 열거적으로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제7항 가호 내지 라호 참조), 그 내용에 비추어 사실상 모든 경쟁업체나 동종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다름없고, 이 사건 제2 서약서는 '채권자에서 지득한 영업비밀을 이용하기 위한 창업이나 경쟁사로의 전직, 취업 등'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은 맡은 업무의 내용이나 재직기간과 상관없이 아무런 장소적 제한도 정하지 않은 채 동종 내지 경쟁업체로의 전직이 금지된다는 점에서 그 대상과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하며, 기간도 특별한 사유 없이 비교적 장기인 3년으로 되어 있다.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에 대한 대가 제공 여부
전직금지약정은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뿐만 아니라 생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근로자의 손해를 보전할 만한 대가가 지급되어야 한다. 채권자는 이 사건 고문계약에 따라 지급된 보수 8,700만 원을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에 상응하는 대가라고 주장하지만, 이 사건 고문계약에서 전직금지와 관련된 내용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그 대가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설령 위 보수가 이 사건 전직금직약정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었다고 보더라도 채무자가 2023년에 지급받은 1년간 보수 금액의 60%에 불과하여 3년간의 전직금지로 인해 채무자의 기회비용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수준의 대가라고 보기는 어렵다.5) 공공의 이익 등 기타 사정
채권자는 보호할 가치 있는 영업비밀 등 이익에 대한 보호수단으로 이 사건 각 서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동종 업계의 경쟁이 치열한 국내외 상황에서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높기는 하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권자에서 근무하면서 통상적으로 지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채권자의 보호할 가치 있는 핵심 기술 내지 영업비밀 등을 외부로 반출 또는 보관하고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상황에서, 채권자의 이익 침해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섣불리 전직금지약정의 효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 나아가 채무자가 채권자의 다른 직원들에게 이직을 권유하거나 종용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는 점, 채무자는 채권자 퇴사 이후 1년 이상이 지난 시점에서 C에 입사하였고(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에서 전직금지기간을 3년으로 설정한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으므로, 전직금지의무를 부과할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그 기간은 합리적인 범위로 제한되어야 한다), C 입사 전 다른 업종 회사로의 취업을 시도하였다가 무산된 사정도 엿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채무자의 퇴직 및 전직 과정에 특별한 배신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론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25. 12. 22.
판사 전보성(재판장) 성창희 이진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