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6. 20. 선고 2013가합67308 판결

주문

1.

피고의 원고에 대한 2013. 1. 31.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2013. 3. 1.부터 원고가 복직할 때까지 월 미화 2,898.86달러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입사 및 보직변경의 경위

1)

원고는 국내에 거주하다 B로 이주한 후 1996. 7. B 국적을 취득한 자로서, 1999. 12. 15. 피고의 재외공관인 C(이하 이 사건 '재외공관'이라 한다)의 행정직원으로 채용되어 근무하였다. 당시 작성된 근로계약서 중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

원고는 입사 이후 매년 근로계약을 갱신하며 이 사건 재외공관의 시설관리업무를 담당하여 왔다. 당시 피고의 재외공관 소속 근로자들 중 외국인은 '재외공관 행정직원 보수운영지침'에 따라 이른바 '주거보조비'의 지급대상에서 제외되었으나, 대신 원고와 같은 시설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자의 경우에는 국적과 무관하게 재외공관내 숙소에 거주할 수 있었고, 이에 원고 또한 재외공관내 숙소에 거주하며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런던 중 피고가 2012. 2.경 원고를 포함한 일부 근로자들에 대해 순환보직 발령을 함에 따라, 원고는 기존의 시설관리업무를 대신하여 민원업무 등에 종사하게 되었다.

나.

이 사건 해고를 전후한 경위

1)

원고와 피고는 2012. 2.경 1년 전 2011. 3. 갱신하였던 근로계약 기간의 만료가 다가옴에 따라 새로이 갱신될 계약의 내용에 관하여 협상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그 무렵 위와 같이 담당업무가 변경되어 주거를 이전할 예정이었던 원고가 순환보직에 따른 주거비 지출 등으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들어 보수인상을 요구하였다.

2)

이에 피고는 2012. 11. 23. 인사위원회의 결정으로 월 미화 100달러 가량의 임금인상안을 원고에게 제시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다만 원고는 2012. 2. 이후에도 계속 업무를 수행하며 기존의 예에 따라 피고로부터 임금을 수령하여 왔다), 2012. 12. 31. 원고에게 '계약조건에 대한 상호간 의견이 합치되지 않아 2013. 1. 31.자로 근로관계를 종료한다'는 내용의 서면통보를 하면서, 2013. 2.분까지의 임금 상당액을 정산하여 지급하였다.

3)

한편 피고는 2013. 11. 1. 이른바 '기간제 근로자의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내용으로 하는 '재외공관 행정직원 운영지침'을 개정하여, 소속 기간제 행정직원 중 동일 공관에서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한 자를 대상으로 무기계약직 전환의 기회를 부여하였는데(제12조 제1항), 다만 외국인 행정직원의 경우에는 주재국 관련 법령 등을 고려하여 해당 조항을 달리 적용할 수 있는 예외규정(같은 조 제5항)을 두었다.

다.

관련 법령(「국제사법」)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이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을 제1, 2, 5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원고와 피고는 근로계약 체결 당시 대한민국의 법령을 준거법으로 적용할 것에 합의하였으므로, 원고는「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 한다)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었다. 그럼에도 피고는 단지 근로조건에 대한 당사자 사이의 의견이 일치하지 못하였다는 사유만을 들어 원고에게 계약해지(피고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조치로서, 실질적인 해고로 볼 수 있다)를 통보하였던바, 위 사유는 정당한 해고사유로 볼 수 없어 당해 해고는 효력이 없다.

나.

피고

1)

원고는 피고로부터 해지통보를 받은 직후, 일부 미지급된 퇴직금이 있다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한 결과 퇴직금을 모두 지급받았음에도, 그로부터 한참이 경과한 이후에야 새삼 해고의 효력을 다투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결국 이 사건 소는 원고의 근로관계가 유효하게 종료되었다고 믿은 피고의 정당한 기대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신의성실 내지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부적법하다.

2)

피고가 고용계약서의 작성을 통해 원고와의 근로계약 해석 및 이와 관련한 분쟁을 대한민국의 법령에 따라 처리하기로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위와 같이 대한민국의 법령을 따르기로 한 것은, 근로계약상의 보충이 필요한 부분에 한하여 일반 법령인 민법 내지 근로기준법 등을 적용한다는 것이지, 나아가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의 특수한 지위 등이 반영된 기간제법 등과 같은 특별법까지도 제한없이 적용한다는 취지로 볼 수 없다.

3)

따라서 여전히 기간제 근로자의 지위를 유지하는 원고의 경우, 2011. 3. 갱신된 근로계약이 이후 근로조건에 관한 의견 불일치 등으로 더이상 갱신되지 않음에 따라 2012. 2. 28. 기간이 만료되었다고 할 것인데, 이에 사용자인 피고로서는 민법상 고용의 법리에 따라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피고는 고용계약서 제6조 제1항에 따라 계약종료 1개월 전인 2012. 12. 31. 원고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함으로써, 원고와의 근로관계가 적법하게 해소되었다.

3.

판단

가.

