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건축자재 등에 대한 시험·평가·인증과 연구개발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목적의 법인으로서,「국가표준기본법」부칙(제10227호, 2010. 4. 5.) 제4조에 따라 재단법인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을 해산한 후 이들 법인의 권리·의무를 승계하여 2010. 7. 8. 설립되었다.
원고는 1983. 3.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하 편의상 '피고'로 통칭하며, 특히 피고와 구별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통합 전 연구원'이라 한다)에 입사하였다가 위와 같이 피고로 소속이 변경된 일반직 직원이다.
원고는 입사 당시 호적과 주민등록표 등 공부상 생년월일이 'B'로 등재되어 있었고, 이력서 및 인사기록카드 등에 자신의 생년월일을 'B'로 기재하여 제출했으며, 이에 따라 피고 또한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운영 시스템에 피보험자인 원고의 인적사항을 같은 내용으로 입력하였다(다만, 피고가 전산상으로 관리하는 '개인인사정보' 중 '생년월일'란에는 원고의 생년월일이 'B'로 입력되어 있는 외에, 위 일자 옆에 '음력'이라는 취지의 표시가 부기되어 있다).
한편 통합 전 연구원 소속 직원의 정년은 55세였으나, 2005. 1. 1. 정년을 58세로 연장하는 한편(다만, 당시 일정 연령대의 직원들에 대해서는 연령에 따라 최소 6개월에서 최장 3년까지 정년연장에 차등을 두었는데, 원고의 경우 2012년도에 55세에 달하는 자로서 정년이 3년 연장되었다), 원래의 정년 55세부터 연장된 정년까지는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인사규정 및 급여규정이 개정되었다.
피고는 2012. 6.경 '원고가 2012. B 55세가 됨'을 전제로 다음 달인 같은 해 7. 1.부터 원고에게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였으며, 그 무렵 급여규정에 따라 법정퇴직금과 퇴직위로금을 모두 지급하였다(당시 법정퇴직금은 133,539,710원, 퇴직위로금은 118,701,960원으로 산정되었다).
한편 원고는 '가족관계등록부의 생년월일란에 자신의 양력생일이 아닌 음력생일이 기재되었다'고 주장하며 서울가정법원에 등록부 정정신청을 하였고, 같은 법원은 2014. 12. 24. 원고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생년월일을 'B'에서 'C'로 정정하도록 허가하는 결정을 하였다(2014호파8031호).
법원의 위 결정에 따라 원고의 공부상 생년월일 및 주민등록번호가 같은 내용으로 정정되자, 원고는 그 무렵 피고 측에 인적사항 수정 및 정년퇴직일 연장을 요청하였다. 이에 피고는 위 요청에 응하여 사회보험 관리 시스템상에 입력된 원고의 생년월 일을 수정하면서도, 정년퇴직일과 관련하여서는 2015. 1.경 '채용 당시 제공받은 공부상의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인사기록을 작성하고 당사자의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적용 등 인사관리를 해왔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연장요청을 사실상 거부하였다.
피고가 제정한 인사규정 및 급여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 9, 10호증, 을 제1 내지 12, 20 내지 2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원고의 생년월일은 음력 B임에도 가족관계등록부상에는 위 날짜가 양력인 것으로 잘못 등재되었다가, 법원의 결정으로 실제의 양력 출생일인 C로 정정되었다. 비록 원고가 입사 당시 이력서 등을 제출하면서 공부상 기재된 생년월일이 음력이라는 취지를 밝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피고는 사내전산망에 입력된 인사정보를 바탕으로 음력 B에 즈음하여 원고에게 생일축하 메일을 보내는 등 원고의 실제 생년월일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원고의 정년퇴직일은, 애초 공부상 생년월일로 기재된 B이 아니라 원고의 실제 생년월인인 같은 해 C을 기준으로 산정되어야 하는바, 원고로서는 2015. C에 정년인 58세에 도달하게 되므로, 인사규정 제36조 제2항에 따라 원고의 정년퇴직일은 2015. 12. 31. 이 된다.
피고
피고는 원고가 이력서 등에 기재한 생년월일이 공부상 기재와 일치하는 양력생일임을 전제로 장기간 이에 따라 인사관리를 하여 왔을 뿐만 아니라, 2012. B 원고가 55세에 도달함을 전제로 그 다음달부터 임금피크제를 실시하였다. 그런데 이에 대해 원고는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다가, 당초 예정된 정년퇴직일을 6개월 가량 앞둔 시점에서 급작스럽게 공부상 생년월일을 정정한 후 정년퇴직일의 연장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경위에 비추어, 원고와 피고는 입사 당시의 공부상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정년퇴직일을 산정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정년퇴직일의 연장을 구하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한편 인사운영세칙의 부칙 제4조에 따라, 원고는 정년에 달하는 월말을 퇴직시기로 정한 통합 전 연구소의 정년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따라서 설령 원고의 정년이 실제 생년월일인 C을 기준으로 산정되어야 하더라도, 원고의 정년퇴직일은 기껏해야 2015. C로 연장될 뿐이다.
판단
가족관계등록부는 신분관계를 증명하는 공문서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공부상의 기재사항은 진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이 법원의 결정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상 원고의 생년월일이 C로 정정된 이상, 원고의 실제 생년월일은 같은 날로 추정된다.
