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 주식회사 B(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는 유료 직업소개사업, 간병인 인력공급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 C는 부천시 소재 D재활요양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소외 망 E(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피고 회사의 소개를 받고 2012. 10. 8.부터 이 사건 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였는데, 2013. 3. 12. 저녁 이 사건 병원 로비의 소파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쉬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G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응급처치 도중 사망하였다.
원고는 망인의 배우자이자 단독 상속인이다.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5, 16, 17, 18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
피고들에 대한 고용계약상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
망인은 피고 회사에 고용된 근로자로서 피고 C가 운영하는 이 사건 병원에 파견되어 간병 근로를 제공하였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고용사업주, 피고 C는 사용사업주로서 고용계약상 보호의무를 부담하는데, 피고들이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망인에게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결과 망인이 업무상 과로로 사망한 것이므로, 피고들은 이로 인하여 망인과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 C의 사용자 책임
이 사건 병원 소속 직원은 쓰러진 망인에 대해 심폐소생술을 잘못 시행하거나, 119 구조대에 구조신고를 늦게 한 과실로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으므로, 망인과 원고에 대해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피고 C는 위 직원의 사용자로서 민법 제756조에 따라 망인 및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들의 주장
피고 회사와 원고간의 부제소합의 존재
원고는 2013. 3. 20. 피고 회사와 사이에 망인의 사망에 관한 부제소합의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제소합의에 반하여 부적법하다.
보호의무의 부존재
피고 회사는 소속 회원인 망인과 간병이 필요한 환자·보호자 사이에 간병고용을 알선하였을 뿐, 망인을 직접 고용한 사용자가 아니므로, 망인에 대하여 고용계약에 따른 보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그리고 피고 C 또한 망인을 직접 고용한 바 없고,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간병인 소개업체에 수요를 전달하여 환자의 보호자가 간병인을 고용할 수 있도록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하였을 뿐이므로 역시 고용계약에 따른 보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의 부존재
이 사건 병원의 직원은 심폐소생술을 잘못 실시한 과실이 없고, 과실이 있다하여도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으며, 설령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 하더라도 망인의 사망일부터 이 사건 소 제기 시까지 3년이 경과하여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하였다.
본안전항변에 대한 판단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 합의의 존부 판단에 따라 당사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는 소송행위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할 때는 표시된 문언의 내용이 불분명하여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주장이 대립할 소지가 있고 나아가 당사자의 의사를 참작한 객관적·합리적 의사해석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조차도 불분명하다면, 가급적 소극적 입장에서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 참조).
살피건대 을 제5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I가 2013. 3. 20. "피고 회사는 망인의 사망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협회에서 도의적인 차원에서 위로금을 일백만원을 지급하여 드리며 차후 사망에 관하여 어떠한 언급도 거론치 않을 것입니다."라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위 확인서에서 '어떠한 언급도 거론하지 않겠다'라고 한 것을 원고가 망인의 사망 관련 손해배상청구권을 소송상 또는 소송 외에서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고, 달리 부제소합의가 존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 회사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본안에 대한 판단
보호의무위반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는 고용 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여야 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60247 판결 참조). 그러나 이와 같은 보호의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보호의무의 존재를 주장하는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의 지시·감독을 받는다거나 임금을 목적으로 상대방에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0. 10. 6. 선고 2000다30240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 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2. 24. 선고 98두2201 판결 참조).
판단
위 법리에 갑 제10 내지 13호증, 제20, 22호증, 을 제1 내지 10호증, 제17, 21, 22호증의 각 기재, 제1심법원의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망인이 간병업무의 수행 중 피고들의 지시·감독을 받는다거나 피고들에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들은 망인에 대하여 사용자로서의 보호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보호의무의 존재를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피고 회사는 유료직업소개사업자로 등록된 법인으로서, 환자의 요청을 받은 병원이 간병인을 소개해 줄 것을 요청하면 피고 회사에 소속된 간병인들을 소개하고, 그 대가로 간병인 및 병원으로부터 각각 수수료를 지급받는 것을 주된 업무로 하고 있는데, 망인이 피고 회사의 소개를 받아 이 사건 병원에서 일하는 동안 피고 회사에게 지급된 수수료는 월 6만 원)이다.
이 사건 병원은 간병인을 고용한 환자들로부터 간병료를 수납한 뒤 이를 피고 회사에게 지급(망인의 경우 일 7만 5천 원)하였고, 피고 회사는 지급받은 간병료에서 수수료와 사업소득세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간병인에게 지급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환자들이 납부한 간병료 외에 이 사건 병원 혹은 피고 회사가 추가로 지급한 급여는 없다.
피고 회사 소속 간병인들은 간병업무로 환자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여 자신들의 부담으로 전문직업(간병인)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고, 개인사업자등록을 마치고 사업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
망인도 2018. 12. 31. '본인은 피고 회사의 회원으로서 병원에서 정한 일당제급여를 받으며, 근무시 병원이나 환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액은 본인이 부담한다. 간병시 환자의 사고는 간병인 배상책임으로 해결하고, 본인의 건강악화나 상해는 간병인 상해보험에 가입하여 해결하며, 상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본인이 책임지고 본인 부담으로 하며 병원이나 협회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일당제 회원으로서 4대 보험 및 퇴직금이 지급되지 않는 것을 알고 병원 및 협회에 이의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기재된 확인서 및 간병인 소개알선신청서를 작성하고 피고 회사에 회원가입을 하였다.
