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울산, 아산, 전주에 공장을 두고 자동차 및 그 부품의 제조·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전국 각지에 위치한 직영 서비스센터에 정비직 근로자들을 배치하여 피고가 생산·판매한 자동차의 정비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원고들은 뒤에서 보는 것처럼 피고와 ‘자산관리 위탁 기본계약’을 체결한 J 주식회사(이하 모든 회사명에서 ‘주식회사’는 생략한다)와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한 각 협력업체(이하 통틀어 ‘이 사건 협력업체’라고 한다)에 소속되어 아래 표 기재와 같이 근무하면서 피고의 서비스센터에서 이른바 ‘피더(feeder) 업무’를 담당하여 왔다(원고 G, H는 1차례 소속 업체가 변경되었으나, 그 이후에도 계속하여 같은 근무지에서 피더 업무를 담당하였다). 한편, 2017. 8. 1. 원고들의 소속 업체가 모두 K로 변경되었고, 그 무렵부터 원고들은 더 이상 피더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피더 업무의 내용 및 수행방식
피고는 부품공급 협력사인 P로부터 자동차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받아 왔다. 피고는 과거 정비직 근로자로 하여금 일일이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발주한 후 P 부품창고 등에 방문하여 직접 부품을 수령하도록 하다가, 고객들의 대기시간을 단축하고 수리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1993년경부터 ‘정비용 부품 현장배달제도(FEEDER제)’를 시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원고들과 같은 피더 업무 담당 근로자가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가 필요로 하는 부품을 P 부품창고 등에서 수령하여 운반·전달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피고의 서비스센터에서는 고객이 수리가 필요한 차량을 입고하면 이를 정비작업장으로 이동시켜 그 고장 내역을 확인한다. 이때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는 사무실 내 컴퓨터를 이용하여 피고의 전산시스템인 ‘Q(정비그룹웨어) 시스템’에 접속하여 해당 차량의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입력하는데, 그 내역은 P의 자체 전산시스템인 ‘R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이를 확인한 P의 직원은 부품출고증표 출력 전용장비에서 부품출고증표 2장을 출력하는데, 1장(파란색 양식)은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가, 나머지 1장(빨간색 양식)은 P가 보유하게 된다.
P 소속 근로자는 출력된 부품출고증표를 확인하여 부품창고에서 해당 부품을 찾은 뒤 부품창고 앞 출고 부품 대기장에 놓아둔다. 그러면 피더 업무 담당 근로자는 부품창고 앞 출고 부품 대기장에서 부품출고증표와 운반할 부품을 확인·수령한 후 이를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에게 운반하여 전달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다만, 엔진, 변속기, 패널 등 크기가 크거나 무게가 많이 나가는 부품은 P가 자체적으로 소유한 지게차나 트럭을 이용하여 직접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에게 운반·전달한다.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가 정비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된 부품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이를 정비작업장에 있는 반품 부품을 모아두는 장소에 가져다 놓거나 피더 업무 담당 근로자에게 부품 반납을 요청한다. 피더 업무 담당 근로자가 반품 부품을 P 부품창고 앞 대기장에 가져다 놓으면, P는 반품된 부품을 부품창고에 다시 입고하고 반송 정보를 R 시스템에 입력하여 기존의 부품 주문을 취소 처리하는데, 그와 같이 입력된 정보는 피고의 Q 시스템에도 전달된다.
피고와 J 사이, J과 협력업체 사이의 각 위탁계약 등
피고와 J 사이의 위탁계약 및 자산관리 별도 협정<1>
피고는 2014. 4. 7. J과 계약기간을 1년(2014. 4. 1.부터 2015. 3. 31.까지)으로 정하여 ‘자산관리 위탁 기본계약’ 및 그에 기초한 ‘자산관리 별도 협정’을 체결하고, J에 피고의 서비스센터 건물 및 부지에 대한 관리업무를 위탁하였다.
피고는 J과 1년 단위로 재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에 따라 2015. 8. 25., 2016. 6. 30., 2017. 7. 20.에도 기초적인 계약 내용은 유지하되 일부 내용만을 변경하여 ‘자산관리 위탁 기본계약’ 및 ‘자산관리 별도 협정’을 체결하고, J으로 하여금 위 관리업무를 계속하도록 하여 왔다(이하 매년 체결된 ‘자산관리 위탁 기본계약’을 통틀어 '이 사건 제1차 위탁계약', '자산관리 별도 협정'을 '이 사건 협정'이라고 한다).
