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9. 6. 선고 2017가합508586 판결

주문

1.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은행업무, 외국환업무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된 은행이고(이하 '피고 은행'이라 한다), 원고는 피고 은행의 금융기업영업부에서 이사 대우로 근무하다가 2014. 2. 14. 퇴직한 사람이다.

나.

피고 은행의 특별퇴직 실시

1)

피고 은행은 2012년 이래 부실채권이 증가함에 따라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었고, 2013년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당기순이익이 약 30% 가량 감소하자, 본부 조직 효율화를 위해 조직 개편을 실시하였다.

2)

피고 은행은 2013. 11. 21.경 노동조합으로부터 특별퇴직 안건을 포함한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제안받고 2013. 12. 6.부터 노동조합과 수차례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거쳐 2013. 12. 20. 특별퇴직에 관한 합의에 이르렀다.

3)

피고 은행은 2013. 12. 23.경 다음과 같은 내용의 1차 특별퇴직 실시 공지를 하였다. 위 1차 특별퇴직을 통해 36명의 직원이 피고 은행에서 퇴사하였다.

4)

피고 은행은 2014년 1월경 퇴직발령 예정일을 2014. 2. 14.로, 신청기간을 2014. 1. 17.부터 2014. 1. 27.까지로 하여 1차 특별퇴직과 동일한 내용의 2차 특별퇴직 실시공지를 하였다. 위 2차 특별퇴직을 통해 154명의 직원이 피고 은행에서 퇴사하였다.

다.

원고의 특별퇴직 신청 및 사직원 제출

1)

피고 은행은 2014년 1월 말경부터 2월 초경까지 기업금융총괄본부 소속 직원들 중 14명에게 1, 2차 특별퇴직과 동일한 조건으로 특별퇴직금을 받고 피고 은행에서 퇴직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라고 제안하였다.

2)

원고는 2014. 2. 11. 피고 은행에 특별퇴직을 신청하고 같은 날 사직원을 제출하였다(이하 '이 사건 특별퇴직'이라 한다).

3)

피고 은행은 2014. 2. 14. 원고를 퇴직 처리하고 원고에게 특별퇴직에 따른 특별퇴직금 등으로 457,201,023원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8, 30호증, 을 제1 내지 4, 9, 10호증(가지번호 있는 증거는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청구원인

이 사건 특별퇴직은 실질적으로 사직의 의사가 없는 원고의 근로계약관계를 피고 은행이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하여 종료시킨 것으로 사실상 정리해고에 해당한다. 이 사건 특별퇴직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정리해고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이다. 피고 은행은 원고를 상대로 특별퇴직을 강요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에 대하여 앞으로 더 나은 퇴직 조건은 없다고 기망함으로써 이에 속은 원고로 하여금 사직원을 작성하도록 하였다. 원고가 사직원을 제출한 것은 피고 은행의 기망 내지 강박에 의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따라서 원고는 여전히 피고 은행의 근로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피고 은행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을 구한다.

3.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본안전 항변의 요지

원고는 2014. 2. 14. 피고 은행을 퇴사하면서 고용관계 및 사직과 관련하여 향후 법적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부제소 합의를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부제소합의에 반하여 제기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나.

판단

을 제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 은행을 퇴직할 당시 특별퇴직 신청서와 함께 다음과 같은 내용의 사직원(이하 '이 사건 사직원'이라 한다)을 작성하여 피고 은행에 교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은행에서 퇴직하면서 원고의 사직 및 원고와 피고 은행의 근로관계 종료로 인하여 발생하는 일체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민사소송 등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부제소합의를 하였다고 할 것이다.

다.

원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피고 은행의 C 상무는 2014. 2. 4. 원고에게 4일 이내에 퇴직하라는 해고 통보를 하였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불이익을 주다가 해고할 것이라고 협박을 하였다. 실제 원고가 4일 이내에 특별퇴직을 신청하지 않자 피고 은행은 원고의 지위 강등, 사무실 내 자리 변경, 휴가 불승인, 업무 배제 등 상당한 불이익을 가하였다. 또한 피고 은행은 원고에게 더 이상 좋은 조건은 없다고 하면서 퇴직을 압박하였으나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2015. 11. 30.경 다시 특별퇴직을 실시하였다. 원고는 피고 은행의 강박이나 기망 등에 의하여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하게 된 것이므로, 이 사건 사직원은 그 효력이 없다.