피고 회사는 간병인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을 두고 있지 않고, 간병인들이 병원에서 일하는 동안 간병업무 수행에 관한 직접적인 지시·감독을 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병원은 각 병실별로 통상 1명의 간병인을 두고 있고, 간병인들은 담당 병실에 상주하며 해당 병실에 입원한 환자의 목욕, 식사, 침상정리 등을 보조하는 간병업무를 수행하는데,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위 병실에 입원한 환자와 그 보호자들의 요청에 따라 정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 병원 측에서는 간병인이 담당할 병실을 지정하고, 환자들의 상태를 기록한 일지를 제출하게 하는 것 외에 업무 수행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하지는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간병인 소개업체인 주식회사 H 소속 회원으로서 2012. 10. 8.부터 이 사건 병원을 소개받은 후 거동이 어느 정도 가능한 경환자들이 입원하여 있던 9인실을 담당하여 간병업무를 수행하였다. 2013. 1. 1.부터 이 사건 병원의 간병인 소개업체는 피고 회사로 변경되었는데, 망인은 '환자 스스로 거동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 간병하기 용이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병원에서 계속 간병인으로 일하기를 희망하였고, 이를 위하여 2012. 12. 31. 위 H를 탈퇴하고 피고 회사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소개업체를 변경한 후, 사망 시까지 이 사건 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였다. 따라서 망인은 이 사건 병원의 담당 병실에서 일하는 것을 스스로 희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망인을 포함한 피고 회사 소속 간병인들은 기본적으로 월 2, 3회 휴무하였는데, 그 외에 간병을 할 수 없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비용을 부담하고 피고 회사에 대체 간병인을 부탁하거나 본인이 직접 대체 간병인을 구할 수 있었고, 이때 본인에게 지급되었을 일당을 대체 간병인에게 지급하는 것 외에 별다른 제약이 존재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 C의 사용자 책임 존재 여부에 관한 판단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급의료법'이라 한다) 제5조의 2에 따를 때,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닌 자가 제공한 응급의료 혹은 응급처치나, 응급의료종사자가 업무수행 중이 아닌 때 본인이 받은 면허 또는 자격의 범위에서 한 응급의료로 인하여 발생한 사상에 대하여 행위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살피건대, 망인에 대하여 응급처치를 실행한 이 사건 병원의 직원이 응급의료법에서 정하는 응급의료종사자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없고, 만일 그 직원이 응급의료종사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망인이 이 사건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아니었고, 망인이 휴식 도중 갑자기 쓰러지자, 주변에 있던 직원이 응급처치를 실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망인에 대한 응급처치가 응급의료종사자가 업무 수행 중에 한 응급의료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망인에 대하여 응급처치를 실행한 직원은 중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민사상 배상 책임을 진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갑 제3, 4, 11, 12호증, 을 제14, 1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병원의 직원의 응급처치에 관한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병원의 직원은 응급처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망인은 이 사건 병원의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중 갑자기 쓰러졌는데, 망인은 치료가 예정되어 있는 환자가 아니라 간병인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망인에 대하여 최적의 응급처치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망인에 대한 심폐소생술은 망인의 이상 증상이 주위 사람에게 감지된 직후 이루어졌고, 심폐소생술이 이루어진 후 약 9분 정도 경과한 시점에서 119에 신고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응급처치 중 망인의 상태를 보고 전원의 필요성을 판단하는데 다소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임을 고려하면, 119에 신고하기까지 과다한 시간이 경과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망인에 대한 심폐소생술이 평평하고 단단한 바닥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나, 망인을 발견할 당시 망인에게 이상증세가 나타난 후 얼마나 경과하였던 것인지 알 수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이 사건 병원의 직원으로서는 망인을 바닥에 눕히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기보다 망인이 누워있던 소파에서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허일승(재판장) 신한미 김우현
각주1) 이 사건 병원이 지급할 수수료와 망인이 지급할 수수료를 합산한 금액이다.
각주2) 제5조의2(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각주3)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사상)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한다.
각주4) 1.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자가 한 응급처치
각주5) 가. 응급의료종사자
각주6) 나. 「선원법」 제86조에 따른 선박의 응급처치 담당자,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른 구급대 등 다른 법령에 따라 응급처치 제공의무를 가진 자
각주7) 2. 응급의료종사자가 업무수행 중이 아닌 때 본인이 받은 면허 또는 자격의 범위에서 한 응급의료
각주8) 3. 제1호나목에 따른 응급처치 제공의무를 가진 자가 업무수행 중이 아닌 때에 한 응급처치
각주9) 제2조(정의)
각주10) 4. "응급의료종사자"란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취득한 면허 또는 자격의 범위에서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의료를 제공하는 의료인과 응급구조사를 말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