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2000. 4. 14. 설립되어 토목건축업 등을 영위하여 온 회사로서, 2014년경 동림건설 주식회사와 공동으로 SH공사로부터 서울 강서구 C지구 일대의 조경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수급받았다.
원고는 조경학과를 졸업한 후 대우건설 주식회사에서 다년간 근무하며 조경공사의 현장소장으로도 근무한 바 있던 자로서, 2014. 4. 14. 피고와 아래와 같은 내용의 프로젝트근로계약서(이하 '이 사건 계약서'라 한다)를 작성한 다음,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이른바 '주재임원'으로 근무하였다(피고는 이 사건 공사의 관리 등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기 위해 원고와는 별도로 본사 소속 직원인 D을 현장소장으로 임명하여 위 공사현장에 투입하였다).
피고의 토목사업을 총괄하는 본부장 E은 2014. 11.경 원고에게 전화를 걸어 사표를 제출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원고는 위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피고는 같은 달 14. 원고를 포함한 소속 직원 13명에 대해 같은 달 17.자로 재택대기를 명하는 인사명령(이하 '이 사건 대기발령'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의 인사팀장인 F에게 이 사건 대기발령의 부당함을 항의하였다. 그러나 F은 오히려 '원고가 취업한 것도 사장님의 배려덕분이 아니었느냐'며, '12월분 급여를 지급할 테니 사표를 제출해달라'는 취지로 이야기하였고, 이에 대해 원고는 '사표를 제출할 수 없으니 계속 근무하겠다'라고 답하였다.
피고는 2014. 12. 24. 원고에게 12월분 급여 전액(4,837,580원)을 지급하였으나, 그 다음달에는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원고는 2015. 2. 10. 피고 측에 2015. 1.분 급여를 지급하여 달라고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같은 달 17. 원고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사업계획 변경(조경공사업 축소 예상) 및 현장 여건(공동도급참여사 및 발주사로부터의 인원축소 배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대기발령을 통해 이미 계약해지의 의사를 전달하였다'는 점을 들어, 급여를 추가로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이 사건 계약서의 '계약기간' 관련 내용들 중 계약 당사자 일방에 의하여 갱신거절이 가능하도록 한 부분(제6항)은 그 성질상 약관에 해당함에도, 피고가 계약 체결 당시 해당 내용을 원고에게 설명한 바 없다. 따라서 위 조항은「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제3조에 위반하여 무효이다.
설령 위 조항이 유효하더라도,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대기발령을 하였을 뿐 위 조항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계약 만료 1개월 전에 계약해지를 정식으로 통보한 적이 없다. 나아가 피고가 원고에게 대기발령 조치 등을 통해 계약해지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볼 수 있더라도, 위와 같은 갱신거절은 사실상 해고와 다름없어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그 사유와 시기 등이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한다.
한편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된 경위나 이 사건 공사의 성격, 원고가 담당하는 업무 등을 감안할 때, 이 사건 계약이 비록 기간제라는 형식을 띄고 있더라도 원고로서는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을 보유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적법하게 계약해지를 통보하였더라도, 피고가 합리성을 상실한 사유를 들어 원고와의 계약갱신을 부당하게 거절하는 것은 그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의 갱신을 거절하였더라도 이는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복직시까지 매월 임금 상당액 600만 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
피고는 원고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이 사건 계약서상에 계약기간에 관한 조항을 삽입하였으며, 해당 조항에 따라 1개월 전에 원고에게 갱신거절의 의사를 전달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은 기간의 만료로써 종료하였다.