금반언 원칙 등의 위배 여부

1)

갑 제4호증, 을 제1,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에 대한 근로계약 해지통고가 있은 이후인 2013. 2. 26.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미지급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진정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제기하자, 피고는 같은 해 5. 31. '재외공관 행정직원 보수운영지침'에 따라 원고에게 이미 지급한 퇴직금과「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의 최저기준에 따라 산정된 법정퇴직금과의 차액 상당 및 그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갑 제7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한편으로 피고는 이 사건 해고 직후인 2013. 1.경 이 사건 재외공관 총무영사에게 수차례 메일을 보내 2012. 12. 31. 발송한 '해고통지서'의 한글번역본 등을 문서로 발급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동시에, 당시의 해고는 불공정한 처분으로서 이를 철회하여 줄 것과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 다툼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사실, 이에 이 사건 재외공관의 해당부서에서는 앞서 본 원고의 진정에 따른 퇴직금 지급 문제와 함께 원고의 복직 문제도 일부 논의되었으나, 복직 문제에 대한 입장변화가 없자 원고가 2013. 9.경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2)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의 주장과 같이 비록 원고가 이 사건 해고 이후 퇴직금을 모두 수령한 다음 약 3개월 이후에야(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약 6개월 가량이 된다)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고 할지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가 향후 이 사건 해고를 다투지 않을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당시 피고가 가지게 되었다거나, 나아가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을 신의성실 내지 금반언의 원칙을 위반한 행위로는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의 준거법

1)

이 사건의 경우, 외국 국적을 보유한 원고가 외국에 소재한 대한민국의 공관에서 근로계약에 따른 노무를 공급하던 중 근로계약의 종료 여부에 관한 다툼이 발생한 것으로 이른바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해당하므로, 일응 국제사법이 정한 바에 따라 그 준거법이 결정되어야 한다.

2)

그런데 국제사법은, 근로자가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의 법을 준거법으로 하되, 근로계약의 경우에 있어서도 이른바 '사적 자치'의 원리를 강조함으로써 원칙적으로 당사자들의 의사에 따라 준거법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28조 제2항, 제25조 제1항). 이에 따라 원고와 피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고용계약서 제8, 9조를 두어, 대한민국 법령을 당해 근로계약과 관련한 준거법으로 삼을 것에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당해 근로계약에 관한 적용과 해석은 물론 분쟁해결의 기준이 되는 법령은 원칙적으로 대한민국의 법령이 된다(고용계약서 제8조 제3항 또한, 해당 계약서 중 일부 조항이 대한민국 법령 등에 저촉되는 경우 해당 조항의 효력이 상실됨을 전제로 한 규정으로 볼 수 있다).

3)

한편 국제사법 제25조 제2항에 따르면, 당사자는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도 준거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준거법 선택과 관련한 앞서 본 규정들을 관통하는 기본원칙인 '사적자치'의 관점에서 볼 때, 당사자들의 자율적 합의가 전제되는 이상, 해당 근로관계에 적용될 준거법의 범위를 예컨대 피고의 주장과 같이 특정 노동관계법령 등으로 제한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계약내용의 일부에 관한 준거법을 선택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에 관한 당사자의 명시적인 합의가 있거나 적어도 계약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을 합리적으로 참작한 결과 그에 관한 묵시적인 합의가 인정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해당 국가의 관련 법령 중 특정된 일부만에 대해 준거법으로서의 효력을 부여할 수 있는지 여부가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국제사법 제25조 제1항 단서 참조).

그러나 이 사건에 제출된 증거들을 살펴보아도, 원고와 피고가 앞서 본 바와 같이 대한민국의 법령을 근로계약에 대한 준거법으로 합의하는 외에, 국내의 노동관계법령 중 특정 법률을 적용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별도의 합의를 하였다는 사정은 발견할 수 없다.

한편 피고는 이와 관련하여 ① '해외 각국에서 채용된 재외공관 행정직원들의 경우, 각국의 노동관계법령을 모두 검토해 근로계약에 반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곤란하므로, 통일적 근로조건을 마련하여 인력운용의 적절성과 효율성 등을 도모할 목적에서 대한민국의 법령을 준거법으로 하였다'거나, ② '피고는 2013. 11. 이 사건 재외공관에 적용될 운영지침을 개정함으로써, 소속 행정직원들의 경우에도 기간제법의 취지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 규정을 마련하면서도, 다만 외국인 행정직원에 대해서는 일부 예외 조항을 두었다'며, 이를 이유로 기간제법 등의 특별법이 당해 근로관계에 적용될 준거법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① 오히려 기간제법 등 특별법까지도 준거법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법령 중 특정 법률들을 준거법에서 제외함으로써 야기될 준거법의 적용범위 등을 둘러싼 당사자간의 불필요한 분쟁을 막고 근로관계의 통일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가 위와 같이 행정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기계약직 전환 규정을 마련한 것은, 민법 내지 근로기준법뿐만 아니라 기간제법 등의 특별법 역시 소속 행정직원들(현지에서 채용한 한국인들이 포함된다)에게 적용된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피고의 위 주장이 들고 있는 사유는 이를 기간제법 등의 특별법이 당해 근로관계에 적용될 준거법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근거로 삼기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해고의 정당성 유무

1)

원고 또한 기간제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서, 앞서 본 바와 같이 1999. 12. 이 사건 재외공관에 채용된 이후부터 2012. 12. 해고통지를 받을 때까지 반복하여 근로계약을 갱신하여 왔으므로, 피고의 해고통지 당시 원고는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이미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신분을 취득하게 되었다(한편 피고는, '원고는 외교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자로서 기간제법 시행령 제3조 제3항 제3호에 따라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재외공관에 채용된 후 단지 시설관리업무 등 행정직원으로서의 업무만을 수행하여 위 조항에서 말하는 '특수한 경력을 갖추고 국가안전보장, 국방·외교 또는 통일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그렇다면 피고가 해고통지를 통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적법하게 종료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해고의 사유, 즉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존재하여야 하는바, 이 사건 해고 당시 피고가 통지한 '계약조건에 대한 의견 불일치'라는 사정이 해고를 정당화할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라고 할 것인바, 피고가 이와 반대의 입장에서 위 해고의 정당성 유무를 다투고 있는 이상 그 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그리고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 당시 임금이 정산 지급된 기간 이후인 2013. 3. 1.부터 원고가 복직할 때까지 월 미화 2,898.86달러(위 임금액에 대하여는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의 비율에 의한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용주(재판장) 김나나 성준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