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사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상호 없이 개인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건설업체로부터 금속인테리어 공사 부분을 하도급 받아 일용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들과 함께 해당 공사 부분을 수행하는 속칭 '오야지'이다.
체당금은 기업의 도산으로 인하여 임금·휴업수당 및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퇴직한 근로자에게 체불금액을 국가가 대신 지급하여 주는 제도로서, 누구든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체당금을 지급받아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원청인 D㈜를 운영하던 E 및 F㈜를 운영하던 G 등과 '위와 같은 체당금 지급요건에 해당되지 아니함에도 마치 그와 같은 요건이 구비된 것처럼 가장하여 국가로부터 체당금을 부정수급'할 것을 공모하였다.
D㈜를 통한 체당금 부정수급
피고인은 2009. 7. 1. 경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1010에 있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고양지청 사무실에서 D㈜ 운영자 E를 통하여 "내가 D㈜ 소속 근로자로서 회사의 도산으로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였으니 체당금을 지급하여 달라"는 취지로 위 고양지청 소속 근로감독관 성명 불상자에게 체당금 지급신청서를 제출한 후 같은 해 7. 15경 체당금 7,080,000원을 수령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위 D로부터 금속 인테리어 공사 부분을 하도급 받아 금속 인테리어 공사부분을 처리하는 개인건설업자로서 위 D 소속 근로자가 아니었으므로 D로부터 체불된 임금이 없어 체당금 지급 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였음에도 E에게 피고인의 목도장, 체당금 수령 통장, 신분증 사본을 넘겨주며 비밀번호를 알려 주었고, 위 E는 위와 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공인노무사 H을 통하여 위 근로감독관에게 위와 같은 피고인에 대한 체당금 지급 신청서를 제출하여 피고인으로 하여금 체당금을 지급받게 한 것이었다. 결국 피고인은 E와 공모하여 D㈜에 대하여 법원의 재판상 도산(회생절차개시결정) 결정이 있음을 기화로 위와 같이 체당금 7,080,000원을 부정 수급하였다. 이를 비롯하여 피고인은 개인건설사업자(속칭 '오야지')인 피고인 소속의 근로자 14명이 D 소속이 아니었음에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그 무렵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14명의 체당금 합계 94,400,000원을 부정 수급하였다.
I㈜를 통한 체당금 부정수급
피고인은 2011. 9. 2.경 서울 마포구 독막로 325에 있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 사무실에서 I의 하도급 업체인 F㈜ 운영자 G을 통하여 "내가 I㈜ 소속 근로자로서 회사의 도산으로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였으니 체당금을 지급하여 달라"는 취지로 위 서부지청 소속 근로감독관 성명불상자에게 체당금 지급 신청서를 제출한 후 같은 해 9. 9.경 체당금 6,720,000원을 수령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위 I㈜로부터 금속 인테리어 공사 부분을 하도급 받아 금속 인테리어 공사부분을 처리하는 개인건설업자로서 위 I 소속 근로자가 아니었으므로 I㈜로부터 체불된 임금이 없어 체당금 지급 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위 G의 승인아래 그의 아들인 E에게 피고인의 목도장, 체당금 수령 통장, 신분증 사본을 넘겨주며 비밀번호를 알려 주었고, 위 E는 위와 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공인노무사 H을 통하여 위 근로감독관에게 위와 같은 피고인에 대한 체당금 지급 신청서를 제출하여 피고인으로 하여금 체당금을 지급받게 한 것이었다. 결국 피고인은 G, E 등과 공모하여 I㈜에 대하여 법원의 재판상 도산(회생절차개시결정) 결정이 있음을 기화로 위와 같이 체당금 6,720,000원을 부정수급 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 쟁점은 피고인이 D, I과 각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개인건설사업자로서, 피고인과 피고인이 모집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일용근로자들이 위 회사들에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어서 체당금을 수령할 자격이 없는지 이다. 이와 아울러 피고인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체당금을 수령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도 함께 판단한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 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D과 관련된 공소사실에 관한 판단
피고인이 개인건설사업자이고 피고인이 모집한 별지 기재 일용근로자들이 피고인의 근로자라고 볼 수 있을 여지가 있는 사정은 다음과 같다.
D 공사현장에서 '팀장', '작업반장', '오야지' 등으로 불린 피고인은, 일용근로자들을 직접 모집하였고, 매월 말일경 작업한 근로자와 근로시간을 기재한 출력일보를 작성하여 회사에 제출하면, 회사는 이를 토대로 다음 달 말일경 일용근로자들의 노임을 포함하여 피고인에게 일괄적으로 노임을 지급하였고, 피고인은 자신의 계좌에서 이를 인출하여 일용근로자들에게 노임을 직접 지급하였다.
