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선정당사자)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선정당사자)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서울 동작구 F에 소재한 B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의 입주자들로 구성된 단체로서, 위 아파트를 관리 · 운영하여 왔다.
원고 A은 1997. 8.경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이 사건 아파트 전기실의 전기반장으로 근무하다 2014. 4. 30. 퇴직하였고, 선정자 C과 D은 각각 2001. 12.경 및 같은 해 3.경 입사하여 같은 아파트 기관실의 기관반장으로 근무하다 2014. 4. 30. 퇴직하였다. 그리고 선정자 E은 2013. 8.경 피고에 입사하여 같은 아파트 전기실 전기기사로 근무하다 2014. 2. 28. 퇴직하였다(이하 원고와 선정자들을 통칭하여 '원고 등'이라 한다).
원고 등은 모두 격일제 근무를 하였는데(다만, 근무일이 토요일인 때에는 일요일까지 연이어 근무한 다음 연속 2일을 휴무하기도 하였다), 전기실에서는 세대별 인터폰 점검, 전구 교체, 누전 차단기의 복구 등 주로 이 사건 아파트 내의 각종 전기시설의 유지 · 보수 및 전기검침 업무를 담당하고, 기관실에서는 세면기 누수부품 구입요청, 수도 · 온수계량기 교체, 난방시설 점검 등 주로 이 사건 아파트 내의 수도, 난방 시설 등의 유지 · 보수업무를 담당하였다.
한편 원고들은 입사 이래 피고와 사이에 매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그중 임금에 있어서는 구체적 항목을 따로 기재하지 않은 채 임금의 액수(그 옆에는 '법정수당 포함'이라는 문구가 명기되어 있다)만을 기재하였다가, 2013년경 이후부터는 총 연봉액을 매월 기본급, 야간수당 등의 항목으로 나누어 지급하되 격일근무에 따라 별도로 발생하게 될 임금도 총 연봉액에 포함되는 것으로 하였다.
원고 등은 2014. 4.경 '피고로부터 근로기준법상 연장 · 야간 · 휴일근로수당 등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며, 실제 근로시간에 따른 법정수당 차액분 등의 지급을 구하고자 관할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였다(한편 원고 등은 같은 해 6.경 피고에게 같은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체불임금의 청산을 요청하였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관악지청은 원고 등이 민원처리 등을 위해 대기한 시간을 휴게시간이 아니라 근로시간으로 보아 실 근로시간에 따른 법정수당 등의 미지급 사실을 인정한 후, G 등 피고 대표자들의 근로기준법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해당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였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또한 2015. 2.경 같은 취지로 약식명령을 청구하여 같은 해 3.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고약3052호로 G 등에 대해 약식명령이 내려졌다(이에 대해 피고인 측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현재 같은 법원 2015고정1135호로 재판이 진행중에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9호증, 을 제1, 2, 6, 10 내지 1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이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증인 H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원고 등은 24시간 격일제하에서 휴게시간 2시간을 제외한 22시간을 근무하였던바, 이로써 근무일당 14시간의 연장근로와 8시간의 야간근로 및 매주 8시간의 휴일근로를 한 셈이 된다.
따라서 피고는 2011. 5.경부터 2014. 4.경까지 원고 등이 위와 같이 실제로 근무한 시간에 따라 재산정한 임금 및 연장 · 야간 · 휴일근로수당 등 법정수당의 합계액에서 이미 지급한 임금을 공제한 차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원고 등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 등은 이른바 감시 · 단속적 근로자로서 피고와 사이에 법정수당 등을 포괄하여 임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 피고가 원고 등에게 추가로 지급하여야 할 수당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판단
포괄임금약정의 존부
원고 등이 매년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매월의 임금 혹은 총 연봉액에 격일제근무에 따른 연장근로수당 등 제수당이 포함된 것으로 기재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리고 을 제18 내지 2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 등도 관련 형사사건에서 적어도 근로계약상으로는 연장근로수당 등의 법정수당을 모두 포괄하여 전체 임금액수를 정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으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는 이같은 임금체계를 특별히 문제삼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근로계약서상 임금항목의 기재내용과 형식에 비추어 보면, 원고 등은 피고와 사이에 이른바 포괄임금약정을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 피고의 취업규칙(을 제8호증) 제26조 제1항에서는 '직원에 대한 임금항목을 기본급과 야간 · 휴일근로수당 등 법정수당으로 구성한다'는 원칙적 규정을 두고 있으나, 아래에서 보듯 포괄임금약정 또한 근로기준법상 연장 · 야간근로 등 근로시간 관련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려는 취지의 약정이라 할 수 없어, 취업규칙의 위 규정이 야간 · 휴일근로수당 등을 임금 총액에 포함된 것으로 정한 포괄임금약정과 반드시 충돌한다고는 볼 수 없다.
또한 피고가 원고 등에게 교부한 매월의 급여지급명세서(갑 제6호증)상에도 임금 항목이 기본급과 야간수당 등으로 나뉘어 기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피고가 그와 같이 구분된 야간수당 등 급여항목의 산정근거를 밝히거나 수당 산정의 기초가 되는 시간급 임금 내지 해당 초과근로시간 등을 별도로 정하였다는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급여지급명세서에 기재된 급여 항목은 같은 시기에 작성된 근로계약서상의 해당 규정과도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특히 2013년경 이후부터 작성된 근로계약서에는 앞서와 같이 총 연봉액을 기본급과 야간근로수당 등으로 구분하면서도, 원고 등과 같은 격일제 근무자에 대해서는 제 수당이 임금에 포함되었음을 명시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급여지급명세서에 위와 같이 임금항목을 형식적으로 기재한 것만으로는 원고 등에 대해 지급한 급여의 포괄임금적 성격을 부정하기 어렵다.
