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72,488,892원 및 이에 대하여 2016. 12. 13.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인데, C회사(C, 이하 '본사'라고 한다)의 대한민국 지사이다.
원고는 2016. 5. 2. 피고에 입사하여 등기된 대표이사로 근무하였다.
원고에 대한 입사제안
본사의 CEO D은 2016. 4. 8.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입사를 제안하였고, 원고는 그 무렵 이에 동의하는 취지로 위와 같은 입사제안서에 서명날인하였다.
원고에 대한 해임결의
2016. 11. 25. 개최된 피고의 주주총회에서 원고를 이사 및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하는 결의가 있었고, 피고는 2016. 12. 2. 원고에게 '원고가 재임기간 동안 이사 및 대표이사로서 충실의무 및 선관주의의무 등을 위반하고, 이로 인하여 피고의 경영이 부실해지는 등 피고에게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원고가 피고의 이사 및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되었음을 통지하였으며, 위와 같은 통지는 그 무렵 원고에게 도달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임'이라 한다).
피고의 정관 규정
피고의 정관 규정 중 이 사건 해임과 관련된 규정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12, 13, 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의 주장 내용
주위적 청구(해고무효확인 및 임금 청구)
원고는 명칭이 대표이사일 뿐 실질적으로 본사 CEO인 D의 지휘감독을 받아오는 등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D은 2016. 11. 4. 원고에게 회사를 그만두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외에 2016. 11. 4.을 기준으로 급여 및 세금공제 환급액도 정하였으므로, 피고는 2016. 11. 4.자로 원고를 해고한 것이고, 위 해고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당한 이유도 없으므로 무효이다. 나아가 피고는 해고 다음날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예비적 청구(손해배상청구)
설령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임기가 정해져 있는 이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임기 만료 전에 해임하였으므로,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잔존 임기의 임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의 주장 내용
원고는 피고의 대표이사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다. 나아가 원고는 피고의 설립취지 및 주주의 의사에 전혀 반하는 방향으로 경영정책을 설정하였고, 위와 같은 경영판단의 실패로 인하여 상당한 기간 동안 전혀 영업실적을 내지 못하였으며, 수시로 사업계획을 변경하여 회사의 영업전망을 예측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피고가 지출하지 않아도 될 비용을 지출하게 만드는 등 원고의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상태로서, 피고로서는 원고를 임기 전에 해임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판단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그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0다27671 판결 등 참조). 한편, 회사의 업무집행권을 가진 이사 등 임원은 그가 회사의 주주가 아니라 하더라도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고용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다28228 등 참조).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과 갑 제2,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와 증인 E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의 대표이사로서 피고와의 신임관계 하에서 일정한 자율성을 갖고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일 뿐, 달리 원고의 지위나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거나, 실제 피고의 지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등 종속성의 징표를 발견하기 어렵다.
주식회사의 이사 등 임원은 회사와의 신임관계 하에 중요 자산의 처분이나 양도 등 업무집행의 방향이나 내용을 결정하는 회사의 공식적인 기관이어서(상법 제382조 제2항, 제393조 제1항 참조), 일반적으로는 소속 회사에 대한 종속적인 관계를 상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특정 주식회사의 임원으로서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실질적으로는 회사의 지휘·명령 하에 종속적인 관계에서 업무를 수행하여 왔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은 당해 임원의 근로자성을 주장하는 측에서 이를 입증하여야 한다.
