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는 2015. 10. 5. 설립되어 천안시 서북구에서 상시 2,5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디지털 이동통신 장비용 배터리, 전기자동차용 전력변환장치, 충전기 제조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원고는 피고의 영업총괄 전무로 근무하였던 사람이다.
원고는 2013. 4. 29. 피고와 사이에, 근무기간을 3년, 효력발생일을 2013. 8. 5.로 정하여 원고가 피고의 해외영업 및 신규사업 총괄임원(CMO) 및 B 미국법인 법인장(등기상 CEO)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고, 피고가 원고에게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는 위임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계약의 주요 내용은 별지 기재와 같다.
피고는 2014년경부터 주식회사 엘지화학에 대한 TCO 사업 등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2015. 5. 초경 피고 소속 임원들에게 2015. 5. 29. 개최될 임원 워크숍에서 실적 저하에 따른 동기 부여 차원에서 전 임원이 일괄하여 사직서를 제출할 것을 지시하였고, 2015. 5. 29. 임원들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았다. 원고는 그 이전인 2015. 5. 21. 퇴직사유를 '경영악화에 따른 책임(엘지화학 TCO 사업수익성 악화)'으로, 퇴사일을 '2015. 6. 15.'로 기재한 사직원을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였다.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2015. 7. 1. 원고의 근무지를 본사에서 중국 남경으로 변경하는 인사 발령을 하였고, 2015. 10. 1. '마케팅, 영업본부장'의 직책에서 면직한다는 인사발령을 하였으며, 2015. 10. 31. 퇴사 처리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퇴사 조치'라 한다).
원고는 2015. 12. 4. 피고가 2015. 10. 31. 행한 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16. 1. 26. 피고가 행한 해고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 피고는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16. 3. 4. 중앙노동위원회에 초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16. 5. 30.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
피고는 대전지방법원 2016구합102930호로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위 마.항 기재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17. 2. 13.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그러한 전제에서 이루어진 위 재심판정은 부당하여 취소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이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 계속 중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주위적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피고의 근로자로서, 원고가 피고의 지시에 따라 2015. 6. 15. 사직원을 제출하였으나, 피고가 이를 수리하지 않고 전보발령을 하였다가 2015. 10. 31.에야 이 사건 퇴사 조치를 한 것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루어진 부당한 해고로서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가 나머지 약정 근로기간 동안 근로를 계속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및 미국퇴직연금 지원금 등 합계 455,535,072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주식회사의 이사, 감사 등 임원은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고용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일정한 보수를 받는 경우에도 이를 근로기준법 소정의 임금이라 할 수 없고, 회사의 규정에 의하여 이사 등 임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도 그 퇴직금은 근로기준법 소정의 퇴직금이 아니라 재직 중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에 불과하다. 한편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4호증의 3 내지 6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로부터 해외영업 및 신규사업 부분 전반에 관한 업무를 위임받아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대표이사 등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휘, 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가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이 사건 계약상 원고의 직위는 '해외영업 및 신규사업 총괄임원(CMO)'이자 피고 미국법인 법인장(등기상 CEO)이고, 원고는 영업기획, 해외영업, 신규사업을 총괄하고 그와 관련하여 필요한 일체의 활동 중 이사회가 지정한 직무를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원고는 급여기준, 근로시간이나 휴가의 사용 등과 관련하여 일반 직원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의 규율을 받지 아니하였고, 출, 퇴근이나 휴가, 휴게 등에 대한 근태관리도 받지 아니하였으며 연봉, 평가, 인센티브, 퇴직예우 등과 관련하여 임원들에게 적용되는 '임원관리기준'의 적용을 받았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계약체결에 대한 대가로 사이닝 보너스 5,000만 원을 받았고, 영업 내지 경영성과에 대한 가치보상적 성격을 띠고 있는 성과급 지급대상이었으며, 보수지급과 관련하여 달러보수로는 매년 피고의 미국 내 자회사인 C로부터 미화 240,000달러(한화 약 2억 6,600만 원)을 지급받고, 원화보수로는 매년 65,000,000원을 지급받기로 하였다(이러한 원고의 보수액수는 피고 대표이사인 D의 보수액수를 상회하는 것이었다). 또한 이 사건 계약상 원고는 성과급과는 별도로 피고의 이익배분 내부규정에 따라 이익배분을 받도록 되어 있었다.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원고의 임기는 3년(계약서에서는 '최초 위임기간'이라고 기재하고 있다)이고, 그 이후 위 임기는 매 1년마다 갱신될 것이 예정되어 있었다. 한편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원고의 고용은 사망하는 즉시 해지되고, 피고는 신체적, 정신적 상해, 질병 또는 기타 장애로 인하여 임원이 해당 직무의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고 이사회가 판단하는 경우 즉시 고용을 해지할 수 있다. 피고는 2012년 말 E에 인수된 이후 영업(CMO), 재무(CFO), 제조(CPO), 인사 등 경영지원(CHO) 등 각각의 영역에서 원고와 같은 전문경영인들을 위촉하였고, 이들의 협업에 의한 전문경영인 체제에 따라 경영이 이루어져 왔다. 원고는 미국 애플 사에서 근무하다가 E에 소속된 F의 영입제안을 받고 피고의 해외 영업업무에 주력하기로 하고 입사하였고, 2013. 11.에는 피고의 마케팅, 영업본부장 및 운영책임자(COO)로 승진하였으며, 대표이사의 업무를 대행하는 운영위원회를 CFO인 G과 함께 주관하였다.
