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2. 9. 5. 선고 2001가합61161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기초사실

아래 각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제1 내지 8, 11호증, 을제1 내지 3,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 E 주식회사(이하 '피고 E'이라고 한다)는 선박을 소유하고 해운업, 무역업 등을 하는 회사로서 1992. 10. 21. 이 법원으로부터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을 받음과 아울러 피소송수계인 F가 그 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가 2002. 5. 20. 이 법원으로부터 회사 정리절차종결결정을 받았고, 피고 주식회사 G(이하 '피고 G'라고 한다)는 선박소유자의 위탁을 받아 선원에 대한 인사관리업무를 대행하는 선원법상의 선원관리사업자이다.

나.

소외 H는 1990. 5. 8. 피고 E에 입사하여 위 피고 소유의 선박에서 기관장으로 근무하다가 1997.경 피고 G가 피고 E의 인사관리업무를 대행하게 됨에 따라 같은 해 11. 23.경 피고 E에서 퇴사함으로써 그 동안 계속되어온 고용관계를 일단 종료시키고, 그 이후에는 피고 E 소유의 선박에 승선할 때마다 피고 E을 대리한 피고 G와 사이에 새로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그 선박에 승무하였다.

다.

위 H는 2000. 5. 17.에도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피고 G와 사이에, 계약기간은 2000. 6. 3.부터 2001. 2. 2.까지로 하되, 재해보상에 관하여는 해외취업선원 재해보상에 관한 규정(항만청 고시 98-23호, 이하 '재해보상규정'이라고 한다)에 따르기로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한 다음 피고 E 소유의 I호에 기관장으로 승선하였는데, 승선후 혈변, 피로감 등의 이상증세가 생겨 위 선박이 인천항에 입항한 2000. 9. 29.경 정밀진단을 받은 결과 4기 직장암 판정을 받았고, 다음날 하선하여 같은 해 10. 23.경 수술을 받는 등의 치료를 받았으나 직장암이 점차 악화되어 결국 2001. 9. 15. 호흡마비로 사망하였다.

라.

원고 A는 위 망인의 처이고, 원고 B, C는 위 망인의 자녀들이다.

2.

피고 G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피고 G에게 위 H의 사망에 대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의 당사자로서 또는 선원법상의 선원관리사업자로서 재해보상규정 내지 선원법(이하 재해보상규정과 선원법의 보상내용이 동일하므로 선원법 중심으로 설시한다)에 따른 재해보상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유족보상에 관하여는 주위적으로 선원법 제90조 제1항에 의하여, 예비적으로 같은 법 제90조 제2항에 의하여, 장제비에 관하여는 같은 법 제91조에 의하여 각 그 보상금의 지급을 구한다.

나.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른 재해보상의무 유무

먼저 피고 G가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른 재해보상의무를 지는지에 대하여 살피건대, 위 피고가 위 계약의 당사자임을 인정할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달리 위 피고가 위 H와 사이에 위 계약에 따른 재해보상의무를 지기로 하였다는 다른 사정에 대한 주장·입증이 없는 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다.

선원관리사업자로서의 재해보상의무 유무

다음으로 피고 G가 선원법상의 선원관리사업자로서 재해보상의무를 지는지에 대하여 살피건대, 구 선원법(2002. 5. 13 법률 제67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선원법'이라고만 한다) 제90조 및 제91조는 유족보상금 및 장제비에 대한 지급의무자를 선박소유자로 정하고 있으므로 선원의 사망으로 인한 선원법상의 재해보상의무자는 선박소유자에 한정된다 할 것이고, 한편 선원법 제103조 제2항은 '선원관리사업자가 선박소유자로부터 수탁받은 업무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에 관하여는 위 법을 적용함에 있어 선박소유자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위 위임입법에 근거한 선원법시행령 제38조 제1항은 선원관리사업자를 선박소유자로 간주하는 업무범위에 대하여 승무원 명부의 작성, 승하선공인 신청, 승무경령증명서의 교부, 임금대장의 비치 및 기재, 건강진단에 관한 사항, 구인등록, 교육훈련에 필요한 경비 및 수수료의 납부 등과 같은 단순업무에 한정함에 그치고, 유족보상의 의무는 이에 포함시키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피고 E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유족보상금지급청구 부분

(1)

주위적 청구에 대하여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위 H는 장기간의 항해에 따른 불균형한 식사, 과다한 업무부담으로 인한 과로 및 스트레스 등으로 인하여 발병 내지 악화된 직장암으로 사망하였기 때문에 위 H의 사망은 선원법 제90조 제1항 소정의 '직무상 사망'에 해당하므로 위 피고는 선박소유자로서 원고들에게 위 규정에 따른 유족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

