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결정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6. 27.자 2018카합20749 결정

주문

이 사건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한다.

이유

1.

사안의 개요

가.

채권자와 F회계법인의 지위

채권자는 G그룹에 소속되어 회계감사, 회계자문, 세무관련 업무 등 공인회계사의 업무를 기본 업무로 하는 회계법인이다. F회계법인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회계법인으로서, 채권자와 F회계법인은 서로 경쟁 관계에 있다.

나.

채무자들의 입사, 승진 및 퇴사

채무자들은 모두 공인회계사로서 채권자의 Tax Group M&A Team에 소속되어 근무하다가 퇴사한 뒤 F회계법인에 입사하여 현재 F회계법인에 재직 중이다. 채무자들의 구체적인 입사, 승진 및 퇴사 시기와 시기별 직위는 다음과 같다.

1)

채무자 B

채무자 B는 공인회계사로서 1994. 8. 1. 채권자에 입사하였다. 이후 2006. 9. 1. 파트너(Fixed Income Partner, 정해진 월급을 받는 파트너이다. 이하에서는 ‘월급파트너’라 한다)가 되었고, 2007. 9. 무렵 지분파트너(Unit Partner, 채권자에 출자금을 납입하고 지분을 보유한 파트너이다. 이하에서는 ‘지분파트너’라 한다)가 되었으며, 2011. 9. 1.에는 전무가 되었다. 이후 2017. 9. 1.에는 부대표가 되었다. 한편 채무자 B는 2012. 6. 무렵부터 2015. 5. 무렵까지 채권자의 Board of Partners 및 Audit Committee의 구성원으로 활동하였다. 채무자 B는 2018. 3. 12. 채권자를 퇴사하였다.

2)

채무자 C

채무자 C는 2001. 4. 1. 채권자에 입사하였다. 이후 2010. 9. 1. 월급파트너가 되었고, 2014. 9. 1. 지분파트너가 되었으며, 2016. 9. 1. 전무가 되었다. 채무자 C는 2017. 12. 19. 채권자를 퇴사하였다.

3)

채무자 D

채무자 D은 2001. 11. 12. 채권자에 입사하였다. 이후 2015. 9. 1. 월급파트너가 되었고, 2017. 9. 1. 지분파트너가 되었다. 한편 채무자 D은 2007. 1. 27.부터 2007. 12. 28.까지 채권자와 제휴관계에 있는 H의 I Tax Group에서 파견 근무를 하였다. 채무자 D은 2017. 11. 10. 채권자를 퇴사하였다.

다.

채무자들의 파트너쉽 계약 체결

채무자 B는 2013. 10. 29., 채무자 C는 2013. 10. 28., 채무자 D은 2015. 11. 24. ‘파트너쉽 계약(Partnership Agreement)’이라는 제목의 문서에 서명하여 이를 채권자에 제출하였다. 위 파트너쉽 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채무자들은 모두 동일한 내용으로 사전에 마련되어 있던 인쇄된 문서에 서명만 하여 이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라.

G그룹의 조직 및 운영규정의 내용

채권자가 소속되어 있는 G그룹의 조직 및 운영규정(2008. 7. 29. 제정, 2017. 9. 4. 최후 개정, 이하 ‘운영규정’이라 한다)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신청이유의 요지

채무자들은 모두 채권자의 파트너로서 운영규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고, 운영규정 제12조 제2항은 퇴직한 파트너에 대하여 퇴직 후 3년 동안 채권자와 경쟁관계에 있는 법인 또는 단체에 취업하지 않을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채무자들이 작성하여 채권자에 제출한 파트너쉽 계약 역시 파트너가 퇴직할 경우 퇴직 후 3년 동안 채권자와 경쟁관계에 있는 법인 또는 단체에 취업하지 않을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채무자들은 모두 위와 같은 경업금지의무에 위반하여 채권자를 퇴사한 뒤 곧바로 채권자의 경쟁업체인 F회계법인에 입사하여 근무하고 있다. 더구나 채무자들은 모두 Tax Group M&A Team에 소속되어 있던 사람들로서 같은 팀 소속 공인회계사들을 이끌고 집단적으로 채권자를 탈퇴한 뒤 F회계법인으로 전직하여 그 배신성이 크다. 이에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가처분을 구한다(다만 경업금지 기간은 퇴직 후 1년으로 축소하여 구한다).

나.

채무자들의 주장

채무자들의 경업을 금지한 운영규정 조항 및 파트너쉽 계약은 채무자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민법 제103조에 위반하여 무효이다.

3.

판단

가.