그러나 ㉮ 원고는 피고의 대한민국에서의 사업에 대하여 포괄적인 책임을 지기로 하고 대표이사직을 수락하였던 점, ㉯ 원고는 자신의 책임 하에 피고 소속 직원들의 고용 및 인사권, 내부업무 프로세스 및 업무 시스템 정착 등에 대한 책임, 제품 판매, 마케팅, 재무, 물류계획에 대한 준비 및 실행에 관한 권한, 자산에 대한 관리감독권한 등 피고 업무 전반에 대하여 그 집행을 총괄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던 점, ㉰ 결국 원고에 대한 보수의 수준, 차량제공 등 일반 근로자들과 대비되는 원고에 대한 처우의 수준이나 내용은 피고와 임원과의 신임관계 및 그에 따른 업무권한 등을 반영한 결과로 이해되는 점, ④ 피고 내부에서 원고보다 상위의 직위를 보유한 자는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할 때, 원고가 보유한 주식회사의 임원으로서의 지위가 단지 형식적이거나 명목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이에 반해 원고는, 자신이 본사 CEO D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갑 제8, 16 내지 24, 32호증을 제출하고 있으나, 위 증거들만으로 원고가 일반적인 위임이나 도급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업무지시나 보고를 넘어 사용종속성의 징표인 지휘·명령 관계에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주위적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상법 제385조 제1항에 의하면, 이사는 언제든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 해임될 수 있으나, 이사의 임기를 정한 경우에 정당한 사유 없이 그 임기만료 전에 이사를 해임한 때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에서 '정당한 이유'란 주주와 이사 사이에 불화 등 단순히 주관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된 행위를 하였거나 정신적·육체적으로 경영자로서의 직무를 감당하기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 회사의 중요한 사업계획 수립이나 그 추진에 실패함으로써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 등과 같이 당해 이사가 경영자로서 업무를 집행하는 데 장해가 될 객관적인 사정이 발생한 경우라야 할 것이다. '정당한 이유'의 존부에 관한 입증책임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사가 부담한다(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4다47529 판결,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2다98720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17 내지 28호증의 각 기재, 증인 F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를 정당한 이유에 의하여 해임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상법 제385조 제1항 후문에 따라 원고에게 임기 만료 전 해임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이에 반하는 듯한 증인 E의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한다).
화장품 제품 영업은 '살롱 영업(개별 미용실, 미용실 체인사업자, 미용재료상 등 미용 관련 전문업체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방식)'과 '리테일 영업(백화점, 드럭스토어 등에 입점하여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방식)' 2가지 형태로 구분되는데, 피고는 살롱 영업뿐만 아니라 리테일 영업을 모두 진행할 예정이었고, 그에 따라 원고가 영업방향 및 영업정책을 수립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실제로 피고는 이 사건 해임 이후에 G백화점 및 H백화점에 매장을 개설하고 영업을 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의 의사에 반하는 경영정책을 설정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게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가 연간 사업계획을 작성하면서 1년차 매출액 목표가 약 50억 원에서 약 20억 원으로 축소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본사의 수입통관에 필요한 서류 등록 지연, 제품에 대한 낮은 인지도, 리테일 영업 방식으로 인한 매장 입점의 하반기 집중, 주요제품에 대한 신제품 출시 등으로 인하여 목표를 하향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결국 영업실적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 원고의 경영판단의 실패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원고는 단지 피고에서 6개월 가량 근무하였을 뿐이고, 그 기간 또한 피고가 추진한 사업의 초기단계이어서 원고의 재임 기간 동안 매출을 올리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2016. 8. 30. 진행된 그랜드 오프닝(Grand Opening) 행사는 원고가 그 준비과정에서 본사 CEO D에게 여러 차례 보고하고 품의를 거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일 뿐 원고가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피고는 I가 기존에 다른 대리점(J 운영)을 통하여 대한민국에 판매하고 있던 K 브랜드의 헤어 케어 제품을 대한민국에서 판매하게 되면서 기존 다른 대리점이 보유하고 있던 K 브랜드의 헤어 케어 제품의 재고 처리가 문제되었다. 이에 원고가 2016. 10. 31. 기존 다른 대리점과 재고물량을 2억 원에, 거래처에 대한 영업정보를 1억 원에 매수하는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이는 D의 지시에 따라 원고가 실무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최종 결정은 D이 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피고의 감사 E과의 사이에 공연히 갈등을 조장하고 피고의 운영에 있어 계속적으로 분쟁을 야기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피고가 원고와 E 사이에 분쟁을 원고의 해임으로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달리 원고가 법령이나 정권에 위배된 행위를 하였거나 정신적·육체적으로 경영자로서의 직무를 감당하기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 회사의 중요한 사업계획 수립이나 추진에 실패함으로써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에 해당됨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아가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관하여 보건데, 이사가 임기 만료 전에 해임됨으로써 입게 될 손해는 해임되지 않았더라면 재임 기간 동안 지급받을 수 있는 보수 상당액이라고 할 것이고, 원고가 해임됨으로써 대표이사의 임기(3년) 만료일까지 받지 못한 보수가 272,488,892원임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으로 잔여 임기 동안 보수 272,488,892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인 2016. 12. 13.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권혁중(재판장) 박현숙 김주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