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0. 2. 선고 2015가합507268 판결

주문

1.

이 사건 소 중 주위적 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2.

원고의 예비적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B 주식회사(이하 'B'라 한다)는 산업설비·토목시설 등의 설계·시공에 관한 사업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1996. 10. 1. 설립된 회사이다.

나.

B의 주요 주주사 중 하나인 D는 2014. 8. 8. 담당자를 통해 원고를 위 회사의 CFO(Chief Financial Officer)로 추천하였고, B는 같은 달 13. 원고와 사이에 기간을 2017. 8. 12.까지, 보수를 월 1,250만 원으로 한 위임계약 등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

원고는 같은 날 B의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었고(같은 달 15. 그 취지가 등기되었다), 위 회사의 CFO(전무이사)로서 경영지원업무를 담당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B로부터 2014. 10.까지의 보수를 지급받았으나(다만 위 회사의 경영사정을 감안하여 같은 해 9.부터 2015. 2.까지 월 10%의 보수를 삭감하는 것에 동의하여, 해당 기간에는 삭감된 보수를 지급받았다), 그 이후부터는 보수를 전혀 지급받은 바 없다.

라.

원고의 신청에 따라, 수원지방법원은 2015. 3. 24. 2015회합10005호로 B에 대해 회생절차를 개시하였고, 같은 날 위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이하 관리인의 지위와는 무관한 회생절차개시 이전의 일과 관련하여서는 그 성명인 'C'으로 칭한다)를 관리인으로 선임하였다.

마.

이후 개시된 회생절차에서 원고는 2015. 4.경 B의 미지급 보수 및 퇴직금 합계 477,256,333원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였으나, 피고가 이의하였다. 이에 원고는 2015. 6. 18. 피고를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2015회확74호로 회생채권조사확정의 재판을 신청하여 현재 위 소송이 계속중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이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을 제1,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1)

원고는 B의 대표이사 등으로부터 직접 업무지시와 감독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근로소득세를 납부하고 고용보험 등 4대보험에도 가입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원고는 2014. 10. 15. 당시 B의 부사장이던 E와 언쟁을 벌인 직후 홧김에 C 등에게 메시지를 보내 거취 문제를 언급한 적은 있으나, 실제 위 회사를 사직하겠다는 의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원고는 B 측의 끈질긴 설득으로 회사에 복귀하여 기존 업무를 계속하여 수행하고자 하였으나, 위 회사 측에서 개인 집기류를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등 사실상 원고를 해임하려는 의사로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방해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정상적으로 근무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보수 상당액 및 계약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임원퇴직금규정에 따라 산정한 퇴직금 상당액을 각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만일 원고를 B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면 결국 위 미지급 보수 및 퇴직금채권 등은 회생채권에 해당하게 되므로, 피고를 상대로 회생개시결정일까지 발생한 미지급 보수와 그에 대한 이자, 위 시점 이후 발생하게 될 보수 및 퇴직금의 합산액에 관한 회생채권의 확정을 구한다.

나.

피고

원고가 2014. 10. 15. B에 사직의사를 밝혀옴에 따라 위 회사 측은 C 등 관계 임원을 통해 업무에 복귀할 것을 수차에 걸쳐 설득하였으나, 원고가 이에 응하지 않아 부득이 같은 해 11. 4. 원고를 사직처리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은 원고의 사직의사 표명으로 적법하게 해지되었으므로, 위 계약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한 원고의 미지급 임금 등 청구는 부당하다.

3.

판단

가.

인정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4 내지 7호증, 을 제2, 4, 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원고는 2014. 10. 15. 임직원들과 함께 B의 신규투자 사업 관련 회의를 진행하던 도중 부사장인 E와 말다툼을 벌인 다음, 같은 날 C(같은 해 10. 1. 위 회사에 영입되어 11. 26. 대표이사에 취임하였다)에게 '전화로 말씀드린 점 송구합니다. 금번 개편하면서 제 후임도 물색하여 면모 일신하여 출발하시면 좋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이하 '이 사건 메시지'라 한다)를 보냈다.

