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 A를 징역 1년 6월에 처한다.
피고인 B, C은 각 무죄.
배상신청인의 피고인 B, C에 대한 신청을 모두 각하한다.
이유
범죄사실(피고인 A)
피고인은 2016. 2. 초순경 피해자 D을 만나 자신 및 공동피고인 B, C이 재력가 집안의 자녀들이고, 상장사 인수 및 운영을 해 본 경험이 있다고 하면서 전문가 행세를 하였다.
피고인은 2016. 3.경 피해자에게 상장사 인수를 준비 중이라고 하면서 '5억 원을 빌려 달라. 5억 원은 본 계약을 진행하기 위한 에스크로(ESCROW)로 예치하기 때문에 원금은 전혀 손해 볼 우려가 없다. 두 달 동안만 사용하고 변제하겠다.'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 후 피고인은 2016. 3. 27.경 서울 이하 불상지에서 미국에 있던 피해자에게 전화를 하여 '이제 상장사를 인수하기로 결정되었다. 5억 원을 곧바로 회사로 송금해 달라.'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당시 피고인은 상장사를 인수하기 위한 구체적인 자금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상장사 인수를 위한 계약금은 사채업자로부터 고율의 이자를 지급하고 일시적으로 빌려 사용하려고 하였으며, 피해자로부터 빌린 5억 원은 처음부터 상장사 인수에 필요한 계약금 명목으로 에스크로로 예치할 의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피해자로부터 5억 원을 빌리더라도 변제기일 내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6. 3. 28.경 공동피고인 C이 운영하던 주식회사 G 계좌로 5억 원을 송금하도록 하였다.
피고인은 2016. 5. 18.경 서울 이하 불상지에서 피해자에게 '상장사인 H 주식회사를 인수하는데 성공했고, 인수하는데 도움을 준 사람에게 수수료 5,000만 원을 줘야 하니 돈을 빌려 달라.'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당시 피고인은 H 주식회사를 인수하기 위한 구체적인 자금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그 계약금 역시 사채업자로부터 고율의 이자를 지급하고 일시적으로 빌려온 것이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상장사인 H 주식회사를 인수하거나, 피해자로부터 빌린 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 하여금 I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로 합계 5,000만 원을 송금하도록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로부터 5억 원을 송금받고 피해자로 하여금 제3자에게 5,000만 원을 송금하도록 하여 합계 5억 5,000만 원을 편취하였다.
사건정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8고합516,2018
판결선고
2019. 4. 19.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9형사부
판결
증거의 요지
피고인 A의 일부 법정진술(제6회 공판기일의 것)
제1회 공판조서 중 증인 D, J의 각 진술녹음
제2회 공판조서 중 증인 K, L, 제3회 공판조서 중 증인 B, 제4회 공판조서 중 증인 C의 각 일부 진술녹음
피고인들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금전 차용증서, 송금증 등, 통장 사본, 자기앞수표발급내역, 영수증 사본
J, D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증거목록 순번 12)에 첨부된 5,000만 원 송금 거래내역
수사보고(수표 기지급내역 관련), 수사보고(수표사용처 관련), 수사보고(수표사용처 관련 배서인등 전화통화), 수사보고(5,000만 원 사용처 관련), 수사보고(에스크로 확인서 등 첨부)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7. 12. 19. 법률 제152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 형법 제347조 제1항, 제2항(포괄하여)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피고인 A 및 그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주장의 요지
피고인이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로부터 합계 5억 5,000만 원을 빌렸다가 현재까지 변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피고인은 돈을 빌릴 당시 피해자에게 그 돈이 회사 인수에 필요한 '비용'으로 사용된다고 이야기하였을 뿐 에스크로 예치금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등 원금이 보장된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또한 피고인은 당시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으나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기업 인수가 실패하여 변제를 하지 못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돈을 편취하였다고 볼 수 없다.
판단
범죄사실 제1항 관련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상장회사 인수를 위한 에스크로 예치금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등 원금이 보장된다고 피해자를 기망하여 5억 원을 편취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및 그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해자는 2016. 6. 8.경 공시자료를 통해 피고인 및 공동피고인들의 회사 인수가 최종적으로 무산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직후 피고인 및 공동피고인들을 찾아가 "계약이 해지되었으니 에스크로머니를 돌려 달라."라고 말하였다. 이러한 피해자의 모습은 자신이 빌려준 5억 원이 에스크로에 예치되어 있어 계약이 무산될 경우 곧바로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임을 전제로 한다. 공동피고인 C 역시 이 법정에서 '당시 피해자는 자신이 빌려준 돈이 에스크로로 예치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진술하였다.