원고는 피고의 이사회에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하지는 않았으나,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집행하기 위하여 수시로 개최되는 경영위원회에 참석하여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의 결정에 관여하였다. 또한 원고는 해외영업 및 신규사업 부문의 총책임자로서 사업계획 수립, 예산의 편성, 배정된 예산의 변경과 증액 및 집행 등 담당업무 중 일정 부분에 대하여 전결권을 행사하는 등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받았고 업무수행에 있어서도 자율성을 보장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고가 피고의 임원으로서 상사인 대표이사 및 투자자인 E의 경영방침을 따르거나 관련 사무를 보고하고 승인을 받는 등 업무에 있어 일부 지휘, 감독을 받는 관계에 있었다고 볼 여지는 있으나, 위임계약 관계의 경우에도 위임인이 수임인에게 위임사무의 처리 방향을 제시하고 수임인이 위임사무의 처리 결과를 보고하는 체계는 얼마든지 가능할 뿐만 아니라 피고로서는 E에서 영입한 임원들을 통한 경영계획의 수립 및 업무집행의 효율을 기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소속임원에 대하여 경영방침, 비전 등을 제시하거나 업무지시를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그리고 이러한 업무지시 권한 안에는 인사발령 권한도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서 투자자나 대표이사의 관여가 일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의 지휘, 감독을 받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예비적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설령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이 사건 퇴사조치를 부당해고로 볼 수 없더라도, 이 사건 퇴사 조치는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해지사유 없이 원고가 일방적으로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한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금으로 이 사건 계약이 해지되지 않았다면 원고가 계약 종료 시까지 받을 수 있었던 보수 중 피고로부터 이미 지급받은 금원을 공제한 455,535,072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이 사건 계약의 성격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결국 원고와 피고 사이는 민법상 위임관계에 해당한다.
이 사건 퇴사 조치가 합의해지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고는, 이 사건 퇴사 조치는 원고가 2015. 6. 15. 사직원의 제출로써 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를 한 것을 피고가 수리한 것으로 이 사건 계약을 합의해지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가 2015. 5. 21. 퇴사일을 '2015. 6. 15.'로 기재한 사직원을 제출하여 피고에 제출한 사실, 피고가 2015. 7. 1.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원고에게 당시 맡고 있었던 직책인 '마케팅, 영업본부장' 외에 해외영업팀장의 직책을 추가로 부여하였고, 원고의 근무지를 본사에서 중국 남경으로 변경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2015. 5. 21.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하더라도 피고가 사직서상의 퇴사일인 2015. 6. 15. 무렵까지 이를 수리하지 않고 오히려 그 후에 원고에 대한 인사 발령 조치를 함으로서 위 사직서 제출의 효력은 소멸되었다 할 것이고, 그 후에 원고와 피고 사이에 위임관계 종료에 관한 별도의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이 사건 퇴사 조치를 두고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을 합의해지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해지사유의 존재 여부
앞서 본 이 사건 퇴사 조치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퇴사 조치에 이 사건 계약 제6조 제2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는 없었음이 인정된다.
민법상 위임계약의 해지
위임계약의 각 당사자는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특별한 이유 없이도 언제든지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바, 피고가 이 사건 퇴직 조치를 한 것은 원고에 대한 위임계약의 해지로서 적법하다.
나아가 피고가 원고에게 위임계약의 해지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민법상의 위임계약은 유상계약이든 무상계약이든 당사자 쌍방의 특별한 대인적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위임계약의 본질상 각 당사자는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고 그로 말미암아 상대방이 손해를 입는 일이 있어도 그것을 배상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다만 상대방이 불리한 시기에 해지한 때에는 해지가 부득이한 사유에 의한 것이 아닌 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나(민법 제689조 제2항), 배상의 범위는 위임이 해지되었다는 사실로부터 생기는 손해가 아니라 적당한 시기에 해지되었더라면 입지 아니하였을 손해에 한한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2다71411 판결 참조).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6 내지 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는 2014년경부터 수익성이 현저히 악화되어 이 사건 퇴사 조치 무렵에는 한국산업은행과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 체결을 추진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원고가 2015. 5. 21. 피고에 사직원을 제출한 이후 별다른 근무 성과를 내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회사의 경영 개선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해지가 원고에게 특별히 불리한 시기에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한성(재판장) 임상은 이정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