판단의 대상

채권자는, 채무자들이 운영규정에 따른 경업금지의무와 파트너쉽 계약에 따른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가처분신청을 제기하였고, 채무자들은 운영규정 및 파트너쉽 계약의 해당 부분이 무효임을 주장하고 있으며, 경업금지의무를 규정한 운영규정과 파트너쉽의 해당 부분의 문언은 거의 동일하다. 그런데 운영규정은 채권자와 채무자들 사이의 개별 약정이 아닌 채권자의 현재 구성원 일반에게 적용되는 것으로서, 이처럼 아무런 주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경업금지의무만을 부과하는 조항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여 무효라고 볼 여지가 크다. 한편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은 기본적으로 약정을 체결한 채무자별로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는데, 파트너쉽 계약에 따른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하다면 그 자체로 채무자들에 대한 경업금지의무가 발생하여 이 사건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이고, 파트너쉽 계약에 따른 경업금지약정이 무효라면 그보다 대인적 적용범위가 넓은 경업금지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운영규정도 자연스럽게 무효가 되어 이 사건 가처분신청이 기각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경업금지의무를 부과한 파트너쉽 계약의 해당 조항에 따라 채무자들에게 경업금지의무가 부과되는지 여부만을 판단하기로 한다(아래에서는 채무자들에게 경업금지의무를 부과한 파트너쉽 약정 제4항을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이라 한다).

나.

관련 법리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경업금지약정은 근로자의 생계를 위협할 우려가 있는 동시에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부당한 독점을 발생시킬 우려 등이 따르므로, 그 약정의 체결에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정당화할만 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는 점이 소명되지 않는 경우에는 일단 근로자로서의 영업활동 자유에 대한 지나친 간섭으로 간주되고, 이러한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데에까지 이른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써 무효가 된다.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데에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등 참조).

다.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의 효력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은 무효라고 판단된다.

1)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

근로자는 근로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으로 여러 가지 지식과 기능을 습득한다. 그런데 그와 같은 지식과 경험이 당시의 동일 업종의 영업에서 보편적인 사항으로서 근로자가 다른 사용자에게 고용되어도 마찬가지로 습득할 수 있는 일반적인 지식과 기능에 그치는 경우에는 이러한 것들은 근로자의 주관적인 재산을 이루는 것이므로 근로자가 근로관계 종료 후 그와 같은 지식과 기능을 활용하더라도 사용자의 영업활동에 아무런 지장이 없고 이를 금지하는 것은 단순한 경쟁제한에 불과하여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해 사용자만이 가진 특수한 지식은 사용자에게는 일종의 객관적인 재산이고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점에서 일반적인 지식이나 기능과 성질이 전혀 다르고, 이와 같은 특수한 지식과 기능들은 이른바 영업상의 비밀로서 영업활동의 자유와 함께 보호받아야 할 법익이며, 이를 위해 일정한 범위에서 근로자의 경업행위를 금지하는 약정을 체결하는 것은 충분히 합리성이 있다.

채무자들은 모두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한 공인회계사들이다. 공인회계사와 같은 전문직은 법률과 회계기준 등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판단에 의하여 업무를 수행하는데, 이 때 이용하는 지식은 보편적인 지식이다. 여기에 공인회계사 개인이 그간 회계법인에 고용되어 쌓아올린 지식과 경험이 개입될 여지는 있으나, 이러한 지식과 경험은 다른 회계법인에 고용되어도 마찬가지로 습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여지가 많을 뿐이고, 해당 공인회계사들을 고용한 회계법인 자체에 귀속될 만한 성질의 지식이라는 것은 애초에 상정하기가 힘들다. 회계법인에서 처리하는 업무의 대부분이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회계법인에서도 충분히 처리가 가능한 성질의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고객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채무자들이 이직함으로써 고객들이 이직한 채무자들을 따라 채권자를 이탈하게 된다면, 이는 고객들의 신뢰가 채무자들 개인에 대한 것임을 나타내는 징표가 되고, 이 경우 고객과의 관계는 채무자들 개인이 그간의 노력에 의해 쌓아올린 자산이라고 평가할 여지가 크지 이를 사용자인 회계법인 자체의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라고 보기 어렵다. 고객과의 관계가 공인회계사 개인이 아닌 회계법인과 사이에 형성된 것이라면 채무자들의 이직하더라도 고객들이 채권자로부터 이탈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채무자들이 채권자에 근무하면서 지식과 경험을 취득하였고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을 정당화할 채권자의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이 정당화되려면 채무자들이 공인회계사로서의 일반적인 지식과 경험을 넘어서 채권자만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중요한 정보를 채무자들이 알고 있다는 점을 채권자가 소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21903(본소), 2015다221910(반소)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채권자는 채무자 C, D에 대하여는 채무자 C, D이 채권자에 근무하면서 공인회계사로서 취득한 일반적인 지식과 경험을 넘어서 채권자만이 보유하고 있는 특유의 정보를 취득했다는 점에 관하여 충분한 소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채권자는 채무자 B에 대하여는, 채무자 B가 채권자의 Board of Partners와 Audit Committee의 구성원으로 근무하면서 채권자의 운영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취득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채무자 B가 Board of Partners와 Audit Committee의 구성원으로 근무한 것은 2012. 6. 무렵부터 2015. 5. 무렵까지로서 그 당시 습득한 정보가 이미 그 구성원이 아니게 된지 3년이 넘게 지난 현재까지도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보에 해당할 것인지 여부에 의문이 있다. 뿐만 아니라, 운영규정에 의하면 채권자의 경영에 관한 중요한 판단을 하는 기구는 운영위원회이고, 채무자 B가 속해 있던 Board of Partners와 Audit Committee는 기본적으로 채권자의 운영을 감독하는 기구로서 채무자 B가 당시 어떤 정보를 습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와 비밀성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므로, 채무자 B가 위 두 기구에 근무하면서 습득한 정보를 채권자와 채무자 B 사이에 체결된 경업금지약정을 정당화할 만큼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에 의하여 보호할 가치가 있는 채권자의 이익이 있다는 점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