이 사건 제1차 위탁계약 및 이 사건 협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2>
J과 이 사건 협력업체 사이의 위탁계약<3>
J은 2015. 9. 30. 이 사건 협력업체 중 하나인 ① L과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고 L에 피고의 서비스센터(청주, 대전, 전주, 군산, 순천) 등 건물 및 부지의 관리업무를 위탁하였으며, ② M과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의 광주 서비스센터 등 건물 및 부지의 관리업무를 위탁하였는데, 위 각 위탁계약서에서는 관리업무의 범위에 '피더 업무'가 따로 명시되지는 않았다.
이후 J은 2016. 7. 5., 2017. 7. 20. L과 위와 같은 내용의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면서 '피더 업무'를 관리업무의 범위에 명시하였고, 피더 업무를 다른 관리업무와 분리하여 별도로 업무위탁계약서를 작성하였다(이하 매년 체결된 J과 이 사건 협력업체 사이의 업무위탁계약을 통틀어 '이 사건 제2차 위탁계약'이라고 한다).
이 사건 제2차 위탁계약 중 이 사건과 관련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관련 법령
별지 2 기재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4, 10호증, 을 제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고용의사표시청구
원고들은 피고의 서비스센터에서 피더 업무에 종사하면서 피고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아래 직접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에 대하여 직접고용의무의 이행을 구한다.
원고 A, B, C, D의 경우, 개정 전 파견법에서 정한 사업사용주인 피고가 2년을 초과하여 파견근로자인 위 원고들을 계속 사용하였으므로, 위 법 제6조의2 제1항에 따라 2년의 사용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에 피고는 위 원고들에 대한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한다.
원고 E, F, G, H의 경우, 개정 파견법에서 정한 사용사업주인 피고가 위 법 제5조 제1항에서 정한 근로자파견대상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피더 업무에 관하여 위 원고들을 파견근로자로 사용하였으므로, 피고는 개정 파견법이 시행된 2012. 8. 2. 위 법 제6조의2 제1항에 따라 위 원고들에 대한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한다.
손해배상청구
피고는 직접고용의무 발생일에 원고들을 고용할 의무를 부담하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직접고용의무 발생일 이후로서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2015. 10. 1.부터 2019. 12. 31.까지의 '피고 정규직 근로자(정비직 근로자)의 임금과 원고들이 각 소속 협력업체에서 받은 임금의 차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근로자파견관계의 인정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①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②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③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④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⑤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다양한 부분과 요소가 종합적으로 반영되는 근로관계의 실질은 같은 사업장에서도 협력업체별로 다를 수 있고, 같은 협력업체 내에서도 담당 업무와 근무상황에 따라 근로자별로 서로 다를 수 있으므로,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는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근로자파견관계 성립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
판단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채택한 증거와 갑 제5 내지 8호증, 을 제5, 12호증의 각 기재, 증인 T의 증언, L에 대한 사실조회회신결과, M에 대한 문서송부촉탁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이 피고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판단의 전제
우선 피고가 그룹사인 J을 통해 이 사건 협력업체와 같은 시설관리 전문업체에 피더 업무에 관하여 도급을 준 것은 비용과 효율 측면에서 그 필요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으로서 피고의 사업장(서비스센터)에서 피고의 사업을 위해 피더 업무를 수행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이루어진 근로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J을 통해 이 사건 협력업체와 맺은 관계가 '진정한 도급관계'인지 아니면 '근로자파견관계'인지가 문제된다. 그런데 위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도급 및 근로관계의 현실에서는 언제나 '진정한 도급관계로 볼 수 있는 요소'와 '근로자파견관계로 볼 수 있는 요소'가 혼재되어 있어(이는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이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도급관계와 근로자파견관계 중 하나로 결론 내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위 가.항에서 본 판례가 제시하는 여러 기준에 따라 '진정한 도급관계로 볼 수 있는 요소'와 '근로자파견관계로 볼 수 있는 요소'를 비교·형량한 다음 최종적으로 어느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지를 살펴 판단하기로 한다.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 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는지
피고의 전산시스템을 이용한 업무지시 관련