2)

판단

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고 하려면 상대방이 불법으로 어떤 해악을 고지함으로 말미암아 공포를 느끼고 의사표시를 한 것이어야 하는바, 여기서 어떤 해악을 고지하는 강박행위가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는 강박행위 당시의 거래관념과 제반 사정에 비추어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이 정당하지 아니하거나 강박의 수단으로 상대방에게 고지하는 해악의 내용이 법질서에 위배된 경우 또는 어떤 해악의 고지가 거래관념상 그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의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부적당한 경우 등에 해당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72643 판결 등 참조).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 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 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1145판결 등 참조).

나)

갑 제2, 4, 5, 15, 29, 40, 41, 44, 45, 4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 은행은 2014년 2월 초경 원고에게 특별퇴직을 권유한 사실, 그 후 원고가 피고 은행의 C 상무, D 전무, E 부행장에게 원고의 특별퇴직을 재고해달라고 한 사실, 피고, 은행이 2014. 2. 10. 원고의 직무를 RM(Relationship Manager)에서 CA(Credit Analyst)로 변경하고 사무실 내에서 원고의 자리를 변경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위 인정사실과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사직원이 피고 은행의 강박이나 강요에 의하여 작성되었거나 원고의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기해 작성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피고 은행은 영업환경이 악화되어 영업 손실이 누적되자 본부 조직 효율화를 위해 조직 개편을 실시하였고,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과의 협의에 따라 특별퇴직 제도를 시행하게 되었다. 원고의 퇴직 또한 이러한 특별퇴직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2)

피고 은행이 원고에게 특별퇴직을 권유한 다음 원고의 직무를 RM에서 CA로 변경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피고 은행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구조조정, 조직개편, 업무 조정 등을 계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었던 점, 원고의 직위(이사대우), 급여 등은 동일하게 유지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의 사무실 내 자리 변경은 직무 변경에 따라 부수적으로 수반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직무 변경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근로자에 대한 전보로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사용자가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고 볼 수 있고, 이를 넘어 위 행위가 피고 은행이 원고를 강제로 퇴직시키기 위해 사직을 강요한 행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3)

피고 은행이 원고를 포함한 금융기업영업부 소속 직원 14명에게 특별퇴직을 권유하기는 하였으나, 그중 7명만 특별퇴직을 신청하고 나머지는 계속 피고 은행에서 근무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 은행이 나머지 금융기업영업부 직원들에게 퇴직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이유로 해고 내지 퇴사명령을 내린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피고 은행으로부터 퇴직을 권유받은 직원들은 피고 은행의 구조조정계획, 피고 은행이 제시하는 특별퇴직의 조건, 퇴직할 경우와 계속 근무할 경우에 있어서의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자신의 상황에 따라 특별퇴직 여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4)

피고 은행이 원고에게 특별퇴직을 하지 않으면 전보조치 등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위법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까지 보기는 어렵고, 피고 은행이 원고에게 위 전보조치 이외에 퇴직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징계절차를 통해 강제로 퇴직시키겠다고 하는 등의 언급을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또한 피고 은행이 이 사건 특별퇴직 이후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에 재차 특별퇴직을 실시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 은행이 원고를 기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5)

원고는 피고 은행을 퇴사하면서 상당한 금액의 특별퇴직금을 지급받았고, 그 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한 후 약 3년이 지난 뒤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6)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특별퇴직제도의 실시에 즈음하여 특별퇴직을 신청 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한 것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특별퇴직을 바란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 당시 상황에서 특별퇴직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스스로의 의사에 기하여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크고, 피고 은행이 불법으로 해악을 고지함으로 말미암아 공포를 느끼거나 피고 은행의 기망에 의하여 원고가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소결론

원고의 이 사건 소는 부제소 합의에 반하여 제기된 것으로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상용(재판장) 이고은 김현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