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 6. 30. 선고 2002가합67081 판결

주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 갑 제4호증의 1 내지 4, 갑 제5호증의 1, 2, 갑 제9호증의 2 내지 6, 8, 9, 갑 제10호증의 2 내지 7, 갑 제11호증의 2 내지 9, 을 제2, 3, 4, 9, 10의 각 기재와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원고는 전력자원의 개발 및 발전 등의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회사이고, 피고 B노동조합(이하 '피고 조합'이라 한다)은 원고, C 주식회사, D 주식회사, E 주식회사 및 F 주식회사 소속의 근로자들로 구성된 산업별노동조합이며, 피고 G은 피고 조합의 위원장, 피고 H은 수석부위원장, 피고 I은 사무처장, 피고 J은 총무실장, 피고 K은 홍보실장, 피고 L은 조직쟁의실장, 피고 M은 대외협력실장, 피고 N은 정책기획실장, 피고 O은 복지후생실장, 피고 P은 Q본부 위원장(다만, 본부 위원장은 피고 조합의 규약에 의하여 피고 조합의 부위원장이 된다), 피고 R는 S지부 위원장, 피고 T은 Q본부 조직부장, 피고 U은 Q본부 사무국장, 피고 V은 W지부 노동문화부장, 피고 X는 W지부 조직부장, 피고 Y는 W지부 총무부장, 피고 Z은 W지부 선관위원으로서 각 피고 조합의 업무를 수행하였던 자들이다.

나.

정부는 AA공사(이하 'AA'으로 약칭)의 송전부문과 발전부문을 분리, 발전부문을 1개의 수력원자력발전 주식회사와 5개의 화력발전 주식회사로 분사하고, 위 5개의 화력발전 주식회사는 단계적으로 민간에 매각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력 민영화 방침'을 수립한 후, 2001. 4. 2. AA의 화력발전부분을 원고를 비롯한 5개의 화력발전 주식회사로 분사하고, 이중 우선 2개의 회사를 2002년도에 민간에 매각하겠다고 밝히는 등 전력산업 민영화 방침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였다.

다.

피고 조합은 위와 같이 2개의 화력발전 주식회사가 민간에 매각되는 것이 구체화되자 이로 인한 인원감축 등을 우려하여 '민영화반대·발전소 매각 철회'를 제1차 투쟁목표로 설정한 다음, 2001. 10. 31. 민영화에 반발중인 AB노조, AC노조 등 AD총연맹 및 AE총연맹 산하 6개 공공부문 노동조합과 함께「AF 공동투쟁본부」(이하 약칭 '공투본')를 발족하고, 위 AB노조 등과 민영화 저지를 위한 연계투쟁을 결의하였다. 이후 피고 조합은 원고를 비롯한 5개 화력발전 주식회사와의 단체교섭이 결렬되자, 2002. 2. 9.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한 다음, 2002. 2. 15. 과천시 소재 노동부 기자실에서 공투본 명의의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민영화 철회 등 공투본 소속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2. 25. 공동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천명하였다.

라.

피고 조합은 2002. 2. 21.부터 2. 22.까지 사이에 전국 각 지부별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하여 81.3%의 찬성으로 총파업을 결의하였다. 그 후 2002. 2. 24. 17:35경부터 다음날 02:55경까지 사이에 AG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조합원 약 4,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파업전야제를 진행하였다. 그 후 조합원들이 학생회관 및 강의실 등에서 유숙하며 농성하고 있던 중, 피고 조합 위원장인 피고 G은 2002. 2. 25. 04:00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하였다.

마.

피고 조합의 조합원 약 5,000여 명은 2002. 2. 25. 05:00경부터 같은 해 2. 26. 20:00경까지 AG대학교에서 농성한 후 같은 해 4. 3. 파업 철회할 때까지 3~10명 단위로 조를 이루어 수도권 등지에 흩어져 유랑하는 소위 '산개투쟁'을 전개하였다. 그 과정에서 피고 G을 비롯한 피고 조합의 집행부 구성원 10여 명 등은 AH성당에 들어가 파업상황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하달하는 등 파업 전반을 지시하는 한편, AD총연맹 사무실에 공개상황실을 설치한 후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하여 노동조합 집행부의 지침을 일반 조합원들에게 전달하였다. 2002. 2. 25.부터 2002. 4. 3.까지 열린 위 총파업(이하 '이 사건 쟁의행위'라 한다)에는 피고 조합의 조합원 총 5,607명 중 약 5,380여 명(95.9%)이 참여하였다.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

가.

이 사건 파업의 정당성 여부

(1)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3조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법 제3조에 의하여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되는 손해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국한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4. 3. 25. 선고 93다32828, 32835 판결 참조).