일용근로자인 J, K은 피고인이 일용근로자들에게 작업지시를 하였고, D로부터 노임을 지급받지 못하면 피고인에게 임금을 청구한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도 D로부터 노임을 지급받지 못하자 대출받거나 빌린 돈으로 일용근로자들에게 체불된 임금을 직접 지급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에서 인정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개인건설사업자로서 D과 하도급관계에 있다거나 피고인과 일용근로자들이 D 소속 근로자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인은 개인사업자등록이 되어 있지 아니할 뿐 아니라, 자신 고유의 상호·점포(영업장소, 영업시설 포함)·고용관계 등 자신의 명의로 독자적인 사업을 하고 있다고 볼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
공사현장에서 D 공사관리부 직원들이 작업장소, 작업시간, 작업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정하여 피고인에게 지시하는 등 피고인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하였다.
피고인도 자신이 모집한 일용근로자들과 동일한 작업을 하였고, D이 피고인에게 지급한 보수는 피고인을 포함하여 일용근로자들의 노임 단가에 실제 일한 품수를 곱한 노임만 지급하였을 뿐 하도급관계에서 볼 수 있는 이윤 등을 추가하여 지급하지 않았고, 이러한 약정을 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피고인과 일용근로자들이 받은 노임은 도급계약에 따른 보수가 아닌 근로제공에 대한 대가로 볼 여지가 크다.
피고인이 D로부터 노임을 일괄적으로 받아 일용근로자들에게 배분한 것은, 일용근로자의 수가 많아 회사에 관리상의 어려움이 있고, 그 중에는 외국인 노동자, 신용불량자 등이 있어 직접 현금으로 직접 지급해야 하는 불편 등이 있어 회사의 필요에 의하여 D이 근로자들을 직접 모집한 작업반장에게 노임을 지급하였기 때문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에 비추어 보면(E, L도 수사기관에서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피고인이 일용근로자들의 노임을 직접 지급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개인건설사업자라거나 D 소속 근로자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인이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작업현장에서의 자재 등은 D에서 모두 제공하였고, 근로자들의 식대, 유류비, 숙비도 D이 부담하였다.
일용근로자인 M, 피고인인 팀원이었던 N 등은 각 공사현장에서 작업 중 사고를 당하여 부상을 입은 적이 있었는데, 이들은 D 소속 근로자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요양승인을 받기도 하였다.
D의 대표이사인 E, 이사인 L은 피고인을 포함한 작업반장들과 그들이 모집한 일용근로자들은 D의 현장별 공사관리 담당자가 작업반장들을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D 소속의 근로자라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I과 관련된 공소사실에 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도 피고인이 I으로부터 하도급 받은 개인건설사업자(속칭 '오야지')로서 I 소속 근로자가 아님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피고인은 수사기관이래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 사건 당시 작업반장이었던 O가 불러 개인으로서 일용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과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각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개인건설사업자로서 I으로부터 공사를 하도급 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검사가 제출한 증거 중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체당금을 수령하였는지 여부
구 임금채권보장법 제28조 제1호에서 정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체당금을 지급받은 자'라 함은 체당금을 받을 요건이 갖추어지지 아니하였음에도 허위, 기만, 은폐 등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를 하여 체당금을 받은 자를 말하고, 단순히 체당금을 받을 요건이 갖추어지지 아니하였음에도 이를 받은 경우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사현장에서 일용근로를 제공하고 노임을 지급받는 작업반장이나 일용근로자들이 해당 공사업체 소속의 근로자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법률전문가라고 하더라도 그 판단이 쉽지 않은 법적 문제인 점, 피고인은 체불된 노임을 체당금 제도를 통해 받을 수 있다는 D 등 공사업체 관계자의 말을 듣고, 신분증사본, 통장거래내역사본, 체당금 수령을 위한 통장, 도장 등을 제출하고, 위 회사에 체당금 신청행위를 위임하였을 뿐인 점, 체당금 신청사건을 담당한 근로감독관도 제출된 통장거래내역과 노임대장 등을 통해 작업반장을 통하여 일용근로자들에게 노임을 지급한 사실을 확인하였으나 작업반장은 D로부터 지급받은 노임을 나누어 주는 기능만 하고 있어 D이 사용자라고 판단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당시 체당금을 처리하였던 근로감독관은 제출된 자료 등을 통해 각 공사현장에서 이루어진 계약관계 내지 근로관계를 확인한 후 피고인과 일용근로자들이 체당금을 수령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일 뿐, 그 과정에 피고인이 개인건설사업자인 점에 관한 사실을 은폐·기만하거나 허위의 방법을 사용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사소송법 제440조,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용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