포괄임금약정의 효력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근로자에 대하여 기본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연장근로수당 등 제 수당을 계산하여 이를 합산 지급함이 원칙이나, 근로시간, 근무형태와 업무의 성질 등을 참작하고 계산의 편의와 직원의 근무의욕을 고취하는 뜻에서 근로자의 승낙 하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제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지급하거나, 매월 일정액을 제 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것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8. 3. 24. 선고 96다24699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감시 · 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달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도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일정액을 법정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약정을 체결하는 것은 그것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는 이상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참조).
따라서 원고 등이 수행한 업무가 예컨대 감시 · 단속적 근로에 해당된다고 평가된다면, 근로기준법이 예정한 원칙적인 임금산정 방식과는 달리 피고와 사이에 체결된 포괄임금약정 또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갑 제3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종래 원고 등에 대해 감시 · 단속적 근로자임을 전제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휴게 및 휴일 규정의 적용 제외를 신청한 바 없다가, 2014. 6.경에서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으로부터 이들에 대한 적용 제외 승인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이 그대로 적용됨을 전제로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근로기준법상의 연장 · 야간 · 휴일근로 등에 대한 제 수당을 합한 금액을 포괄임금으로 지급하려는 것이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 등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려는 것은 아니므로, 감시 또는 단속적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근로자와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 등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기 위해 관할관청의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3다66523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포괄임금약정에 있어서는, 피고가 관할 고용노동청으로부터 위와 같은 승인을 받았는지 여부 및 그 시점 등과는 무관하게 앞서 본 법리에 따라 해당 약정의 유효성이 판단되어야 한다.
그런데 앞서 본 사실과 갑 제8호증, 을 제4, 9, 14 내지 17호증을 포함한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 등은 실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감시 · 단속적인 업무에 종사하였다고 판단되므로(원고도 주로 자신이 임금청구기간 동안 근로시간 등의 적용 제외자로 승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였을 뿐, 업무 자체의 감시 · 단속적 성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이를 다툰 바 없다), 이러한 업무형태와 성질을 반영한 원고 등과의 포괄임금약정의 효력을 부정할 것이 아니다.
근로기준법 제63조 제3호가 정하는 '감시 · 단속적 업무'라 함은 예컨대 화재 · 수로 등의 감시, 계수기 감시 등 감시하는 것을 본래의 업무로 하고 상태적으로 신체 또는 정신적 건강이 적은 업무나, 기계고장의 수리 등 돌발적인 사고의 발생에 대비하는 업무로서 대기시간과 비교하여 실 근로시간의 비중이 크지 않은 업무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원고 등은 이 사건 아파트의 기계실 내지 기관실에 배치되어 24시간격일제 형태로 근무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세대별 전기 내지 수도 · 난방 시설 등을 보수하거나 입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수도 · 온수계량기, 세면기 등 관련 시설을 교체 · 보수하는 업무를 주로 담당하였으나, 위 각 업무는 매일 정기적이고 고정적으로 이루어졌다기보다는, 시설 등의 감시 · 점검 과정(원고 등은 근무시간 동안 계량기 검침 등을 위해 정기적으로 관련 시설을 점검하긴 하였으나, 하루 중 실제로 이에 소요된 시간은 극히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발견되거나 평소 휴게실 등에서 대기하다가 그곳으로 걸려 온 입주민들의 민원성 전화를 받고서 비로소 개시되었다.
특히 오후 6시 이후에는 피고의 관리직원들이 모두 퇴근하였을 뿐만 아니라, 야간 시간대에 이루어지는 입주민들의 시설점검 요청 등은 그 빈도가 항상 고정적인 것은 아니나 월 평균 수 건 정도로 매우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 등은 위와 같이 민원 발생 등에 대비하여 피고가 마련한 휴게실(각종 침구류 및 TV, 컴퓨터 등이 비치되어 있다) 내에서 대기하는 동안, 대부분 수면이나 휴식 등을 취하였던바(낮 근무시간대에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토요일을 포함하여 연속 이틀을 근무하는 때에는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고 등이 담당한 업무의 이러한 감시 · 단속적인 성격으로 인해 이들의 실 근로 내지 평균적인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
한편 근로자가 작업시간의 중도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 · 감독하에 놓여 있다면 근로시간에 포함해야 할 것이나(대법원 1993. 5. 27. 선고 92다24509 판결 등 참조), 원고 등이 위와 같이 휴게실 등에서 대기한 시간 전부에 대해서 피고의 지휘 · 감독이 이루어지고, 따라서 해당 대기시간 전부를 통상의 근로시간과 같이 평가할 만한 자료를 찾기 어렵다.
다만, 원고 등은 입사 당시 '근무시간 중 수면, 오락 및 근무지 무단이탈 행위 등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각서를 작성하였으나, 앞서 본 원고 등의 근무형태 등에 비추어 특히 대기시간의 활용에 있어서는 각서를 통해 규율하고자 하는 내용이 원고 등의 현실적인 근무실태와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예컨대 피고는 '전기실 등의 근무자들이 대기시간 중 관리자의 별도 승인 없이도 식사 등을 위해 외출하는 것이 가능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증인 H의 증언 등도 이에 부합한다(관련 형사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한 원고 등 역시 적어도 야간시간대의 경우 '휴게실에서 졸거나 TV 등을 보며시간을 보냈다'는 점에 대해 특별히 부정하지 않은 바 있다).
소결
원고 등이 담당한 업무의 감시 · 단속적 성격에 비추어 피고와 사이의 포괄임금약정이 유효하다고 평가되는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서 대기시간을 포함한 전체 근무시간을 원고 등의 실제 근로시간으로 보아 그에 따른 법정수당 등의 차액을 구하는 원고의 주장은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용주(재판장) 성준규 이정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