(2)

목적의 정당성

정리해고나 사업조직의 통폐합, 공기업의 민영화 등 기업의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그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순한 의도로 추진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이 실질적으로 그 실시 자체를 반대하기 위하여 쟁의행위에 나아간다면, 비록 그 실시로 인하여 근로자들의 지위나 근로조건의 변경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하더라도 그 쟁의행위는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이 정부의 발전산업 민영화정책을 반대하고 그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발전산업 민영화정책은 정부의 산업정책 내지 발전산업 경영주체의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고, 또한 그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순한 의도하에 추진되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에 관한 주장·입증도 없는 이상 이 사건 쟁의행위가 정당한 쟁의행위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3)

절차의 정당성

(가)

피고들은, 공익사업에 있어서의 조정기간은 조정신청이 있은 날부터 15일 이내이고, 피고 조합이 2002. 2. 8. 19:00경 중앙노동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하였음에도 특별조정위원회가 조정기간(2002. 2. 9.부터 2002. 2. 23.까지)이 경과한 이후인 2002. 2. 24. 중재회부 권고결정을 하였으므로 위 중재회부 권고결정 및 그에 따른 중재회부 결정은 모두 위법하고, 그 결과 이 사건 쟁의행위는 중재에 회부된 날부터 15일간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는 법 규정을 위반한 바 없다고 주장한다.

(나)

쟁의행위는 조정기간 내에 조정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중재기간 내에 중재재정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 소정의 조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는 것이고(법 제45조), 공익사업에 있어서의 조정기간은 조정의 신청이 있은 날부터 15일(법 제54조 제1항)이며, 특별조정위원회는 전기 등의 필수공익사업에 있어서 조정이 성립될 가망이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 조정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결정에 의하여 그 사건의 중재회부를 당해 노동위원회에 권고할 수 있고(법 제71조, 제72조, 제74조), 노동위원회의 위원장은 위와 같은 권고가 있는 경우 그 사건을 중재에 회부할 것인가의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며(법 제75조), 노동쟁의가 중재에 회부된 때에는 그 날부터 15일간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법 제63조).

(다)

갑 제2, 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 조합이 2002. 2. 8. 19:00경 중앙노동위원회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온라인으로 조정신청을 한 사실, 조정신청을 받은 특별조정위원회는 2002. 2. 24. 22:00경 중앙노동위원회에 중재회부를 권고한 사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02. 2. 25. 05:00경 중재회부결정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중앙노동위원회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온라인으로 조정신청을 접수하기 시작할 때부터 이 사건 변론종결시까지 인터넷 홈페이지의 초기 화면에서 온라인으로 조정신청하는 경우의 주의사항으로 "일과시간 이후 및 휴일에 신청서를 등록한 경우 다음 근무일 09:00에 신청한 것으로 접수처리됩니다"라고 안내하고 있는 사실도 인정할 수 있다.

(라)

살피건대, 피고 조합이 인터넷의 안내에 따라 조정신청을 하였다면 피고 조합과 중앙노동위원회 사이에 그 안내 내용에 따라 조정신청의 접수시기를 정하기로 하는 절차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합의는 효력이 있다고 인정되는바, 중앙노동위원회가 피고 조합의 조정신청을 접수한 시점은 2002. 2. 8.이 아니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안내하고 있는 바와 같이 다음 근무일인 2002. 2. 9.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특별조정위원회가 그로부터 조정기간 15일 이내인 2002. 2. 24. 중앙노동위원회에 중재회부를 권고하였으므로, 피고 조합이 2002. 2. 8.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접수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피고들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귀속

노조의 간부들이 불법쟁의행위를 기획, 지시, 지도하는 등으로 주도한 경우에 이와 같은 노조 간부들의 행위는 노조의 집행기관으로서의 행위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민법 제35조 제1항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노조는 그 불법쟁의행위로 인하여 사용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한편 조합간부들의 행위는 일면에 있어서는 단체로서의 행위라고 할 수 있는 외에 개인의 행위라는 측면도 아울러 지니고 있고, 일반적으로 쟁의행위가 개개 근로자의 노무정지를 조직하고 집단화하여 이루어지는 집단적 투쟁행위라는 그 본질적 특징을 고려할 때, 노조의 책임 이외에 불법쟁의행위를 기획, 지시, 지도하는 등으로 주도한 조합의 간부들 개인도 이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며(위 대법원 93다32828, 32835 판결 참조), 이 경우 노조와 노조 간부들의 손해배상책임은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다.