이렇게 5억 원이 에스크로로 예치될 것으로 피해자가 생각하게 된 것은 피고인이 그와 같이 이야기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 구체적인 근거는 다음과 같다.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무렵 기업 인수를 위한 계약금이 필요하다며 5억 원을 빌려달라고 하였다. 2016. 3. 초순 J와 함께 M에서 만났을 때에 그 돈이 에스크로 될 것이라서 아무도 건드릴 수 없다며 원금이 보장된다고 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조건이 성취되면 거래 상대방에게 돈이 집행되는 에스크로의 일반적인 의미와는 달리 기업 인수가 성공하여 조건이 이루어져도 5억 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는 피고인으로부터 피해자가 빌려준 돈은 계약금 명목으로만 잠시 사용하고 기업을 인수하면 주식 등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하여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5억 원 자금의 출처인 J 역시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2016. 3. 초순 M에서 피고인을 만났는데,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5억 원을 빌려주면 두 달 동안 쓰고 이자로 1억 원을 주겠다. 이 돈은 움직이지 않는 돈이고 에스크로 머니라고 들었다.'라고 진술하였다. 또한 J는 이 법정에서 에스크로 머니를 단순히 묻어두는 돈이라고 알고 있다고 답변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피해자 및 J의 진술 내용은 M&A 중개업을 하며 주식회사 N의 인수를 도와주었던 K의 경찰 진술인 '피고인이 2016. 3.~4. 무렵 자신에게 피해자한테 5억 원을 빌려서 일단 에스크로 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말하였다.'라는 내용(증거기록 188쪽)과 부합한다.
피해자가 거주하고 있는 오피스텔 건물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던 L은 이 법정에서 '2016. 3. 15.경 피고인에게 에스크로가 무엇인지 물어보았고, 피고인으로부터 법무법인이라든지 아니면 제3자에게 돈을 맡기고 나서 계약이 되었을 때 넘어가고, 계약이 안 되었을 때는 그 돈을 다시 돌려받는다는 의미로 설명을 들었다'라고 진술하였는데, 이 역시 피해자의 진술과 부합한다. L은 피해자와 친분관계가 있어 피해자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이 있고 커피숍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피해자나 피고인과 동석하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손님을 맞이하기 위하여 왔다갔다 하였기에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대화 내용을 제대로 듣지 못하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에스크로머니를 잘 몰라 궁금한 입장에서 물어보게 된 것이고, 차용금에 대한 이자가 높기 때문에 자신도 돈이 있었으면 피고인들에게 빌려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원금이 보장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대화는 피해자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 아이에게 줄 장난감을 커피숍에서 배송받았던 날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기억이 난다.'라는 L의 진술은 그가 피고인으로부터 에스크로 머니에 관하여 설명을 듣게 된 경위, 피해자가 빌려준 돈에 관심을 둔 이유, 이와 같은 대화가 이루어진 정황 등이 구체적이어서 믿을 수 있다.
피해자는 주식회사 N의 인수가 무산되었음에도 피고인에게 5억 원의 변제를 요청하지 않고 H 주식회사의 인수를 위하여 사용하도록 허락을 해 주었다. 이는 피해자로서는 회사 인수가 실패하더라도 에스크로로 보관된 돈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2개월 동안 5억 원을 빌려주는 과정에서 월 10% 상당인 1억 원 이자를 상환받고 회사 인수에 성공할 경우 그 회사의 지분 일부도 취득하기로 하였으므로, 고수익을 기대한 피해자가 피고인들이 추진하는 기업 인수 사업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자금을 대여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물론 공동피고인들도 회사 인수를 위한 자금을 전혀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회사 인수를 위한 계약금 22억 원도 사채업자로부터 월 10%의 이자를 부담하고 차용한 것에 불과하였고 피고인이나 공동피고인들은 165억 원이나 되는 인수대금을 지급할 경제적 능력이 없었으며 사채업자를 소개해 주는 사람에게 별도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할 정도로 피고인과 공동피고인들에게 투자하거나 돈을 대여해 주겠다는 사람도 없었다.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이러한 무자본 기업 인수는 10번을 시도해서 1번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위험성이 높은 투자라는 것이고, 공동피고인 B 역시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인수에 필요한 경비로 피해자에게 5억 원을 빌려온 것도 놀랐고, 인수에 필요한 계약금을 사채업자한테 빌려와서 에스크로 할 줄도 예상하지 못하였다. 정상적인 기업 인수 과정이라면 증권사 등 기관 자금을 동원하거나 투자조합을 설립하여 자금을 모집하는 것이 맞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493쪽). 이러한 사정들을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알고 있던 사업의 모습과 실제 피고인 및 공동피고인들에 의해 진행된 기업 인수의 모습은 매우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와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가 고율의 이자를 받기로 약속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추진하는 기업 인수 사업의 위험성을 감수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범죄사실 제2항 관련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정상적으로 H 주식회사를 인수하거나 피해자로부터 빌린 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를 기망하여 5,000만 원을 편취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및 그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공동피고인 C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G는 2016. 5. 18. H 주식회사의 최대 주주인 O으로부터 H 주식회사의 경영권과 보유주식을 165억 원에 양수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인은 같은 날 피해자에게 K가 위와 같은 주식 및 경영권 양수도 계약 체결을 위한 중개 행위를 하였기 때문에 그 대가로 K에게 수수료를 지급하여야 하므로 추가로 5,000만 원을 빌려달라고 말하였고, 이에 피해자는 K의 아들인 I 명의 은행계좌로 5,000만 원을 송금하였다.