도급관계에서도 도급인은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그 범위 내에서 수급인에게 적정한 지시를 할 수 있는데(민법 제669조는 ‘수급인이 완성한 목적물의 하자가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의 성질 또는 도급인의 지시에 기인한 경우에는 수급인의 책임이 면제된다’는 취지로 규정함으로써 도급관계에서 도급인의 지시가 있을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다), 이러한 지시에는 도급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지시하고, 수급인이 수행한 업무를 확인·검수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즉, 도급인은 계약상의 급부 이행과 관련하여 급부의 종류, 범위, 시간과 장소, 순서,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고, 이 경우 수급인은 도급계약에서 정한 세부사항에 따라 급부를 이행할 계약상의 의무를 부담한다.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가 피고의 Q 시스템에 접속하여 필요한 부품 내역을 입력하면 P의 R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이를 확인한 P의 직원이 부품출고증표를 출력한 후 해당 부품을 부품창고 앞 출고 부품 대기장에 놓아두면 원고들이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에게 운반하는 방식으로 업무 수행이 이루어진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즉, 피고는 전산시스템을 거쳐 발행된 부품출고증표를 통해 원고들이 수행해야 할 부품 운반·전달 업무의 내용(어떠한 부품을 어떠한 작업자에게 가져다주어야 하는지)을 구체적으로 정하였고, 원고들은 부품출고증표에 기재된 대로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러나 이는 피고가 도급인으로서 수급인 또는 하수급인의 근로자들에게 업무 편의상 업무범위를 지정하고 업무내용을 신속하게 설명하기 위한 정보 제공으로 보일 뿐, 피고가 도급인이 행사할 수 있는 지시권의 정도를 넘어 원고들에게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다는 징표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피고의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한 업무지시 관련
원고들은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들이 구두,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수시로 원고들에 대하여 R/O(Repair Order) 번호<4>의 수정, 교환부품 수거, 결품 수령, 부품 반품 업무 등을 지시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들이 원고들에 대하여 상시적·일상적으로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특히 원고들이 갑 제5호증의 2 내지 20으로 제출한 문자메시지 또는 통화내역 중에는 원고들이나 원고들이 근무하는 서비스센터에 관한 것이 아닌 증거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들은 ‘정비부품을 수령하여 운반·전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들은 ‘수리가 필요한 차량을 정비하는 업무’를 담당하여 그 업무내용이 구분된다. 원고들은 피고의 서비스센터 내에 근무하면서 정비작업장과 P 부품창고 앞을 왕복하는 방법으로 P로부터 부품을 수령하여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들에게 부품을 운반·전달하는데, 이러한 업무의 특성상 불가피하게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들과 작업공간을 일부 공유하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원고들과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들의 업무장소도 구분되어 있다.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들은 원고들과 같은 피더 업무 담당 근로자로부터 전달받은 부품을 사용하여 차량 정비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부품 운반 업무’와 ‘정비 업무’의 연관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협업 방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업무의 경우에는 그 협업의 실질이나 법률관계가 도급이든 근로자파견이든 간에 협업 사실 자체만으로 해당 업무들 사이에 일정한 연관관계 내지 의존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고, 근로자파견관계로 인정되는 경우 고용간주 또는 직접고용의무의 발생으로 인해 수급인 소속 근로자는 도급인 소속 근로자와 동일한 처우를 받게 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근로자파견의 징표로서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도급인 사업에 실질적인 편입되었다’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도급인 소속 근로자의 업무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두 업무가 직접적·불가분적으로 관련되어 상당한 정도의 유기적 상관관계를 갖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① 피고의 서비스센터에서 수행되는 모든 정비 업무에 부품이 필요한 것은 아닌 점,<5> ②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들의 업무와 피더 업무 담당 근로자들의 업무가 언제나 시간적으로 밀접하게 이루어지는 순차 공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가령,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들이 평일 야간이나 휴일에 정비 업무를 하는 경우에는 피더 업무 담당 근로자들의 정규근로시간 중에 미리 부품을 신청하여 제공받기도 하였다), ③ 피더 업무 담당 근로자들의 부품 운반은 차량 정비 과정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들의 부품 운반 업무와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들의 정비 업무가 위와 같은 정도의 유기적 상관관계를 갖는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들의 결원이 발생하더라도 피더 업무 담당 근로자들이 그 대체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는 없었으며, 나아가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들의 정비 업무는 상당한 정도의 전문적인 기술력과 지식, 이해도를 요하는 작업으로서 피더 업무 담당 근로자들이 그 업무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도 없었다. 반대로 피더 업무 담당 근로자들 중 일부가 휴가를 사용하는 등으로 인해 피더 업무를 수행할 인력이 부족하게 되면 피고의 서비스센터 운영팀 소속 직원이 대신 피더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사례에 불과하다.