2)

이에 C은 2014. 10. 16. 원고에게 '정말로 E 부사장님의 말 한마디에 이러시는 것이라면 빨리 회사로 복귀하시길 바랍니다. 무식하고 미천한 제 생각이지만 이번 일은 전무님께서 잘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부디 조속한 시간 내에 회사에서 뵙기를 희망합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3)

원고는 2014. 12. 31. B에 내용증명을 보내어 '잔여 임기에 관한 보수를 지급하지 않은 채 본인을 사실상 이사 지위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은 상법과 정관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잔여 임기에 상응한 보수를 지급할 것을 요청하였다.

B는 2015. 1. 8. 원고에게 '어떠한 추가 보수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나아가 '수차례 사직의사를 밝힌 채 현재까지도 근무하지 않고 있어 2014. 11. 4.자로 사직처리한다'는 내용이 담긴 2015. 2. 17.자 사직통지서를 원고에게 발송하였다.

4)

한편 B는 2014. 11. 28. 원고에게 금융기관 제출용 재직증명서를 발급하여 주었으며, 2015. 2.경에는 메일을 통해 원고에게 이사회 개최 일정을 통보하거나 관련 자료를 송부하기도 하였다. 이에 원고는 그 무렵 개최된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였다(원고는 2014. 11. 26. 개최된 B의 임시주주총회에도 참석한 바 있다)

나.

이 사건 계약의 성격

1)

원고가 B와 사이에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당일 위 회사의 이사로 선임되었으며, 그때부터 이른바 CFO로서 재무분야를 비롯한 경영지원업무를 총괄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2)

그런데 주식회사의 이사 등 임원은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고용관계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없다. 다만,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회사의 이사 등 임원이라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1988. 6. 14. 선고 87다카2268 판결,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등 참조).

3)

갑 제1,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2014. 8. 13. B와 사이에 업무수행시간('08시부터 17시까지를 기본으로 하되 원고의 재량에 따른다'고 되어 있다) 및 휴가사용('취업규칙 및 근로기준법에 따른다'고 되어 있다) 등의 항목을 포함한 위임계약서와 임금계약서를 작성한 다음 위 회사에 근무하였고, 위 회사가 원고의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원고는 '대표이사 등으로부터 직접 업무지시와 감독을 받았다'라고 주장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사정에 대해서는 별달리 주장·입증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앞서 본 사실과 을 제5, 7,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피고의 재무담당 이사로서 일정 범위의 경비 지출에 대해 전결권한을 행사하였던 점, ② 원고는 실제로는 피고의 취업규칙상 출·퇴근시간이나 휴가사용 등 통상의 근태관리 규정에 구애받지 않은 채 소정의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한편 원고는 2014. 12.경 B에 대해 보수의 지급 등을 요청하면서도 이와 관련하여 상법 및 정관 위반 문제만을 언급하였을 뿐, 나아가 근로기준법 등에 따른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명시적으로 주장한 바는 없었던 점을 원고가 위 회사에 근무하게 된 앞서 본 경위에 더하여 보면, 원고는 피고의 임원으로서 회사와의 신임관계 하에서 일정한 자율성을 갖고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일 뿐, 달리 원고의 지위나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거나, 실제 회사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등 종속성의 징표를 발견할 수 없다.

4)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은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의 실질을 갖는다고 평가된다.

다.

이 사건 계약의 해지 여부

1)

위임계약은 고용계약과는 달리 비록 기간을 정하여 체결된 것이라도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는바(민법 제689조 제1항), 통상 위임계약 관계에 있는 당사자가 사직 의사를 표시하는 때에는 그것이 사용자 측에 도달함으로써 계약해지의 효력이 발생하게 되고 그에 따른 등기가 마쳐지지 아니한 경우에도 이로써 이사의 지위를 상실하며(대법원 2013. 9. 9.자 2013마1273 결정 참조), 이와 같이 사직 의사가 도달한 후에는 이를 임의로 철회할 수 없다.

2)

그런데 앞서 본 사실과 을 제11호증을 포함한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메시지를 통해 당시 사직의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

원고는 이 사건 메시지를 발송하기 이전인 2014. 9.경에도 근무를 그만두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였다가, C 등의 설득으로 당일 회사에 복귀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험과 이 사건 메시지의 내용 자체를 감안할 때, 당시 B로서는 원고가 이 사건 메시지 발송을 통해 재차 사직 의사를 표명하였다고 인식할 개연성이 충분하였다.

