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서울특별시로부터 '서울특별시립병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10조 내지 제13조에 따라 서울특별시 동부병원의 관리·운영을 위탁받아 서울특별시 동부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을 관리·운영하고 있고, 원고는 피고 병원에서 2010. 5. 1.경부터 2013. 2. 28.경까지 전공의(병원 등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수련을 받는 인턴 및 레지던트를 일컫는 말로서, 원고는 레지던트 과정에 있었다)로 근무하였다.
피고 병원의 전공의들은 의료법 등이 정하는 바에 따라 1년의 인턴 기간 동안 필수과목인 내과, 외과, 소아과 등을 순환근무하며 임상 과목의 실기를 수련하며, 4년의 레지던트 기간 동안(다만 가정의학과의 경우 인턴과정 없이 레지던트 근무기간이 3년이다) 전문과목 중 1과목에 대한 수련을 마친 후 소정의 시험을 거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피고 병원의 전공의들은 정규의 일과시간 동안 위와 같은 수련일정에 맞추어 해당 과에서 근무하고, 각 과별 당직표에 따라 추가로 당직근무를 서기도 하였다.
피고 병원은 원고에게 수련기간 동안 매월의 급여로서 '기본급'과 '가족수당'을 지급하였는데, 그 금액은 2010. 7.부터 2010. 12.까지는 매월 2,463,420원( = 기본급 2,423,420원 + 가족수당 40,000원), 2011. 1.부터 2011. 12.까지는 매월 2,587,670원( = 기본급 2,547,670원 + 가족수당 40,000원), 2012. 1.부터 2012. 3.까지는 2,684,670원(= 기본급 2,644,670원 + 40,000원)이다.
한편 피고 병원은 당직 실시에 따른 추가 근무분을 보전하기 위한 명목으로 당직비를 지급하였는데, 그 금액은 평일 당직의 경우 45,000원, 토요일 당직의 경우 50,000원, 휴일 당직의 경우 90,000원이고, 원고는 피고 병원으로부터 2010. 7.부터 2012. 3.까지의 당직비로 합계 15,695,000원을 지급받았다.
관계 법령 및 피고 병원의 규정들 중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부분은 별지 관계 법령의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 제3호증, 을 제4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 병원의 지휘·감독하에 진료업무를 담당하여 온 근로자로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데, 피고 병원은 원고를 포함한 전공의들로 하여금 평일 내지 휴일당직을 실시토록 하였음에도 당직비라는 명목으로 소정의 금원을 지급하는 외에 연장근로, 휴일근로, 휴일연장근로 및 휴일야근근로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의 가산임금을 지급한 바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010. 7.부터 2012. 3.까지 동안의 원고의 연장, 야간, 휴일근로시간(별지 '근로시간합계표'의 기재와 같다)에 따라 계산된 수당의 합계액인 103,346,513원(별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차액분 산정 내역서'의 기재와 같다)에서 원고가 당직비로 수령한 15,695,000원을 공제한 87,651,513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의 주장
원고가 수행한 당직업무는 그 내용과 질에 있어서 통상근무시간 중에 이루어지는 본래의 담당업무 내용보다 현저히 경미하고 단속적으로 이루어져 통상근무의 태양과 마찬가지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당직근무를 통상근무로 보아 이에 대하여 기지급한 당직수당 이외에 근로기준법 소정의 가산임금을 지급할 여지는 없다.
원고가 수행하였다고 주장하는 당직근무일수를 확인하기 어렵고, 특히 원고가 제출한 당직표 상에 부당직으로 기재되어 있는 부분은 실제로는 당직근무를 전혀 하지 않은 채 당직비만을 지급받은 것으로서 부당직으로 되어 있는 기간에 대한 가산임금 청구는 부당하다.
원고의 청구 중 2010. 9. 16.까지의 가산임금 청구부분은 3년의 소멸시효기간이 도과하여 소멸하였다.