따라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은 피고 조합의 간부로서의 직책을 맡아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 사건 쟁의행위를 주도하였으므로, 피고 조합 및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각자 이 사건 쟁의행위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손해의 발생 여부

가.

원고의 손해 주장

원고는, ① 이 사건 쟁의행위로 인하여 원고에게 막대한 전력거래 손실이 발생하였고, ② 이 사건 쟁의행위 기간 동안 외부인력 약 30명과 계약직 운전원이 투입되어 발전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대체인력비 340,643,210원이 지출되었으며, ③ 원고를 비롯한 5개의 화력발전회사가 이 사건 파업의 위법성을 알리고, 그 조속한 종결을 촉구하는 취지로 신문, 방송에 광고를 하면서 비용을 지출하였고, 그로 인하여 원고가 123,530,800원을 지출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위와 같은 전력거래 손실 및 대체인력비, 광고비는 이 사건 쟁의행위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로서 피고들이 배상하여야 할 것이고, 그 중 일부로서 대체근로비용 및 광고비 상당액인 464,174,010원의 지급을 구한다고 주장한다.

나.

전력거래 손실에 의한 손해 발생 여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가해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것이어야 하고, 불법행위가 인정되고 손해의 발생이 추정되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 손해의 종류, 범위 및 금액에 대한 주장, 입증이 없다면 손해배상 청구를 인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보건대, 손해의 발생 여부 및 그 범위에 관하여 주장, 입증 책임이 있는 원고가 전력거래 손실에 관하여 위와 같이 막대한 전력거래 손실이 발생하였다는 막연한 주장만을 유지한 채 그 구체적인 내역에 대하여 주장, 입증하고 있지 아니하는 이 사건에 있어서(청구금액인 464,174,010원은 대체인력비 340,643,210원과 광고비용 123,530,800원의 합계액과 일치되어 전력거래 손실에 대하여 청구된 금원도 없다), 원고에게 전력거래 손실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나아가 이 사건 쟁의행위 기간 동안 원고의 발전기 중 어떤 발전기가 계획되었던 예방정비공사(일정기간 가동 후 가동을 중단하고 부속설비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정비를 하는 작업)의 지연으로 전력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하여 전력수요를 맞추기 위해 다른 발전기가 추가출력을 행하거나 대체발전을 행하여 원고가 이득을 얻었거나, 계획된 예방정비공사를 시행하지 아니하고 전력입찰 참여를 지속함으로써 원고가 이득을 얻은 바 있어 이를 전력거래 손실액에서 공제하여야 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원고의 전력거래 손실에 관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대체인력비 지출로 인한 손해 발생 여부

살피건대, 갑 제6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02. 4.부터 2002. 9.까지 계약직 운전원에 대한 급여로 합계 340,643,210원을 지출한 사실은 인정되나,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쟁의행위는 2002. 2. 25. 시작되어 2002. 4. 3.에 종료되었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쟁의행위 종료 후 원고가 계약직 운전원을 고용하여 그에 대한 급여를 지출한 것이 이 사건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부담하게 된 비용으로서 피고들이 배상하여야 할 손해라고 볼 수 없고, 달리 이 사건 쟁의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라고 볼 자료가 없다{다만, 이 사건 쟁의행위가 종료되기 이전인 2002. 4. 1.~2002. 4. 3.까지의 계약직 운전원에 대한 급여 지급 부분을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로 인정할 여지가 있으므로 보건대, 위 갑 제6호증의 1, 2(파업관련 계약직 운전원 급여내역)에는 4월분 급여가 4. 1.부터 4. 3.까지의 3일간의 급여를 포함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아무런 기재가 되어 있지 아니하나, 위 증거의 각 기재에 의하면 5월부터 9월까지의 1개월 간의 지급 급여액 합계가 58,100,000원 내지 61,300,000원인데 비하여 4월분 지급 급여액 합계는 41,023,210원으로 앞서 본 금액보다 현저히 적은 액수라고 할 것이어서 일응 1개월에 못 미치는 근로에 대한 급여 지급액의 합계액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달리 위 3일간의 급여지급 내역을 특정하여 확인할 자료가 없어 이를 인정할 수 없다}.

라.

광고비 지출로 인한 손해 발생 여부

살피건대, 갑 제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를 비롯한 5개의 화력발전회사가 함께 주요일간지와 방송에 이 사건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광고를 하였고, 원고가 그 분담금으로 합계 123,530,800원을 지출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와 같은 비용을 이 사건 쟁의행위로 인한 통상의 손해로 보기 어려운 데다가 피고들이 쟁의행위 당시 위와 같은 비용 지출을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손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마.

소결

따라서 원고에게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하여 원고 주장과 같은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만오(재판장) 노태헌 임혜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