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사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연예 엔터테인먼트, 드라마제작 등을 주목적으로 설립한 주식회사 B(이하 'B'라고 한다)의 대표이사이다.
피고인은 2013. 5.경 서울 강남구 C에 있는 위 회사의 사무실에서 피해자 주식회사 D의 이사 E에게 "F 관련 책자를 제작해 주면 그 대금을 지급하겠다."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당시 특별한 재산이 없는 반면, 2012. 10.경 자본금 2억 원으로 B를 설립하였으나 매월 회사 운영비가 약 3,400만 원~4,000만 원 상당이 필요했고, 사업실적이 저조하여 2013년도 부채총액이 477,134,177원, 당기순손실이 569,957,817원, 2014년도 부채총액이 573,835,127원, 당기순손실이 84,161,663원으로 자금사정이 좋지 않았고, 2012. 11.경부터 직원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는 등 피해자로부터 인쇄물을 납품받더라고 그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3. 5. 31. 위 회사의 사무실에서 5,100,000원 상당의 'F' 관련 인쇄물을 납품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4. 5. 30.까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32회에 걸쳐 합계 210,684,000원 상당의 인쇄물을 납품받았다.
판단
피고인 및 그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인쇄물을 납품받고 그 대금을 변제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피해자 회사는 피고인이 당시 추진하던 사업의 전망을 보고 피고인에게 인쇄물을 납품하였던 것이고, 피고인 역시 사업이 잘 진행되어 대금을 결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납품을 받았던 것이지 피해자 회사로부터 납품대금을 편취할 고의가 없었다.
판단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로부터 인쇄물을 납품받을 당시 자금사정이 좋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인쇄물 납품대금을 변제하지 못하였던 점은 피고인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기록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인쇄물 납품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에 관하여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였다거나 피해자 회사가 피고인에게 기망을 당하여 인쇄물을 납품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B는 2012. 10. 18. 피고인이 설립한 회사로서 피해자 회사와는 설립 직후인 2013. 4.경부터 거래를 시작하였다.
B는 2013. 4. 25. 피해자 회사로부터 670만 원 상당의 K-POP책자 인쇄물을 납품받은 것을 시작으로 하여 2014. 5. 30.경까지 30여 회에 걸쳐 합계 2억 4,700만 원 상당의 인쇄물을 납품받았다. 그런데 피고인은 1회차 납품 인쇄물의 경우 납품 당일에 대금 전액을 결제하였으나 그 이후에 납품된 인쇄물에 대하여는 2013. 5. 31. 납품받은 3,510만 원 상당의 인쇄물 납품대금 중 일부인 1,630만 원을 2013. 7. 26.에 결제하였을 뿐이고, 2014년에 이르러 피해자 회사가 대금 결제를 본격적으로 독촉하기 시작한 이후인 2014. 4. 28.에 이르기까지 전혀 대금을 결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피해자 회사는 B 이외의 거래처와는 선금을 받고 인쇄물을 납품하는 경우도 있지만 통상의 경우 납품한 후 1개월 정도 이후에 대금을 결제받는 형태로 영업을 하였다. 그런데 피해자 회사는 이 사건 이전에 전혀 거래를 한 경험도 없었고 외상대금에 관한 담보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사업 전망 등에 관한 설명을 듣고서 신설 회사인 B와 거래를 시작하였다. 피해자 회사는 거래 초기부터 3,51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외상대금이 결제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2013. 6. 28.에 1,447만 원 상당의 인쇄물을 외상으로 납품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3. 12. 31.까지 합계 1억 8,000만 원, 월 평균 대금 2,000만 원을 상회하는 인쇄물을 대금 결제기일도 정하지 않고서 외상으로 납품하였고, 그 기간 동안 피해자 회사가 결제받은 대금은 2013. 7. 26. 받은 1,630만 원이 유일하다. 피해자 회사와 B의 위와 같은 거래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회사는 B가 당장은 인쇄물 대금을 결제할 능력이 없다는 사정을 알고서도 B가 당시 추진 중이던 K-POP 관련 사업의 전망을 믿고서 거래 규모를 확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고인은 당시 실제로 K-POP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고, 피고인이 사업 추진 내용 및 전망에 관하여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결과적으로 인쇄물 대금이 결제되지 않았다는 사정 이외에는 객관적인 증거가 전혀 없다.
자본금 2억 원 규모로 설립된 B가 2013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고 이러한 사정은 2014년 회계연도에 더욱 악화되었음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그러나 B가 피해자 회사와 거래를 시작한 것은 설립 초기인 2013. 4.경부터인데, B가 당시 설립 직후의 회사였던 점, B의 사업 내용과 자본금 규모 등에 비추어 위 거래 개시 무렵에 B의 자금 사정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와의 거래를 할 당시에 이미 인쇄물 대금을 결제할 수 없게 될 만큼 B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피고인이 B 근로자들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기한 내에 지급하지 못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로 벌금형 처벌을 받기도 하였으나, 그 범죄사실은 대부분 2013. 11. 이후의 임금 또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했던 것이다).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이던 G과 부사장이던 H은 B의 대금 결제가 지연되고 외상대금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에게 '잡지의 발행 부수를 늘리고 잡지의 질을 좀 더 고급화하라'는 식으로 충고를 하면서 B와의 계속 거래를 하였는바, 이는 피고인 및 그 변호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면이 있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대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