나)

원고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메시지를 발송한 이후 C 등이 원고의 업무 복귀를 설득하였다는 정황만이 인정될 뿐, 나아가 원고가 그에 따라 업무에 복귀하였다거나 회사 측이 (원고의 개인 집기류를 폐기한 2014. 12.경 이전에) 원고의 업무수행을 방해하였다는 정황은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갑 제4, 5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오히려 원고는 이 사건 메시지 발송 다음날로 예정되어 있던 재무담당자 회의에 불참하는 등 회사 측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CFO 업무를 더 이상 수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

한편 C과 원고의 2015. 6. 25.자 녹취록(을 제3호증)에 의하여 알 수 있듯, 당시 원고는 C과의 대화 과정에서 '그만둔다고 한 것은 맞지만 이를 번복하였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였으며, 회사 임직원들에게 '잘 있어라, 나 간다'는 인사를 하였던 점(을 제11호증의 기재에 의해서도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에 대해서도 인정하는 취지의 대답을 하였다.

라)

그렇다면 B의 담당자가 원고에게 2014. 11. 28.자 재직증명서를 발급하여 준 것 혹은 2015. 2.경 이사회 개최 일정을 메일로 송부하였던 것은, 이 사건 메시지의 작성 및 그 이후 원고가 보인 행태를 사임 의사와 무관한 것으로 파악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피고의 주장과 같이 당시 대출관련 편의를 위한 배려적 조치이거나, 2014. 12.경 원고가 부당 해임 및 미지급 보수 등의 지급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함에 따른 부득이한 조치로 평가될 소지가 충분하다(B 측에서 이 사건 메시지가 발송된 다음 달부터 원고에 대한 보수지급을 중단하였으며, 2014. 12. 10.자로 발행된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상 원고의 근무기간을 2014. 11. 4.까지로 기재한 것 또한, 위 회사가 당시 원고로부터 사임 의사가 표명되었음을 전제로 재직증명서 발급 등의 행위를 하였음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따라서 B 측이 취한 위와 같은 일부 조치들로 인해 원고의 사임 의사가 철회되었다거나,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사임의 효력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한편 원고로부터 이 사건 메시지를 받은 C은 당시 B의 공식적인 대표 직위에 있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C은 그 직후인 2014. 11. 26. 위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던 점, 위 회사의 주주인 D 측에서 원고를 CFO 후보로 추천할 목적으로 작성한 메일을 당시 위 회사의 대표이사였던 F 뿐만 아니라 C에게도 발송하였던 점(을 제6호증의 기재에 의하여 인정된다) 등을 이 사건 메시지가 발송된 이후 원고의 업무 복귀 등 문제와 관련하여 벌어진 앞서 본 제반 경위에 더하여 보면, 원고의 사임 의사는 B 측에 적법하게 전달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라.

소결

1)

앞서와 같이 이 사건 계약을 위임계약의 일종으로 보는 이상, 원고가 주장하는 B에 대한 미지급 보수 및 퇴직금채권은 회생채권에 해당한다{회생절차개시 후에 그 이행기가 도래하는 채권 역시 실질적으로 이사 지위를 부당하게 해임함에 따라 지급받지 못하게 될 보수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취지로 이해되고, 이는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 또는 '회생절차개시 후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금'(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18조 제1호, 제3호)으로서 회생채권에 해당한다}.

2)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에는 회생계획에 규정된 바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회생채권에 관하여 변제 등 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를 하지 못한다(채무자회생법 제131조). 그리고 회생절차개시 당시 회생채권에 관한 소송이 계속중인 경우에도, 회생채권자로서는 회생채권의 신고를 하고 신고된 채권에 대해 이의가 제기된 때에는 이의자를 소송의 상대방으로 하여 소송절차를 수계하여 회생채권의 확정을 구할 수 있을 뿐(같은 법 제172조 제1항), 이와 별도로 회생채권의 이행을 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위 미지급 보수채권 등의 이행을 구하는 주위적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다.

3)

한편 이 사건 계약은, 원고가 이 사건 메시지를 통해 B 측에 사직의사를 표명한 다음 업무 수행을 거부하기 시작한 2014. 10. 15.경 혹은, 적어도 위 회사 측에서 이같은 의사를 고려하여 원고를 사직처리한 2014. 11. 4.경에는 해지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이 그 이후에도 해지되지 않고 유효하게 존재함을 전제로 보수 및 퇴직금 상당 회생채권의 확정을 구하는 예비적 청구 부분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용주(재판장) 성준규 이정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