그런데 앞서 가.의 4) 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및 공동피고인들은 계약금조차 사채업자로부터 잠시 빌려온 것에 불과하였고 중도금 및 잔금 지급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마련되어 있지 않는 등 H 주식회사를 인수할 만한 충분한 능력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중도금 지급기일에 약정한 중도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2016. 6. 8.경 주식 및 경영권 양수도 계약이 해제되었다.
피고인은 본인 명의로 된 재산이 없었고, 2016. 6.경 피해자로부터 변제 독촉을 받자 피해자를 비롯한 공동피고인들의 연락도 받지 않은 채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사건 범행일로부터 상당기간이 지나도록 피해 변제를 하지 못하고 있다가 피고인이 보유하게 된 주식회사 P 주식을 담보로 하여 대출받아 마련한 자금으로 이 사건 선고기일 직전인 2019. 4. 16.에서야 비로소 피해자를 위하여 피해금을 공탁하였다. 이러한 피고인의 당시 재산 상태 및 이 사건 이후 피고인이 보인 태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이를 갚을 만한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된다.
양형의 이유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년 6월~15년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사기범죄 > 01. 일반사기 > [제3유형]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상당부분 피해 회복된 경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감경영역, 징역 1년 6월~4년
선고형의 결정: 징역 1년 6월
피고인은 상장회사 인수 전문가로 행세하며 회사 인수 등 경험이 없는 피해자가 자신을 신뢰하게 되었음을 이용하여 피해자로부터 5억 5,000만 원을 편취하여 그 죄질이 가볍지 않다.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가 이 사건으로 인하여 경제적 손실은 물론 정신적 고통까지 함께 겪은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인은 이 사건 선고기일 무렵에서야 피해 변제 의사를 밝혔을 뿐 약 3년 동안 공동피고인들에게 일부 책임을 미루면서 제대로 된 피해 회복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다가 이 사건 선고기일 직전인 2019. 4. 16.에서야 피해금 전액을 공탁하였다. 피해자는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줄 것을 원하고 있다. 게다가 피고인은 기업 인수 자금 명목으로 4억 5,000만 원을 편취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선고받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이 2015. 11. 6. 확정되어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었음에도 매우 유사한 수법으로 이 사건 범행을 다시 저질렀다. 그 외에도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 2003년경 근로기준법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2010년경 상법위반으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2011년경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각 선고받는 등 수차례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면 피고인에 대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다만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 상당 부분을 회사 인수 비용으로 사용하여 이 사건 범행으로 개인적으로 얻은 이득액은 편취액에 미치지 못한다. 피해자는 단기간에 높은 이자를 얻으려는 욕심으로 피고인의 인수 업무에 관해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은 채 돈을 대여해주어 피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일부 원인을 제공하였다. 피고인은 뒤늦 게나마 피해자를 위하여 피해금 5억 5,000만 원을 공탁하여 피해자의 재산상 피해가 회복되었다. 이러한 사정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과 성행,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이 사건 공판과정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피고인 B, C)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B, C은 공동피고인 A와 공모하여 판시 범죄사실 제1항 기재와 같이 피해자로부터 5억 원을 송금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피고인 B, C 주장의 요지
피고인 B, C은 공동피고인 A와 회사 인수 업무를 함께 진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공동피고인 A가 피해자로부터 인수에 필요한 돈으로 5억 원을 빌린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 B, C은 공동피고인 A가 자금을 동원할 여력이 있다고 하여 이를 믿었을 뿐이고 피해자에게 그 돈이 에스크로 예치금으로 사용되어 원금이 보장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고, 공동피고인 A가 피해자로부터 어떠한 명목으로 돈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피고인 B, C은 공동피고인 A의 편취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
판단