한편 이 사건 계약 체결을 전후한 제반 사정들, 특히 위 계약은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적 색채가 짙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계약 갱신에 관한 기대권은 존재하지 않거나 극히 제한적으로만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이 사건 공사에 관한 계획변경으로 조경공사 축소가 예상되는 등 피고가 합리적인 사유를 들어 이 사건 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것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판단
갱신거절의사의 표명 여부
이 사건 계약서의 문언 등을 종합할 때, 이 사건 계약은 계약체결시부터 2014. 12. 31.까지를 계약기간으로 한 기간제 근로계약에 해당하고, 다만 계약 당사자가 일정한 기간 내에 갱신거절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공사의 종료시까지 1년 단위로 그 기간이 연장되는 것으로 정하여졌음을 알 수 있다(「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제30조 제1항이 근로계약을 위 법률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계약서 중 계약기간에 관한 조항이 약관에 해당하는지 여부 혹은 사용자인 피고가 근로계약 체결 당시 위 조항의 내용을 원고에게 설명하였는지 여부는 해당 조항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앞서 본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피고 측은 이 사건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1개월 전인 2014. 11.경부터 수차에 걸쳐 인사팀장 등 담당자를 통해 원고에게 갱신거절의 의사를 표명한 사실이 인정된다(원고 또한 '담당자들의 사직요구에 불응한 결과, 피고가 이 사건 대기발령을 내렸다'고 하여 사실상 이러한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보면, 결국 이 사건 대기발령 또한 이 사건 계약이 종료됨을 전제로 잔여기간 동안 원고로 하여금 퇴직절차에 협조하여 달라는 취지에서 비롯된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계약은 피고 측이 원고를 상대로 갱신거절의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2014. 12. 31. 종료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갱신기대권의 인정 여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 표시가 없어도 그 근로자는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기간제 근로자인 원고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면 피고 측의 갱신거절은 실질적으로 해고와 다름없게 되는바, 이에 따라 원고로서는 피고를 상대로 일응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갱신거절의 사유와 시기가 서면으로 통지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삼을 여지가 있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과 갑 제5호증, 을 제1호증을 포함한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계약서에는 비록 계약이 매년 갱신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음에도, 계약의 갱신 여부를 오로지 당사자 일방의 의사에 좌우되도록 하고 있을 뿐, 이와 같은 당사자 일방의 갱신거절 권능을 절차 및 사유면에서 제한하거나 기타 계약 갱신이 허용되는 기준을 별도로 정하지는 않았던바, 이와 같은 계약서의 문언에 의할 때 계약 갱신에 관한 원고의 기대는 매우 막연하고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는 점, ② 실제로도 이 사건 계약은 과거 단 한차례도 갱신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 측에 의해 갱신거절 의사가 통보되기에 이른 점, ③ 피고와 같은 건설회사가 수주 현장별로 이루어지는 공사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감독을 담당할 인력으로 현장소장을 파견·배치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에 더하여 원고와 같이 (비등기) 이사의 지위를 가진 자를 이른바 주재임원으로 파견하는 경우는 건설공사의 실례에 비추어 일반적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바, 그만큼 위 주재임원의 역할 등은 현장소장과 상당 부분 중복될 여지가 크고, 그에 따라 회사의 입장에서도 해당 건설현장에서 주재임원이 수행하게 될 역할이나 그 필요성 등을 안정적으로 예측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는 점{원고가 작성한 2014. 5. 20.자(이 사건 계약 체결일로부터 불과 한달 가량이 경과한 때이다) 업무수첩에는 '가능한 현장운영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글이 기재되어 있는바, 이와 관련하여 원고 또한 '이 사건 공사 현장에는 D이 현장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어 과도한 간섭을 자제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④ 한편 이 사건 공사를 발주한 SH공사 및 피고와 공동으로 공사를 수급하였던 동림건설 주식회사 측은,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된 직후에도 현장의 지휘체계 혼선 내지 인원의 추가 배치로 인한 원가상승 문제 등을 이유로 삼아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원고를 투입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하였던 점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거나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의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결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로서는 앞서와 같이 서면에 의하지 않은 갱신거절 의사를 표명하는 것만으로도 통상의 기간제 근로계약인 이 사건 계약을 적법하게 종료시킬 수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용주(재판장) 성준규 이정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