2)

경업금지약정에 상응하는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여부

경업금지약정에 의하여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제한과 생계에 대한 위협을 해소할 만한 대가가 충분히 지급되었다면 경업금지약정이 정당화될 여지도 있다.

채권자는 채무자들이 파트너로 근무하면서 고액의 보수를 지급받았고, 채무자 D의 경우 미국에서의 근무 기회를 부여받았으므로,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에 상응하는 대가가 지급되었다고 주장한다.

기록에 의하면, 채무자 B는 보수로 2015년에 362,400,000원(세전 금액이다, 이하 같다), 2016년에 781,800,000원, 2017년에 724,841,672원을 지급받았고, 퇴직금으로 732,308,425원을 지급받은 사실, 채무자 C는 2015년에 192,800,000원, 2016년에 418,500,000원, 2017년에 410,363,068원을 지급받고, 퇴직금으로 320,598,141원을 지급받은 사실, 채무자 D은 2015년 140,034,000원, 2016년 199,800,000원, 2017년 252,338,467원을 지급받고, 퇴직금으로 141,651,695원을 지급받은 사실이 소명된다.

채무자들이 수령한 보수가 사회의 일반인이 받는 보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순히 보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여기에 퇴직 후에까지 경업금지의무를 부과하는 대가가 포함되어 있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 채무자들의 직종, 경력과 근무 기간을 감안하였을 때 채무자들이 받은 높은 수준의 보수는 오히려 채무자들이 매해 제공한 근로의 대가에 해당할 뿐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 채무자들이 수령한 보수에 단순한 근로의 대가를 넘어서서 퇴직 후에까지 전직을 금지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데에 대응하는 대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위해서는 그러한 사정의 존재에 관한 추가적인 소명이 필요하나, 채권자는 이에 관하여 별다른 소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채권자는 채무자 D에게 미국에서 근무할 기회를 부여한 것이 경업금지의무에 상응하는 대가라고도 주장하나, 채무자 D이 미국에서 근무한 것은 10년도 넘게 전인 2007년의 일로서 이러한 기회를 제공한 것이 현재의 법률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채권자와 채무자 D 사이의 경업금지약정이 체결된 것은 2015년으로서 미국에서의 근무기회를 부여한 것과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의 체결 사이에 어떠한 연관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기도 힘들다.

3)

기타

채권자는 채무자들이 계획적, 집단적으로 채권자를 이탈하여 F회계법인에 이직한 것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채권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채무자들이 사전 공모에 따라 계획적, 집단적으로 F회계법인으로 이직하였다는 점이 소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할 뿐만 아니라,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은 채무자별로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채무자들에 대한 개별적인 경업금지약정을 정당화하는 사정이 부족한 이상 채무자들의 전직 경위는 이 사건 신청의 당부를 판단하는 데에 본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라.

소결론

타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나 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객관적이고 절실한 필요성이 있거나 충분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그러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채무자들이 채권자를 퇴사하기 직전에 채권자의 고위직으로서 비교적 자유로운 지위에 있었던 사람들이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은 채무자들의 이직에 의하여 채권자의 매출이 감소하고 경쟁업체의 매출이 증가하는 것만을 막기 위한 목적, 즉 경쟁을 제한하기 위한 목적을 위하여 체결된 것으로서, 정당한 이유 없이 채무자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여 무효라고 볼 여지가 크다.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신청은 피보전권리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

4.

결론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8. 6. 27.

판사 김상환(재판장) 유현식 강지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