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인정사실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2호증, 을 제2호증, 을 제3호증의 11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C의 증언, 제1심의 근로복지공단 대구지역본부에 대한 사실조회 회보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모아보면 아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을 제3호증의 2, 3, 4, 6, 7, 12의 각 일부 기재는 위 각 증거들에 비추어 믿기 어려우며 달리 반증 없다.
피고는 자동차보험 등의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중기임대업체인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과 사이에 (차량번호 1 생략) 카크레인(하이드로크레인, 이하 이 사건 기중기라 한다)의 운행 중 발생한 사고로 다른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하여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D이 입은 손해를 피고가 보상하기로 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소외 E 주식회사(1996. 1. 27. F 주식회사에 흡수합병되었다. 이하 F이라 한다)로부터 대구 달서구 G단지 내 H 주식회사의 상용차 공장 신축공사 중 프레스 공장 철구조물 제작 설치공사를 하도급받았던바, D으로부터 이 사건 기중기를 그 운전자인 I 및 조수인 J와 함께 임차하여 위 공사현장의 철구조물 운반작업에 투입하였다.
위 I와 원고 소속의 일용직 비계공인 K는 1995. 11. 24. 14:00경 위 공사현장에서 높이 약 2m, 밑바닥 폭 약 30cm, 무게 약 850kg의 철구조물을 이 사건 기중기를 이용하여 운반하는 작업을 하였는데, K가 위 철구조물을 와이어 로프로 고정하는 작업을 하던 중 위 기중기의 운전자인 I가 아직 와이어 로프의 고정작업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위 기중기를 잘못 조작하여 위 기중기의 고리를 흔들리게 하고 그 고리가 위 구조물의 상단을 충격하여 이로 인하여 위 구조물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바람에 K가 위 구조물 밑에 허리가 깔려 제2, 3요추 탈구골절상 및 척추손상 등의 상해를 입게 되었다.
K와 그의 가족들인 L, M은 원고와 F을 상대로 부산지방법원 96가단34524호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K 등이 입은 손해배상으로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이미 지급받은 장해급여 95,774,640원을 공제한 나머지 647,581,958원의 지급을 구하는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위 법원은 1997. 9. 23. '원고 및 F은 각자 K에게 338,557,132원, M에게 3,000,000원, L에게 5,000,000원과 각 이에 대하여 1995. 11. 24.부터 1997. 9. 23.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이에 원고는 1997. 10. 23. K등과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K 등이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금 일체로 위 확정판결 인용금액 범위 내인 370,000,000원을 지급하되, K 등은 위 370,000,000원을 지급받는 대신 위 확정판결의 상대방인 원고와 F 이외에 D에 대하여도 위 사고로 인하여 K가 상해를 입은 것에 대하여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고, 원고는 같은 날 N 주식회사로부터 근로자 재해보장책임보험금으로 지급받은 80,000,000원에 원고가 출재한 290,000,000원을 더하여 370,000,000원을 K 등에게 지급하였다.
당사자의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산재사고는 D의 피용자인 I의 이 사건 기중기의 운전상의 과실과 원고의 피용자인 현장소장 등의 지휘 감독상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것으로 공동불법행위자 일방의 출재로 공동면책시킨 때에는 상대방에 대하여 그의 과실비율에 상당하는 부분의 상환을 구할 수 있다 할 것인바, 원고는 이 사건 피해자인 K에 대하여 손해배상금을 지급함으로써 D을 면책시켰으므로 위 보험계약에 따라 D이 위 기중기의 운행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타인에 대하여 지게 되는 손해배상책임을 인수한 피고에 대하여 구상권을 취득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K에게 출재한 금원 중 I의 과실비율에 상당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피고의 면책항변
이에 대하여 피고는, 피고 회사의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 제10조 제2항 제4호 규정에 의하여 면책되었다고 항변하므로 이를 살펴 본다.
우선 을 제1호증의 2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회사의 면책에 관한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 제10조 제2항 제4호는 대인배상에 관한 보험회사의 면책사유로서 '배상책임의무가 있는 피보험자의 피용자로서 근로기준법에 의한 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죽거나 다친 경우'를 열거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피보험자동차인 이 사건 기중기를 그 소속 기사와 함께 기명피보험자인 D으로부터 임대받아 그 관리와 책임 아래 이를 사용하였으므로, 원고는 위 보험약관상 기명피보험자의 승낙을 얻어 피보험자동차를 사용 또는 관리중인 자(이른바 승낙피보험자)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배상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사고의 피해자인 K는 원고의 피용자로서 1996. 10. 23.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장해연금의 명목으로 금 95,774,540원을 지급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결국 위 K는 위 약관 제10조 제2항 제4호에서 정한 '배상책임의무가 있는 피보험자의 피용자로서 근로기준법에 의한 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에 해당하는 자로서 피고는 K의 상해로 인한 D의 손해에 대하여 보상할 책임이 없다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한 피고의 항변은 이유 있다.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에 대하여 위 면책약관은 보험사고가 피보험자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님에도 보험자의 보험금액 지급책임을 면하게 하는 것으로 상법 제659조, 제663조의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위반되고, 상당한 이유 없이 보험회사의 책임범위를 제한하거나 보험회사가 부담하여야 할 위험을 제3자에 이전시키는 조항으로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7조 제2호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면책조항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노사관계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근로기준법에서 사용자의 각종 보상책임을 규정하는 한편 이러한 보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를 설정하고 있으므로 노사관계에서 발생한 재해보상에 대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에 의하여 전보받도록 하고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전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자동차보험의 대인배상범위에서는 이를 제외한 취지라할 것인바, 위와 같은 면책조항이 상법 제659조에서 정한 보험자의 면책사유보다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불이익하게 면책사유를 변경함으로써 같은 법 제663조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으며,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7조 제2호에 정한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즉 보험회사)의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하거나 사업자가 부담하여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이전시키는 조항'에도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다른 부분에 관하여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2000. 9. 5.
판사 목영준(재판장) 윤치삼 김상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