공동피고인 A가 피해자로부터 5억 원을 빌리는 과정에서 피고인 C은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G를 채무자로 내세웠고, 당시 피고인 B 역시 그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Q'라는 주식회사를 채무자로 제공하려고 하였다. 피고인 B 명의로 작성된 2016. 3. 15.자 금전 차용증서가 존재하고, 피고인 C은 H 주식회사 인수가 무산되어 피해자로부터 변제 독촉을 받자 2016. 7.경 위 금전 차용증서에 자신을 보증인으로 추가하기도 하였다. 또한 피고인 B, C은 공동피고인 A로부터 5억 원 중 일부를 받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여기에 공동피고인 A가 피해자에게 에스크로 제도를 언급하며 5억 원의 원금이 보장될 것처럼 행동하였던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인 B, C이 공동피고인 A의 편취 행위에 가담하였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앞서 든 사정들만으로는 피고인 B, C이 정범으로서의 범의를 가지고 공동피고인 A의 편취 행위에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가담하였음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리는 데는 피해자와 가장 친한 공동피고인 A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즉, 피해자는 2015. 7.경 공동피고인 A를 알게 된 이후 그를 통해 2016. 2.경 피고인 B, C을 소개받게 되었고, 피해자가 공동피고인 A와 이 사건 무렵을 전후하여 거의 매일 만나 술자리 등을 가졌던 것에 비해 피고인 B, C과는 그보다 훨씬 적은 횟수로 만났을 뿐이다. 피고인 B, C과 공동피고인 A 사이에서는 기업 인수와 관련하여 계약에 필요한 에스크로 자금 조달은 공동피고인 A의 역할로 정해져 있었고 이에 피고인 B, C은 공동피고인 A가 피해자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명목으로 돈을 빌려달라고 이야기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였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가 5억 원을 빌려줄 무렵 피고인 B, C이 피해자에게 공소사실과 같이 에스크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 구체적인 근거는 다음과 같다.
피해자와 J는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2016. 3. 초순 M에서 공동피고인 A와 에스크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후 피고인 B, C을 만났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진술에 따르더라도 당시 피해자와 J는 공동피고인 A를 만나고 건물 밖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차량에 탑승한 피고인 B, C을 보고 눈인사를 했다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당시 피해자와 J는 피고인 B, C과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2016. 3. 15.경 단골 커피숍에서 피고인들을 다시 만났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진술은 커피숍의 운영자 L의 법정 진술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당시 커피숍에서 에스크로 이야기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 날일 수도 있고 그 전날일 수도 있고 확실치 않다. 공동피고인 A가 피고인 B, C과 이야기를 다하고 왔다고 했으니까 나머지 사람들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라고 진술하여 피고인 B, C으로부터 그러한 사실을 직접 들은 것인지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L은 이 법정에서 '2016. 3. 15.경 자신이 운영하는 커피숍에서 금전 차용증서 교부 등이 이루어졌고 당시 공동피고인 A로부터는 에스크로나 원금보장에 관한 이야기를 확실히 들었다. 피고인 C으로부터는 원금보장이라는 이야기를 듣긴 하였지만 피해자가 돈을 빌려주기 전인지 후인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피고인 B로부터 그러한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여 공동피고인 A 외 피고인 B, C이 에스크로나 원금 보장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는지 아닌지는 명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는 2016. 3. 15.경 이후 미국으로 출국하여 2016. 4. 4.경까지는 국내에 거주하지 않았던 만큼 만약 2016. 3. 15.경 이전까지 피고인 B, C이 피해자에게 에스크로 등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피해자는 공동피고인 A의 이야기만을 듣고 돈을 대여하게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피해자가 미국에서 돌아온 이후 피고인 B, C이 공동 피고인 A와 함께 에스크로 등을 언급하였더라도 이미 편취가 완료된 이상 그로써 사기죄는 기수에 이른 것이므로 피고인 B, C이 공동피고인 A의 기망행위에 공동정범으로 가담한 것은 아니다.
소결론
피고인 B, C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 B, C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 B, C이 동의하지 아니하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하며, 배상신청인의 피고인 B, C에 대한 신청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제2호에 의하여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성수(재판장) 류경은 강면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