원고들은 원고들이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 조직에 편입되었다는 근거로 ‘대전 및 서울동부 서비스센터의 경우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일부 원고들의 이름과 연락처가 표기되어 있고, 청주 서비스센터의 경우 조직도에 피더 업무 담당 근로자들이 별도로 표기되어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①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피더 업무 담당 근로자들의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놓은 것은 단지 업무연락의 편의를 위해 연락처를 공유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는 점[오히려 서울동부 서비스센터의 정비조직도(갑 제7호증의 14)에는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들만이 그룹별로 기재되어 있고, 피더 업무 담당 근로자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② 청주 서비스센터의 조직도에 ‘피더’가 기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도급 및 파견근로자 사용현황’이라는 제목 아래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청주 서비스센터는 원고들이 근무한 서비스센터도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 조직에 편입되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원고들은 그 밖에 ‘피더 업무 담당 근로자들이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들과 탈의실, 신발장, 구내식당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야유회나 동호회, 경조사에 함께 참석한 점, 피고의 사명(I)과 로고가 부착된 명찰을 패용하고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들과 동일한 작업복을 제공받아 착용한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피고가 피더 업무 담당 근로자들에게 탈의실, 신발장, 작업복 등을 제공하고 구내식당을 사용하도록 한 것은 업무의 효율성 등의 차원에서 생활상 편의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고, 야유회나 동호회, 경조사 참석은 업무와 별다른 관련성을 갖지 않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을 원고들이 피고의 사업에 편입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주된 요소로 삼기는 어렵다.
이 사건 협력업체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는지
원고들은 '피고가 면접을 거쳐 원고들을 선발한 후 근무시간과 급여 등을 결정하고 피더 업무에 관한 교육을 하는 등 원고들의 근태 및 노무관리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이 사건 협력업체가 소속 근로자들의 선발이나 근로조건,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다고 볼 수 있다.
원고 A, B, D, F가 소속된 L은 위 원고들을 직접 채용한 후 근로조건을 정하여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고, 월별 급여대장을 상세하게 작성하여 위 원고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여 왔다. 위 원고들은 L의 승인을 받고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고, L은 연월차대장 등을 통해 위 원고들의 휴가를 관리하였다. L은 소속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피고의 서비스센터 등에 배치한 현장관리자를 통해 근로자들의 근무태도를 직접 관리·감독한 것으로 보이고, 소속 근로자들 중 각 사업장별 우수 근로자를 선발하여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하였다. 나아가 L은 현장관리감독자 교육 및 피고의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소속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과 안전보건교육을 직접 실시하였다.