'직무상 사망' 여부

선원법 제90조 제1항 소정의 '직무상 사망(직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인한 요양 중의 사망을 포함한다)'이라 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근로기준법 등이 규정하고 있는 '업무상의 재해'와 마찬가지로 선원이 직무수행 중 그 직무에 기인하여 사망하거나 그에 기인하여 발생한 부상 또는 질병으로 인하여 사망하는 경우를 뜻하는바, 이 경우 그 직무와 재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할 것이나, 그 입증의 방법 및 정도는 반드시 직접 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해 선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의 질병 유무, 종사한 직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같은 선박에서 근무한 다른 선원들의 동종 질병에의 이환 여부 등의 간접사실에 의하여 직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 입증되면 족하지만, 이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이나 악화의 한 원인이 될 수 있고 업무수행과정에서 과로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밝혀지지 아니한 질병까지 곧바로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0. 8. 22. 선고 2000두2556호 판결, 1998. 5. 22. 선고 98두4740호 판결 등 참조).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제15호증의 1 내지 34, 16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하면, 위 망인은 10여년간 위 피고 소유의 선박에서 기관장으로 근무하면서 장기간의 원양항해로 인하여 균형 잡힌 식사를 하지 못하였고, 다수의 필리핀 선원들을 통제하여야 하는 기관장으로서의 업무 등으로 인하여 상당 정도 과로하고 스트레스를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을제7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위 인정을 뒤집기에 부족하며 달리 반증이 없으나, 나아가 그러한 사정으로 인하여 위 망인의 사인이 된 직장암이 발병하였거나 악화되었는지에 대하여 살피건대, 이 법원의 J병원장 및 의사 K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하면, 직장암은 현대의학상 그 발병원인 및 악화원인이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아니하여 근본적인 예방책이 없을 뿐더러, 과로나 스트레스 또는 선원들의 선상생활이나 그로 인한 불균형한 식사가 직장암의 발병이나 악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비록 위 망인이 육상에서와 같은 균형 잡힌 식사를 하지 못하였고, 또한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다소간 과로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할지라도 그러한 사정이 위 망인의 직장암을 유발시켰거나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시켰다고 보긴 어렵다 할 것이므로 결국 위 망인의 직무와 그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추단할 수 없다 할 것이어서, 원고들의 유족보상금에 관한 주위적 청구는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할 것이다.

(2)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가사 위 H의 사망이 '직무상 사망'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선원법 제90조 제2항 소정의 '승선 중 직무 외의 원인으로 인한 사망'에 해당하므로 위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 규정에 따른 유족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

'승선 중 직무 외의 원인으로 인한 사망' 여부

선원법 제90조 제2항은 '선원이 승무(제85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요양을 포함한다) 중 직무 외의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에 선박소유자로 하여금 승선평균임금의 1천일분에 상당하는 유족보상금의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85조 제2항은 선원이 승무 중 직무 외의 원인으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에 대한 선박소유자의 요양보상의무를 규정하면서 선원직무의 위험성 등을 참작하여 기항지에서의 상륙기간, 승하선에 수반되는 여행기간도 '승무 중'의 개념에 포함되는 것으로 하여 그 보상범위를 확대시키는 한편, 직무수행성 및 직무기인성을 그 보상요건으로 하는 않는 위 규정의 특수성에 비추어 선박소유자의 요양보상의무를 3개월의 범위 내에로 한정시키고 있으므로 선원법 제90조 제2항이 '승무'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는 '제85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요양'이라 함은 선박소유자가 그 보상의무를 지는 3개월의 범위 내의 요양기간만을 의미한다고 할 것인바, 위 1.의 다.항 기재에서 본바와 같이 위 H는 직장암 치료를 위하여 하선하여 요양을 시작한 2000. 10.경부터 약 11개월이 경과한 후인 2001. 9. 15.경에 사망하였으므로 위 H의 사망은 선원법 소정의 '승무 중 …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들의 유족보상금에 관한 예비적 청구 역시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할 것이다.

나.

장제비지급청구 부분

원고들은, 위 H의 사망은 선원법 제91조 제1항 소정의 '선원이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 피고는 원고들에게 같은 법 소정의 장제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선박소유자의 장제비지급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선원법 제91조 제1항은 그 보상요건으로 사망원인은 불문하나 망인이 사망 당시 '선원'일 것을 요하는바, 위 1.의 다.항 기재에서 본바 같이 위 H는 그에 대한 근로계약기간이 종료된 후인 2001. 9. 15.경에 사망하여 사망 당시 선원으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곽종훈(재판장) 차영민 노태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