판단
원고의 법률적 지위와 근로조건의 결정 기준에 대하여
서울특별시가 피고에게 서울시립병원인 피고 병원의 운영·관리를 위탁하였고 원고가 피고 병원에 소속되어 있었으나, 의료법 등 관계 법령이나 피고 병원의 시행지침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를 공무원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편 원고는 전공의로서 수련교과과정을 이수하는 피교육자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원고를 포함한 전공의들의 근무내용과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지시·감독관계, 매월 수령하는 급여의 성격 및 징계조항 등을 통해 강제되는 근무규율의 내용과 정도 등을 종합할 때 원고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 병원을 위해 진료 등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01. 3. 24. 선고 2000다3951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고의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고, 원고가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연장·야간근로 등을 하였다면 해당 근로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가산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
원고가 근무한 당직근무의 성격에 대하여
앞서 본 사실과 갑 제1호증의 기재, 원고 본인신문 결과에 의하면, 원고가 수련기간 중 상당한 일수의 당직근무를 수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이라 함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는바, 근로자가 작업시간의 도중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놓여있는 시간이라면 이는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4199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병원에서 당직근무를 수행하는 전공의들은 통상 지정된 장소에서 대기하다가 응급환자 발생 등의 사유로 호출이 있을 때에 진료 등 업무를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당직근무시간 전체를 휴게시간에 준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그 중 상당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 병원의 통제권이 미치는 대기시간과 같은 실질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일반적으로 숙·일직이라 함은 정기적 순찰, 전화와 문서의 수수, 기타 비상사태 발생 등에 대비하여 시설 내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서 그 자체의 노동의 밀도가 낮고 감시·단속적 노동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러한 업무는 관행적으로 정상적인 업무로 취급되지 아니하여 별도의 근로계약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며 원래의 계약에 부수되는 의무로 이행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정상근무에 준하는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고, 야간·연장·휴일근로수당 등이 지급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1995. 1. 20. 선고 93다46254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서 본 사실과 을 제7호증 내지 제9호증, 제14호증 내지 제18호증, 제20호증의 각 기재, 증인 B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수행한 평일 내지 휴일 당직근무는 전체적으로 보아 근로의 밀도가 낮아 대기성의 단속적 업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고, 갑 제4호증의 기재와 원고 본인신문 결과만으로는 이러한 사실을 뒤집기에 부족하며 달리 원고가 수행한 당직근무를 통상의 근로와 같다고 평가할 만한 증거가 없다.
피고 병원은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유지라는 의료업무의 특성상 외래환자에 대한 진료·수술 등 업무를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물론, 통상의 업무시간이 종료한 야간 내지 휴일에도 응급환자의 진료 및 기타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하여 당직제도를 운영하여 왔는데, 야간이나 휴일 등 당직근무 중에 내원하는 응급환자는 주간의 정상 근무시간 중에 내원하는 일반환자와 비교하여 그 수가 현저하게 적은 것으로 보이고, 당직근무 시간대에 이루어지는 수술이나 회진 등의 업무도 응급조치가 요구되는 특수한 상황에 한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 병원의 당직근무를 통해 실시되는 응급환자 진료 등의 업무는 기본적으로 단속적인 형태로 이루어지고 해당 업무의 내용 또한 그 밀도면에서 통상의 업무수준보다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 병원은 평일·휴일을 불문하고 병동 당직자와 응급실 당직자를 지정하여 당직제도를 운영하였는데, 충분한 휴식·수면시간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야간 또는 휴일에 계속하여 주간의 정상 근무시간과 동일한 밀도의 노무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고, 전공의들은 당직근무 자체의 단속적 성격으로 인하여 당직근무 중 병동 및 응급실의 응급환자 진료 등 예기치 못한 업무를 수행하는 이외에는 주로 휴식·수면을 취하거나 전문의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등 개인적으로 시간을 활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 병원은 원고를 포함한 전공의들과 사이에 당직근무에 대해 별도의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고, 당직근무는 해당 과에서 자체적으로 작성된 당직표에 따라 자율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피고 병원 차원에서 이를 관리하는 등 관여할 여지가 크지 않았다고 보이며, 당직 업무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응급환자 진료 등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당직시간에 있어서는 통상의 근무시간대에 비하여 피고 병원의 전공의들에 대한 지휘·감독의 정도 또한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를 포함한 전공의들은 의료업무의 특성상 야간과 휴일에 당직근무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피고 병원에 지원하여 임용되었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할 때까지는 정해진 근로에 더하여 실시된 당직근무의 대가 명목으로 책정된 당직비를 매월 별다른 이의 없이 지급받아 왔는바, 원고가 이처럼 당직근무에 대해 책정된 당직비를 이의 없이 지급받았던 것은 피교육자적 지위를 겸하는 전공의의 이중적 지위가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이고, 피고 병원 소속 전공의들의 경우 피교육자적 지위가 반영된 결과 근로자들에 대한 통상의 임금지급 실태와는 상이한 관행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피고에게 가산임금 지급의무가 있는지에 대하여
따라서 통상의 숙·일직근무와 마찬가지로 대기성의 단속적 업무로 평가되는 원고의 당직근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 소정의 가산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으나, 다만 이때에도 실제의 당직근무 중 본래의 업무가 연장되었다거나 그 내용과 질이 통상의 근로와 마찬가지로 평가될 수 있는 진료업무 등을 수행한 시간에 대해서는 가산임금이 지급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5. 1. 20. 선고 93다46254 판결, 1996. 6. 28. 선고 94다1474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수행한 당직근무 중 본래의 업무가 연장되었거나 그 내용과 질이 통상의 근로와 마찬가지로 평가될 수 있는 진료업무 등을 수행한 시간을 산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산정할 자료가 없는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당직시간 중에 행한 업무수행 시간분에 대해 지급하여야 할 연장근로수당 등 근로기준법 소정의 가산임금이 이미 지급된 당직비의 합계액을 초과하는지 여부 또한 확정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가 수행한 당직근무에 대한 피고의 가산임금 지급의무가 존재하고 그에 따라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가산임금의 액수가 이미 지급받은 당직비의 합계액을 초과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가 없다.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김정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