그런데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통해 근로의 조건이나 내용 등 근로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정하는 경우, 근로기준법 등의 강행법규에 위반되지 않는 한 사적 자치의 원리상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를 정할 수 있음이 원칙이다. 즉 일차적으로 관련 법령에 규정이 있을 때에는 그에 따르고, 그러한 규정이 없을 때에는 당해 회사의 취업규칙 등의 규정에 따르며, 취업규칙 등에도 그러한 규정이 없을 때에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원칙은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것을 이유로 일률적으로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정년제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할 것이고, 비록 정년을 설정함에 있어서는 노무제공과 관련한 근로자의 실제 육체적·정신적 능력이 일반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앞서 본 사실과 갑 제8, 11호증, 을 제14, 26호증을 포함한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살펴보면, 이 사건의 경우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적어도 2012. 6.경에는 실제의 생년월일이 아니라 당초 공부상 기재된 생년월일인 B을 원고의 정년(퇴직일) 산정을 위한 기준시점으로 삼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가 묵시적으로나마 이루어졌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추단되는 피고의 의사
채용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피고는 1983. 3.경 원고가 인사기록카드 등에 기재한 생년월일(B)을 기준으로 원고에 대한 인사관리를 하여 왔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실제 생년월일 대신 정정되기 이전의 공부상 생년월일을 적용받음으로써 원고가 급여, 승급 등 인사관리 차원에서 어떠한 이익을 받았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적어도 원고가 입사 당시 알린 생년월일 등 인적사항을 피고가 신뢰하였고, 그와 같은 상태에서 상당한 기간 동안 인사관리가 이루어졌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피고는 급여규정 등에 따라 원고를 대상으로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실시하였는데, 같은 규정에 따른 위 제도의 실시 요건인 종전 55세 정년의 도달일을 인사기록카드 등에 기재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하여 2012. B로 보아 그때부터 정년을 3년 연장하되, 그 다음달인 같은 해 7. 1. 부터 임금을 순차로 삭감하였다. 나아가 피고는 그 무렵 급여규정에 따라 법정퇴직금은 물론 직원의 정년퇴직을 요건으로 하는 퇴직위로금을 모두 지급하였는데, 위 각 급여의 산정기준이 되는 근속기간의 종기 또한 애초 원고가 알린 공부상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하여 만 55세에 도달하는 시점을 산정한 결과 퇴직금 등의 정산일은 2012. 6. 30. 이 되었다. 결국 피고로서는 원고를 채용할 당시는 물론, 그로부터 20여 년이 경과한 2012년경에도 원고가 알린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하여 임금을 감축하거나 정년을 산정하는 등 인사관리의 일관성을 유지하였다.
한편으로 그 시점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기는 어려우나,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는 적어도 원고를 채용한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한 시점부터는 원고의 실제 생년월일이 음력 B임을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사실은, 피고가 원고의 음력 생일을 기준으로 생일축하 메일을 보내기도 한 점(갑 제11호증, 을 제2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된다), 피고가 전산으로 관리하는 직원들의 인사정보상 원고의 생년월일이 위와 같이 입력되어 있었던 점(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다만, 피고는 '원고가 임의로 생년월일을 입력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을 제13, 19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더라도 생년월일의 경우 당사자가 직접 수정할 수 없는 사항으로 보일 뿐이다) 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로서는, 2012. 6. 경 원고를 상대로 임금피크제를 실시할 무렵 이미 원고의 실제 생년월일이 공부상 기재와는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였음에도, 종래와 같이 공부상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임금삭감 시점 및 정년 도래 시점(임금피크제 시행일로부터 3년이 경과한 때)을 정하였다고 할 것이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는 오히려 실제의 생년월일과 당시 공부상 생년월일 중 후자를 정년산정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분명한 의사하에 임금피크제 등 원고에 대한 인사관리를 실시하였다고 볼 수 있는바, 이는 피고가 2015. 1. 경 원고의 요청에 따라 4대보험 관리 시스템상의 인적사항을 수정하면서도 그에 따른 정년연장 조치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였던 점으로부터도 알 수 있다(나아가 피고는 2015. 2. 경 인사규정을 개정하여 '직원의 정년은 채용 당시 제출한 가족관계등록부 등에 기재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산정한다'는 조항을 신설하기도 하였다).
추단되는 원고의 의사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채용 과정에서 공부상 기재에 따른 생년월일 등 인적사항을 제출한 이래 약 20여 년 이상을 근무하면서도, 당초에 알린 생년월일을 실제 생년월일로 변경하여 달라고 명시적으로 요구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고는 그 이후에도 생년월일의 정정 내지 그에 따른 퇴직시점의 연장조치를 요구할 만한 몇 차례의 계기가 있었다고 보임에도, 특별한 의견을 표명하지 않은 채 해당 인사조치를 받아들였다. 즉, 원고로서는 2005. 1. 1. 통합 전 연구소 직원의 정년이 55세에서 58세 등으로 연장되었던 시점 혹은 2012. 6. 경 임금피크제 실시에 즈음하여, 실제 생년월일을 반영하여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 내지 정년퇴직 시점을 늦추어 줄 것을 피고 측에 충분히 요청할 수 있었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하였다(당시 원고가 정년퇴직일 연장 등을 요청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어떠한 불이익이 뒤따랐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실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제도가 설계되었다면 정년퇴직 시점 등이 연장되는 이익을 얻을 수 있었음에도, 원고가 위와 같이 자신의 실제 생년월일을 정년퇴직일 등에 반영하여 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은 까닭은, 애초 55세였던 정년이 58세로 늘어나는 등 제도 개선이 이루어진 점, 공부상 일자를 기준으로 삼은 결과, 실제 생년월일을 적용할 경우와 비교하여 법정퇴직금 및 퇴직위로금을 정산받는 시점 또한 일부 앞당겨지는 이익을 누리게 되는 점 등을 감안하여 정년퇴직일 산정의 기준시점에 대해서만은 피고의 방침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에 있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그로부터 상당 기간이 경과한 후인 정년퇴직일 무렵에야 비로소 문제를 삼을 의도하에 원고가 피고의 위와 같은 방침에 일단 침묵하였다고는 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용주(재판장) 성준규 이정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