원고 C이 소속된 M 역시 위 원고를 직접 채용한 후 근로조건을 정하여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고, 월별 급여대장을 상세하게 작성하여 위 원고에게 급여를 지급하여 왔다. M은 원고 C을 비롯하여 피고의 광주 서비스센터에서 피더 업무를 담당하는 소속 근로자들의 근태일지를 작성하여 그들의 출·퇴근, 결근 및 조퇴를 관리하였다. M은 소속 근로자들의 휴가 일정을 관리하였고, 원고 C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유롭게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되, 업무 특성상 연차휴가를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연차휴가수당을 미리 급여에 포함하여 지급받음에 동의한다'는 연차휴가수당 관련 동의서를 작성하여 M에 제출하기도 하였다. M은 피고의 광주서비스센터에서 피더 업무를 담당하는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안전보건교육과 성희롱 예방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였고, 계절별 피복과 안전화를 지급하였으며, 자체적으로 매년 우수사원을 선정하여 포상금을 지급하였다. M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근태 및 휴가 관리, 교육, 연장·휴일근무 지시 등은 모두 위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피고의 광주서비스센터에 상주하는 현장관리자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 사건 협력업체의 현장관리자가 소속 근로자들에게 지휘·명령권을 행사한 것이 단순히 피고의 지휘·명령권을 전달하거나 피고에 의해 통제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만한 증거나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원고들이 맡은 업무가 피고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들이 수행하는 피더 업무는 이 사건 제2차 위탁계약에서 정한 범위, 즉 부품 수령·운반·전달 업무 및 이에 부수되거나 관련된 업무로 한정된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들의 지시에 따라 그들의 업무인 부품 발주 시 잘못 입력한 R/O 번호의 수정, 교환부품 수거, 결품 수령, 부품 반품, 판금·도장 보조 등의 업무도 수행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이 위와 같은 업무를 일회적 또는 간헐적으로 수행한 것을 넘어 그 업무가 원고들의 상시적인 업무범위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아가 교환부품 수거, 결품 수령, 부품 반품 업무의 경우, 원고들의 본래 업무인 부품 수령 및 운반·전달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으로서 원고들의 업무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들이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들의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 밖에 원고들이 피고의 관여 내지 개입 하에 피더 업무 이외의 다른 업무에 투입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을 수 없다.
그에 반해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들은 자동차정비기능사 등의 자격을 보유한 채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여 차량 정비 업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정비 업무의 전문성으로 인해 피더 업무 담당 근로자들은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를 대체하여 정비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고, 피고 소속 근로자들 역시 피더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앞서 본 것처럼 피더 업무 담당 근로자들이 휴가를 사용한 경우와 같이 부득이한 상황에서 매우 드물게 피고의 서비스센터 운영팀 소속 직원이 피더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사례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원고들이 수행하는 피더 업무는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정비 업무와 구별된다.
피더 업무는 부품창고 앞 출고 부품 대기장에 놓여진 부품을 수령하여 피고의 정비직 근로자들에게 운반·전달하는 방식으로 처리되고, 이처럼 비교적 단순한 업무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전문성이나 기술성을 필요로 하는 업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도급대상 업무가 반드시 전문성이나 기술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판례가 파견의 징표로 전문성과 기술성을 드는 이유는 사용사업주와의 관계에서 파견사업주 또는 파견근로자의 전문성과 기술성이 특징적으로 구별될 경우 그만큼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지휘․명령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되는데, 앞서 본 것처럼 원고들의 피더 업무에 대한 피고의 상당한 지휘·명령이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피더 업무에 전문성이나 기술성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사정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는 독자적인 요소로 고려하기 어렵다.
이 사건 협력업체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피고가 원고들과 같은 피더 업무 담당 근로자들에게 카트, 전동카트, 포터트럭 등 운송수단과 작업수단을 제공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도급관계에서도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장비와 자재를 제공할 수 있고, 피고 역시 원고들에게 도급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협조하는 차원에서 운송수단과 작업수단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 곧바로 이 사건 협력업체가 이 사건 제2차 위탁계약에 따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지 못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사건 협력업체 중 ① L은 2003년 설립되어 2017. 11. 기준 총 301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회사로서 2016년 매출액이 161억 원에 이르고, J으로부터 피고의 서비스센터 건물 및 부지 관리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외에도 U, V, P 등 다수의 회사들과 보안, 환경미화 등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독립적인 사업을 영위하여 왔다. ② M 역시 1981년 설립된 이래 청소, 주차, 경비, 방역 등 건물종합관리사업을 영위하면서, 피고의 서비스센터 건물 및 부지 관리 업무 외에도 다수의 공공기관, 대형병원, 대기업 등과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건물종합관리업무를 수행하여 온 중소기업으로, 건물종합관리 분야에 대한 ISO 9001, ISO 9002 인증도 받았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협력업체가 이 사건 제2차 위탁계약에 따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지 못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이 사건 협력업체 중 N과 O의 경우, 독립적 실체를 갖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지만,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는 근로자파견관계를 판단하는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하므로, 협력업체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파견관계의 실질이 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고용의사표시청구 및 손해배상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현석(재판장) 오주훈 성창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